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렉터라는 사람이 있다.

토마스 해리슨이 만들어낸 소설 속의 살인마이다.

살인마는 살인마이고 악인은 악인인데 묘한 것이,

마음 속 한켠에선 나도 모르게 동정하는 마음도 조금 있다는 거다.

소설의 흥행에 힘입어 영화로도 나왔었는데,

난 시각적 영상이 주는 충격에는 약하여 몇날 며칠 날밤을 새는 불상사가 생기는 고로 못 봤었고,

책은 끝까지 다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뜨문뜨문 하지만 두번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암튼, 감옥에 갇혔던 그는 신분을 위조해 탈출에 성공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차치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가 어렸을때부터 엄청 똑똑하고 머리가 좋았다든지, 예술적 소양이 뛰어나다든지 따위가 아니라,

그가 감옥에 갇혀 있을때 제일 힘들어 한것이,

예술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는 '억압받는 생활'이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감옥에 갇혀서도 매너리즘에 물들고, 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것이고,

그 사실이 내겐 굉장한 충격이었다.

 

매번 다른 제목, 다른 주제의 책을 읽는데도,

메너리즘과 타성에 빠져 책에서 내가 보고싶은 것들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어쩌지 못하는 중에, 기태완 님을 만났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게 되는 꽃과 나무들에게 관심을 갖고 집어서,

씨실과 날실을 엮듯 종횡으로 넘나든다는게 말로는 쉽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지 싶다.

그것도 수십년을 한결같이 마음을 모두어서니까 말이다.

평상시 나는 우리나라의 옛고전을 읽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는데,

기태완 님은 대학시절 '강희안'의 '양화소록'과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읽고 감동하여,

꽃과 나무를 따라 방방곡곡으로 찾아다니고 한게 벌써 수십년 째란다.

표지에 혹해서 시작하게 되는 책이 있다.

진달래 꽃잎 빛깔과 연두 이파리 빛깔을 닮은 표지를 보자마자 반해서,

속 내용은 어떻든지 상관없다는 심사로 달려들었다.

물론 나름의 단점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꽃과 나무를 중심으로,

고서들을 참고서 삼아 엮다보니 글이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기태완 님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또 이렇게 온갖 고서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을까 생각하면,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지 싶다.

처음 '서향화'로 시작하는데, 요즘 말하는 '천리향'이란다.

'서향화'가 '초사'에 실린 '노갑'인지 의문스럽다고 퉁친다.

여러 고서를 살펴본 후에 서향화가 꽃 문화권으로 들어온 것이 송나라 때인것 같다고 하면서,

왕십붕의 '서향화'라는 시를 제시한다.

ㆍㆍㆍㆍㆍㆍ참으로 한가할 때의 좋은 벗이다. 이른바 쉽게 죽는다는 것은 참으로 맹랑한 말이다. 아! 대개 사물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 만약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빈 산중에서 스스로 피고 스스로 지더라도 끝내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찌 한스럽지 않겠는가? 어찌 원망하지 않겠는가? 강의한, 『양화소록』중에서

강희안과 서향화는 참 친한 사이였나 봅니다. 누구나 서향화 같은 벗을 사귀면 행복할 것입니다.(17쪽)

 

그런데, 한가지 의아한 것이,

21쪽의 '김창업은 서향화의 속명이 정향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정향은 서향화와 다른 나무지만 그 꽃과 향기는 비슷합니다. 자정향紫丁香은 라일락을 한자로 표기한 것입니다.'와 관련하여서이다.

 

언젠가 읽었던 토마스 해리스의 한니발 시리즈(아마 한니발 라이징이었던 것 같다.)에 보면,

거기에 정향이라는게 나오는데, 그때 라일락으로 알아 먹었었다.

그런데, 정황 상 한니발 라이징이라는 책에 사용된 정향은 clove가 아닐까 싶다.

암튼 어디에선 물푸레나무, 어디에선 수수꽃다리 라고 하는데,

도대체 뭐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오얏 이씨입니다."이다.

그렇다면 우리 남편도 자두 나무 아래 노자의 후손이 되는 건가? ㅋㅋㅋ~.

 

여러가지 잘못 알고 있는 이름이 있었고,

파초가 '바나나 나무'란 사실도 고수들이 볼때는 당연하겠지만,

내겐 놀라운 새로움이었다.

 

정향나무라고 해서 한니발 렉터가 떠올랐고,

한니발 렉터 하니까 떠오른 것이,

희대의 살인마, 범죄자, 흉악범이라는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 아니라,

1권 마지막에서 스탈링이랑 송로 버섯과 프랑스 최고급 와인의 만찬을 즐기던 완전 품위있는 모습이었다.

또 한가지 그는 악인이지만, 선량하게 사는 시민, 착한 사람들은 절대 해치지 않았었다.

 

어느 누구는 예술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는 생활을 견딜 수 없어 하는 가 하면,

어느 누구는 대학시절 '강희안'의 '양화소록'과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읽고 감동하여,

꽃과 나무를 따라 방방곡곡으로 찾아다니고 한게 벌써 수십년째란다.

 

그런가하면,

나는 귀와 눈과 다소 착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남들이 볼때 촌스럽고 실력이 형편없더라도,

내 주변의 삶을 반영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예술이 좋다.

예술이라 이름 붙이기 민망하면 그냥 그런대로여도 좋다.

 

산다는 것은 삶의 반영이고 날것일게다.

그리하여 날것일수록 치열하고 생생하듯,

다소 투박하더라도 때로 진심을 반영한다면,

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하고 싶은 얘기는 그러니까,

매너리즘과 타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또한 그렇게 지나가기를 바싹 숨죽이고 엎드려 기다려야 하는 때도 있다는 거다.

언젠가는 비가 그치고 날이 갤거니까 말이다.

 

 

 

 

 

 

 

 

 

 

 꽃, 마주치다 (2014년 세종도서 선정)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11월

 

 

 

 바흐 : 골든베르그 변주곡 [LP]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글렌 굴드 (Gle / CBS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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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7-28 23:12   좋아요 0 | URL
악인에 대한 동정 얘기가 나와서 문득...스탠리 큐브릭 <시계태엽오렌지>가 스쳐갔어요. 예술을 무한히 사랑하지만 악행을 일삼던 알렉스는 감옥에서 비인간적인 계도 실험에 이용되죠.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베토벤을 들으면 구토를 일으키게 되는.... 알렉스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악행의 칼날을 생각하며 잠시 눈을 감습니다....

sslmo 2015-07-29 09:01   좋아요 1 | URL
베르나르 베르베르 타나토노트에 보면 사형수들이 임계체험 실험에 이용되잖아요.
그곳이 너무 좋아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설정, ㅋ~.
아침부터 왜 이렇게 꿀꿀한 애기가 생각나는 것인지...
제 이 짬뽕공 같은 상상력 좀 누가 말려줘요, 플리즈~~~~!!!!

2015-07-29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5-07-29 09:05   좋아요 0 | URL
저는 식물을 좋아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흔히 사람들이 동물은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식물은 소홀히 하는게 싫었달까요.
길들인 것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저의 고약한 강박에 근거하여 말이죠.
근데, 이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좋은 기억을 간작하면 되는거라구요.
그러고 바라보니, 길거리 풀들도 다시 보이지 뭐예요, 히힛~^^
님도 뽀송뽀송한 하루요~^^

세실 2015-07-30 09:45   좋아요 0 | URL
`감옥에 갇혀있을때 제일 힘들어 한것이 예술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는 억압받는 생활이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호흡을 가다듬어 봅니다. 동지애 내지는 동정심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저도 두 가지를 하지 못하면 가장 힘들듯요^^ 특히 책! ㅎㅎ



sslmo 2015-07-30 22:06   좋아요 0 | URL
실은여, 저는 감옥에는 아니어도 제 자신을 집에 며칠쯤 가둬주었음 할때가 있거든요, ㅋ~.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지내고 싶을 때가 있어서 말예요.
근데 다른 건 다 못해도 괜찮은데, 책은 못보면 좀 힘들것 같더라고요.
알라딘 서재 못들어오는 것 하고요, ㅋ~.

한수철 2015-07-30 20:57   좋아요 1 | URL
저는 요새 무기력증? 한 두 달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증상 때문에 힘이 듭니다. 그래서 술을 많이 마시고요. 핑계일까요?^^

...어떻게 해야 활달해질 수 있나요? 의욕 하며...

Juni 2015-07-30 21:14   좋아요 0 | URL
20년째 술을 매일 마시고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억압받습니다!! 그냥 결심하세요 ~~ ^^ 그래야 되지않을까요 !! 오늘이 그날입니다 ㅋ

sslmo 2015-07-30 22:17   좋아요 0 | URL
전 그랬어요.
다 잘할려고 하니까 죽겠더라구요.
저도 잘 못 하는게 있는 평균이하의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니까 홀가분하고 편했어요.
무기력증이 한두달이요?
여기 20년을 마신 쭌천사님도 계시다잖아요.
너무 판에 박힌 말 같지만,
바닥을 쳐봐야,
혹독하게 깨지고 넘어져봐야 일어날 수 있을거예요.

그리고 세상, 활달해야만 살 수 있다고 누가 그래요?
활달하지 않아도 주제파악만 제대로되면 사는데 아무지장 없던데요?

쭌천사님, 반갑습니다.
오늘도 그럼, 음주 댓글? ㅋㅋㅋ
 
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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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것을 할머니ㆍ할아버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못하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 같은데, 처음엔 의아 했었다.

어르신들보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아이들을 이해시키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데 이내 수긍할 수 있었다.

당신들은 세상을 한참 사신 분들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자아와 습관이 형성되어 있는 고로,

대충 알고있는걸 주먹구구식으로 강요해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아웅~그는 이런 진부한 표현은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 할 수 없다, 난 요기까지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저 요건을 충분히 채우고, 거기에 재미는 '옵션'으로 장착한 사람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임금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고 알라딘 서재의 마태우스 '서민'이다.

그의 전작들을 두루 읽은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그래도 그에게 이렇게 호의적이었을지 '솔직히' 알 수 없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010년 알라딘 서재에 둥지를 튼 이후에,

작년에 아들이 고3이어서 뜸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나름 서재활동을 열심히 했었다.

올라오는 많은 이들의 글을 읽었고, 그의 서재 글들도 열심히 읽었었다.

 

이 책이 서평집이니까 알라딘 서재의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을테고 그런 의미에서 새로울게 없어야 하겠지만,

난 두가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고 그를 보는 시선이 하트 뿅뿅하게 바뀌었다.

 

한가지는 이 책이 서평집이라고 하여 알라딘 서재에 올랐던 글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설혹 서재에서 읽었던 글들도 종이로 인쇄되어 책으로 읽게 되니 사유의 깊이와 무게가 달라진다.

 

지난번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를 읽고 리뷰에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그동안 그가 서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중에게 다가가려 하는 노력을,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하려는데서 오는 가벼움이라고 생각했었다.

 

일단, 글의 처음에서 인용했었던 아인슈타인의 말을 전제로 하고,

사람은 자기가 제대로 알아야 다른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는 거고,

어렵게 말하지 않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굳이 아무에게나 그런 친절을 베풀 필요는 없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집 나간 책'이란 책 제목을 출판사에서 정해준 거라고 너스레를 떨고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해할 수 있을 뿐더러 내가 지향하고 싶어하는 독서 활동이다.

독서 활동이라고 하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를 흔히들 혼자만의, 개인적 차원의,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의 입장은 다르다.

제대로 된 독서는 개인만이 아니고, 사회를 향해야 하고,

그러려면 책은 자신만의 공간인 '집을 나가'  세상 속에서 다른 이의 손을 잡을 수 있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단지 책을 읽고 느낌을 기록하는 것을 떠나서,

읽은 느낌과 배운 점이라든지 따위를 자기 것으로 체화하여 다른 이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하고,

자기것으로 체화하였다면 구태여 어려울 필요가 없는 것이고,

그리하여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 내고 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이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두가지를 깨닫고 나니,

그가 달라 보이고, 그의 책이 달리 읽힌다.

그동안 알라딘 서재에 올라오는 리뷰들은 가치가 모호하게 읽혔었는데,

그게 고도의 반어법과 역설법을 구사하였던 것이었다.

작가의 기지를 엿볼 수 있는 문장을 몇 개만 옮겨 보겠다.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의 서평 일부이다.

물론 비판적 팟캐스트들이 존재하지만, 책을 통한 앎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듣는 팟캐스트는 말초신경 수준에서 소비될 뿐, 사회를 바꾸는 에너지로 승화되지 못한다.(77쪽)

 

'오찬호'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서평이다.

그는 이 책에서 오찬호가 책 속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꼬집어 낼 뿐만 아니라, 소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코멘트한다. 기득권이라면 기득권이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는 그가 이런 의견을 내는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저자는 열심히 노력해도 취업이 안 되는 작금의 시대가 20데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KTX승무원들이 약솓대로 정구직이 되고, 쌍용차 파업이 그들의 해고를 막아준다면 장차 정규직이 되고, 쌍용차 파업이 그들의 해고를 막아준다면 장차 직장인이 될 그들의 입지도 더욱 단단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려울수록 연대해야 한다는 말은 당위일뿐, 실제로 실천하기는 힘든 법이다. ㆍㆍㆍㆍㆍㆍ문제는 20대가 아니라 지금의 20대에게 그런 절박한 현실을 물려준 기성세대다. ㆍㆍㆍㆍㆍㆍ저자는 젊은이들의 독서가 자기계발서에 치우치는 점을 우려한다. 그런 류의 책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보다 자신을 채찍질해서 한 발 더 앞서라는 경쟁심만 부추긴다는 것.ㆍㆍㆍㆍㆍㆍ그것은 잘나가는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학생들의 고민인것을ㆍㆍㆍㆍㆍㆍ(82쪽)

 

'남경태'의 '종횡무진 한국사'에선 재치만발 필력을 제대로 과시한다.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청나라를 적대시하는 바람에 초래된 두차례의 호란은 당시 집권층이 생각이라는 걸 하는지 의문을 일으킨다.

지배층이 잘하는게 있기는 하다. 바로 피난. ㆍㆍㆍㆍㆍㆍ조선이 조금 더 일찍 망했더라면, 그래서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졌다면 역사가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빈사 상태에 빠진 조선은 쓸데없이 오래 존속해 결국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게기를 마련해준다.(95~96쪽)

 

로쟈라는 필명을 쓰는 이현우는 고전을 '너무도 유명하지만 아무도 안 읽은 책'으로 정의한다.(212쪽)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뿐, 아무리 못 미더운 의사도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민간요법보다 낫다.(285쪽)

그의 직업적 윤리관이랄까 소신이 돋보여서 멋진 문장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그가 멋지다고 하트 뿅뿅하며 설레발 칠 수 있는 것은,

윤리관이나 소신을 고수해서가 아니라,

황우석 사태 때도 그렇고, 그 후 서평에 언급되는 사안에서도 그렇고,

자신이 틀린 걸 알게 됐을 때 쿨하게 인정하고,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54권 소개되고 있다.

그 중 내가 읽은 것은 20권 정도이고, 한 15권 정도는 읽을려고 쟁여두고 있는 책들이었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나머지 것들도 다 읽어버고 싶단 욕심에 장바구니가 불룩해진다.

여름 휴가때, 길 위에서 고생하지 말고 책이나 열심히 읽어야 겠다.

'집나간 책'이고 '나의 휴가 계획'되어 주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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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는다는 것, 배운다는 것에 대해서
    from 공 음 미 문 2015-07-26 11:55 
    양철나무꾼님이 서민 <집나간 책> 리뷰 마지막에, 여름 휴가책으로 책을 잔뜩 챙기셨다는 얘기에 미소를 지었다.집 나가서 집 나간 책을 읽는다...굉장히 역설적인 재미를 주는 말이라 생각을 더 키워보면, 자신의 앎 속에서 벗어나 앎을 찾을 때 우리는 굉장한 장소에 도착할 지도 모른다. 원했던 것과 다른 장소일지라도...이건 소설가들이 말하던 그런 상황 같기도 하다.댓글을 쓰다 지우고 내 서재로 가져온 동기는 다음 문장 때문이다."내가
 
 
AgalmA 2015-07-26 11:27   좋아요 0 | URL
댓글쓰다 제 서재로 가져 갑니다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11:28   좋아요 0 | URL
집 나간 책.. 아무리 생각해도 절묘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테우스 님이 아니라 출판사 작명이었군요... ㅎㅎㅎㅎㅎㅎ.
제목만 보고 사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이 딱 그렇습니다.

sslmo 2015-07-29 09:06   좋아요 0 | URL
전 제목만 보고 사고싶은 책, 표지만 보고 사고싶은 책,
그렇게 따지면...집을 팔아야 한답니다, ㅋ~.

책읽는나무 2015-07-26 16:15   좋아요 0 | URL
저 이책 제목 도서관에서 봤는뎅~
부지런히 책을 내시고 계시구나!!
생각만!! 다른책들을 너무 많이 빌려 차마 못빌렸건만 또 님때문에 읽어야하는거지요?^^
아아~~책이 쌓여만 갑니당!!!ㅜ

sslmo 2015-07-29 09:08   좋아요 0 | URL
저 때문이 아닙니다여~!
이 책을 펼치시는 순간, 서민 님이 추천하시는 54권의 책 목록이 님의 보관함으로 쪼로록 옮겨갈 테니까요~^^

프레이야 2015-07-26 21:01   좋아요 0 | URL
이 책 리뷰를 여기저기서 봤는데 드디어 양철나무꾼님 리뷰로 담아갑니다. 54권의 책, 저는 또 얼마나 장바구니가 불룩해질지 기대하면서요.

sslmo 2015-07-29 09:11   좋아요 0 | URL
부비 부비~(( ))
이렇게 댓글로 만나게 되니 더 반가운걸요~^^
님의 리뷰들도 제게는 완전 지름신이거덩요, ㅋㅋㅋ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 시가 먹은 에세이
김준 지음 / 글길나루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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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도꼭지는 올드한 별명이고,

요즘은 울 때마다 벌금을 내서,

제대로 벌금을 내려면 집을 팔아야 할 정도라고 하여 ‘집.파.녀.’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어가진 고로,

이런 최루성 글은 잘 안 읽는다.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하는 제목만 보고 건강 서적이나 심리학 서적인줄 알고 집어 들었는데,

감정의 과잉이다 싶으면서도,

묘하게 중독되어 내려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여러 권의 시집을 내고, 각종 문학상을 휩쓴 내공 탓인가 보다.

 

그동안 시인이란 사람들에게 감성과 feel 충만한 사람들이란 선입견과 더불어,

그 감성을 절제할 줄 알고 그리하여 글을 아끼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자전적 에세이라는걸 알았으면서도,

글을 통해 감정을 고이지 않게 풀어내는걸 기대했었고,

그래서 감정이 헤프다고 툴툴거렸는지도 모르겠다.

 

글이 아름다웠고,

아름다워서 오히려 슬프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읽는 내내 슬픔 속에 침잠하여 내가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것도 잠시,

 

고백하자면 작가와 똑같은 처지였던 나는,

작가가 느낀 슬픔의 근원과 똑같은 슬픔을 느낄 수 있는 고로,

눈물을 흩뿌려야 하겠지만,

 

타인의 슬픔이나 아픔을 가지고는 수도꼭지도 되고 집.파.녀도 되는 나이지만,

내 자신의 일로는 눈물 흘려본 적이 없는지라,

이렇게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작가가 부럽다면서 시큰둥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명치 끝 어딘가가 딱딱하고 묵직하게 아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가 갖지 못한 많은 것 중에서 제일 부러운 엄마란 이름이 내겐 보고픔으로 오늘도 고여서 비가 되려나 보다."

 

 

                                                                                                                                            (21쪽)

감정의 과잉이다 싶기도 했다가,

이런 글을 통해서라도,

자신에게 치유가, 글을 읽는 이에겐 위로가 된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가,

감정이 널을 뛰었다.

 

어린 시절의 결핍과 결여가,

그 결핍과 결여가 불러온 외로움과 가난이 글의 원천이라고 한다니 부러웠다가도,

어린 나이에 외로웠고 배가 고팠을 그를 나는 짐작할 수 있겠는지라,

그 아픔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져 왔고,

난 글을 못 써도 좋고 감정이 무뎌도 좋으니,

평생 외롭거나 고프지 않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이런 나를 끝내 울리고 말았던 부분은,

햄버거 집에서 아르바이트 할때 버려진 감자를 구워 먹으면서,

길에서 주워먹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하는 부분이었다.

 

마리앙토와네뜨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

배가 고프다는 이들을 향하여,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 하며 툴툴거리고 싶었지만,

내게 오롯이 전해져 어쩌지 못했었다.

 

내 자신의 일로는 울어본 적이 없다는 말은,

허물어지고 싶지 않다는 말이랑 이음동의어이다.

한번 그렇게 허물어지면,

아무리 단단한 둑일지라도 그렇게 터져 버리면, 감당할 수 없을테니까 말이다.

 

이건 나를 대입시켰을때의 생각이고,

그를 향하여서는,

그가 그토록 외롭고 아팠기에,

그것들을 모두어 표지 그림처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러니 글을 쓸 수 있는 그가,

외롭고 아팠던 기억 속에 침잠하지 않고,

이렇게 글로, 시로, 치환시킬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 혼자만 '나만 왜?'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내고 표현할 수 없어서 그렇지,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이렇게 아픈 내가 있고,

내가 이렇게 아픈 그 시간에 그렇게 아픈 수많은 그대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배고픔은 참을 수 있었다. 구멍 난 양말도 참을 수 있었다. 그런 것은 생활이란 것이고, 그런 것은 언제나 이겨 낼 수 있는 그저 시간이다. 실내화가 없어 구멍 난 양말 사이로 발가락에 나무 바닥에서 튕긴 가시가 박혀도 그런 것은 그저 상처였다.ㆍㆍㆍㆍㆍㆍ상처는 아물지만 보고픔은, 기다림은, 그리고 남겨져서 슬픈 그리움은 아물지 않는다.(32쪽)

 

이 책이 좋은 것은,

이런 감정들로 나에게 카타르시스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고,

그런 감정들을 잘만 다스리면,

늘 그렇듯이 감정의 정화와 더불어 마음을 순하게 만들어 주어서 이다.

 

부디, 그가 상처 속에 침몰하지 말고,

상처를 잘 치유하여 더 단단한 옹이를 만들 수 있기를,

그렇게 그렇게 거듭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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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7-24 20:22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있는 것 같은데 시간내서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님 좋은하루되세요

sslmo 2015-07-26 09:50   좋아요 1 | URL
님도 좋은 주말 되새요~^^
 
프렌치토스트 & 핫 샌드위치 - 촉촉하고 부드럽게, 건강하고 실속 있게
미나구치 나호코 지음, 안미현 옮김 / 리스컴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요즘 대세인 먹방, 쿡방에 뒤늦게 편승하려는듯,

이런 종류의 책을 열심히 사들이고 있는데,

막상 책을 펼치면,

내가 화보집을 구입한건가, 자료집을 구입한 건가, 또는 내가 이들의 호작질에 들러리를 서는 건 아닌가,

후회막심이곤 했다.

더우기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일본 푸드코디네이터가 쓴 책인줄 몰랐으니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난 지금,

일본 푸드코디네이터라는걸 알았다 하더라도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작용했을 것 같고,

결국 엉뚱한 기우로 판명났을 게 뻔 하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푸드코디네이터 외에,

아웃도어 쿠킹요리의 1인자라는 것이 한몫했을 것 같은데,

"간단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요리, 즐겁게 만드는 요리 레시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수사가 무색하지 않았다.

다시말해 따라하기 쉬웠고, 아무렇게나 뚝딱 만들어도 맛이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궁금한게 있었는데, '프렌치 토스트'라는 제목과 관련하여서 이다.

왜 프렌치 토스트라고 하는 지 알 수 없었으나,

그보다 먼저 궁금한게 밥은 알맞은 분량으로 지어 먹을 수 있지만,

빵은 어느 정도 크기로 만들어야지 안 그러면 다 타버리고,

마리앙토와네트 시절엔 베르사이유 궁전에 화장실이 하나도 없었으며,

바닥이 온통 오물이어서 피할 목적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이힐을 신었다는데,

위생 상태가 그 정도이면 금방 부패했을거고 그렇지 않으면 딱딱한 하드 브레드 상태였을텐데,

어찌 먹고 살았을까 하는 거였다.

백성들도 다들 마리앙토와네트를 닮아 빵이 없어 배 고프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 하는 수준이었을까?

 

그런데 이 책에서 '프렌치 토스트'의 연원을 알 수 있겠더라.

프렌치토스트라는 것은 달걀물에 적셔서 구운 것을 얘기하고,

핫샌드위치는 속재료를 넣어 구운 것을 지칭한단다.

딱딱해진 빵을 달걀 우유물에 넣어 재워놓았다가,

후라이팬에 구우면서 그 위에 토핑을 얹으면 토스트이고,

핫 샌드위치도 굽는건 프렌치토스트와 같지만,

재료를 사이에 넣어 먹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렌치토스트가 휴일의 여유로움을 느끼기 위한 식사라는 건 어폐가 있다.

우아하게 즐기는 것은 좀 그렇고,

메이플시럽만 얹거나 간편한 토핑만을 얹어서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는 의미이겠다.

핫샌드위치도 마찬가지이다.

냉장고 속에 자투리 채소나 재료들을 이용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빵 사이에 끼워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이런저런 재료를 넣고 아무렇게나 만들어 먹던, 이름하여 퓨젼요리와 비슷한데,

그런 퓨전요리가 좋은 것은 영혼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고,

그리하여 얻게 되는 즐거움은 덤이다.

       새우 아보카도 샌드위치                      볶음국수  샌드위치 

       전갱이튀김  샌드위치                         마파가지  샌드위치 

       나폴리탄 스파게티&오믈렛  샌드위치    장어구이오이 샌드위치

       일본식 치킨 샌드위치                         불고기 샌드위치

 

개인 적인 생각으로, 위의 것들은 재료가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지만,

럭셔리해서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을 것 같고,

게다가 음식의 궁합을 생각할 수 있는 점에서도 좋았다.

음식을 제대로 잘 어울려 먹는 것만으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니까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난 새우와 아보카도, 오이와 장어의 조합을 눈여겨 봤다. 

  갈릭스테이크 샌드위치,   돼지고기조림샌드위치,          중국풍 햄오이 샌드위치,

  고등어통조림샌드위치,    김치 샌드위치,                     어육소시지 샌드위치,

  초코 마시멜로 샌드위치,  커스터드 크림과일 샌드위치,  딸기 단팥샌드위치

 

 

요번 사진에 나와있는 샌드위치들은, 위의 것보다는 좀 더 구하기 쉬운 재료들이다.

겉으로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 것들도 속재료와 스프레드를 어떤 것들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

제일 윗줄의 '중국풍 햄 오이 샌드위치'가 그런 예이다.

둘째줄의 고등어통조림은 버터와 마요네즈를 스프레드로 쓰고 속재료로 채썬 양상추를 올렸다.

아랫줄의 두두개는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하나는 머스터드를, 하나는 단팥을 스프레드로 사용했다.

단팥을 스프레드로 사용한 건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든다.

생각을 고착시킬 필요가 없다.

발상을 전환하기에 따라 우리는 얼마든지,

새롭고 유니크해 질 수 있다.

 

고이면 썩고 뭉치면 굳어 버리는 것은 만고불변의 이치인 동시에,

우리가 지양해야될 모토이다.

 

생각과 발상을 유연하게 하면,

삶 또한 부드럽고 유연해진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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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5-07-21 15:28   좋아요 1 | URL
지금 막 배가 고파서 뭘 먹을까 했는데, 샌드위치 먹어야겠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sslmo 2015-07-23 18:46   좋아요 1 | URL
오늘은 중복이라는데, 땀 대신 비가 주룩주룩내려요.
맛난 보양식 드셔요~^^

책읽는나무 2015-07-21 15:47   좋아요 2 | URL
프렌치토스트~~달걀물에 적신 토스트였군요?제가 프렌치토스트를 즐겨하고 있었네요?ㅋ

샌드위치에 장어가????보양식 토스트??ㅋ 장어 좋아하는 신랑이랑 아들한테 장어샌드위치를 한 번 해줘봐??생각하고 웃었습니다^^
생각과 발상을 유연하게 하면 삶 또한 부드럽고 유연해진다는 님의 마지막 문구를 보니 아까까지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씩 풀려갑니다ㅋ
장어 샌드위치를 막 상상하면서 갑자기 웃겨 이미 좀 풀렸달까요??^^
노래도 한 몫 했어요 시원한 가창력 좋아요
감사합니다^^

sslmo 2015-07-23 18:49   좋아요 0 | URL
전 식빵 한봉지를 사면 그냥 맨입으로 반정도는 먹게 되더라구요.
먹다 먹다 지겨우면 냉동실에 얼리고,
그랬다가 꺼낸걸 달걀 입혀 구워 먹어요.
샌드위치나 럭셔리 토스트, 언감생심입니다여~^^

노래까지 들어주시고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여~ㅅ!

지금행복하자 2015-07-21 16:56   좋아요 1 | URL
샌드위치가 넘 럭셔리해요 ㅎㅎ
프렌치 토스트는 계란. 우유에 적셔 구워놓고 설탕 뿌려 먹어야 젤 맛있어요 ㅎㅎ
어렸을 때 엄마가 많이 해 준 간식이에요 ㅎㅎ

sslmo 2015-07-23 18:50   좋아요 0 | URL
전 버터만 넣어서 약간 짭쪼름하게...ㅋ~.
기분조으면 딸기잼을 얹어 먹습니다~^^

단발머리 2015-07-21 19:14   좋아요 1 | URL
전 프렌치 토스트 위에 치즈랑 슬라이스 햄 올리고 딸기쨈을 발라먹는데요.
정체 불명인데 아이들이 좋아해요.
얘들아, 미안하다@@

sslmo 2015-07-23 18:51   좋아요 1 | URL
치즈랑 햄까지면 완전 럭셔리죠~^^
정체 불명이라뇨?
퓨전이라니까요~ㅅ!

수이 2015-07-21 19:49   좋아요 2 | URL
새롭고 유니크하게_
요렇게 해봐야지_ 하고 샌드위치를 마구마구 조각내고 있습니다;;
근데 팔기에는 아직 뭔가 좀 거시기한 이 묘한 조합;;;;;;;;;;;;;;;

단발머리 2015-07-23 18:53   좋아요 1 | URL
제가 먹어보고 친절한 감상평 드릴 수 있는데... 멀리 계셔서 아쉽네요.ㅋㅎㅎ

sslmo 2015-07-23 18:53   좋아요 3 | URL
야나님의 가게는 보나마나 완전 대박입니다여~ㅅ!

이렇게 열의를 보이시니, 안될 턱이 있습니까여?

어여 개업하셔요, 야나 님표 샌드위치, 토스트, 커피랑 먹고파요~^^

비로그인 2015-07-21 20:00   좋아요 0 | URL
무궁무진한 재료들에 신선한 조합이군요!

sslmo 2015-07-23 18:54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완전 눈이 호강이예요~^^

2015-07-22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3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발원 2 - 요석 그리고 원효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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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본 아베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 등을 행사하는 안보관련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는데요, 전쟁의 참상을 몸소 겪은 87세의 할머니 자이이 아사코씨가 이에 항의해서 아베 총리에게 보낸 손편지에 적힌 말입니다. 자이이 할머니는 70년전 고베 대공습 때 집이 두 차례나 불타고 남편이 부상에 시달리는 등 참혹한 '진짜 전쟁'을 체험한 세대입니다. 자이이 할머니는 "전쟁으로 희생된 시민들의 슬픔을 지위가 높은 분은 알 수 없는 건가, 전쟁을 겪어본 사람들이 줄어 들면서 평화가 흔들리고 있다"며, '다리가 아파서 반대시위에 참여할 수 없어 대신 손편지를 보내 항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침 신동호의 '시선집중'을 듣는데, '말과 말' 코너에 이런 얘기가 나왔었다.

며칠에 걸쳐 김선우의 '발원1, 2'을 읽었다.

그동안 그녀의 작품들은 내게 들쭉날쭉해서,

시집<나의 무한한 혁명에게>같은 경우에는 무한감동을 받았다고 설레발을 쳤었지만,

수필이나 소설들은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불교신문이 공동으로 "세상에 두루 힘이 되는 이야기"라는 기획의도로 요청해,

연재되었던 것을 거듭 퇴고 해서 이 책이 되었다는데,

그동안 광고를 통해 몇 번 만났지만, 비껴갔었다.

그러다가 알라딘 서재 이웃의 페이퍼 글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시작하게 되었다.

 

읽으면서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었다.

발원의 뜻이, '어떠한 일을 바라고 원하는 생각을 내는 것'이라는 뜻 말고도,

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구제하고자 다짐하는 맹세, 또는 부처나 보살에게 소원을 비는 것을 뜻하는 종교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는데,

내가 그녀가 여자 작가라는 선입견을 갖고 시작해서 그랬는지,

그녀가 요석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요석을 대등하게 내세운 이유를 잡아내지 못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이 책의 작중화자라고 생각하고 감정이입했던, 원효의 그것과 일치되지 않다보니,

글에서 느껴지는 임팩트가 약했다.

 

읽는 내내...뭔가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는데,

2권 말미에서 '강신주의 해제'를 만나면서 이유를 깨닫게 되었고,

그렇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충분히 채워지니,

하나의 좋은, 아니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종교와 정치는 전혀 다른 얘기인듯 보이지만,

어찌보면 같은 얘기이다.

삶과 죽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종교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고도의 복선을 깔아,

개연성과 핍진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음은 물론,

작품 구성면에 있어서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에 이르기까지 적절하게 안배하였고,

등장인물에 있어서도, 대칭과 대조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균형과 조화를 맞추려 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일례로,

원효는 불교를 새로 빛나게 한다는 뜻의 법명이고,

당시 사람들은 새벽(旦)이라는 뜻의 우리말로 불렀다고 한다.

 

그런 원효와 대조를 이루기 위해서 그랬으리라 예상되는데,

원래 아름다울옥'요', 돌 '석'자를 쓴다고 문헌에 나와 있는 '요석(瑤石)'이

이야기 속에서 빛날 '요', 저녁 '석'자를 쓰는 '요석(曜夕)으로 바뀐다.

 

6두품의 원효를 처음 화랑에 뜻을 두었으나 끝내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캐릭터로 만든 것이나,

살생을 하지 않는다는 계율을 들어 전시에 앞장 서서 나라를 지키는 화랑과 대립 각을 세운 것은,

소설의 재미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와 종교는 모두 어떤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 일반 서민을 위한 것이라는 걸 두드러지게 하기 위한 장치쯤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여왕이,

"비두 벌판에서 내가 너를 구해 주었다는 것을 잊지 마라. 나는 계산이 분명한 사람이다."라고 하는 장면에선,

현실의 누군가가 오버랩 되어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처음에 원효에게 관대하고 넉넉했으며 요석을 자신의 곁에 두고 시중을 들게 했던 여왕은,

나중에 원효를 전쟁에 승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요석을 이용하는데,

지독하게 정략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이 있는데,

요석을 곁에 두고, 이용하기도 했던 그 여왕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첨성대와 황룡사ㆍ분황사를 만든 것은 선덕 여왕이고,

그런 선덕여왕과 진덕, 진성 여왕을 거쳐,

태종무열왕의 시대에 이르러 원효와 결혼했다더라 라고 알고 있었는데,

게다가 원효가 황룡사에 머물었던 건, 진덕여왕 2년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언급이 없이,

누구라고 지칭되지 않은 한명의 여왕이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한 과정으로 묘사되다가,

바로 요석의 아버지 태종무열왕으로 넘어가 버리니까 말이다.

 

책력과 천정에 대해서 언급되면서 첨성대가 거론되는데,

첨성대는 역법을 만들기 위한 운행관측의 측면보다는 국가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점성의 의미가 강했으리라 짐작되고,

또 하나 요석이 길쌈을 장려하는 등 적극적이고 당당한 여인네로 묘사되는데,

길쌈으로 만든 게 광목이고 거기에 천연염료로 염색하는 것까지 나오는데,

우리나라에 문익점이 목화를 가지고 들어온 것은 고려말로 알고 있다.

소설이긴 하지만, 이런 세세한 것들이 자꾸 어긋나 버리면,

개연성을 잃게 되고 재미가 떨어진다.

 

물론 소설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가상의 설정이겠지만,

원효는 워낙 중요한 역사적인물이어서 정확한 연도를 알고 있는데,

소설 속 설정이라지만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되면,

알고 있는 그것에 억지로 꿰어맞추려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소설을 가지고 논리적 오류라고 억지를 쓰게 되고,

그 다음부턴 극적인 긴장감이 떨어지고, 개연성도 떨어지는 듯 느껴지지만,

그건 내가 자초한 일이다.

 

내가 처음 저자 김선우가 요석에게 감정이입하여 그려냈기 때문이라고 오해하고,

이 책이 아쉽다고 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원효를 스님인것에 초점을 맞춘게 아니라,

요석을 사랑하고,

요석과 함께 삶을 살아간 인간 원효에게 초점이 맞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그러다가 2권 마지막의 '강신주의 해제'와 '작가 후기'를 통하여,

저자가 이 작품을 통해 하려 했던 얘기가  "세상에 두루 힘이 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자 실마리가 풀리면서 고개를 주억여가며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니가 그려내려 했던 건 고승 원효나 깨달음을 얻은 큰 스님 원효가 아니라,

우리 인간들 사이로 뛰어들어,

울고 웃으며 같이 살아간 인간 원효를 그리려 했기 때문에,

요석의 일과 삶과 사랑이 맞물려야만 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다소 여성적인 문체이고 시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다시 얘기의 처음으로 옮아가,

종교와 정치는 닮은 구석이 있다고 했던 이유는,

 

"세상을 바꾸고 싶은 게냐, 너를 바꾸고 싶은게냐?"(1권,334쪽)

라며, 세찬 빗줄기가 되어 원효의 등짝을 후려쳤던 혜공의 목소리가 책을 읽고난 지금까지 각인되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왕의 무덤 곁에 백성의 무덤이 있는 것이 이상할 바 없노라. 성군이라면 익히 배워야 할 인(仁)의 정치가 그것을 허한다.ㆍㆍㆍㆍㆍㆍ"(1권,316쪽)

라던 여왕의 의지와 속뜻이 읽혀서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정치도 그렇고 종교도 그렇고,

시민들 속으로 뛰어들어 몸소 겪지 않으면,

시민들의 슬픔을 지위가 높은 분은 알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가장 감동적이었으며, 내 자신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부분은,

그동안 머리나 마음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던,

내 자신을 자극시킨다고 생각했던 깨우침이 아니라,

"흐응, 그렇지, 깨달음은 좋은거야. 그런데 그 다음 질문이 빠져 있으면 깨달음이고 뭐고 다 귀신 밥이지. 흐응, 너도 알겠지? 젤로 중요한 건 바로 이것이다, 응? 깨달아서 뭣에 쓰게?"(1권,342쪽)

라는 선문답 같은 한마디였는데, 이는,

부처를 사랑하는 것과 부처가 필요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로 현현하고 종내는 서로 통하여 어우러질 것이라는ㆍㆍㆍㆍㆍㆍ(1권,345쪽)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값진 것이었다.

 

"집착의 대상을 모두 없애서 열반에 머물 수 있지만, 커다란 자비의 마음으로 인해 열반마저도 없애 머물지 않는다."

원효의 주저 『금강삼매경론』에 등장하는 말이다. 혼자서 열반에 들었다고 희희낙낙하는 사람이 어떻게 중생을 구제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진흙탕에 빠진 사람을 건지기 위해서는 온몸에 진흙이 묻는 것을 감내해야 하는 법이다. 옷을 깨끗이 하는 데 집중하는 사람은 흙투성이의 사람을 만질 수도 없을 것이다.(2권, 281쪽)

강신주의 해제가 아니었으면, 요원했을 수도 있겠다.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

정치도 그렇고 종교도 그렇고, 대상이 없으면 아무 쓸모도 없다는 깨달음ㆍㆍㆍㆍㆍㆍ.

사람만이 힘이고 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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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8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8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0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트랑 2015-07-18 11:40   좋아요 1 | URL
쟁(爭)을 화(和)로 이끌어가려 노력했던 원효는
시대와 종교를 초월하는 생각을 가진 분이었다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무꾼님~!



sslmo 2015-07-19 12:23   좋아요 1 | URL
전 이 책을 읽는 내내 이지누를 떠올렸어요. 이지누의 절터 톱아보기랑 너무~다른 듯 같았거든요.
그런데 이짧은 리뷰 속에서 쟁을 화로 이끌어가려 했던 원효를 읽어내신 님, 쫌 멋지신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