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사계 - 자급자족의 즐거움
김소연 지음 / 모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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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무렵 구입은 했었으나 한쪽 구석에 덩치로 쌓아놔 잊혀졌었다.

얼마전 책정리를 하다가 눈에 띄어 읽어 보게 되었는데,

그러고 보면 사람 뿐만 아니라 책도 적당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책들은 사서 쌓아놨다가 잊혀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간간히 간택되는 책이 있는걸 보면 인연 같은게 있기는 한가 보다.

 

책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사람도 그러한데,

때론 엉뚱한 사람이 보고싶어지기도 한다.

엉뚱한 사람이란 옛 사람의 어머니이다.

엉뚱하다고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보고싶었던 적은 한번도 없고,

어머니 같은 경우는 실제로 뵌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블랙커피(원두가 아니라, 그냥 다방커피에서 설탕과 프림을 뺀 그것)를 좋아하신다고 하여,

'블래기'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간혹 안부를 여쭸었는데,

그런 블래기가 꿈에 선명하게 나타나다니 말이다, ㅋ~.

 

처음 이 책을 들였을때는 김진송 님에게 열을 올렸을때라 우리 숲의 나무로 가구 만드는 목수 남편이 멋져보였었다.

책을 읽으면서 먹는 정원을 가꾸고 손으로 만드는 아내로 옮아 갔는데,

사람이 선하니 글이 한없이 착하게 나오는 것 같다.

 

나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자급자족의 삶을 꿈꾸지만,

망설이게 되는게 자급자족을 한다는 이유로 안으로 파고들어 외부와 단절을 하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수작사계'에 나오는 자급자족은 소통과 대화를 표방하고 있어 매력적이다.

여러가지 안을 설명해드리고 적절한 선에서 디자인과 견적의 타협을 보던 날, 협상의 마지막 메일에 그분은 이렇게 썼다.

제 사정에선 상당히 무리해서 주문하지만

금액을 깎아주십사 부탁하기보다는

잘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솔직한 그말에 목수와 나는 마음이 움직였다. 언제나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스스로 목수가 아니라면, 이렇게 좋은 가구를 돈을 주고 사서 쓸 수 있을까? 의자 하나에 수십만 원을 줘야 하는 식탁 세트를 마련할 수 있을까? 이렇게 좋은 나무의 감촉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살고 있는데, 단지 돈이 없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의 기술이 주는 풍요로운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어야 하다니.(269쪽)

이 부분에서 나도 마음이 움직였는데,

이 부부의 가구 값은 차치하고라도,

옛날 옛적 김진송 님의 경우, 목마가 너무 갖고 싶었지만 살인적인 가격에 포기를 했었다.

목마는 일종의 유희이고 사치품이라고 쳐도,

가구가 되더라도 쉽게 지갑을 열게 되진 못할 것 같다.

 

부부는 자신들의 작품을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분들이라고 가구의 허술한 틈, 목수의 채 영글지 않은 손끝을 알아채지 못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장 부부는 진심으로 가구를 환영하고 집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주셨다. 만든 것은 목수지만 완성한 것은 주인장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 오디오장을 보고 잇달아 주문이 들어오기 사작했다. 사람들은 한참 부족한 이 오디오장을 좋아했다. 따뜻해 보인다고 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도 했다. 논리적인 설명이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가구가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사실이다.(56쪽)

나는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해지는 경험을 했다.

가구나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글도 한몫했는데,

이건 그녀의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스승이나 참고서적 따위는 필요없다던 목수가 '조지 나카시마'의 'The Soul of a Tree(나무의 혼)'을 곁에 두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도 참 좋았다.

사진만 보게 될 지라도 나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어졌다.

 

  바느질할 때 내 자리는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 탁자 앞이었다. 흙벽돌에 자연 그대로의 황토를 발라 내부마감을 한 산너울 마을의 집은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한낮에도 약간 어둑했다. 나는 그 아늑한 어둠을 좋아했다. 그 집에서 빛은 상대의 눈이 아프도록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다. 나를 위로해준 빛의 역할은 눈부심보다 따뜻함이었다.

  창가 자리는 따뜻했다. 앵두꽃은 환하게 피어올랐다. 생의 소중한 기억들이 바느질을 통해 오롯이 손끝에 집중됐다. 어느날 인형은 완성되었고 그 자그마한 생명체에 나는 '애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94쪽)

 

  살면서 계절의 영향을 그토록 선명하게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사무실에서 근무할 땐 더위가 살짝 피하고 싶은 대상, 냉방기 리뫀컨으로 멀찍이서 조절할 수 있는 상대였지만 시골 작업실의 더위는 달랐다. 씨름판의 적수 같았다. 때로 질 때도 이길 때도 있지만 어쨌거나 한결같이 내 몸으로 타고 넘어야 했다.(109쪽)

이런 구절은 그녀의 필력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었고,

  그녀들의 말에는 '정말'. '너무' 따위의 강조의 부사가 섞여들지 않았다. 그들은 강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냥, 가끔씩 고개를 흔들었다.

  이 풀이 참 징혀. 입술에 물고 댕기다보믄 살이 닳고 찢어져.

  목소리가 낮아졌다. 별로 크게 떠들 일은 아니라는 듯.(168쪽)

모시를 하는 어머니들을 상대로 '농촌마을 컨설턴트'를 할때의 일화를 적어놓은 것 같은데,

그녀의 글 또한 이를 닮았다.

과장이 없는 것이 소박하고 수수하다.

 대칭,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보완하지 않는다. 오로지 왼쪽과 오른쪽을 똑같이 만들기 위한 보완은 목수에겐 보완이 아니다. 대칭 자체는 목수에게 목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문득 이해했다. 가구를 보는 뷰파인더의 눈은 날카로운 심판관의 눈이 아니었다. 빛을 양껏 받아들일 줄도 절제할 줄도 알며 자유롭게 심도를 조절하는 그 눈은 원칙을 따지는 나의 눈과는 달랐다. 너그러운 그 눈앞에 의자는 자유로워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가구의 틀에 갇히지 않는 가구야말로 목수의 가구라는 것을, 나의 잣대로 잴 수 없는 그만의 날개짓이 있다는 것을 나는 비로소 받아들였다. 이해라는 것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얼마만한 시간이 걸리는 걸까. 아주 조금 비뚜름한 듯 다른 몇 밀리미터, 잴 수 없는 각도의 차이로 빙긋이 웃고 있는 의자의 팔꿈치들이 나를 쿡 찔렀다. 웃음이 났다. 아주 조금 비뚜름한 목수의 성질머리가 거기서 보였다.(211쪽)

목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전체를 보는것 같아서,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번지고 스며 물들듯 조화로운 것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구절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목발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보통 가구는 공간을 실측하는데 목발은 사람을 실측해야 했다. 가구를 원하는 분들은 손을 뻗어 '저기'에 '그것'을 놓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목발이 필요한 이분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셨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목발을 짚고 앞뒤로 걸어 보이셨다. 목발의 머리가 닿는 겨드랑이의 굳은살에 대해 알려주셨다. 걸음의 각도, 집 안팎을 다닐 때의 차이점, 움직일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부위를 알려주는 그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보통 사람들보다 좀 길고 상세한 자기소개를 듣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목발은 정말로 그걸 사용하는 분의 몸이라는 것을.(215쪽)

옛날에 광화문 육교 근처에 가면 '보장구'라고 하여 마네킹 인형을 만드는 재료들로 만든 한 손 모양, 다리 모양들이 쇼윈도우에 진열되어 있었다.

지금은 조금 더 세련되고 의학적인 기능들을 지닌 보장구로 바뀌는 과정에서 없어졌을 지도 모르겠다.

목발 하나 만드는데 이런 정성을 쏟는다는 측면에선 괜찮지만,

목발의 기능적인 측면을 조율하는 건 보장구사(지금도 그런 이름으로 불리우는 지는 모르겠다)들의 몫이다.

적어도 그들과 협력을 하던지,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단축될 수 있었을 것이다.

자급자족이나 수작업이라는 얘기가 혼자 안으로 궁그리는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타인이 아니면서 타인을 이해한다, 알겠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일인지 독선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어찌됐건, 이렇게 아름다운 아내 분의 글을 보는 것만으로 이 책을 읽는 수확이다.

어쩌면 이렇게 수더분한 문체로 가슴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원~(,.) 

이 책 덕분에 오는 겨울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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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놀이 2017-11-07 01:44   좋아요 1 | URL
꼭 봐야지 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애먹고 있던 책이 있었어요. 오늘 여기서 발견해서 뛸듯이 기쁩니다. ‘The soul of a tree‘! 아마 저도 한두해전 ‘수작사계‘에서 이 책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엄청 감사합니다~~

sslmo 2017-11-07 09:3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풀꽃놀이님~^^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책을 찜해 두고...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묘한 인연인것 같습니다.
알라딘 서재가 아니면 경험하기 힘들 인연이고 쾌감이겠죠.
앞으로도 좋은 책, 글들로 아껴 뵙도록 하죠.
제가 오히려 고맙고, 반갑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여려졌다.

마음이 여려져야 하는데,

마음은 빡빡하니 무미건조하기 이를데 없고, 눈만 여려졌다.

 

하루에 한번쯤은 눈물을 쏟아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은데,

어제 아침엔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서 이용마 기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랬고,

(책이 완전 괜찮은가 보다, ㅋ~.)

저녁엔 텔레비전 프로의 임종체험을 보면서 그랬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오늘은 책을 읽다가 그랬다.

책은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몰입할 수 있는 다큐물도 아니었다.

 

 

 수작사계
 김소연 지음 / 모요사 /

 2014년 9월

 

변명을 하자면,

이런 구절이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나는 궁금했다. 목수는 정식으로 목공을 배운 적이 없고 이력으로 보자면 미술을 전공한게 전부인데, 어떻게 이런 의자를 만들 수 있었을까?

목수는 두 가지 대답을 들려주었다. 하나는 의자의 모양에 관해, 또 하나는 만드는 기술에 관해서였다. 모양에 관한 설명은 간단했다.

 "가져온 나무들을 보고 의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에 따르면 나무는 앞으로 만들어질 물건의 모습을 안에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의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은 숨어 있는 모습을 찾아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기 때문에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생각에 잠겼다. 우리의 대화는 살짝 열어둔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침마다 변기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목수의 습관 때문에 매일 우리의 첫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수작사계 31쪽)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상들이 모여서 개인의 삶을 이루는 거라는 숙연함이 눈물을 나게 했달까.

 

별 내용이 아닌 것 같지만,

내가 감동을 먹은 건 이런 구절 때문이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아서 '사람을 선생으로 두지 않는 부류의 목수였다.'는 문장이나 '책은 참고사항이었다'(35쪽)

는 구절로 목수의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목수의 아내마저도

'무엇이든 책으로 배우는 책상물림의 습관은 어려서부터 익힌 것이라 쉽사리 변하지 않아 그 후로도 텃밭과 흙, 정원에 관한 책을 틈틈이 사 보았지만, 매일 밭에 나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책 속의 지식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은 언제부터인가 저절로 알게 되었다.'(42쪽)

라고 하는 것이 내 마음에 꼭 들었다.

나랑 완전 닮음꼴이다, ㅋ~.

나도 마찬가지 이유로 이 책의 목수 내외가 눈물나게 좋았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한참 부족한 이 오디오장을 좋아했다. 따뜻해 보인다고 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도 했다. 논리적인 설명이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가구가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사실이다.(수작사계 56쪽)

언제부턴가 사람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따뜻해 보이는 것이 좋았다.

완벽하진 않아도 소탈하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사람이 있고, 물건이 있고, 글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 화두는 따뜻함 내지는 편안함이고,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 화두는 귀촌 생활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귀촌 생활이 아닌 전원 주택 생활이지만,

뭐, 아무렴 어떻겠는가.

 

내가 요즘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유튜브 프로그램 중에 '서울부부의 귀촌일기'라는 것이 있다.

초보 귀촌인들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잼나게 시청하고 있는데,

첫회부터 꾸준히 보다보니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를 알겠다.

속속들이 다 알진 못하더라도 이런 따뜻함과 편안함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가 있겠다.

오늘은 제룡이라는 친구와의 끈끈한 우정을 보고서 완전 감동을 했다.

그동안 남자들의 우정을 가까이서 보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으레 남자들의 우정은 욕설을 남발하거나 주먹다짐을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이렇게 섬세한 따뜻함이라니,

이런 멋진 남편도, 아내도, 친구도 ,

완전 부러워지는 거라.

 

실은 요즘 나는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라치면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곤 했다.

아들과 대화가 되는 걸 다행으로 여겼다고나 할까.

길거리나 공원, 버스 안에서 보면 욕을 '개XX'따위 접두사처럼 붙여서 사용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의견을 묻거나 설명을 요하는 데도 단답형의 대답으로 끝나서 대화가 단절되는 걸 경험했었다.

 

나이가 먹을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고,

점점 입을 다물어야 하고,

입을 다무는게 미덕처럼 여겨져서,

대화를 나눌 상대를 갖는다는 것,

누군가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걸,

지금도 감사하게 여긴다.

 

하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진다고 매번 이런 책과 영상만 볼 수는 없는 일,

10권까지 산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가 11권이 나와서 완결이다.

지금 4권에서 진도를 못 나가는데,

기회를 만들어 읽어야겠다.

 

 춘추전국이야기 1~11 세트 - 전11권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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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11-02 18:32   좋아요 1 | URL
저도 스케치북을 뚫어지게 보는 편이에요. 화면에 어떤 이미지가 나타나길. 제 생각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겠지만 사물이 주는 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넘 애니미즘 일라나ㅎㅎ; 그런데 이런 태도는 세상을 참 아끼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귀하지 않은 것, 가치 없는 게 없다는.
그런데 백지는 일단 쓰지 않는 이상 글줄 비슷한 것도 안 보여요ㅋ;

sslmo 2017-11-03 13:46   좋아요 1 | URL
넘 애니미즘일것 없습니다, ㅋ~.
저도 모시는 신 있습니다.
북을 토템으로 한다나 뭐라나~(,.)

정말 병적인게 가지고 있는 책들을 읽어야지 하다가도,
신간만 나오면 지름신이 강림하셔서리,
안 읽으면이 아니고 안 사면 미칠것 같습니다~(,.)

sprenown 2017-11-02 20:28   좋아요 1 | URL
저는 나이가 들면서 눈도 여려지고, 마음도 여려 지네요.^^

sslmo 2017-11-03 13:48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면 마음은 눈물에 의해 단련되나 봅니다~^^
미립이 날 그날을 기다리며,
일단은 그저 읽는 수밖에요~(,.)

서니데이 2017-11-03 15:39   좋아요 1 | URL
저 어제 작은 화면으로 제목을 읽었는데, 처음에는 눈이 어려졌다, 라고 읽었어요.
다시 보니 여러졌다, 더라구요. 어쩌면 양철나무꾼님은 예쁜 조카가 있어서, 눈이 어려지고 계실지도요.
바람이 밖에 너무 많이 불어요. 따뜻한 금요일 보내세요.^^

sslmo 2017-11-04 09:50   좋아요 1 | URL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어려졌다‘는 말이 나쁘지 않네요, ㅋ~.

좀 많이 춥고 쌀쌀한 토요일 아침입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자구요, 우리~!
 
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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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서민을 구원했을지는 몰라도, 이 책 '서민 독서-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가 나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누군가 내게 책을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곰곰 생각해 본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서민 님처럼 '독서가 나를 구원했다'는 마음가짐은 아닌 것 같다.

재미있으니까 읽고, 독서만한 소일거리는 없으니까 읽는다.

독서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선 떨지 않고 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하겠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나에게 독서는 그렇게 가변적인 것이다.

 

독서의 힘을 강력하게 믿기는 하지만 '독서만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는 거다.

나 또한 독서의 힘으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음을 알지만,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못한 사람이 되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링컨 전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링컨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꿈을 키울 수는 있지만,

모두가 링컨 같은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책을 읽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고,

책을 읽지 않고,

행동에 옮기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으면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는,

책을 읽지 않고, 행동에 옮기지 않더라도,

안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깊이 생각을 하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책만이 사람을 바꿀 수 있고,

책을 읽어야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은,

선을 위한 독선이고, 책에는 필요악이 되는 것이다.

 

여느 책처럼 재밌게 읽으려고 시작한 책이고,

그래서 이러저러한 책들에 대한 리뷰를 담고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담론을 펼쳐 나가는 방식도 내가 보기엔 좀 억지스러웠다~--;

이는 잘못된 책 선택은 읽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책도 책 나름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좋은 책을 고르는 요령은 무엇일까? 『아침형 인간』같은 자기계발서를 되도록 멀리하고, 소설을 주로 읽기 바란다.(146쪽)

물론 나도 자기계발서 따위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서민 독서'만 하더라도 구태여 분류를 하자면 '소설'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깝지 않겠는가 말이다.

 

위 부분은 맞춤법이 틀렸다.(159쪽 열째줄과 비교)

 

이 책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다.

나와 다르더라도 하나의 논조를 꾸준히 밀고 나가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중할 수 있겠는데,

어느 꼭지에선 이렇게 한 얘기들을 다른 꼭지에선 또 다른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

그의 논조가 무엇인지 헷갈린다.

일관되지 않는다.

 

꼭지를 바꿔 읽을 때마다 가재 편인지, 게 편인지, 또는 새우 편인지,

그도 아니면 히드라ㆍ말미잘 편인지 묻고 싶은걸 참느라 혼났다.

 

좌파도 우파도 아닐 수는 있다.

중립을 지키겠다거나,

또는 중립조차도 편가르는 것이 되니 중립의 편도 들지않겠다고 색을 뺄수는 있지만,

빨강과 파랑을 섞지도 않고 나란히 나열하며 보라가 된다고 하는건,

색의 논리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비교를 할땐, 비교하는 쪽과 당하는 쪽의 기준이 같아야 한다.

얼굴이 이쁜데다가 몸매도 착하다 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책을 읽는 자만이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착하다는건, 근거도 없고 상관관계도 없는 논리의 비약이니까 말이다.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안철수도 책을 열심히 읽은 덕분에 평균 이상의 화술을 구사할 수 있었다. 여기서 선뜻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말이 모호하다고 말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를 질타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철수 화술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비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모호함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건 잘 구사하지 않으면 상대가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라고 알아챌 우려가 있는데, 안철수가 워낙 말을 잘하다 보니 듣는 이로 하여금 "뭔가 있는데 표현을 못하는구나"하고 믿게 만들지 않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안철수가 잦은 부침 속에서도 정치판에 있을 수 있는 비결이고, 이게 가능한 것도 다 그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253쪽)

 

위 부분은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수긍하기가 힘들다.

저 구절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안철수의 화술이 위대해야 하는데,

저자부터가 '그의 말이 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인용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암튼 자기가 읽은 책을 백 퍼센트, 천 퍼센트 활용하여 이런 책을 낼 수 있다니,

이 책의 저자 서민 님은 똑똑한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서민 님의 책들을 좋아했던건 납득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알아먹을 수 있는 글을 써서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처럼 논리 전개가 엉뚱하거나 비약이 심하면,

또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이의에 대해 설명을 하기보다는 일축을 해버리는 상황이라면,

쉽게 맥이 빠지는 고로 재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책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는 명제에서 걸어나와,

책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서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이 분야 저 분야 두루뭉술 펼쳐놓기 보다는,

기생충이나 독서 따위, 님만의 전문 분야를 특화해보는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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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 2017-10-31 20:58   좋아요 0 | URL
안철수 이야기는 대놓고 돌려까고 맥이는 수준이네요... ㅎㅎ

sslmo 2017-11-01 09:07   좋아요 2 | URL
저도 워낙 글을 재밌게 쓰시는 분이라,
유머 코드 장착을 위한 반어법이나 그딴 수사법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바로 전 페이지에 보면,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가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말을 해야 할 때 안 해서 답답함을 주고, 부산 사투리라 좀 투박한 맛은 있을지언정, 안철수의 말이 두서없게 느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라고 하고 있는걸요~.

저도 돌려까고 멕이는 수준이었으면 좋겠습니다~ㅠ.ㅠ

양손잡이 2017-11-01 09:19   좋아요 1 | URL
허걱 그렇군요... 저도 읽어봐야겠숩니다 ㅠ

마태우스 2017-11-02 08:33   좋아요 2 | URL
양철나무꾼님, 서민입니다. 저자가 리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게 좀 찌질해 보일 수 있어서 평소 리뷰를 안보려고 했지만...님의 리뷰를 그만 보고야 말았습니다. 좋은 리뷰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 동의합니다만, 억울한 부분이 있어요. 안철수 얘기는 까려고 쓴 건데, 제가 글을 못써서 전달이 잘 안됐네요. 원래 제 스타일이 띄운 다음에 비꼬는 거라, 이번에도 그렇게 했는데 제대로 안됐군요. 근데 너무 억울해서 댓글 다는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 안철수를 지지한 적이-대통령 후보로서에 국한하자면-단 한 번도 없습니다 ㅜㅜ

sslmo 2017-11-02 09:28   좋아요 2 | URL
그런 작가 분이 이런 귀한 발걸음을 해주시고 무한영광입니다~^^
그러셨군요.
띄운 다음에 비꼬는 스타일 저도 알고 있습죠.
저도 그래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님의 ‘책을 읽으면 말을 잘 할 수 있다‘라는 취지와는 좀 동떨어지게 되어서요.

제가 아는 분이 안철수 님과 군의관 시절 같이 바둑을 두셨대요.
그래서 안철수 님과 친하다면 친하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정치판에 있을 수 있는 비결을 독서보다는 바둑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시더군요, ㅋ~.

2017-10-31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17-11-01 00:55   좋아요 2 | URL
책이 다는 아니죠 책을 읽기만 하지 않고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책을 읽는 게 아주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책이 아닌 사람이나 사회와 부딪히고 살면서 얻는 게 더 많을 테죠 그게 쉽지 않은 사람이 책을 파고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이라고 해서 다 옳은 말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걸 잘 알아봐야 해요


희선

sslmo 2017-11-01 09:22   좋아요 4 | URL
저는 책말고도 세상이나 삶을 낫게 하는 것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접근성이나 편리성에서 책에 밀려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책이 핸드폰에 밀려나고 있구요.

피곤한 사람에겐 한숨 꿀잠이,
허약한사람에겐 적당한 운동이,
힘들고 지친 이에겐 잠깐의 휴식과 위로가 그러하듯이 말이죠~^^

루쉰P 2017-11-01 12:23   좋아요 1 | URL
잘 지내고 계시죠? ㅎ

sslmo 2017-11-01 12:30   좋아요 0 | URL
옴마야~!!!!!!!!!^^
이게 누구래요?
안 죽고 살아게셨습니까?
잘 지내고 계시는거죠?
정말 반갑습니다, 덕분에 오후는 경쾌하게 시작할 수 있겠네요~^^

서니데이 2017-11-01 18:45   좋아요 1 | URL
낮에는 조금 따뜻한 것 같았는데, 해가 지는 시간부터는 차가워지네요.
양철나무꾼님,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sslmo 2017-11-02 09:29   좋아요 1 | URL
오늘은 좀 흐린 것 같은데,
내일 비오고 추워진대요.
월동 준비 해야할까 봐요~--;

AgalmA 2017-11-01 21:46   좋아요 2 | URL
안철수 씨 화법을 너구리 꾀인 것처럼 말하다니ㅎㅎ 책 많이 읽으면 자기 주장을 더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허점이 바로 드러나는데 무슨! 그 모호함은 정치적 야심을 드러내는 노골적인 모호함일 뿐입니다. 책 많이 읽어서라는 건 당치도 않죠. 서민 작가 무리수를 너무 많이 둔 논점입니다.

sslmo 2017-11-02 09:33   좋아요 1 | URL
서민 님께서 제 서재에 친히 방문하시어,
‘안철수 얘기는 까려고 쓴거라고‘ 소상히 밝혀주셨으니 그런가 보다 해야죠.

저는 그게 그렇게도 읽힐 수 있는 문제인지 잘 이해는 안 가지만~--;

AgalmA 2017-11-02 09:42   좋아요 1 | URL
한국인 문해력 떨어진다는 소리 많잖아요. 본의 아니게 오해와 곡해와 오독을 유발하신 듯^^; 저 문장 맥락으로는 납득이 잘 안됐으니깐요..제가 유머력이 딸려서? 허허;;)

2017-11-02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11-02 09:49   좋아요 1 | URL
왜 이러세요ㅎㅎ; 저자가 친히 저러시니 살짝 편 좀 들어드린 것일 뿐ㅎㅎ;;; 양철나무꾼님이 잘못 봤다고 디스를 하려고 저 말 했겠습니까ㅎㅎ

철야하고 1일 1그림 그리고 이제 잘라고요ㅋ
하루 잘 시작하십쇼^^*

2017-11-02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2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7-11-02 10:07   좋아요 2 | URL
서재 다녀왔습니다~--;

꿀잠 주무세요, 꿀잠~^^

2017-11-05 0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6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떻게 늙을까 - 전설적인 편집자 다이애너 애실이 전하는 노년의 꿀팁
다이애너 애실 지음, 노상미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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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방영됐던 공유가 주연했던 드라마 '도깨비'를 보게 되면,

도깨비인 공유는 900살이 넘었는데, 그렇게 오래 사는 걸 죄를 지어 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도깨비 신부가 나타나 가슴팍에 꽂힌 검을 빼줘서 無로 돌아가는게 소원이라고 하게 된다.

 

타나토노트였던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보게 되면,

사형수를 대상으로 임계 체험을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사명감을 가진 한명이 돌아와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가 너무 근사해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밝힌다.

 

하루종일 내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노인들이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당신들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하여 당신들의 나이를 까먹고 살거나 나이값 못하고 사는 사람들은 있어도,

애늙은이처럼 살거나 나이 드는게 좋다는 사람들은 보질 못했다.

 

회고록의 성격을 띤 이 책을 책 뒷표지에 '독보적'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난 이 책보다 '헤닝 만켈'의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더 좋았을 뿐이고~--;

 

암튼 그리하여 노인과 노년에 관하여 나는 알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착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러고 보면 여러 의미에서 내겐 좀 충격적이었던 것도 같다.

40대 후반인 나는 내가 때때로 노년이라고 느끼는데,

(아무리 양보를 해도 내가 하는 어떤 행동들은 중년의 그것이라고 봐 줄 수가 없다~--;)

다이애너 애실은 돌아가실 무렵 어머니를 모시면서 (나이 차이가 한 20세정도 날텐데-어머니가 100세이면 그녀가 80세) 어머니만을 노인이라고 생각한다.

나흘 밤은 어머니와 함께, 사흘 밤은 런던에서 지내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런던으로 돌아온 후 나는 침대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몸이 끔찍이 안 좋았다. 체온이 너무 낮아 체온계가 고장 난 줄 알았다. 하지만 원치 않은 저항이 끝나자 나는 원래의 컨디션을 되찾았고 생활을 상당히 잘 지탱해나갔는데, 노인과 함께 살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어머니에게 맞는 식재료를 사서 요리해 어머니의 식사 시간에 맞춰 먹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정원을 손보면서 나 자신의 일은 한쪽으로 치워 버리는 것이다. 음악도 듣지 않는다. 보청기를 낀 어머니의 귀에는 이상하게 들리니까. 그리고 대화도 거의 어머니의 관심사에 대해서만 한다. 이제 어머니는 더 이상 다른 다른 사람의 필요나 취향에 적응할 수가 없는데다, 내가 어머니 곁에 있는 것은 당신의 필요나 취향을 실컷 충족해주기 위해서니까. 다행히 어머니의 열정적인 취미인 정원일은 나의 관심사이기도 해서 수월했다. 당시 제한된 시력에다 류머티즘에 걸린 손 때문에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뜨개질밖에 없었는데, 어머니의 뜨개질은 대담해서 자주색을 넣을지 말지, 요크에 새로운 패턴을 넣을지 말지를 두고 어머니와 토론하는 일은 정말 재미있었다.(29~30쪽)

 

이 책이 좀 충격적이라고 한 것은 이런 부분을 봐도 알 수 있다.

ㆍㆍㆍㆍㆍㆍ공짜로 얻은 충성은 봉건제도 하에서 두목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나 좋으라고 생긴 허세 가득한 개념이다. 배우자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친절과 배려이지 신의나 충실은 아닌 것 같다. 정절을 안 지킨다고 친절과 배려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자신이 한 말을 지킨다는 의미의 충실함은 존중하지만, 그것을 섹스에 대한 생각과 단단히 결부하는 건 내가 보기엔 짜증나는 일이다.아내는 반드시 남편에게 충실할 의무가 있다는 믿음의 기저에는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깊은 뿌리가 있다.(58~59쪽)

 

21세기를 사는 나도 (고루한줄 알지만~--;) 헤어나오기 쉽지 않은 개념인데, 다이애어 애실은 여유롭고 자유분망하다.

아니 어쩜 나로서는 꼬부랑 깽깽할머니로 늙어죽을때까지 받아들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나는 감정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불같이 달아오르다가 한풀 꺾이고나면,

온기만을 지닌 채로 늙어가기도 하겠지만,

한번에 한 사람이면 족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 관계에서 맺고 끊음은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이애너 애실은 그렇지도 않다.

 

결혼만 안 했다 뿐이지,

60대 이후로 20여년을 함께 산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가 좋아했던 또 다른 여자가 삶이 어려웠던 걸 알고는 삼각관계 비슷한 관계를 유지하는 걸 보면,

그녀를 쿨하다고 표현할 수 있으려나,

나로써는 이해불가이다.

 

내가 보기에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가 젊었을 적보다 훨씬 세련돼서 대다수가 -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은 확실히 그렇다 - 우리 때보다 손윗사람들과 휠씬 잘 지내는 것 같다. 하지만 장담하는데 그들이 우리와 함께 있고 싶어 할 거라 기대하거나 동년배 친구에게 청할 일을 그들에게 청해서는 절대로, 절대로 안 된다. 그들이 너그러이 베푸는 건 뭐든 즐겁게 받으시라.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112~113쪽)

이런 인간 관계는 그녀가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기 때문에 더 명쾌할 수도 있겠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나이나 직책에 따라서 역할이 결정되어 버리기도 한다.

연장자는 되더라도  꼰대는 되지말자고 다짐을 해본다.

 

우물쭈물하다보니 노년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다.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노년이 더 길어질 것이다.

 

삶을 살면서 자연스레 죽음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할텐데,

(하루를 산다는 것은 하루 죽음에 다가간다는 의미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게 미니멀 라이프이다.

이건 삶의 몸집이나 규모에도 적용되지만,

감정적인 면, 마음가짐에도 통용된다.

그걸 그녀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제 나는 인간관계를 깊이 들여다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특히나 남녀관계는. 하지만 사실들은 아직도 알고 싶다.(169쪽)

얘기는 책 얘기로 확장된다.

저 부분에서 사실들이 가리키는 것은 '논픽션'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제니 우글로가 쓴 뷰익의 전기를 언급하는데, 완벽하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작품(172쪽)이라는데 나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헤닝만켈도 얘기했던 옛날에 좋아했던 책들을 다시 읽는 방식을 얘기한다.

 

음악은 보청기 사용등으로 음이 굴절되어 버리면 소음이 되어버린다.

그림은 그런대로 좋은 취미일 거 같고,

그녀 어머니의 좋은 취미이기도 했던 정원가꾸기도 추천한다.

 

아무리 하찮아도 살아있는 것들에서 삶의 진지함을 발견하게 된다.

 

노년이 길어진다는게,

살아있다는게,

축복인지 형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만큼은 후회없이 하루 하루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루 하루의 삶을 예상치 못한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 표지는 나무고사리 그림이란다.

나무고사리를 키워볼 요량으로 주문했더니 10센티도 안 되는 작고 여린 이파리가 왔단다.

 

친구와 이런 얘기를 하면서 웃었다.

꽃은 이쁜데 금세 시들고,

나무는 좋은데 금세 안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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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25 14:52   좋아요 1 | URL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정확히 언제 죽을지 몰라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부고 소식을 접하면 누구나 그런 걱정을 한 번쯤 하게 돼요. 그래서 옛날에 ‘기우’라는 고사성어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17-10-26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6 14:48   좋아요 1 | URL
저는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것을 자연재해로 해석했어요. 그래서 언제 죽을지 몰라서 불안에 떠는 사람을 ‘기우‘에 나오는 걱정하는 사람과 같은 의미로 봤어요. 지금 제가 쓴 댓글을 다시 보니까 사자성어 선택을 잘못했고,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

sprenown 2017-10-25 17:13   좋아요 1 | URL
저도 서서히 노년을 준비 해야할 나이인데..리뷰 잘 읽었습니다. ˝젊은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그 싱싱했던 젊음을 너무 헛되이 보내버렸구나. 아쉬움이 많네요..예전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을 읽었는데 많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없을 순 없겠지만, 연명치료 안하고, 내집에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고통없이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sslmo 2017-10-26 14:48   좋아요 1 | URL
이상은 ‘언젠가는‘ 제 애창곡이예요~^^
가사가 참 좋죠?^^
옛날 스물 근처에선 분위기 잡고 이 노랠 부르면 생각 좀 하는 것 같고 폼 나 보였는데 말예요, ㅋ~.

저는 고통은 차치하고,
얼마가 되어도 좋으니,
주변을 정리하고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럴려면 지금부터 대비해야 되는건가 싶기도 하구요~^^

생각할 꺼리를 주시는 댓글, 감사합니다, 꾸벅~(__)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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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었다.

조카와 소라과자를 까먹으며 소소한 삶의 행복함에 대해서 심도있게 대화를 나누었다.

소라과자의 속성 상 한개의 소라에는 한개의 깨가 일반적인 것이고,

많아도 두개를 넘지 않는데,

세개를 넘어서면 대박,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깨가 세개 이상 대여섯개가 박힐려면 코팅된 설탕시럽이 좀 고여있어야 하는데,

깨가 대여섯개여서 고소함을 더하는데다가,

설탕시럽까지 넉넉하니 달콤하기기도 하니까 말이다.

조카에게 행복한 삶이란 소라과자에 깨가 많이 박힌것이란 얘기다.

 

그런 조카에게 알라딘서재의 대문 프로필을 바꿔볼 요량으로 이모를 그려보라고 했더니 스윽 슥 얼렁뚱땅 그려낸다.

이게 뭐냐고 눈을 흘겼더니,

무릇 그림은 행복한 마음을 담아서 행복함이 배어나게 그려야 한다고 눙을 친다.

너무 잽싸게 그려내 행복함을 담아 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ㅋ~.)

그림 속의 나는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 것이 행복해 보이긴 한다.

 

그리고 이 책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를 만났다.

이 책의 글과 그림들이 조카의 삶과 그림과 닮았다.

조금만 일찍 만났어도 조카에게 무한칭찬을 해줄 수 있었을텐데 싶어 조금 아쉽지만, 뭐~--;

 

이 책은 넷 상에 떠돌던 '행복한 고구마'의 작가가 낸 책이라고 하여 읽게 되었다.

소소하고 재밌다.

웃음을 머금게 되지만,

어떤 건 어이가 없어서 쓴 웃음을 짓게도 된다.

내가 조카와 소라과자를 나눠먹으며 그림을 보고 느꼈던 그런 감정 말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아니 개념을 확장시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소신있게 적고 있다.

소신은 때론 고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관계에 집중하기보다는, 보대낌 속에서의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다는게 멋졌다.

 

예전엔 나도 사회생활을 한다는 명목 하에 어쩔 수 없이,(핑계는~--;)

내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연연했었다.

그러다보니 늘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였고,

매사 안달루시아처럼 전전긍긍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 자신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깨닫고,

나에게, 내 자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자 라고 마음 먹으니까 편안해졌다.

관심종자, '관종'이 아니구선 타인의 삶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

'관종'도 실상 자신이 관심받길 원하는 만큼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 그건 그 사람 마음이지'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56)

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따위에 신경쓰다보면 정작 상대방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집중하지 못하게 되니까 말이다.

 

정작 상대방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내 장점은 뭐고 단점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따위와도 상관없이 '아무거나'를 외치고 있는 내 자신을 목도하는건 좀 씁쓸한 일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도,

삶이 크게 비껴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달았는데,

일찍 깨닫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깨달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도대체 님이 대견하고 멋지다.

책을 읽으면서 무한위로와 힐링이 되는 건 덤이다.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재치있는 내용들이었는데,

삶이여

 

비루함을 견디는 하루를 보내며 '짐승들은 이런 한탄을 하지 않으리라. 그저 주어진 삶을 꿋꿋하게 살아낼 뿐이리라' 마음을 달래던 중. <TV동물농장> 재방송을 무심코 보는데, 하이애나들이 돼지 살점 하나 얻으려고 일인자에게 아양을 떠는 광경이 나왔다. 삶이여ㆍㆍㆍ.(175쪽)

이런 내용은 좀 충격적이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감정을 갖고 아양을 떨기도 하고 한탄을 하기도 한다니 왠지 아이러니컬하다. 

 

알라딘 서재에는 유독 바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가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한때는 내 자신이 타인을 찌르는 바늘이 될 수 있다는 건 생각지도 못하고,

바늘에 찔릴까봐, 아플까봐 두려워하는 오버스러운 감수성을 지녔었는데,

무뎌지기로 마음 먹으니 좀 나아졌다.

도대체 님의 말대로이다.

바늘에 찔리면 '그때',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예술가들은 예술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지도 모르지만, 삶을 잃어버리니까 말이다.

내가 너무 현실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삶이 소외되고 배제된 예술은 사상누각이다.

바늘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예술가들에겐 미안하지만 예술가는 망한 것이다.(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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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18 17:34   좋아요 0 | URL
그림 속 편안해 보이는데요. 조카에게 소라과자 하나 선물하시고 쓰시면 두 사람 모두 좋을까요.^^ 갑자기 딱딱하고 달달한, 인생의 행복을 집에 가는 길에 한 봉지 들고 가고 싶어졌어요.^^
요즘 날씨가 흐리고 좋지 않아요.
양철나무꾼님,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sslmo 2017-10-23 09:01   좋아요 1 | URL
네, 순수하고 맑은 조카랑 있는 시간이 제일 편한 것 같아요.
저절로 무장해제를 하게 되고 말이죠.
의식적인 것은 아니라도 살면서 우린 얼마나 많은 무장을 하게 되는지~.
그 무장 속에 진정한 나는 잃게 되는 것은 아니던지~--;

감기가 된통 걸렸었는데,
된통 앓고 났더니,
오늘은 쾌청입니다, 이제 살만합니다.
님도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cyrus 2017-10-18 17:57   좋아요 1 | URL
소라과자를 먹어봤지만 과자에 박힌 깨가 있는 줄 몰랐어요. 역시 아이들의 관찰력은 어른보다 뛰어나요. 책 56쪽 문장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sslmo 2017-10-23 09:05   좋아요 2 | URL
그쵸?
소라과자에 깨가 박힌건 맛에 예민한 저도 간과한 거였어요, ㅋ~.

저는 서재활동뿐만 아니라 일상을 다 저리 생각하고 살려고 애씁니다.
그러다보니 서재 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 심간 편합니다~^^

세실 2017-10-18 19:56   좋아요 1 | URL
호호 마태우스님이 극찬했던 책이죠?
남일에 덜 신경쓰자 마음 먹고 있어요.
심지어 고3 아들에게도... 공부도 지 스타일대로 한다니..ㅎ
딸이랑 아들이랑 참 많이 달라요.
바늘 찔린 만큼만! 오케이~~
조카가 참 예리한걸요^^

sslmo 2017-10-23 09:12   좋아요 1 | URL
세실 님 댓글보고 찾아보니, 마태우스 님이 상찬하셨네요.
마태우스 님은 지인 찬스 써서 상찬하신것이고,
저는 아무런 이해 관계는 없는데,
행복한 고구마가 좋았어서,
그걸로 미루어 칭찬하고 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읽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거 그건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아드님이 벌써 고3이군요.
세상이 참 빨라요.
언젠가 사진 보니까 세실 님 미모로움을 닮았는지 완전 미남이던데 말예요~^^

나와같다면 2017-10-19 22:18   좋아요 1 | URL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 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양철나무꾼님의 마음을 건드리는 글은 저에게도 같은 울림으로 전해져요..

sslmo 2017-10-23 09:16   좋아요 2 | URL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는 저 구절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구절 같습니다.
저뿐 아니라 님께도 큰 울림을 주는 걸 보면 말예요.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꾸벅~(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