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이 되어 여름 휴가를 다녀왔고,

책 몇권을 이렇게 저렇게 건드리고 있는데,

난독증에 걸린 것마냥 글이 비껴간다.

 

호킹지수 98.5%를 자랑한다던 황금방울새는 내 개인적인 기준으론 뻥인듯

1.5%라고 해도 믿어줄까 말까이고,

'도나타트'의 '황금방울새'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

 

'대지의 기둥'을 '켄 폴릿'의 '20세기 3부작 시리즈' '거인들의 몰락'은 1,2권 완간되었건만

'3부작 시리즈'라는 수식어에 눈이 멀어 여지껏 3부작이 완간되기만 기다리다 며칠전 주문을 넣었다.

 

그리고 '먹는 존재' '읽는 인간'이런 책들도 읽었고,

'야생초밥상'과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를 읽었다.

 

난 일본작가의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오에 겐자부로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그것과 인간으로서 존경을 표하게 되는 것은 다른 일,

제목 또한 내공을 짐작할 수 있게 '읽는 인간'이다.

 

먹는건 숨쉬고 살아가기 위해선 누구라도 해야하는 일이지만,

읽는 건 인간이 먹는 존재와 차별화 될 수 있는 특징이다.

 

살기 어려워지고 각박해진다고 하지만,

그건 알라딘서재를 비껴간 일들로 인식되었었다.

책을 읽는다는건,

등 따숩고 배 부른 후에 충족시킬 수 있는 욕구라고 생각했었다.

 

먹고 살기 위하여,

잠 자고 쉴 시간도 부족한데,

책 읽을 시간이,

또는 독후감이나 리뷰를 끄적거릴 시간이, 어디 있으며,

책 얘기를 빙자하여 노닥거리거나 이웃 서재를 마실 다닐 시간이 어디 있겠나 말이다.

이건 육체나, 정신 모두에 적용되는 말이다.

 

알라딘 서재에 들어와서 책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단순히 그저 '먹는존재'를 넘어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처럼 나이 먹어가고,

깜박깜박 하는 기억력을 붙들어두기 위하여 기록으로 남기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누군가 들어줄 귀를 위하여,

또는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또는 자신의 지적 허영을 과시하기 위해,

또는 파워리뷰어를 가장한 지름신들도 있고,

책 얘기로 위장해서 진심을 알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게 조금조금씩 엮여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더라.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는 박형규 님의 안나 까레니나 한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왜 나만 이토록 아프고,

왜 나만 이렇게 지지리 궁상을 떨면서 사나 하지만,

어떤 의미로든 아프지 않거나 궁상 떨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통각을 느끼는 역치가 다르거나 궁상을 받아들이는 척도가 다를 뿐이지...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책 읽고 글을 쓰고 책이라도 낸다고 하는 사람들은 뭔가 달라야 한다 생각했나 보다, 난.

그래서 실망감이랄까 상실감이 더한가 보다.

책이 삶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글을 써서 반성하고 돌이켜 나아지지 못한다면,

그럴거면,

책은 읽어 모하며...글은 써서 모하냔 말이다.

 

'먹는 존재'와 '읽는 인간'이 달라야 하는 까닭이고,

그동안 나의 난독증의 근원이라면 근원이랄 수 있겠다.

 

 

 

 

 거인들의 몰락 1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거인들의 몰락 2
 켄 폴릿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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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8-20 19:21   좋아요 0 | URL
황금방울새 사놓고 못 읽고 있는데 더 엄두가 안나요~~ ㅎㅎ

sslmo 2015-08-20 21:06   좋아요 0 | URL
도나 타트 이 작가가 되게 철학적으로 글을 써서 켄폴릿과 비교해 보게 됐어요, ㅋ~.
저 지금 1권 후반부로 접어드는데, 막 재밌어져요.
트라이 투해보세요, 아자, 아자~^^

혜덕화 2015-08-20 20:59   좋아요 1 | URL
식욕과 색욕은 인간의 기본 욕망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이 기본이 충족되고 나면
실체 없는 이름-我 , 내가 나라고 생각하고 규정지어 놓은 것들에 얼마나 휘둘리고 사는 지
보게 됩니다.
그것도 나 자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관계 속에서의 나를 실제하는 나로 착각하고 사는 거겠지요.
자신을 바로 보기가 참 어려운 일이구나, 타인의 삶을 통해 다시 느낍니다.

sslmo 2015-08-20 21:17   좋아요 1 | URL
혜덕화 님,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제가 요번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차치해 두기로 하고,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나를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는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아무리 그럴 듯 하게 얘기하는 듯 해도 그런 얘기는 그래서 공허한 법이지요.

cyrus 2015-08-20 20:27   좋아요 1 | URL
저는 글쓰기와 독서가 무조건 인생을 달라지게 만드는 행위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런 생각 속에는 독서를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지성의 독서론을 좋아하지 않아요. 성공에 초점을 맞춘 독서는 억지로 책을 읽게 하는 강제성이 느껴져요. ‘이 책을 읽어야 성공할 수 있어, 성공한 사람은 이런 책을 다 읽더라.’ 오히려 이런 문구가 독서를 멀리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나무꾼님이 독서와 글쓰기에 회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것도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sslmo 2015-08-20 21:32   좋아요 0 | URL
cyrus님, 이지성의 책들은 한권도 읽어보지 못해서 모라고 코멘트하기 어려운데요~--;(아이고, 땀나라~``)
저도 독서와 글쓰기가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보지도 않고,
그런 의도로 하지 않은 말이란걸 님도 잘 알고 계시죠?
제가 얘기하고자 한것은,
말과 행실이 다른 사람,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되지 말도록 노력하자,
아니 적어도...
나를 재는 기준이나 잣대와 다른 사람을 재는 기준이나 잣대에 형평성을 가질려고 노력하자, 는 얘기였어요.

당근,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깜박깜박 하는 기억력을 붙들어 두는 것만으로도 완전 만족하는 단순한 타입이지만서도, ㅋㅋㅋ~.

AgalmA 2015-08-20 21:36   좋아요 0 | URL
<읽는 인간> 나왔을 때 신영복 선생님 <담론> 생각이 떠올랐어요. 세상풍파를 견디며 읽고 쓰며 살아온 거목들의 울림...시간되시면 살짝 비교 말씀도 부탁드립니다^^...혹 모두에게 실례일까요;

sslmo 2015-08-20 21:43   좋아요 0 | URL
언제 시간이 되면 `읽는 인간`도 리뷰로 써볼까요?
오에 겐자부로와 신영복 님은 완전 스타일부터 다르신데,
오에 같은 경우는, 읽는 해와 쓰는 해를 따로 분리해서,
읽는 해에는 2년이고 3년이고 한권을 집중적으로 읽는다고 하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세요.
한권을 읽어도 깊이 읽는 타입이라고 할까요?
책상에 앉아서 완전 몰입하고 연구한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 다음은 이분의 작품을 읽은게 없어서리~ㅠ.ㅠ

반면 신영복 님은 뭐랄까, 바닥을 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 같은게 느껴지죠~^^
팟케스트 방송<담론> 들어보세요, 느끼실 수 있을거예요.

AgalmA 2015-08-20 21:51   좋아요 1 | URL
<담론> 팟캐스트에서 신영복 선생님 목소리 듣고 박원순 시장 목소리랑 비슷하단 생각했어요ㅎ;
오에 겐자부로 책들 읽으면 이 분도 만만찮게 바닥을 친 분이란 생각이 든단 말이죠. 그런데 오에 겐자부로는 아무래도 소설가라서 그럴 테지만, 여유보다는 자신을 첨예함 속에 둔다고 할까요...작가란 무엇인가...참 형벌 같다고 할 밖에.

sslmo 2015-08-20 21:54   좋아요 0 | URL
저도 작가란 무엇인가는 읽었는데...그건 아무래도 인터뷰 집이다 보니 치열하다는 느낌은 안 들더군요.
박원순이라고 하시니 강용석이 떠오르는 것이...ㅋ~.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 봐요~--;

프레이야 2015-08-23 23:31   좋아요 0 | URL
님, 휴가 잘 보내셨어요?
뜬금없이, 좋은 페이퍼에 므쓱해서 인사드려요^^

sslmo 2015-08-27 16:14   좋아요 0 | URL
전 그럼 밤낮없이 불쑥 인사드려야겠네요~^^
카카오스토리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그렇고,
한밤중이나 새벽이어서 알람이 설정되어 있을까봐,
조용히 되돌아나오기도 하는걸요~--;

프레이야 2015-08-27 19:02   좋아요 0 | URL
ㅎㅎ모두 알람 꺼놓으니 신경 안 쓰고 마구 날려도 좋아요 ~^^

yureka01 2015-09-02 12:37   좋아요 0 | URL
깊은 공감 !~~~~~~~~~~~~~~~~~~
 

언젠가 어떤 알라디너가 책 제목만으로도 보고싶어지는 책이 있다고 했는데,

내게 이 책이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말도 좋았고,

'책에 대한 책 이야기'라는 것도 좋았고,

난 책 한권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을 책을 얻게 되는 그런 책읽기를 좋아하는지라,

서른 개의 키워드로 '삼백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 '왜 책고집인가?'라고 묻고,

본문에서 대답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책은 나를 비난하지 않았고, 글은 나를 위로해 줬다!(23쪽)

가 되겠다.

 

20대 이후 10년을 주기로 갖가지 좌절과 불행의 시간을 맞았단다.

20대 말엔 극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나섰다가 나동그라졌고,

30대엔 하필이면 IMF 외환위기의 한 중간에 입시학원을 차렸다가 쫄딱 망했단다.

40대 후반에는 노숙인 인문학에 참여했던 걸 계기로 <빅이슈>라는 노숙인의 생계를 돕는 잡지,

창간 운동을 펼치다가 시쳇말로 모든 걸 날려버렸단다.

 

매번 다른 내용의 좌절이었지만 그때마다 그를 구원해준 건 책읽기와 글쓰기였단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도 만날 수 없어 고립감에 빠져 든 순간,

그가 살아있음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단다.

글쓰기는 고통을 잊게 해주었단다.

눈만 뜨면 도서관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읽은 뒤엔 꼼꼼하게 기록하는,

그렇게 읽고 쓰기를 수년간 반복했단다.

 

블로그에 서평을 꾸준히 올렸던 덕분에 책 열심히 읽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그것이 '도서평론가'라는 이름으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계기가 되어,

그 후 10년 동안 줄기차게 방송활동을 했단다.

 

다시말해, 그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에게 글쓰기는,

'살아있음의 증거'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공부로서의 과정'이며,

인정욕구에 더불어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소통에 대한 의지'이기도 하단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책 표지의 그것처럼 내용은 '훅~!' 와닿았는지 모르겠지만,

찰싹 달라붙는 감칠맛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분명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독자가 모이지만, 모호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비평가만 몰려들 뿐이다.'

하는 '알베르 카뮈'의 <글쓰기의 힘>을 인용하여 그의 입장을 표명하는데,

불필요한 수식을 빼고, 채 정리되지 않은 생각으로 이리저리 비틀고 휘젓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담은 간결한 글을 좋은 글로 친다.(18쪽)

 

결국,

'천천히, 거듭해서, 항상 질문을 던져가며 읽어라'라는,

그가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하게 전달되었지만,

그가 이 책에서 '나를 찾는 책 읽기', '앎을 찾는 책 읽기', '일상의 책 읽기' 라는 목록의 책들은

아쉽게도 내가 읽은 것들과 거의 겹치는 것들이었고,

그렇지 않더라도...책의 내용들을 친절하게 발췌하고 제시하고 있어서 새로울 것이 없었다.

 

알라딘 서재, 이곳의 다른이들 또한 다들 나 정도의 내공은 될 것으로 사료되는 고로,

그렇다면 이 책이 화제가 된 건,

SNS에서 <22인의 대권주자 품인록>과 <10대 그룹 촌철살인 한 줄 평>과 관련해서 였나 보다.

 

최 준영 님은 책고집이라는 둥, 新독서주의라는 둥의 말로 표현하지만,

난 이 책과 관련하여 SNS 이상 떠오르는 것이 없는고로,

이렇게 한마디 하며 마무리해야 겠다.

 

단련은 千日을 하고, 연습은 萬日을 한다.

그러나 승부는 일순간, ㅋ~.

 

 

 

 

 

 

 

 

 

 최준영의 책고집
 최준영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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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8-06 19:0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하루에 책 한 권씩 읽으시는겁니까!!!

sslmo 2015-08-07 12:31   좋아요 0 | URL
아웅, 다락방님, 아니 락방님~!!!(저 요렇게 함 불러보고 싶었어요~^^)
제가 락방 님께 명함을 못 내미는데 무슨 말씀을요~!

전 일주일에 서너권을 읽으려고 하는데,
보통 한권정도 읽을만한 책과, 서너권의 그렇지 않은 책을 추려내는 것 같아요.

집에서 따로 보는 인문서적이나 과학서적은 어떤건 한달, 어떤건 1년도 걸리구요~ㅠ.ㅠ

책읽는나무 2015-08-06 19:16   좋아요 0 | URL
찰싹달라붙는 감칠맛 나는 리뷰 아니 독후감?은 님을 비롯한 알라디너들의 글만큼 좋은 글이 없는 것같사옵니다^^

sslmo 2015-08-07 12:39   좋아요 0 | URL
좋은 글이라고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다른 알라디너의 것은 몰라도,
제것은 형식도 없고, 경계도 없는 것이,
감상문 수준도 아니고,
걍 Feel 충만하여 쓴 느낌 정도라고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공을 안 들인다는 얘긴 아니고,
그때 그 순간의 느낌에 충실하려다가 보니,
나중에 봐서 영 아닌것 같고,
글이 늘어지거나,
그 얘기가 왜 적혀야 하는지 모르겠는 뜬금없는 얘기여도,
오탈자가 뒤늦게 보여도,
퇴고나 교정을 잘 안하게 되더라구요~ㅠ.ㅠ

yureka01 2015-09-02 12:38   좋아요 0 | URL
빌리 조엘..오랜만에 듣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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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이 동네 사람들에게 독서는 새로울 것이 없고,

독서와 대구를 이루는 것이 글쓰기 일텐데,

글쓰기라고 하면 문학작품처럼 거창한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전이라면 일기 쓰기와 편지 쓰기 정도,

요즘으로 치자면 독서 일기나 블로그 관리 따위를 그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정민'의 <오직 독서뿐>을 보면,

책만 읽는 바보로 알려진 이덕무는 독서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하고 있다.

(알라딘서재에도 '만병통치약'이란 멋진 닉을 가진 분이 계시더라, ㅋ~.)

그런데, 독서만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하기(또는 사유하기)와 글쓰기가 적절히 어우러졌을때,

비로소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과 치유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편지글은, 자서전과 마찬가지로 한사람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것으로 읽히는데,

그게 '어느 일부분이냐' 또는 '비교적 긴 시간이냐'가 차이점일 뿐이다.

이런 것들은 그동안 내게 주는 교훈보다 남의 사생활을 엿본다는데서 오는 께름칙함,

사람을 비교의 대상으로 놓고 보는데서 생기는 경쟁의식 따위 때문에,

썩 내키지 않았었다.

더우기 오래전에 쓰여진 편지글이기 때문에,

한분은 초등학교 선생님, 또 한분은 교회의 종치기라고 하셔서,

감동을 주기보다는 고리타분하고 교과서 같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지 모르겠는데,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이오덕 님의 면면을 깨닫고 느꼈다.

사람이 배웠다는게 이런 거구나,

배워서 아는 걸 이렇게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신 분이 계시구나,

그래서 당신의 그것은 소박할지라도 큰 울림을 주는구나, 하는 것들.

 

권정생 님이 고독하고 외롭고 쓸쓸한데다가 가난하고 병까지들어 사람을 싫어했었다는건,

그리하여 그렇게 잔뜩 안으로 움추러든 그를 이오덕 님이 끄집어내주고 어루만져 줬다는 것을,

머리로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마음을 여는 과정을 직접 쓴 편지 글을 통하여 보기 전까지는 실감할 수 없었다.

1년여라는 시간의 경과 동안,

'솔직히 저는 사람이 싫었습니다. 더욱이 거짓말 잘하는 어른은 보기도 싫었습니다.(13쪽,197328일)'

라던 그가,

'아직 친구를 가져 보지 제가 이제야 친구가 어떤 것인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ㆍㆍㆍㆍㆍㆍ저 역시 현주 같은 동생(?) 잃어버리고 싶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숨김없이, 그러나 예의바른 사람 드물 것입니다.(107쪽, 1975년 4월9일)'

라는 변화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오덕 님은 그런 권정생 님에게 항상 위로와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권정생 님이 경험이 없어 놓치는 부분까지 간과하지 않고 세심하게 챙겨주는걸 잊지않는다.

선생님의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 보겠다는 분이 있다니 다행한 일입니다. 책이 나오면 상당한 부수가 나갈 것 같습니다만, 대중들의 유행 취미물이 아니어서 크게 팔리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동화란 것을 심심풀이 오락물로 읽는 백만 명의 독자보다 단 백 명의 가난한, 그러나 슬기로운 어린이들과 진실한 삶을 찾는 젊은이들이 읽어 주는 것이 더욱 기쁘고 보람 있는 것이지요.(58쪽,1974년 4월 30일, 이오덕)

이들의 관계를 보고, 운근성풍(風)고사의 장석과 영인이 생각났다.

1976년 4월에는,

'제가 못 배운 것도, 그리고 가난한 것도, 병든 것도 제 잘못이라면 너무도 억울합니다. 그런데도 역시, 책임은 제게 있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라고 했던 권정생은, 1977년 9월24일에는,

'지금부터라도 저는 인간학을 공부하겠습니다. 한 인간의 선행이나 악행은 모두 그 역사와 사회의 소산물이지 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한 살인 강도가 있었다면 그건 그 사회 모두의 공동 책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라고 발전되고 성숙한 속내를 이오덕에게 내비칠 수 있게 된다.

 

처음엔 이들의 관계가 마냥 부럽기만 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관계란 상호적인거다.

서로가 서로에게 장석이었으니 영인이었을 수 있는거다.

내 주변에 나의 장석과 영인이 없는 것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손내밀어 그들의 장석과 영인이 되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배우지 못한 것이 제일 슬프고 고통스럽습니다. 책 한 권을 읽는데도 사전을 펼쳐 놓고 봐야 되니, 글 한편 쓰는 데야 말할 나위 없지요. 그래도 자꾸 틀립니다. 어려운 말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쉬운 말로 쓰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계속 글은 쓰겠습니다. 앉아서 배길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무엇이곤 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니까요. 아무와 얘기할 것이 없으니, 자연 책에 눈이 가고, 하고 싶은 말을 쓰지 않을 수 없지요.(60쪽, 1974년, 5월6일, 권정생)

 

이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본 문제가 하나 더 있는데, 책의 '교육성'에 관해서이다.

이건 내가 주변에서 '책같은 책을 읽으라'는 충고를 들을때마다 생각해보는 문제이기도 한데,

책이 약이 되고 치유가 되고 한다지만...매번 그런 목적성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냥 책이 좋아서 읽는 것이다.

책에서 뭔가 배울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그냥 시간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동화도 마찬가지이다.

'동화'의 '교육성'에 방점을 찍게 되면,

동화를 통하여 어떤 교육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만 치중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동화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영역이 되어버리는데,

그렇게되면 '다른건 차치하고'라도 창작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상상력을 제한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동화에 대한 '교육성'이란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앞으로는 굳이 동화라는 이름을 의식하지 않고 글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왜 이렇게 부끄러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못 배운 것도, 그리고 가난한 것도, 병든 것도 제 잘못이라면 너무도 억울합니다. 그런데도 역시, 책임은 제게 있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ㆍㆍㆍㆍㆍㆍ(132쪽, 1976년 4월 26일, 권정생)

 

책은 그냥 읽으면 되는 것이지,

책같은 책을 골라 읽으라고 한들 만병통치약이나 치유가 되는 책을 읽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책의 경계가 명확한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대신 이렇게 이오덕 님처럼' 삶이 책'이신 분들을 통하여 저절로 깨우치게 되는게 제대로 된 전인교육이 아닐까 싶다.

 

독서가 곰곰이 생각하기(또는 사유하기), 글쓰기와 적절히 어우러졌을때에라야만,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과 치유책이 될 수 있는 걸 명심하고,

방안에 앉아서 책만 읽지 말 것이고, 이오덕 님처럼 삶에서 실천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져야 겠다.

 

다른 사람들은 손편지 쓰기가 어떻고 로맨틱하고 알콘달콩한 것이 어떻고 하는 이 책을 읽고,

엉뚱한 것을 느껴서 좀 그렇긴 하지만,

 

하나는 제대로된 독서란 삶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에겐 왜 장석과 영인 같은 친구가 없나 한탄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손내밀어 장석과 영인이 되어주고 볼 일이라는 거다.

 

그동안은 책상 앞에 앉아 책만 읽는 다소 소극적인 타입이었는데,

이제 책상에서 일어나 실행으로 옮겨 보아야 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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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04 19:35   좋아요 0 | URL
사유하기와 글쓰기가 일치되는 삶을 산다는 건 참으로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이 두 가지 행위가 서로 어긋나면 그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편이에요. 두 가지 행위가 어긋난 상태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곤란하게 되고, 애써 외면하려고 해요. 하지만 잘못된 격차를 받아들이고, 고쳐나간다면 사유하기와 글쓰기가 일치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sslmo 2015-08-06 17:52   좋아요 0 | URL
뜨끔하고 민감한 사안이예요.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겠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언젠가는 나아지고 발전할 것이고,
그냥 그렇게 외면하면 답보하고 마는 거겠죠, ㅋ~.

AgalmA 2015-08-05 01:45   좋아요 0 | URL
지, 덕, 예는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 글을 통해 또 확인합니다. 항상 실천이 문제겠지만요~_~;
만병통치약님을 기네스님이 치약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고 저도 치약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더라고요ㅎ 그런데, 기네스님이 그렇게 부르시는 특별함을 아끼고자 저는 그렇게 안 부르려고요^^
양철나무꾼님이 원하는 정도는 못 되겠지만 저는 양철나무꾼님의 장석이자 영인 같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더라도.

sslmo 2015-08-06 17:58   좋아요 0 | URL
그거 모르셨죠?
제가 혼자 님 닉을 `아~, 글마`는 말야 할때의 `아글마`로 부르는 거, ㅋ~.

아니, 근데 장석이랑 영인이랑 한꺼번에 다 하시겠다구요?
욕심도 많으셔라.
제가 나무꾼이니까 하나만 하셔도 될거 같은데,
왠지 이리되면, 제가 휘두르는 도끼에 콧등을 베이실까 부들부들 떨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는,,,
아이, 땀나라~``

페크pek0501 2015-08-06 13:58   좋아요 0 | URL
책은 읽어서 뭐하나, 나아지는 게 없는데, 하고 생각했던, 그리고 지금도 의문을 품고 있는 1인으로서
한 말씀 드립니다.
제 친구가 하는 말. - 자기 친척 중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있대요. 박학다식하대요.
그런데 문제는 타인을 이해할 줄도, 배려할 줄도 모르고 자기 중식적으로만 생각하고 이기적이라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자기가 제일 똑똑한 줄 알고 남을 무시한대요.
그렇다면 독서를 해서 무엇하고, 공부를 해서 무엇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거예요.
저도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책을 많이 읽어서 앎과 다르게 생활 속의 사람은 다른 경우를 보거든요.
그래서 책의 가치는 사람을 변화시켜야 한다, 라는 점에서 찾게 되더라고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독서만이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사람을 변화시키지 않는 독서는 오히려 오만함만 갖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독서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만드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sslmo 2015-08-06 18:03   좋아요 0 | URL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 할것 같아요.
님의 댓글이 오히려 저를 겸허하게 만드는 것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독서는 차치하고라도,
공부라는 것이 말이죠, 책 속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오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파킨슨병 이렇게 하면 낫는다 - 꼭 알아야 할 치료법과 생활관리법, 환자 돌보기
조기호 옮김, 사쿠타 마나부 감수 / 리스컴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꼭 알아야 할 치료법과 생활관리법, 환자 돌보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다른 의료 관계 서적에 비해서 턱없이 얇고 일본 사람이 감수(일본 사람이 썼다는 얘기)했다고 해서,

대충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앞으로 이 출판사의 책은 믿고 신뢰하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읽어온 이런 책들은 건강 염려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듯,

대상도 모호하고,

일본 책을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용어도 통일되지 않아 혼란스러웠고,

누구를 독자로 설정하고 만들어지는지도 불명확하고,

때문에 막상 그런 질병에 걸린 환자나 보호자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웠었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그냥 의사의 말만 믿고 따를 수 있었는지 어땠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정보의 홍수라고 할 정도로, 넘쳐나는 시대이니 그런 환자나 보호자들은 없다.

환자나 보호자도 그렇고,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환자 개개인의 기왕력에 맞춰 적응과 금기를 나누고 고려해야 하는데,

 

다른 책들의 경우, 설명이 없이 '~라 카더라'로 기술해 놓고 있고,

그걸 무조건 외우게 되니까 양이 방대해진다.

 

게다가 참 이상한 습성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병은 알리랬다고 하면서,

이 사람 저사람에게 병을 떠벌린다.

그렇게 되면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정확한 의학지식이 아닌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병의 민간 요법까지,

심지어 사돈의 팔촌까지 총출동시킨다.

 

이 책의 좋은 점이기도 한데,

파킨슨병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의 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뇌질환이나 뇌외상으로 흑질이 손상되어 도파민 분비량이 줄어들어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나,

향정신성 약, 위궤양 약, 구토억제제 따위의 부작용으로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러니, 향정신성 약, 위궤양 약, 구토억제제 따위의 복용 여부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필수적인 것이 되는데,

우리는 가족력이나 기왕력에 대해서 소극적이다.

 

파킨슨 병은 다른 노인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해를 거듭하면서 천천히 진행되는 병으로,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상태가 호전되고 증세가 가벼워지는 듯 보일 수도 있다.

약을 사용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고 방치하면 악화된다.

궁극적으로 호전이 아니라 유지를 목표로 한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goal을 너무 높게 잡으면 환자가 쉽게 좌절할 수 있고,

적정 goal을 알아야 가족과 환자가 하나가 되어,

기다리면서 지켜볼 수 있는 부분은 기다리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파킨슨병 약과 함께 사용할 수 없는 약이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

환자 또는 가까운 보호자가 약 이름은 몰라도, 어떤 종류의 약인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환자는 파킨슨병으로 알고 있는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약물 부작용도 있는데,

향정신성은 그렇다고 쳐도,

소화기약이나 위산억제제 변비약 정도는 흔히 아무 생각없이 먹게되는 약이니까 말이다.

 

내가 이 책이 좋은 책이라고 계속 설레발을 치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택해서 꾸준히 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도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고,

작은 동작도 천천히 정성스럽게 하는, 소근육을 사용하는 것은 흔치 않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 중 하나가 목소리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집어내고,

목소리에 이상이 나타날때 당황하지 말고 꾸준히 발성연습을 하라고 권하는 것,

다시말해, 배로 복식호흡을 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웬만해선 쉽지 않은 일이다.

 

파킨슨병 환자와의 대화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서도 자상하게 얘기하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는 이야기할 때 말이 빨라지거나 반대로 도중에 멈춰버리기도 한다. 파킨슨병 환자와 이야기를 나눌때는 묵묵히 듣고만 있거나 그냥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소리를 내서 반응해주도록 한다. '응', '그래서?'와 같이 맞장구를 쳐주면 좋다. 듣는 사람의 이런 반응이 신호가 되어 환자는 이야기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만약 대답이 늦어질 경우에는 재촉하는 표정을 짓지 말고 차분하게 기다려준다.(123쪽)

 

이 책은 파킨스병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유용한 이유이다.

지나친 도움과 간섭은 역효과이니,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환자로선 항상 도와주기만 하면 의지하느라 점점 더 할 수 없게 되거나,

간섭만 하고 있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 질 수도 있고,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너무 가까이 있으면 간과하게 되는 것이 있을 수도 있으며,

너무 멀리 있으면 만일의 사태에 대처하기 어렵다.

자기 생활을 유지하며 환자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끝부분에 정부의 의료지원정책에 대해서 안내되고 있다.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인데도, 이 부분은 우리나라 최근 자료다.

이것마저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니,

그때그때 효용에 맞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나라에는 '대한 파킨슨병협회'가 있으니, 궁금한 자료는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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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8-03 07:5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 지인 한 분이 파킨슨병 투병중인데..
혹시 책에 글루타치온 이야기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sslmo 2015-08-03 09:04   좋아요 0 | URL
아, 혹시 글루타치온 점적 요법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백옥주사로 알려진게 글루타치온이죠.

뭐든지 그렇지만, 몸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잇는게 제일 좋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고,
그걸 보충해줄 방법을 찾는 거겠죠.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다른 사람의 `~카더라`를 믿지 마시고,
그냥 주치의를 믿고 따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비로그인 2015-08-05 20:18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sslmo 2015-08-06 18:05   좋아요 0 | URL
뭘요, 매번 좋은 리뷰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죠~^^
 
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 - 일본 저널리스트가 탐구한 한일 생선 교류의 역사
다케쿠니 도모야스 지음, 오근영 옮김 / 따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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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십수 년전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때,

단지 엄마들 중 나이가 제일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운영위원을 했었고,

덕분인지 때문인지 학교 급식 검수를 했었다.

그때 우리나라 수산업계의 현실이랄까, 실상을 알게 되었지만,

내가 먹는 생선이라고는 갈치와 조개, 오징어, 꽃게가 전부... '훅~' 와닿지 않았었다.

 

이 책은 표지의 그림이 알록달록한데다가,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어느 알라디너의 멋진 서평을 보고 혹하여 읽게 되었다.

 

하지만 예쁜 표지 그림과는 다르게,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일본 저널리스트가 탐구한 '한일 생선 교류의 역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고,

꼼꼼한 인터뷰와 방대한 자료 검색을 무기로,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역사를 더듬어가고 있는 저작을 펴내고 있다고 하여서,

'적어도' 객관적인 분석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나의 느낌을 얘기하자면,

'한일 생선'이라는 수식어만으로 이것을 '교류'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

'교류'라고 하려면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종속되지 않는 대등한 개념일때 성립될 수 있는 것인데,

겉으로는 정치나 이념적, 문화적 내지는 경제적 이익이 개입되지 않은 단어로 가장할지 모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별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교류'라는건 언감생심,

가진 자가 베푸는 생색내기로 비춰질 뿐이었다.

 

책머리에서,

그러나 일부러 부산까지 가서 일본산 먹장어를 먹었다면 그 또한 유쾌한 일이다. 먹장어는 일본 깃발이나 한국 깃발을 세우고 바닷속에서 '자신'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산', '한국산' 따위를 구별하기에 집착하는 존재는 우리 사람들뿐이다. 물고기들 입장에서 보면 어디나 다를 바 없는 그냥 '하나의 바다'인 것이다.(14쪽)

라고 하여 객관적인 분석에 더하여, '적어도'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인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의, 어류학자도 아닌 사람이,

'한일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란 책을 낸 이유가 무엇인지에 한번쯤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겠다.

 

한국 수산물 중에서 중요한 품목은 조기와 명태이다.

물론 식용으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두 생선 다 제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한일 수산물 교류를 얘기하면서 활어, 선어라는 표현을 분명히 하고,

때문에 살아 있는 물고기가 반드시 가장 맛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단지 음식 문화에 대한 자긍심 때문이려니 했다.

하지만 부산 항에선 일본 번호판을 단 차가 운행되지만, 일본에선 한국 번호판을 단 차의 운행이 금지된다는 얘기를 들으니,

얘기하기 껄끄러운 사안을 교묘히 비껴가고 있음을 짐작하겠다.

 

일본 사람이 사람이 쓴 글이니까,

역사적인 문제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수산물의 한국내 수입을 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건 당연지사지만,

한국과 부산을 오가며 수산물 거래를 하고 있다는 한국인 안광국 씨의 목소리를 빌려 얘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ㆍㆍㆍㆍㆍㆍ풍문으로 나도는 이야기 때문에 일본산이라는 이유로 그 상품이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같은 생선이 있을 경우에도 일본산이 아니고 중국산을 구입하려는 분위기 입니다."(56쪽)

안광국 씨가 얘기하는 건 팩트인데,

바로 그 다음 문장에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는 지역의 식품에 대해서 규제가 강화되었다고 하는 걸 보면,

그런 사례가 있다는 건데, 풍문이라고만 할 수 없지 싶다.

 

처음엔 2장의 '먹장어구이의 생활문화사'와 3장의 '임시 수도 부산 피난민의 생활 기록'이 '한일 생선 교류의 역사'와 무슨 관계가 있어 이렇게 앞 부분에 주요하게 배치했나 싶었다.

4장의 '명태와 북어'를 지나,

5장의 '식민지와 학문', 6장의 '일본의 식민지 통치는 무엇을 남겼나'에 이르면 그의 본심을 알 수 있는데,

처음에는 먹장어가 좋아서 먹지는 않았을 것(95쪽)이라고 한다.

전쟁으로 인한 부산에 모여든 피난민들의 생활상을 얘기하며,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아니라, 자본에 의한 지배였다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저인망 어선으로 어린 명태 '노가리'를 어획하는 걸 언급하는데,

성어가 되기까지 보호해야 할 '노가리'까지 어획할 수 있도록 정부(한국수산개발공사)가 허가한 결과 나온 중산이라고 한다. 

 

5장에서 어류학자 정문기와 우치다 게이타로를 비교한다.

정문기를 한국의 어류 연구사의 선구자인듯 추켜 세우다가,

이내 입장을 바꾸어 일본 우치다 게이타로의 연구를 표절, 도용했다고 한다.

 

난 이 의견에 반론을 제기한다.

정문기에게 '현산어보'와 '물명기략'따위의 고문서를 내어주면서 연구해보라고 한 사람은 일본인이었다.

'현산어보'와 '물명기략'은 엄연한 우리 고문서인데, 그들이 우리를 식민지 지배하면서 우리의 고문서까지 무단으로 도용한게 먼저이다.

그렇다면 결국 정약전의 '현산어보'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할 문제이지,

정문기와 우치다 게이타로 둘만을 놓고 표절 운운할 문제는 아니지 싶다.

 

다만 둘의 차이가 있다면,

정문기는 조선총독부에 있었던 것을 부끄러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우치다 게이타로는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

 

한 사람의 주장이나 관점을 내세워, 그것을 객관적인 사실이나 역사인양 과장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선을 위한 위선일 뿐이다.

한쪽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리지 않더라도,

벼는 익으면 제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 법을 알더라.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난류, 그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두고 그는 이렇게 멋지구리하게 얘기한다.

ㆍㆍㆍㆍㆍㆍ물고기들은 변동하는 생태계와 함께 있고, 그 변화는 안에서부터 섬세하게 지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거기에는 '물고기들의 논리'가 있고 '물고기들의 사고'가 있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사람에 갇힌 사고의 틀'을 어떻게 열어갈지 그것이 문제다.(348쪽)

물고기들의 논리나 사고와  사람의 논리나 사고가 별개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궁극엔 결국 같은 것을 지향하니까 말이다.

 

이 말만 놓고 봤을땐 멋진 것 같지만, 책머리의 글상자 내용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일관성이 없다. 본인도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 된다.

 

결국, 일본의 식민 지배를 자본에 의한 지배였다고 정당화하려 한 셈이지만,

그 마저도 일본의 어류학자들과 한국의 어류학자들 마저 외면해버리는, 어설픈...

그런 '~하더라'통신으로 끝나버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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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7-30 22:34   좋아요 1 | URL
음~~~~그러한 책이로군요!
작가가 나빴네요ㅜ
저는 언제부턴가~생선을 잘 안사게 되었어요 이젠 일본산 생선을 수입한다하고 그래서 더더욱 어류쪽엔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한 번씩 사다먹는데 오늘이 그날! 고등어 구워 먹은 날이었네요^^ 먹으면서 요 맛난 것을 왜 못먹게 바다가 오염되게 만들었는지~~쯧쯧 하면서 먹었어요(뭔소린지??ㅜ 제가 지금 잠이 오려고 하나봐요ㅋ)

헌데 한일 생선의 그 교류란게 님의 말씀처럼 과연 있었겠나?딱봐도 의심이 드네요 일본은 그런면에선~~~ㅜㅜ

평안히 주무세요^^♡

sslmo 2015-08-01 14:17   좋아요 1 | URL
현산어보도 그렇고, 이런 분야의 역사서가 왜 일본으로 건너가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고,
저인망 어선으로 치어까지 싹 잡아들여, 연근해에 어족품귀 현상을 낳았는데,
그걸 일제의 침략으로 인한 한국의 발전의 연장선상에서, 한국 수산업의 발전으로 주장하고 있어요.
먹장어도 우리가 먹을때 미개한 사람들이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는 것,
자기네가 먹을 때는 수산물 교역의 발달로 인한 항공운송이 가능해지면서라고 엉뚱한 논리를 내세워요~ㅠ.ㅠ

좀 덥지만, 왠지 즐거운 주말입니다~^^


만병통치약 2015-07-30 22:50   좋아요 2 | URL
이 책이 처음에는 물고기 이야기인줄 알고 읽었는데 점점 이상한 곳으로 빠져들더군요. 표절은 그렇가 치고 일제의 침략에 의해서 한국이 발전했다는 회상. 덕분에 한국수산업이 발달했다는 주장이에요. 묘하게 기분나쁜 책이었어요.

sslmo 2015-08-01 14:19   좋아요 1 | URL
네, 기분 나쁜 책임에는 틀림 없지만,
반드시 보고 배울게 있는 책임에도 틀림이 없어 보였어요.

전 덕분에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트라이 해보고 싶어졌어요, 아흑~!

지금행복하자 2015-07-30 23:28   좋아요 2 | URL
보지말아야할 책이군요 ㅎㅎ

sslmo 2015-08-01 14:20   좋아요 1 | URL
네,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 내지는,
다혈질이신 분들은 금지도서 되겠습니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