정재훈의 식탐(食探)
정재훈 지음 / 컬처그라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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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나 식재료, 음식문화에 대해서 얘기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그런 책들을 읽을라치면 이러한 문제들을 논쟁적으로 끌고가버려 맥이 빠지고 빈정이 상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논쟁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취향의 문제라는 말로 잠재울 수 없는 음식이나 식재료, 음식문화에 대해서 사실과 허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명확히 한다.

약사라는 그의 직업에서 파생된 과학적 근거와 논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궁금한게 많아서 먹고싶은 것도 많다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예 같다.

 

그동안 이런 류의 책은 많이 읽었는데,

군더더기 없는 것이 맛깔스럽기론 1등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개인의 감각이나 입맛, 기호 등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관습이나 습관을 걷어냈을 때에만 만날 수 있는 통찰을,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과 식재료 들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세상에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없었다.

'악법도 법이다'하고 독배를 들었던 소크라테스의 심정으로,

그냥 오늘을 살기 위하여 그냥 받아들였다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먹는 음식의 주도권을 내가 쥐어야지,

언론이나 여론에 맡길 일은 아니다, 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걸 <먹거리X파일> 같은 TV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너무도 자주, 맛과 취향의 문제를 건강과 생존의 문제처럼 왜곡시킨다(13쪽), 고 했는데,

나도 여기에 강하게 동의한다.

 

그러면서 <수요미식회>와 <3대천황>을 예로 들면서 '좋은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고 언급한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블라인드 테이스팅'이라는게 후각과 미각으로 맛을 평가해야 하지만,

실제 음식을 먹는 행위는 그렇게 맥락이 단절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 공간, 인간이 음식과 어울려서 만들어낸 총체적인 경험이라고 얘기한다.

 

'생각과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 결과는 종종 파괴적이다(17쪽)' 라는 말은 완전 멋졌다.

 

글이 얼마나 맛깔스러우냐 하면,

올리브가 하늘을 나는 새들을 위한 과일이라고 하면서,

여기서 튀김 요리로 넘어간다.

튀김은 축제나 특별한 날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 꼭지의 글을 이렇게 끝낸다.

축제는 가끔 한 번씩 있어야 즐겁다. 그래도 식욕을 조절하기 힘들다면 기억하시라. 먹기만 해서는 하늘을 날 수 없다.(34쪽)

이 얼마나 근사한, 다른 맛을 한꺼번에 잠재우는 깔끔함인가 말이다.

 

가장 수긍이 갔었던 것은,

누군가 새롭고 특이한 이론을 들고 나오면 미디어는 마치 증명된 사실인양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이론이 정말 믿을 만한 것인지 과학자들이 결론을 내리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46쪽)

 

보통 음식에 관한 얘기를 하다보면 얘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그건 음식을 먹는 행위가 어떤 한가지 감각만을 요구하는게 아니라,

공감각을 요구하는 복합적인 행위여서 그럴 것인데,

이 책에선 그냥 심정적이고 느낌적인 것 보다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사람보다 음식 선택이 덜 자유로우며, 평생 조제식을 먹고 사는 애완동물들의 수명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시리얼이 건강에 유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ㆍㆍㆍㆍㆍㆍ사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오랫동안 먹을거리를 얻는 게 대단히 불안정한 환경에서 버텨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맞다.(156쪽)

 

 사실 건강에 필요한 음식의 기준이 복잡하고 어려워야 할 이유는 없다. 최소한의 조건만 맞추면 된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 최소한의 조건이 반드시 무설탕, 유기농, 천연 식품인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옷, 최소한의 집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영양 균형을 맞춘 음식이면 충분하다. 다만 그 최소한의 조건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논할 수는 없다. 우유에 말아 먹는 시리얼은 애초부터 맛보다 영양을 우선시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식품이다.(156~157쪽)

 

여러가지 음식과 재료, 조리법, 음식 문화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그걸 한마디로 압축하면 이쯤될 것 같다.

잡식동물인 사람에게 가장 맛있는 버터는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 버터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 버터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음식은 골고루 먹으라는 교훈일 것이다.(48쪽)

 

이렇게 깔끔한 책도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내용이 그런 것이 아니라, 화면에 글이 차지하는 방식이 성글다.

여백이 과하다.

또 한가지 어떤 의도로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종이를 두꺼운 종이를 사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책의 두께는 그만그만한데, 220쪽 내외다.)

감수성 충만하면서도, 논리로도 무장한 그의 글이 더 보고싶었던 나로서는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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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의 하루 - 여인들이 쓴 숨겨진 실록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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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폭설과 추위는 그에 비하면 애교인것 같다.

며칠전 사하라 사막에 40센티가 넘는 눈이 쌓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미국 어딘가는 영하 40도가 넘어가고,

호주의 어딘가는 영상 47도에 이르러 야외불사용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이런 기상이변 중 날이 가물었을때 기우제를 지낸다는 들어봤는데,

조선시대에는 날이 가물면 궁녀를 내보냈다고 한다.

그 이유가 결혼하지 못한 여인의 한이 하늘에 닿아 날이 가물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원통한 마음을 풀어줘야만 가뭄이 해소된다고 믿었던 것이다.(151쪽)

 

이 책은 흥미롭게, 다른 한편으론 아프게 읽었다.

그동안 알 수 없었던 궁녀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흥미를 가지고 다가갔는데,

평범한 궁녀들의 이야기로 일반화시키기는 힘들갓 같다.

평범한 궁녀들의 이야기는 기록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 책에는 역사에 획을 그은 궁녀들의 이야기인데,

그런 궁녀들의 얘기는 다른 책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서도 접했던 터라 새롭지는 않았다.

 

이 책이 혹여 포장만 번지르르한 출판 상품이 되거나 기존 연구서들의 내용을 답습하는 박제된 화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슴 한편에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루라는 키워드를 통해 역사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 한국사의 아웃사이더 궁녀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것은 감히 말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임을 자부한다.(7쪽)

 

서문을 이렇게 시작한다.

기획의도는 높이 살만하지만, 내용 또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랜 세월 우리네 삶 속에 배어있는 구태의연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궁녀들의 지난한 삶이 눈물겨웠는데,

궁녀들이 궁에 들어가는 나이는 보통 10세 전후였지만,

개화기에 더 낮아졌고 개중에는 4, 5세 궁녀도 있었다고 한다.

 

여러 설들이 분분했던 부분도 다소 해소되었다.

그 중 하나는,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를 최하위급 궁녀인 무수리로 알고 있었는데,

침방처소 나인이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영조와 생모인 숙빈 최씨의 대화를 고종이 들은 것을 인용한다.

또 하나,

역사서에 따라서는 자살로 얘기되어지는 장희빈의 죽음을 사약을 받아 죽었다고 리얼하게 그려놓는다.

 

궁에서 평생을 지낸다고 알고 있었던 궁녀가 궁에서 방출되는 예가 있었는데,

앞에서 얘기했던 날이 가물었을 때 외에도,

중병에 걸려 더 이상 궁녀로서 업무수행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

자신이 모시던 상전이 죽었을 경우,

늙어서 더 이상 궁녀로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었다.

이는 왕족 외에는 궁에서 죽을 수 없다는 엄격한 법 때문에 그리 되었단다.

 

궁녀가 퇴직하고 살았다는 '궁말'은 지금 은평구 갈현2동 수국사 인근이란다.

내가 사는 옆동네여서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궁녀의 지난한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결혼하지 못한 여자의 한이 하늘에 닿아 날이 가물다고 했던 것을 보면,

진위 여부를 떠나 궁녀들의 삶이 한이 맺힐 정도 였다는 것이 보편적인 통설인 셈이다.

 

궁녀도 그렇고, 신하도 그렇고, 그 누구든지 간에,

공인으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

거기에다 자기애, 자아존중감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책 날개 안쪽을 보게 되면,

이 책에서 저자는 왕조사의 그늘에 가려진 궁녀들의 생애를 하루의 코드를 통해 생생하게 재구성하면서 과연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누구에게서 나오는 것인지 묻는다.

고 되어있다.

 

요즘 최저임금 보장제로 인하여 임금이 보장되는게 아니라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관련하여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그리하여 참 많은 것들이 꿀꿀한 하루하루다.

 

<바로잡을 곳>

궁녀들 자신이 입는 남치마와 옷색 저고리=> 옥색 저고리(103쪽)

이모가 궁중에 들어가자 이씨도 따라 궁에 들어왔다.=>들어갔다.(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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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1-15 14:48   좋아요 1 | URL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없었던 중세 여성들은 한 방에 모여 바느질을 하고,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해요. 대화를 나누면서 그동안 쌓인 감정들이 분출되는데, 그 과정에서 중세 여성들의 애환이 반영된 ‘노래’가 만들어졌어요. 아마도 궁녀들도 한 방에 모여 있을 때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었을 것입니다. 궁녀 중에 노래를 만드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면, 자신들끼리 부르는 노래가 만들어졌을 거예요. 확실하지 않지만, 궁녀들끼리 부르고 유행한 노래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게 만약 발견된다면 연구할 가치가 있습니다. ^^

sslmo 2018-01-16 10:05   좋아요 1 | URL
이 책의 뒷부분에 가면 박상궁이라고,
실세의 상궁이 금강산 유람가는것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뭐, 하인이나 시종들(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리~--;)을 데리고 가는건 그렇다 치고,
기생들을 그 유람단에 끼워넣어요.
좋은 풍경을 구경하는데 남녀노소가 어디 있겠나 싶다가도,
기생들까지 데리고 유람이라니,
양반들의 못된 행태를 답습하는 건가 싶어 씁쓸하더라구요.
암튼 금강산 절경을 보고 시도 읊고 그래요.
이 책에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까지는 안 나오고,
전기수 얘기랑 소설 필사에 관한 얘기는 등장해요~^^

2018-01-15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6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5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8-01-16 10:12   좋아요 1 | URL
뭐, 이 책에는 사극에 나오는 수준이예요.
사극에 나오는 수준이 상상력의 최대 비약인듯 해요.
더 드라마틱한 얘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궁궐 권력의 줄서기도 그렇지만,
제가 더 우스웠던 것은,
양반 님네처럼 유람도 다니고,
거기서 음주가무도 즐기고,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하는 상황이었어요.

전 양반 집 아녀자들이 유람을 다녔다는 얘기도,
(절에 불공드리러 가는 것 외에)
야외에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는 얘기도 접한 적이 없는지라,
궁녀들이 그랬다는 것이(일부 궁녀겠지만) 좀 생소했어요~--;
 
참 괜찮은 죽음 -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가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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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외과 의사의 자전적 기록이라는 이 책은 의학서라기보다는 수필집에 가깝다.

그만큼 그가 행했던 의료행위의 나열이라기보다는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마음 사이에서의 방황의 기록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읽는 동안 치료가 아니라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한걸음 떨어져서 이 책을 읽게 되니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의료현실을 접할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영국의 의료보험 제도의 단점을 생각해볼 수 있었고,

그건 또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은 의료보험제도가 발달되어,

그 비용을 세금에서 충당하기때문에 의료보험료도 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교적 간단한 질병 뿐만 아니라,

암이나 수술 따위도 따로 돈을 내지 않는다.

 

물론 민간보험으로 운영되는 병원이 따로 있지만,

그런 병원은 개인이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듯 하고,

책 속의 헨리 마시도 따로 보험을 들었고,

개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속전속결로 치료를 받는다.

국가가 운영하는 병원은 융통성 없고 고지식할 뿐더러 무엇보다 느리게 굴러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수술 후 예후가 비관적이더라도,

때로 깨어나지 못 하고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는데,

수술을 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환자분이 평생 불구가 된다고 해도 정성스레 보살필 만큼 사랑하시나요?"

이 말은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십중팔구 우리는 결국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하고 끝내는 편이 솔직한 심정을 말하고 고통스러운 대화를 이어가기보다 쉽기 때문이다. 긴 설명 끝에 나는 당직 레지던트에게 이렇게 덧붙였다.

"자네는 환자가 살아서 병원을 떠나니까 수술이 성공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몇 년 뒤 환자가 사는 모습을 보면 그 수술은 사람이 일부러 만든 재앙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ㆍㆍㆍㆍㆍㆍ

하지만 내가 경험을 통해 수술의 한계를 더 현실적으로 가늠하게 되어서 그런 것만은 결코 아니다. 온전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확률이 거의 없다면 과연 수술로 목숨만 살려놓는 것이 그 환자를 위한 길인지 의문이 점점 커진다.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진 삶을 살 바에는 평화롭게 죽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보다 더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이런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예측하는 실력이 늘어서가 아니라, 남들이 나를 어떻게 판단할지 신경을 덜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후란 항상 불확실하기 때문에 무사히 회복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니 의사로서 일을 쉽게 하려면 그냥 모든 환자를 수술해버리면 된다. 이를 통해 많은 환자들에게 끔찍한 뇌 손상이 생길 수 있고 그 환자들의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이다.(173~175쪽)

 

위 문단을 읽으면서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살짝 비껴가는 부분을 담고 있는 예가 될텐데,

외과 의사가 수술을 하다가 하게 되는 치명적 실수와 관해서 말이다.

의사도 이전에 사람인데 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수술은 잘 되어도, 후유나 장해가 남게 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수술이 잘 될 가능성이 없는데도,

환자가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못하고 수술을 원할 경우 등에 관해서 말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 뿐만 아니라,

의사의 입장에서 흠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무시무시한 결과와 함께 사는 법(9쪽)을 배우지 않는다면,

깊은 보람은 커녕 본인의 삶도 받아들이기 힘들테니까 말이다.

이때 배워야 할 것이,

대상을 객관적으로 보면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법이 아닐까.

 

가장 공감이 가고 아프게 와닿았던 부분은 그의 의대 면접과 관련해서이다.

어쨌든 그는 제물낚시를 즐기느냐고 물었고 나는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의학을 두고 예술도 과학도 아닌 기능의 한 형태로 보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세월이 흐른뒤엔 나도 똑같이 생각하게 된 말이다.(110쪽)

의학이 예술도 과학도 아닌 기능의 한 형태로 보는 게 최선인 이유는,

인간만이 우월하다던가, 어떤 특별한 누군가가 우월하다는 생각해서 벗어나,

세상을 객관성을 갖고 바라보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때로 누군가를 이롭게 한다는 착각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이롭지 않게(= 해롭게)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는 요즘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엿보기라도 한듯,

그는 환자의 최선만을 생각하기에 의미 없다고 판단한 치료를 과감히 포기한 적도 있지만,

환자의 실낱같은 희망을 위해서라면 가망없는 수술도 감행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배운 게 있다면 나쁜 소식을 전할 때는 가능한 한 적게 말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이런 대화는 무척이나 느리고 아프기 때문에 어색하고 슬픈 정적이 필연적인데 이를 채우려고 무슨 말이든 하려는 충동은 최대한 붙잡아야 한다. 그러나 나를 바라보는 데이비드의 눈길에 더 이상 입을 꾹 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어렵게 입을 뗀 나는 만일 내 가족이라면 더 이상 치료 받지 않기를 바랄 거라고 말한 뒤, 마침내 마음을 다잡고 실토했다.

"꽤 여러 해를 버텨왔는데ㆍㆍㆍㆍㆍㆍ.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난 것 같아요."(214쪽)

이런 구절만으로도 헨리 마시의 인간성을 짐작할 수 있겠고,

어떤 직업이라도,

남들이 봤을 때 아무리 멋져보이고 훌륭해 보이는 직업이라도,

나름 직업적 애환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우리말 제목이기도 한 '참 괜찮은 죽음'은 헨리 마시의 '어머니의 죽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암세포의 침공을 받아 무너져가는 몸 안에는 '어머니의 자아'가 여전히 살아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 모든 뇌세포는 죽었다. 그리고 어머니 - 어떤 의미에서눈 뉴런 수백만 개의 복잡한 전기화학적 상호작용이었던 -도 더 이상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두고 '결합 문제'라고 부른다. 무생물에 지나지 않는 껍데기가 의식과 느낌을 알 수 있다는 신비롭고 굉장한 사실 말이다. 나도 그것을 느꼈다. 어머니가 아무리 죽어가고 있어도 그 몸뚱이 속에는 아직도 '진짜 어머니'가 있다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괜찮은 죽음의 조건은 무엇일까? 물론 고통이 없어야겠지만 죽음에서 고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대부분의 의사들처럼 나도 온갖 형태의 죽음을 봐왔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어머니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신 건 정말이지 커다란 복이었다.ㆍㆍㆍㆍㆍㆍ순간적으로 소멸하는 죽음을 끝내 이루지 못한다면 내 삶을 돌아보며 한마디는 남기고 싶다. 그 한마디가 고운 말이 되었으면 하기에, 지금의 삶을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 의식을 차렸다 잃었다 하는 동안 모국어인 독일어로 이렇게 되뇌셨다.

"멋진 삶이었어. 우리는 할 일을 다했어."(274~275쪽)

죽음을 놓고 얘기할때,

'참 괜찮은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겠지만,

나이든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스스로 예비하고 준비하는 죽음이 그러하고,

오래 아프지 않고 자는 듯 돌아가시는 걸,

그리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ㆍㆍㆍㆍㆍㆍ나는 '실제적'통증과 '심리적' 통증을 구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통증은 어차피 뇌 안에서 만들어진다. 내 혼자들 중 상당수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은 모종의 심리 치료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분주한 외과의 외래 진료실에서 해 줄 처지가 못 된다.(370쪽)

헨리 마시가 멋진 건 이런 것에도 자각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리뷰의 처음에서 난 치료가 아니라 위로받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그 말을 바꾸어야 할듯 하다.

어떤 때는 위로가 가장 큰 치료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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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8-01-03 16:25   좋아요 1 | URL
프필의 자화상 양철나무님이 그린 건가요 ? 좋은데요. 그림이..

sslmo 2018-01-04 16:37   좋아요 0 | URL
네, 새해 맞이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함 바꿔봤습니다.
님이 좋다고 해주셔서 저도 좋습니다.
참고로 님의 출중한 그림 솜씨는 전에 언젠가 연필 자화상을 통하여 익히 알고 있습죠~^^

책읽는나무 2018-01-03 17:06   좋아요 1 | URL
위로가 가장 큰 치료가 된다는 그말씀!!
맞는 말입니다.
일반인도 할 수 있는 치료일 수도 있지만,어떤 때는 의사가 직접 해주는 위로가 더 큰 안정과 위로를 주는 것같더라구요.
환자들은 또 극한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듣고 싶어지는 심리가 발동하는 것도 같구요^^
요즘 저도 나이를 먹는건지 부쩍 삶과 죽음에 관한 책제목이 눈에 들어옵니다.두려워 죽음에 관한 책들은 넘기진 못하구요.ㅜ

모쪼록 올 한 해,
나무꾼님의 가정 늘 화목하시고,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sslmo 2018-01-04 16:41   좋아요 1 | URL
공감해주셔서 힘이 되네요.
저는 이런 책을 읽으면서 부러운 것이,
환자와 의사간의 유대감 형성과 신뢰에 관한 부분이예요.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의사가 환자와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는거,
좀 멋지잖아요?^^
만약 우리나라 의사 보고 환자랑 대화를 나누라고 한다면,
무사히 잘 끝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올 한해도, 좋고 재미난 책 같이 읽으면서 지내요~^^

AgalmA 2018-01-03 18:54   좋아요 0 | URL
서로를 배려하는 인내심 잃지 않으시고ㅎ;; 좋은 친구가 되어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 노력이 또 삶을 값지게 만드는 건지도요.
올해도 양철나무꾼님이 뜻있고 즐거운 독서 순항하시길 기원합니다/
더불어 웃는 여유 잃지 않는 건강도 잘 챙기시길 바라며...총총.

sslmo 2018-01-04 16:45   좋아요 1 | URL
좋은 친구라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비록 온라인 상에서의 친구이지만,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어 천군만마를 얻은듯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올 한해도 좋은 책들 읽으며 여러가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1-03 18:5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18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sslmo 2018-01-04 16: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지난 한해 겨울호랑이 님 덕에 행복했는데, 인사가 한발 늦었네요.
님도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는 한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2018-01-03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4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18-01-03 22:35   좋아요 0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여~~

sslmo 2018-01-04 16: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초딩 님도 복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카스피 2018-01-04 21:07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며 무술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sslmo 2018-01-06 10:1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카스피 님의 요번 컴은 말썽부리지 않아서,
좋은 글들로 자주 만나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카스피 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2018-01-11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1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2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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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뭐랄까, 지극히 트럼프스러운 책이다.

책 뒤 '글로브앤드메일'의 추천의 글처럼,

'트럼프'를 언급조차 하지 않지만,

지극히 트럼프스러운 발상들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트럼프를 뽑았으며,

어떤 사람들이 그런 미국을 이끌어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처음엔 이 책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글이 쉽게 잘 쓰여져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기 보다는,

이 책에 나오는 여러 명의 추천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외국의 추천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김훈, 홍기빈, 신기주, 정혜윤, 김민섭 등,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사람들까지 이 책에 추천이라니,

잘은 모르지만, 그들의 사회적 정치적 색깔이 다를텐데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런 점을 고려하다보니 아이러니컬하다 싶었다.

 

트럼프스러움을 알기 전엔,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열을 올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힐빌리라는 빈민가 출신의 성공담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찬찬히 읽다보면 아직도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이 왜 이 책에 열을 올리는지 짐작을 할 수 있겠고,

그러고 나니 거품을 걷어내고 과장되지 않게 이 책을 바라볼 수 있겠다.

 

이 책은 그러니까 J.D.밴스의 성공담을 그린 자서전이나 회고록으로 쓰여질게 아니라,

공부법에 관한 책이나 예일 로스쿨 입학에 관한 비법서 정도로 쓰여졌어야 했다, ㅋ~.

힐빌리라는 시골마을 출신의 그가 예일 로스쿨을 다녔다는 것이 '개천에서 용난' 일은 맞지만,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그리하여 그가 실리콘밸리에서 굴지의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 또한 얼마되지 않은 일이다.

아직 그가 정점을 찍었다기보다는 '더 나아지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고,

적어도 이런 자전적인 얘기를 할 수 있기 위해선,

자신도 자식을 낳아 보고 키워보고,

회사도 최근 1, 2년이 아니라 어느 정도 운영해 본 후에야,

뭐라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현실의 그는 올해 30대 초반의, 로스쿨을 졸업한지 얼마 안된 애송이일 뿐이고,

지금 신분 상승하였다고는 하나,

힐벌리를, 자신의 부모를, 부정하고 싶어 하는 현실이고,

그렇다면 훌훌 떨어버려야 하는데,

아직도 악몽에 시달린다.

 

아랫 부분은 좀 번역이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ㆍㆍㆍㆍㆍㆍ나는 해병대에서 익힌 불요불굴의 의지가 몸에 배어 있었다. 강의를 득고, 과제를 하고,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늦지않게 집에 돌아와 자정이 훌쩍 지나도록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조깅을 했다.(296쪽)

'늦지않게 집에 돌아왔고, 자정이 훌쩍 지나도록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도'정도가 되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 사람은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았고 감사하기는 하지만,

'내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 제목처럼 해병으로 복무하면서 많은 것을 터득하게 된다.

이 사람이 계속 힐벌리의 조부모님 밑에 있었다면, 어려운 상황의 악순환은 자명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시기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해병으로 복무하면서 나는 원하는 걸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얻은 게 아니라 계획을 짜고 실행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297쪽)

라고 하고 있다.

 

오바마 경제 정책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건 명확하나, 그 친구는 전혀 그들 축에 들지 않는다. 그의 인생은 오롯이 본인의 선택으로 이뤄낸 것이었으므로, 더 나은 선택을 해야만 인생도 나아질 것이다. 더 나은 선택을 하려거든 우선 대답하기 괴로운 질문을 퍼붓는 환경에 노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백인 노동자들 사이에는 개인의 문제를 사회나 정부 탓으로 돌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도 날로 늘고 있다.

현대 보수파의 미사여구가 그들의 최대 유권자가 겪고 있는 실질적 문제들을 파고들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보수파 세력은 내 또래 청년층에게 취업을 독려하는 대신 사회적 고립을 점진적으로 조장하므로써 그들의 포부를 짓밟았다.

  내 주변에도 건실한 어른으로 성장한 친구들도 있고, 미들타운에 감도는 끔찍한 유혹의 희생자가 되어 너무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되거나 약물에 중독되거나 교도소에 수감된 친구들도 있다. 본인의 삶에 대한 기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누구는 성공한 어른이 됐고, 누구는 실패자가 됐다. 그런데도  낙오자가 된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정부의 실패다'라고 외치는 우파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318쪽)

이런 글들을 읽으면 얼핏,

'이런 사람들도 있으나 자신은 아니다' 라고 얘기하는 듯 여겨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그가 위치적으로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을지라도,

심정적으로는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겉도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가지 더 놀라웠던 사실은,

인맥이라고는 아무것도 내세울게 없는 그가 '인맥'의 중요성을 강하게 언급한다는 점이었다.

우리 주변의 인맥이 실질적인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맥이 있어야 적절한 사람과 연이 닿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중요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인맥이 없으면 모든 걸 혼자서 해내야 한다.ㆍㆍㆍㆍㆍㆍ실력보다 운이 먼저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확실히 그 둘보다 적절한 인맥이 더 낫다.(345~347쪽) 

 

또한 힐빌리를 탈출하고 극복했으며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그가 아직도 과거의 잔상에 머무는 듯한 이런 구절은 좀 놀라웠다.

  좀처럼 보기 힘든 할보의 무너지는 모습에서, 나는 힐빌리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 잘 풀리건 안 풀리건 간에 인생에서 개인의 탓은 어느 정도인가? 대를 거쳐 결점을 물려준 문화와 가족, 자식을 망쳐버린 부모의 탓은 어느 정도인가? 엄마의 인생에서 엄마의 잘못은 얼마나 되는가? 어디까지 비난을 해야 하고 어디서부터 공감을 해야 하는가?

  각자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았다. 엄마의 잘못된 선택이 할보 잘못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말에 지미 삼촌은 순간 발끈했다. "아버지가 베브를 망친 건 아니지. 베브한테 무슨 일이 생겼든 그건 빌어먹을 자기 잘못이라고."(371쪽)

이 구절 바로 밑에 자신의 견해는 반반이라고 밝힌다.

자신의 삶엔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지라도 엄마에게 피해를 준 건 분명하다고.

 

그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공공 정책이나 획기적인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381쪽)

 

힐빌리나 부모와의 연락을 끊은 것을 놓고는 이렇게 자신을 정당화한다.

  브라이언이나 나 같은 사람들이 부모와 연락을 끊는 건 그들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다. 우리는 한순간도 우리 부모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우리가 사랑하는 그들이 변하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은 적도 없다. 오히려 경험으로 터득한 지혜나 법적 조치 때문에 자기보호적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403쪽)

 

J.D.밴스, 본인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하고,

아직도 악몽에 시달린다는데,

우리는 그를 너무 일찍 성공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아닐까?

시기상조라는 말을 어떤 때 쓰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시기상조란 말이 자꾸만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힐빌리'는 '노래'라기보다 '애가'나 '비가'가 되었어야 한다.

아무리 성공을 하였고 그리하여 실리콘밸리 굴지의 투자회사를 운영할 지라도,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힐빌리일 것이고,

그에게는 그런 힐빌리가 영원히 '애가'나 '비가'로 기억될 것이니까 말이다.

 

혹, 나의 이런 평가를 두고 좀 야박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나도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자랐고,

J.D.밴스보다도 나이를 좀 더 먹은 지금까지도 나름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심하게 밝혀보지만 내 경우엔,

어떤 도움의 손길보다는,

심리적인 위안이랄까,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묵묵히 그곳에서 지켜봐주는 지지가 큰 도움이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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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1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12-21 17:27   좋아요 2 | URL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이를 극복했다는 말을 듣는 많은 이들이 과거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여러 경우에 발견하게 되는 것 같네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sslmo 2017-12-22 09:31   좋아요 1 | URL
저도 모든걸 잘해야한다는 ‘망상‘을 극복하고, 느슨해진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일정부분 극복 못한 부분도 있고요.
제가 안타까운건 이 사람 이제 서른 근처인데,
얼마든지 더 날아오를 수 있는 사람을 이정도로 제한시켜버리는 것 같아서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와 관련해서는 말이죠.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 심‘뽀‘는 뭐란 말인지요~^^

북극곰 2017-12-22 20:43   좋아요 0 | URL
관심갖고 있던 책인데 여러 사람의 찬사들보다도 나무꾼 님의 리뷰가 (읽지도 않았지만) 훨씬 와 닿습니다. 그래서 요 책은 그냥 패스할래요! ^*^

sslmo 2017-12-26 10:15   좋아요 0 | URL
제 리뷰 하나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돼요.
전 이 책을 읽는 내내 툴툴거렸어요.
그랬더니 누군가 그러더군요.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은 널렸다~^^

서니데이 2017-12-22 20:4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sslmo 2017-12-26 10:17   좋아요 0 | URL
님이 먼저 축하받으셔야죠.
서니데이 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2017-12-23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6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7-12-28 14:05   좋아요 1 | URL
흠..저는 재미있게 읽었던 책. 이 책을 읽을 무렵에 어찌하다 보니 러스트밸트 지역인 디트로이트와 멤피스에 있었죠. 지역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책...
말씀대로 트럼프 지지자들이죠.
나무꾼님.올 한해도 애 많이쓰셨습니다.
새해도 좋은 글 많이 쓰시고 건강하시길!

sslmo 2017-12-28 15:10   좋아요 1 | URL
저는 저 책이 재미없었다기보다,
한창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를 자꾸만 잡아당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날개를 자꾸 잡아당기는건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본인의 자격지심이라는 느낌.

미국처럼 바삐 돌아가는 나라에선 1년도 대단할 건지 모르겠지만,
저 분이 CEO가 된 것도 일년 남짓이고,
이제 시작이라고,
한참 더 날아오를 수 있다고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그쪽 지역에 계셨다면 그쪽 지역 정서를 이해하기에 참 좋은 책이었겠네요.

전 소싯적에 뉴저지에 머물 일이 있었는데,
항상 시간에 쫒겨서 그런 것도 있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도 있고,
Six flags라는 놀이동산도 한번 가보지 못한 것을,
이제 후회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미래를 꿈꾸기보단 추억을 복기하면서 보내는 날이 많은데,
님이 가끔 올려주시는 페이퍼 그런 의미에서 잘 보고 있습니다.

알케 님도 올 한해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는 하시는 일마다 대박 나시길~!

서니데이 2017-12-31 18:10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새해인사 드리러왔어요.
실감나지는 않지만, 내일부터는 2018년이라고 합니다.
올해도 좋은 이야기, 따뜻한 인사와 마음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건강하고 좋은 날들, 가정과 하시는 일에 기쁜 소식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저녁시간, 그리고 희망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slmo 2018-01-02 09:21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 님도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버지의 유산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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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읽을 책을 어떻게 고르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때 그때 필 꽂히는 대로'이다.

은연중에 내 심리 상태를 반영하게 될텐데,

아무래도 나이를 먹다보니, 나이듦이나 죽음에 관한 책들이 많다.

 

생각나는 것들만 꼽아보자면,

좀 멀게는 '헤닝만켈'의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있고,

최근 것으론,

전설의 편집자라는 '다이애너 애실'의 '어떻게 늙을까'부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내 이름은 루시바턴',

그리고 '필립 로스'의 이 책까지...

핸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이 대기중인데, 딴 책으로 분위기를 전환한 후 돌아와야 겠다.

침잠할까 두렵다.

 

정영목 님의 번역은 믿고 골라읽을 정도이지만,

필립 로스의 경우,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책은 몇 권 소장 중이지만,

읽기는 처음이었다.

 

그동안 나이듦이나 죽음과 관련된 여러 명의 글들을 읽었는데,

본인의 것이 아니고 아버지의 그것인데도 불구하고,

아주 솔직했고,

그리하여 무방비 상태에서 '훅~!'하고 강하고 묵직하게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또 혼자 있었기 때문에 남자답거나 성숙하거나 철학적인 척할 필요 없이, 느끼는 대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었다.(16쪽)

 

필립 로스의 아버지 하먼 로스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어떻게 살았고,

삶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다음의 구절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여자를 원치 않아. 내가 여자를 위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잖아. 나는 여든여섯이야, 하먼." "왜 이래, 나 참, 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누군가하고 즐거운 식사를 하고, 인간다운 사람들과 사귀는 얘기를 하는 거라고." (59쪽)

빌 위버라는 친구와 필립 로스의 아버지가 나누는 대화이다.

내가 만나는 환자들이 어르신들이 많아서 일테지만,

난 빌 위버의 심정도 하먼 로스의 심정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관계를 이어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빌 위버는 관계 자체가 버겁고 힘에 부친다는 얘기일 것이고,

하먼 로스는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것은 아버지 하먼 로스가 남은 노년을 이렇게 보내겠다는 다짐일 수도 있겠다.

 

책을 읽으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필립 로스의 나이는 쉰 살 생일이 언급된 걸로 미루어,

쉰 언저리이고,

우리나라에 좀 늦게 번역되어 나온 것인가 보다.

1933년생으로, 올해 그의 나이가 이 책에 나오는 아버지 나이 정도이다.

 

필립 로스의 다른 글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그를 멋지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마음 씀씀이와 표현력 때문이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빌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자랑스럽게 소곤거렸다. "말 한번 제대로 하는군."

"저 아시잖아요, 빌 - 늘 대중이 바라는 걸 알죠."

"역시 나의 필립이야." 빌은 말하더니 내 손을 잡고 음악가들이 악기를 들고 나타나 자리에 앉아 조율을 시작할 때까지도 놓지 않았다. 빌은 내가 아직도 일곱 살짜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손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일곱 살 때부터 알았기 때문에 손을 잡고 있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나이를 먹었건 얼마든지 내 손을 잡고 있을 권리가 있었다.(64쪽)

 

솔직히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허먼 로스의 죽음이 그리 아프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죽음을 무덤덤하게 넘겼다는 건 아니고,

폭풍 눈물을 흘렸지만, 뭐~ㅠ.ㅠ

 

이 책에 등장하는 상황이 1980년대 상황일듯 하고,

우리의 지금 현실과 비교되어 완전 부러웠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죽음 앞에서 무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주도했듯,

삶이 그러하였듯 죽음을 주도적으로 맞이한다는 것이었다.

 

또 부러웠던 것은 필립 로스 같은 효자 아들을 두었다는 것이고,

 

또 한가지, 허먼 로스가 보험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고 한다지만,

노후 생활이나 치료비나 병원비 따위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랬다.

 

그 상황을 2017년 현재 우리나라로 옮겨 온다고 한다면,

노후 생활자금도 그러하지만,

병원비나 기타 비용 또한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어르신은 많지 않을것이다.

일정 부분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 것이고,

때문에 우리 옛 말에는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도 있는 것일게다

 

필립 로스와 관련하여서도 이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때,

대화를 나눌 친구가 있다는 점에서 부러웠었는데,

이건 필립 로스의 상황을 알게 되어 마음을 고쳐 먹었다.

때론 가까운 사이일수록 나누기 어렵고 껄끄러운 대화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럴때 대화를 나눌 (이성이든 동성이든) 친구가 있다는 건 부러운 일이지만,

관점을 살짝 비틀어 보니까,

이 무렵 필립 로스는 이혼을 하여,

본인의 심장 수술을 할때도 혼자 버텨내야 했던 걸 보면,

배우자나 부모, 자식과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게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어찌 되었건 간에,

이 책의 아버지와 아들을 통틀어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이야기마다- 뉴어크의 다운넥에서 아일랜드인 불량배와 맞서던 이야기든 방과후에 사촌의 대장간에서 일하던 이야기든-의사는 초조함만이 아니라 그에 못지않은 호기심으로 귀를 기울였으며, 친절하게도 아버지가 할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당면한 문제로 방향을 틀었다. 의사는 아버지에게 입천장을 통해 바늘을 찔러넣어, 종양에서 조직을 떼어내는 과정을 한 단계 한 단계 자세히 설명했다.(157쪽)

의사가 아버지가 어떤 얘기를 하든 다 들어줄 정도로,

환자 한명 한명에게 시간을 충분히 배정하고,

환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상세하고 자상하게 설명을 해 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귀가 안 들리지는 않으나,

담 같은 걸 높이 쌓아올리고,

일정 영역 안으로 들어오면,

어느 순간 잽싸게 차단해 버린다.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감정적으로 엮이는 건 사절이다.

 

암튼 허먼 로스, 우리의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품위를 잃지 않고,

잘 살면서 죽음에 잘 다가간다.

 

필립 로스 또한 글의 곳곳에 유머 코드는 장착했지만,

아버지의 삶을 미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잘 그려내고 있다.

그가 아버지의 삶을 미화시키지 않고 곧이곧대로 그려내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 지는,

다음 구절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필립이 꼭 어머니 같아."

  나는 놀랐다. 처음에는 그것보다는 "꼭 아버지 같아"하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아버지의 묘사는 사실 나의 상식적인 기대보다 더 통찰이 있는 것인 동시에, 훨씬 노골적이고, 뻔뻔스럽고, 또 부러울 정도로 자의식 없이 솔직한 것이었다. 그래, 아버지는 늘 나에게 뭔가, 관습적인 미국 아버지가 가르칠 만한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가르칠 만한 것이 아니라, 스포츠가 가르칠 만한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남성이 되는 법 같은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일이지만 허영심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내 소년기 갈망, 교육받지 못한 아버지 대신 현명하고 위엄 있는 아버지가 나타나주기를 바라는 갈망으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상스러운 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나도 모르게 반쯤 창피해하면서도, 동시에 아버지의 공격받기 쉬운 면, 특히 반유대주의적 차별의 표적이 되기 쉬운 면 때문에 아버지와의 유대는 강해지고 아버지를 얕잡아보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는 단단해졌다. 나는 아버지에게 일상어를 배웠다. 아버지 자신이 바로 일상어, 시적이지 않고 표현이 풍부하고 바로 과녁을 노리는 일상어, 그 모든 뻔한 한계와 더불어 그 모든 끈덕진 힘을 지닌 일상어였다.(216쪽)

이 책이 아름다운 것은,

필립 로스의 아버지 허먼 로스가 죽을때까지 삶을 마주 대하는 품위 때문이고,

한가지 더, 필립 로스가 지금 그의 아버지 나이 언저리에 있기 때문이다.

 

돈이나 재산, 부동산 따위가 아니라,

어떤 기질 같은 것을 유산으로 받을 수 있다는 건 어쩜 축복이라는 생각이 드는,

조금은 쌀쌀하고 쓸쓸하기도 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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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5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7-12-16 09:46   좋아요 0 | URL
좋은 말이지? 영광인거네.
우리는 어울려 살게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또 받기도 하고 살아가는 것 같애.
그런데 문득 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는 건,
내가 특별히 영향을 미치는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그대가 똑똑하고 기억력이 좋아서가 아닐까?

난 나이를 먹으면서 좀 느슨해지는 것 같애.
만남이나 모임을 점점 줄이려고 하기도 하지만,
모임 후까지 내가 무슨 얘길했고,
상대방이 무슨 얘길했고,
기억하지도 못 하지만,
기억할 필요도 못 느껴.
그냥 모임 자체를 즐긴다고 해야할까?

내 그대를 애정하는 마음에서 한마디 하자면,
때로는 분석 같은거 하지말고,
‘냅둬, 이대로 살다 죽게‘해봐.
한결 편안하고 살만해진다, ㅋ~.

실상 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일을 하긴 하지만,
일이 너무 힘들어 다른덴 신경 못 쓰는데,
오히려 그게 좋다~^^

마녀고양이 2017-12-19 11:51   좋아요 1 | URL
그렇게 느슨해진다니 반갑다~~~~
우리가 나이를 먹긴 먹는구나, 그것도 잘. ^^

분석이라고 하니 사고적으로 들리지만, 실은 내가 뭘 원하는 건지 인식하는 소리를 듣겠다는 거지.
자기의 특별한 말을 기억하기보다는 독특한 자기의 분위기들, 느낌들.
묘하게 중독적이라서 끊지 못하는. 아하하.

sslmo 2017-12-19 18:24   좋아요 0 | URL
ㅎ,ㅎ...내가 ‘쫌‘ 분위기와 느낌이 있어주시지~^^
난 한때 독특한 분위기와 느낌을 목소리에 축소시켜 적용하려 하고,
그게 컴플렉스였었지.
근데 이제 독특한 분위기와 느낌을 가졌다고 하면 고맙게 받아들여.
뭐, 이 나이쯤이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고치기가 힘드니까 말야.
이젠 컴플렉스를 넘어서, 칭찬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진화 중이라고나 할까?

난 요즘 칭찬 결핍이야, 칭찬 많이 해줘~^^

마녀고양이 2017-12-20 10:17   좋아요 1 | URL
다정함 지적이면서 엉뚱한 매력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서 멋져보이고 따뜻하고 마음 약해서 다른 사람 잘 도와주고, 안 그럴 거 같은데 늘 그 자리에 있어주는게 가장 고마움~~

단발머리 2017-12-15 19:15   좋아요 1 | URL
저도 필 꽂히는 대로 읽는 편이예요. ㅎㅎㅎㅎ 양철나무꾼님도 그러시다니... 전 또 그게 무척 반가워요~~~~~

저도 이 책 읽고 리뷰 써야지 하고 있는데, 먹먹하기도 하고 할 말이 많기도 하고 해서 내내 미루고 있어요.
필립 로스처럼 효자 아들을 두었다는데 허먼 로스에게 축복이다 그런 생각도 들고요.
그의 다른 책에서 그가 그렇게 미워하고 벗어나고자 했던 그 아버지의 인간적인 모습을 이렇게 만나게 되니..
뭐랄까... 무척 복잡한 기분이 들었어요.

죽음과 부모. 부모의 죽음이 던지는 그림자 같은 것 때문에 전.. 조금 어지럽고.. 그렇게 읽었습니다.
좋은 책에 어울리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sslmo 2017-12-16 10:00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이 좋은 리뷰라고 해주셔서, 정말 좋아요.
전 이 책을 blanca님이랑 님 페이퍼를 보고 내처 읽게 됐는데,
님이 왜 필립 로스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아요.
그리고 님이 말씀해주신 복잡한 기분도 충분히 알 것 같고 말이죠.
무엇보다 친정 아버지가 내후년이면 팔십이셔서 더더욱이요.

전 주변에서 어르신들을 많이 봐서 나이듦이나 죽음 따위에 초연할 줄 알았는데,
제 ‘스스로‘가 나이드는걸 곳곳에서 몸으로 느끼게 되는데,
그건 또 속수무책으로, 손 쓸 수 없이 밀려오더군요.

그래도 이런 책을 읽으며,
뭐랄까, 워밍업 한달까,
위안 받는달까 그렇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님의 이 댓글도 참 따땃하게 느껴지는 것이,
무한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__)

sprenown 2017-12-15 19:29   좋아요 1 | URL
품위있는 죽음! 저도 쓸데없는 생명연장장치 쓰지 않고,사랑하는 가족의 배웅을 받고 편하게 죽고싶어요.죽음이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평균수명까지 행복하게 잘살고..돈많은 이건희가 불쌍하죠.

sslmo 2017-12-16 10:12   좋아요 1 | URL
돈많은 이건희가 불쌍하다는 대목에서 살짝 웃었습니다.
돈으로,
이런 저런 기계를 붙여놓고,
기계의 힘으로 버텨내고 있는,
그가 불쌍한거, 맞네요.

돈 많은 사람은,
맘대로 죽을 수 조차 없다고 생각하니, 좀 씁쓸해지기도 하고 말이죠.

전 돈은 많지 않으니 맘대로 죽을 수 있을것 같고,
이제 건강 관리에 힘쓰고 노력할 일만 남았죠.

그런 의미에서,
날도 추운데 옷 뜨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시길~!^^

sprenown 2017-12-16 12:1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나무꾼님도요!

북극곰 2017-12-22 20:47   좋아요 0 | URL
이책이 나왔었군요. 저도 필립 로스 무척 좋아해요. 요즘 연말이라 쇈히 들떠서 책만 지르고 있는데 이 리뷰를 보니 안 담을 수가 옶네요.

sslmo 2017-12-26 10:12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완전 재밌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인간적 고뇌 따위를 실감있게 그려내는 점이 좋았어요.
님도 후회하지는 않으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