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한자 - 한문 선생님의 교실 밖 한문 수업
김동돈 지음 / 작은숲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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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뜨문뜨문 읽는다.

예전처럼 두껍고 글자 작은 책을 내처 읽지는 못하고,

한권을 들고 뜨문뜨문 음미하듯 읽는다.

읽었던 곳을 되짚어 읽기도 하고,

거기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유를 확장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을 붙잡아 하나의 견해로 확고히 하지는 못하고 흐지부지이다.

 

요즘 읽는 책이 '김승호' 님의 '주역원론'이어서 더 그런 것도 같다.

그동안 '주역은 어려운 것이다'란 인식이 있었는데,

김승호 님의 책을 읽으면서 주역이 쉽고 재밌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그런데 주역이 쉽고 재밌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위해선 생각에 매듭이나 뭉친 부분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사고를 가둬두고,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제한하다보면,

그런 제한된 것을 뛰어넘는 것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자연을 '인공'의 반대 개념이냐 '인간'의 반대 개념이냐 따위로 국한 시키지 않고 바라보기에 따라 얼마든지 커질 수 있는 거대한 개념이듯이,

'자연'의 자리에 '주역'을 대입시켜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전작인 '길에서 주운 한자'를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 책이 나오길 내심 응원하고 기대했었는데,

내 삶이 꿀꿀하다보니 그렇게 그렇게 잊혀졌었다.

얼마 전 저자 분의 서재에 들렀다가 알게 되어 서둘러 구입했다.

저자 분의 서재에서 봤던 내용들이었지만,

책의 형태를 갖추어 나오게 되니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전편을 읽으면서 좀 아쉬웠던 종이의 재질이나 사진의 선명도 따위를 개선하였으며,

한자어를 보기 좋게 배치하여 편집하는 등 책의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본문에 한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다른 색을 사용하여 돌출시키고 글이 끝난 뒤에 언급하는 방법을 쓰는데,

한글과 한자를 나란히 사용해도 좋았을 것 같다.

자주 봐야 눈에도 익고 익숙해지니 말이다.

 

이 글을 시작하며 '주역'을 언급했는데,

어떻게 보면 '한자'라는 것이,

아니 적어도 내겐, 이 책의 사고와 설명 방식이 주역의 그것을 닮은 것 같다.

아무렇게나 한꼭지를 따라 읽다보면,

주역의 사고처럼 '자연' 그 자체인 저자의 사고를 만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사실 내가 저자 분에게 감동을 받은 건,

104쪽의 '바람 멎으니 꽃 떨어지고'의 근간이 되는 페이퍼였다.

'휴정'의 '독파능엄'을 저자 분이 나름대로 번역을 했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번역도 멋지지만,

저자 분의 번역도 '능엄적으로' 멋졌었다, ㅋ~.

 

이 책이 좋은 것은 '길에서 만난 한자'를 알아보고 익히는 것도 있겠지만,

저자 분을 따라 읽다보면,

저자 분의 사유의 흐름이나 확장을 경험하게 되고,

그렇게 하다보면 내 자신도 사유를 단정하게 가다듬을 수 있고,

사유의 흐름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확장시켜야 할지,

엿볼 수 있다.

 

덕분에 좋은 책 잘 읽었다.

'후기를 대신하여'를 보니,

댁에 편찮으신 분이 계신가 보다.

내내 마음쓰이시겠다.

하지만 이런 책을 쓰신 분이라면 무게 중심을 잘 잡으셔서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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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4-26 11:28   좋아요 1 | URL
중고등학교시절 한문 선생님이 무서운 호랑이셨던 지라 덕분에 제 한자 실력은 그때 다 다져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요 글 읽다보니 문득 학창시절 한시를 외워 쓸 수 있던 저의 한자 능력은 어디로 사라졌나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ㅋㅋ
집에 정이천의 <주역>이 있는데....... 꺼내볼 생각도 못했는데 덕분에 오늘은 책을 한번 펼쳐볼 것 같아요. ^^

sslmo 2019-04-26 11:58   좋아요 1 | URL
하핫~^^
우리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을테고,
우리가 알아야할 모든 한자는 중고등학교시절 무서운 한문 선생님에게서 배웠을테고, ㅋ~.
4학년 조카를 보니 벌써 한자를 배우더라구요, 깜. 놀.했어요.

제 친구 중에 한시를 써보겠다고 열을 올리던 이도 있었답니다,

저도 주역을 여러 판본으로 다양하게 가지고도 있고,
읽는다고 글자만 눈으로 따라 읽기도 여러번이었는데,
김승호 님의 ‘주역원론‘은 6권짜리여서 분량이 방대해서 그렇지,
내용은 쉽게 이해되는 편입니다.
6권 모두 완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목나무 2019-04-26 12:04   좋아요 1 | URL
6권이요??? 하지만 내용은 이해하기 쉬운 편이라고 하니 올해 말쯤이면 완독했다는 양철나무꾼님의 페이퍼를 보지 않을까 저도 기대해 봅니다. ^^
벌써 점심식사 시간이네요. 맛나고 든든한, 오늘은 쌀쌀하니 따뜻한 점심 드셔요. ^^

sslmo 2019-04-26 12:19   좋아요 1 | URL
부디 완독 페이퍼를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승호 님은 전에 다른 책으로 여러번 만난 적이 있는데,
한자를 안쓰시고 될 수 있으면 한글을 사용하셔서 읽기 수월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 ‘길에서 만난 한자‘도 한문 사용을 지양해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따뜻한 점심이라니,
말씀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져 오네요.
님도 따뜻하고 최고로 맛난 점심 드세요~^^

찔레꽃 2019-04-26 15:57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이번에도 기어코 또 책을 사셨군요. ^ ^ 격려와 충고 감사할 뿐입니다. 말미의 든든한 말씀은 정말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네요. 왜 이렇게 제 마음을 자꾸 씀벅하게 해주시는 거죠? ^ ^

sslmo 2019-04-26 16:23   좋아요 0 | URL
언제고 어느 부분부터 펼쳐서 읽어도 좋을 책을 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죠.
책이 얇아서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저도 알라딘 서재 이곳에서,
여러분들로부터 위로 받았고,
그렇게 절 다독이며 건너가는 중입니다.
조용히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보태겠습니다.

그런데, 씀벅이라는 말이 너무 예뻐서 여러번 웅얼거리게 되는걸요~^^
 

책이 좀 많다.

소장 욕심도 있고,

게다가 못 버리는 습성이 있어서,

일단 들이고 쌓아놓았었다.

 

그런데 근래  주변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연달아 접하고 겪으면서,

유품 정리의 어려움을 전해들었고 또 겪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바뀐 생각은 행동으로 옮겨질까,

급기야 읽은 책만이라도 정리하자는 기특한 실천으로 이어졌다.

동네에 알라딘중고서점이 생긴 것도 한몫한다.

 

그동안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기만 하였을땐 몰랐던,

알라딘 중고서점에 내가 가진 책들을 판매 하면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겪었다.

 

에피소드 하나,

알라딘인터넷서점을 통하여 전날 들인 책을 다음날 알라딘 중고 서점을 통하여 판매하려고 하였더니 '중'등급이 책정되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겉표지가 세월에 바랜 자국이 미약하게 있고,

책 DB에는 없는 선이 실제 책표지에서 보이는데 오염 같다는 이유에서 였다.

말을 듣고보니 그런 것도 같아서 수긍은 하였는데,

그렇다면 그렇게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책을 내가 새책으로 받아봐선 안되는게 먼저가 아니었을까.

하루만에 중등급으로 평가받는 새 책이라니 아이러니 컬 하다.

 

두번째 에피소드.

내가 보기엔 새 책이랑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 책인데,

펼쳐진 사용감이 있다고 중등급으로 판정하였다.

펼쳐진 사용감이 싫어 조심조심하는 편인데 그 정도의 펼쳐진 사용감을 내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세번째 에피소드.

마찬가지로 구매한지 얼마 안되는 책이었는데 중등급 판정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띠지를 고정하기 위해 붙여놓은 테이프 때문이었다.

테이프를 떼고 다음번에 가져갔더니 최상 등급 판정이었다.

 

이런 도서 판정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 다른 판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중고 매장 직원에게 컴플레인을 할 일은 아니다.

직원들은 중고 도서 매입 매뉴얼에 따라 움직일 뿐,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른 판정이 계속 된다면,

야박한 판정의 사람보다는 후한 판정의 사람에게 매입을 의뢰할 것 같다.

 

그동안 알라딘 인터넷 서점 이곳을 애정했던지라, '할말이 많아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할.많.하.않'겠지만,

예전처럼 애정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알라딘도 이익기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수익은 어떻게든 창출할 것이고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광팬 한 명을 잃어갈지도 모른다.

 

 

 

 

 [수입] Green Book (그린 북) (2018) (한글무자막)(Blu-ray + DVD + Digital)
 Universal Studios / 2019년 3월

얼마 전 '그린 북'이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는 감동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났는데,

실상 그들의 관계는 영화와는 다르게 지극히 비지니스적인 것이었다는 얘길 주워듣자,

영화에 대한 감동이 반감되었다.

 

영화 속 등장하는 편견과 선입견에 몸서리를 칠때쯤,

생각은 이리 저리 널을 뛰어 언젠가 보았던 에단호크와 기네스펠트로 주연의 영화 '위대한 유산'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 등장하던 아름다운 키스씬을 생각하며 책을 읽는데,

책은 또 영화와는 완전 다른 내용이었고 다른 감동을 주었다.

좀 더 찾아보니 데이비드 린 감독의 1946년판 '위대한 유산'이라는 영화가 따로 있었고,

이 영화가 원작에 근접하는 것 같다.

 

 

 위대한 유산 1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위대한 유산 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왜냐하면 비록 내가 앞으로 덧붙여 이야기하는 것이 거기에 포함되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내가 말하는 그 모든 것의 공로는 바로 조에게 있기 때문이다. 내가 도망쳐 군인이나 선원이 되지 않았던 것은 내가 충실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가 나를 충실하게 대해 줬기 때문이다. 또 전혀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도 내가 그런대로 열심히 일을 했던 것은 나에게 강한 근면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가 보여 준 강한 근면성 때문이다. 온화하고 심성이 정직하며,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어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미치는지를 아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람의 영향력이 바로 내 곁을 지나칠 때 나 자신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가를 아는 것은 아주 가능한 일이다. 내 도제 생활과 관련하여 뭔가 좋게 여길 만한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순박하고 만족하며 사는 조에게서 비롯된 것이지, 갈망과 불만에 가득 차서 들떠 있기만 했던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분명히 잘 알고 있다.(1권 199쪽)

 

"내 너에게 말해 주마."그녀는 여전히 급하고 격정적인 속삭임으로 말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것은 맹목적인 헌신이고, 절대적인 겸손이며, 완전한 복종이고, 너 자신과 세상 전체를 거스르는 신뢰와 믿음이며, 네 온 마음과 영혼을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것이야. 내가 그랬듯이 말이야!"(1권, 441쪽) 

 

사실 '위대한 유산'의 설정이 백퍼센트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 위대한 유산은 역사적 유구함이나 전통, 부 같은 것이 아니라,

조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근면하고 충실함, 온화하고 정직한 심성 따위의 영향을 어떻게 주고 받는가 하는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나서,

모두에게 그럴 순 없더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으로 불리우는 책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 싶더라.

 

알라딘에 뜨문뜨문한 사이에 켄폴릿의 이런 책이 나왔다.

켄폴릿만으로도 설레발을 치기에 충분한데,

'대지의 기둥' 후속작이라고 하니 안 들일 이유가 없다.

 

 

 [세트] 끝없는 세상 1~3 세트 - 전3권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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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2 16: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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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2 17: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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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2 17: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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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2 17: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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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3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3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9-04-03 01:16   좋아요 1 | URL
특별히 깐깐한 지점인가 봅니다. 펼쳐읽은 흔적으로 중등급은......그나저나 저도 살 때 모서리 흠집 넘어갔는데 팔 때 보니 매입불가 ㅠㅠ 니들이 새책으로 판 거라고 말해봤자였어요 ㅠㅠ

sslmo 2019-04-03 09:10   좋아요 0 | URL
예전엔 책을 되팔 생각을 안 했어서 그런 건 유의하지 않았었는데,
되팔 생각을 하고보니 여간 꼼꼼히 살펴야 하는게 아니더라구요.
님 말씀처럼 모서리 흠집 같은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책의 띠지 유무도...
없는건 괜찮은데,
있는데 흠집이 있으면 마이너스 반영되더라구요, 웃겼어요~^^

단발머리 2019-04-03 09:16   좋아요 1 | URL
다른 건 몰라도 첫번째 에피소드는 정말 아쉽네요. 어제 받은 책이라면, 아무리 열심히 읽었더라도 완전 새책 느낌이니 ‘최상급‘ 받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중고서점 쪽에서도 책을 보내는 곳에서도,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동네는 다행인지...... 주의해서 안 보시는지.... 알라딘에서 산 책이라면 중등급 판정도 흔하지 않고, 상급 판정(^^)이 잦거든요.
아무튼 알라딘에게 주의하라 해야겠습니다.

2019-04-03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이너스 2019-04-03 13:09   좋아요 1 | URL
예스24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두 권 중복구매해서 읽지 않은 책을 바이백으로 보냈더니 등급 하나 낮춰서 가격 책정하더라고요. 사유는 책 모서리가 살짝 까져서라고... 보낼 땐 읽은 흔적이 없는 새 책이라도 배송 중 파손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sslmo 2019-04-03 13:3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어디나 비슷비슷한가 봅니다.
알라딘만 그렇게 야박한게 아닌 듯하여 살짝 안심이 되다가도,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잘 보관해야 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
살짝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라이너스 님 안타까우셨겠습니다.
책 모서리가 까지는 ‘파손‘이 ‘배송‘ 중 일어날 수 있다니...책에 손이라도 달렸나 봅니다~--;

감은빛 2019-04-03 21:32   좋아요 0 | URL
가끔 주말에 애들하고 중고매장 가서 한참을 머물다 오곤 하는데,
책 팔러 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진 것 같더라구요.
근데 잘 알지도 못하고 집에 있는 책들을 몇 박스나 무겁게 가져와선,
대부분 팔지도 못하고 가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제가 슬쩍 보니 주로 애들 학습 만화책, 낡은 동화책이 다수더라구요.

중고매장에 있는 책을 살 때는 다소 사용감이 있고, 모서리가 살짝 찍혔어도,
표지가 조금 더러워도 이게 왠 일이야? 하면서 책을 사게 되는데 말이죠. ㅎㅎ

sslmo 2019-04-04 10:28   좋아요 0 | URL
얼마전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을때,
어느 분이 전집을 여러 질 들고왔다가 전집은 매입불가라는 말을 듣고는
버려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랬더니 주차장 옆 공터를 안내해주는 소릴 들었습니다.
주차요금에 이래저래 손해겠더라구요~--;

그나저나 지역활동도 무엇도 건강하셔야 하실 수 있습니다.
술, 담배 줄이시고...건강을 먼저 돌보셔야 합니다~!

알라딘고객센터 2019-04-10 09:51   좋아요 2 | URL
양철나무꾼님, 안녕하세요?
알라딘 고객팀장 표종합니다.

여러모로 미흡한 모습 보여드린 듯 해 송구함 느낍니다.

올려주신 글 토대로 여러 연관부서와의 점검과 개선안을 모색해보았고,
지적해주신 사항에 대해 부족하나마 답변드립니다.

우선, 일부 상태가 좋지 않은 도서를 받으신 듯 한데 송구합니다.
출간이 1-2년 이상 경과한 도서여서 유통재고량 대부분 일정 정도 품질 문제가 있는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도서라면 입고 및 검수 과정에서 제대로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차치하고,
저희에게 최근 구매 및 완독 후 중고도서로 판매 과정에서
품질 문제만을 기준으로 메뉴얼에 따른 엄격한 등급 책정시 납득이 어려우시리라는 점에 근본적으로 공감합니다.
유통 현실로 판매상품 상태에 대해서는 양해를 바라면서,
정작 저희가 판매한 상품의 매입시 매입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며,
이번 검토를 통해 매입 메뉴얼 일부를 보강키로 했습니다.저희에게 구매 후 일정한 기한 내 판매시에는 현행 매입 기준보다 한단계 상향?(혹은 최상급) 매입하는 등의 방향으로 가다듬으려 합니다.

또한, 구체적으로 비판해주신, ‘펼침 흔적‘ 기준 또한 애매하다는 판단이 있으신 듯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이 요소는 중고상품 판매 고객님과 중고상품 구매 고객님간 눈높이와 기준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슈이자,
알라딘의 매입 담당자들간 이에 대한 눈높이 격차도 분명 존재할 듯 한데요,
우선은 매입 담당자들 눈높이 부터 최대한 통일시키기 위해 품질판정교육을 매장별로 진행중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띠지의 경우 매입과정에서 저희가 제거하며 발생하는 훼손 우려가 있으며,
매입 후 품질 표시와 판매 재고로 노출되는 상황인데,
만일 저희가 제거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훼손 발생시 매입가 책정이나 이후 웹정보 조정 필요성 등 여러 복잡한 이슈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원상품과 무관한 테잎 등 부착물 등 흔적이나 훼손 없도록 사전에 제거 후 방문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물론, 현장에서 고객님께서 직접 제거 후 건네주셔도 된다는 점을 안내 드리고 있는데,
이번 방문매장에서는 이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는 중고 책임자의 진단이 있었습니다.

귀중한 시간 할애해 여러 비판과 지적 주신 데 감사드리며,
실망감 드리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북극곰 2019-04-11 15:46   좋아요 1 | URL
알라딘 중고, 처음에는 그렇게 야박한 느낌 없었는데,
갈수록 너무 심하게 까탈스럽게 판정해서 저도 몇번 빈정상한 적 있어요.
진짜 최상등급은 새 책사서 안 읽고 가져와야 하는 거냐... 싶었어요.
그간 아무 생각없이 당연히 알라딘에 가서 팔았는데, 확 다른 곳에 팔아버릴까... 하는 맘이 들었답니다.

게을러서 여적 몇 달을,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하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요.
요즘 사는 걸 자제해서 잽싸게 행동을 안하는것 같기도요.

잘 지내시지요? 꽃이 피니 봄이 왔겠지만, 현실은 감기 투쟁중요.

sslmo 2019-04-12 17: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여기서 키 포인트는 야박한 느낌이 들고 빈정을 상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판다는 것은 큰 돈을 바라고 하는 행위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고작 최상, 상, 중등급 간에 가격 차이도 몇 백원일테고,
그걸 팔아서 영화를 누리거나 하진 않잖아요.

그러니 저런 품질 판정 교육을 매장 별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매장을 뭉뚱그려,
말하자면 여러 매장이 어울려,
직원들이 돌아가면서했으면 좋겠더라구요.
아니면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동일한 기준을 숙지하는 식으로요~^^

알라딘이 아니어도 책을 팔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알라디너여서 느끼는 소속감이랄까, 프랜드 쉽 이런 걸 충족시키긴 힘들 듯 싶어서요.

네, 봄도 오고 꽃도 피지만,
흐드러질수록 현실은 사무치네요.

어여, 감기를 훌훌 떨어내시고 꽃 피는 봄을 만끽하시길~^^

레삭매냐 2019-04-15 13:27   좋아요 1 | URL
요즘 헌책 평가가 아주 빡세졌습니다.
뭐 판매자이면서 구매자이기도 하니 좋은
점도 있겠죠.

예전보다 많이 빡세요, 빛바램 책곰팡이
기타 등등...

재밌는 건, 알라딘에서 헌책으로 사서 되
팔려고 할 때 판매불가 판정을 받게 되는
거죠. 이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알라딘에서 팔 땐 OK,
내가 팔 땐 안 OK !!!

sslmo 2019-04-16 09:53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님들 얘기를 듣고보니 크게, 또는 소소하게 불만들을 갖고 계셨네요.
알라딘 중고서점이 이런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라지만, 판매불가인 책들도 엄청 많고,
전 새 책을 파는 경우,
폰으로 확인하고 간 가격이랑, 중고 매장에서의 가격이랑 차이가 나는 경우도 봤어요.
그때 때마침 폰 배터리가 나가서 비교 확인은 할 수 없었지만,
집에서 확인을 해보니 폰으로 확인한 가격 그대로여서 빈정 상한 적도 있습니다, ㅋ~.

2019-04-18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2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21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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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필이 꽂혀서 보는 드라마는 '눈이 부시게'이다.

김혜자와 한지민이 묘하게 넘나들며 연기를 하는데, 재미있다.

내가 집중을 하고 보게 된 부분은 시계의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혜자는 젊음을 담보로 아빠를 죽음에서 되살릴 수 있었지만,

결국 아빠는 의족 신세가 되었고,

시계를 다시 되돌리면 혜자는 젊음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등가로 무엇을 걸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

시계를 포기하고 현실을 살기로 한 혜자가 안쓰러웠다.

 

아무래도 내가 보는 환자가 노인이 많아서 그런가,

드라마 속 등장하는 홍보관 설정이 흥미로웠다.

드라마 속에서 설정은 홍보관인데,

시설의 럭셔리함으로 따진다면 노인복지관이나 실버센터 수준이다.

명확한 기준 없이 오락가락하는데,

노인복지관은 그런 곳이 아니고,

홍보관 또한 그런 곳이 못 된다.

드라마니까 거칠게 그려낸 설정이었다고 해도,

어색하게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다.

약장사라고 불리우는 홍보관엔 할아버지들이 없다.

그렇다면 노인복지관이어야 할텐데,

노인복지관에서 건강보조식품이나 보험 등을 파는 건 불법일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책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를 읽었다.

좀 슬프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여든을 넘기며'란 1장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나머지 것들은 부제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색'을 하기에 꼭 필요한 주제일지는 모르지만,

재미를 느끼기엔 내가 역부족이었다.

르귄 여사의 그 방대하면서도 깊음을 내가 헤아릴 수가 없었다고 해두자.

 

이 책은 르귄이 '주제 사라마구'의 블로그를 보고 영감을 받은게 계기가 되었단다.

 

'블로그는 '쌍방향적'이어야 하며 사람들의 댓글을 일일이 읽어 답을 해주고 낯선 이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걸 당연히 여기'(9쪽)는 것이라서 흥미를 잃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작가는 그가 쓴 이야기와 시 뒤에 숨어서 작가의 글이 작가 대신 그들과 말하도록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년은 마음의 상태가 아니다. 노년은 존재 상태이다.(28쪽)

 

물론 노화가 스러져감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그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극심한 경쟁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라서 현실에 충실하고 마음의 진정한 평화를 찾을 기회가 될 수 있다. 만약 기억력이 온전해서 사고에 활력이 남아 있다면 연륜이 쌓인 지능은 보기 드문 폭과 깊이를 가진 이해력을 발휘한다. ㆍㆍㆍㆍㆍㆍ그런 지능은 오랫동안 특정한 기술이나 예술로서의 기량을 길러온 노인들에게서 볼 수 있다. 자꾸 하다 보면 완벽해진다는 말은 실로 옳다. 요령을 깨달아 통달했으니 애쓰지 않아도 하는 일에 멋이 흐른다.(32~33쪽)

 

연륜이 쌓인 지능이 보기드문 폭과 깊이를 가진 이해력을 아무리 발휘한다고 하여도, 노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사는 수밖에 없겠다.

 

사족을 달자면 번역도 그리 맘에 들지는 않았다~--;

김혜자 님은 스물다섯 설정의 한지민을 그대로 재현해 내시는데 정말 멋지다.

루귄여사의 문제를 제기하는 듯 하면서도 재치발랄한 문체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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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9-03-05 22:29   좋아요 1 | URL
번역에 대해서는 저도 똑같이 느꼈습니다. 작년에 원문을 대충 조금 읽다가 이번에 번역이 나와 반가워서 읽었거든요. 원문의 문체를 많이 못살렸다는 느낌을 받있고 모호한 부분도 많아서 다시 원서 찾아본 부분이 많아요.

sslmo 2019-03-06 09: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런 번역 얘기를 할때는 조심스럽기 마련인데,
저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라니 묘한 위로가 됩니다~^^


겨울호랑이 2019-03-05 23:04   좋아요 1 | URL
‘노년은 마음의 상태가 아니다. 노년은 존재 상태이다‘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문장만을 놓고 보자면, 나이듦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년‘을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기도 해서 전후 문맥에 맞게 해석해야할 것 같습니다^^:)

sslmo 2019-03-06 09:27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는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다‘라는 말을 경계해요.
선의를 담아서 늙지 않으셨어요, 나이들었다고 생각하는 만큼 늙는 법이래요...따위의 말로 위로하는데,
현실 부정을 통한 격려는 아무리 선의가 있어도 역효과가 난대요.
그러고보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나이를 막론하고 중요하지만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 김서령이 남긴 조선 엄마의 레시피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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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에게 필이 꽂히면 그 작가의 다른 책들을 두루 섭렵한다.

보통은 내가 필이 꽂히게 만든 그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응당 치러야 할 대가쯤으로 생각하고 무조건 들이는 편이다.

 

이렇게 서론이 긴 이유는,

내가 필이 꽂히게 만든 그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좀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김서령 님은 '이야기가 있는 집'으로 처음 만났었다.

'김서령의 家', '참외는 참 외롭다' 따위를 읽었던 것 같고,

'여자전'은 좀 묵직한 주제여서 내가 코멘트할 수 있는 깜냥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황홀했다.

입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눈으로 보고, 눈으로 먹는건데도 몹시 황홀했다.

내가 좋아하는 박찬일이나 권여선의 '오늘 뭐 먹지?'를 닮은 듯 하면서도 한결 웅숭깊다.

백석의 글들이 적재적소에 인용되는 것도 훌륭했다.

이렇게 야물딱지면서도 단아한 문장이라니.

더 이상 이런 글들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못내 아쉽다.

그동안의 것이라도 곁에 두고 복기하는 수밖에.

 

그렇지만 엄마에겐 실감나지 않았고 다만 강과 물과 바람과 갓 모가 심긴 들판과 논물 위에 내려와 앉은 복사꽃 이파리가 좋아 신행길이 좋았다. 시조모와 시조부, 홀로 된 시어머니와 어린 시동생 둘, 그들의 음식 수발과 옷 수발과 한 해 열세 번이나 지낼 제사를 홀로 감당해야 할 운명을 목전에 두고서도 엄마는 공중에 휘날리는 복사꽃 이파리가 좋아 그 순간 생에 감사했다. 천지가 이토록 고우니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71쪽)

 

봄이 오는데,

천변에 꽃들이 흐드러질텐데,

바깥의 날씨가 화창하면 화창할수록 실은 내 마음은 지랄맞았다.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고마워 하는 마음이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터,

이런 구절을 읽으면서 애써 다스려볼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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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9-02-27 17:11   좋아요 1 | URL
아. 저도 대가를 치른적이 있습니다. 세설을 읽고 반해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가의 작품을 여럿 샀다가 한 권만 읽고 나머지는 읽지도 않고 알라딘중고로 넘겨 비싼 렛슨비를 지불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작가 파기를 끊을 수 없는 이유는 간혹 운이 좋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 예를 들면 제 경우엔 시리즈물을 제외하고 볼때 유시민 작가님과 윤성근 작가님 등등이 있습니다. ㅎㅎㅎㅎ

sslmo 2019-02-28 15:31   좋아요 2 | URL
‘저는 일본소설은 버거워서, 정서가 저와는 이상하게겉돌아서, 잘 안 읽게 돼요.
그래서 기억에 남는 일본 작가는 몇 명 없는데 당장 생각나는 사람이 ‘신들의 봉우리‘를 쓴 ‘유메 마쿠라 바쿠‘예요.
‘신들의 봉우리‘를 읽고 ‘음양사‘ 시리즈를 들였는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정서였습니다~^^

유시민 님과 윤성근 님도 좋죠~^^
유시민 님은 요즘 ‘알릴레오‘가 유명한데 아직 찾아들어보진 못했네요~--;

2019-02-27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19-02-27 17:16   좋아요 1 | URL
님 덕분에 산 <시가 안 써질 때...>를 아직 못 읽고 있어요. 황홀한 책이라니 또 읽고 싶어지네요. 나무꾼 님 취향하고 맞는 부분이 있어서리. ㅎㅎㅎ 제목도 참으로 좋구만요.

sslmo 2019-02-28 16:04   좋아요 0 | URL
아~, 이정록 님 산문집도 완전 좋았는데, 황홀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맞아요, 북극곰 님 저랑 교집합이 좀 있으셨죠.
이 책도 충분히 좋아하실 수 있을 듯~^^

정향극렬주 얘기가 나오면 그것이, 수박 얘기가 나오면 또 그것이,
온통 황홀한 것 투성이예요~^^

hnine 2019-02-27 21:33   좋아요 1 | URL
저도 많이 아쉽습니다. 더 좋은 글을 많이 쓰실 수 있었는데.
참외는 참 외롭다 읽고서 쓴 리뷰에 직접 댓글까지 남겨주셨었는데...
양철나무꾼님 덕분에 이 책 나온 것을 알았네요. 당연히 사서 읽어야죠.

sslmo 2019-02-28 16:07   좋아요 0 | URL
아쉬움을 이루 말로 할 수 있을까요~--;
휘리릭 한번 읽고,
생각 날때 군데 군데 펼쳐서 또 한번 읽고 그래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습니다.
기어이 ‘참외는 참 외롭다‘ 때의 님처럼 필사를 해봐야 하려나 봅니다~^^
 
유튜브의 신 - 1인 크리에이터들의 롤모델 대도서관이 들려주는 억대 연봉 유튜버 이야기
나동현(대도서관)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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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서관이라는 사람이 있다는건 몇 년전에 알게 됐지만,

그의 아내가 윰댕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대도서관이 하는 방송이나 유튜브 채널을 (보긴 봤겠지만) 본 기억은 없었다.

그만큼 대도서관과 나 사이에는 어떤 교집합이 없었다.

 

지난 해 말부터 뜻하지 않게 하루종일 집에 텔레비전을 배경으로 틀어두게 되었고,

그러다가 우연히 '랜선라이프'라는 프로에 나오는 것을 봤었다.

처음 나의 관심은 '심방골 주부'였지만,

그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오는 사람 중 대도서관이 있었다.

보다보니 내공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지난 방송들을 다 찾아서 볼 정도로 유튜브와 친한 것은 아니었고,

그가 낸 책을 찾아읽는게 더 빠를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아,

이 책도 그렇고 그런 책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나처럼 유튜브를 열심히 시청하는 것도 아니고,

1인 크리에이터가 될 마음도 1도 없는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대도서관이 이 글을 직접 쓴 것인줄 알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들여다 보니, '정리 한진아'라고 자상하게 적혀있었다.

오히려 신뢰가 갔다.

 

대도서관이 1인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한 얘기가 앞에 나온다.

그과정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는데,

현실을 파악하고 앞을 내다보는 능력도 대단하다.

 

책 겉표지에서처럼 '1년에 17억을 벌려면' 범상치 않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사실 내가 감동을 받은 대목은 이쪽을 이끌어간다는 소명의식과,

이쪽 시장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힘이었다.

이걸 기획력이라고 해야할까.

거기다가 긍정의 힘이라고 해야할까,

돈만을 좇거나 인기에만 편승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걷는 사람으로서 길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 모범을 보이는 것 같아 좋아 보였다.

 

이 책을 읽었어도, 유튜브 방송을 할 생각은 없지만,

내 삶을 한번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

남들은 쓸데없는 짓 한다며 혀를 끌끌 차는데도 굳이 열심히 하는 이유는 그 일이 재미있고 신나기 때문이다. 그 일이 내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해도 그걸 하는 동안은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내가 남보다 그 일을 잘 알고, 잘한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일을 통해 진짜 나를 찾고, 더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ㆍㆍㆍㆍㆍㆍ잘 모르겠다면 부모님 또는 배우자가 분노의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쓸데없는 짓 좀 그만 해!", "그런 쓸데없는 데 돈 좀 쓰지마!"하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그때 당신이 하고 있던 일이 바로 그 '쓸데없는 짓'이다.(91~92쪽)

남들이 말하는 쓸데없는 짓이 나의 경우엔 책을 읽고 이곳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솜씨를 발휘하여 손바느질이나 뜨게질을 하는 것이다.

맞다, 예전에 1일1그림이라고 하여 그림도 그렸었다, ㅋ~.

 

그가 분석해낸 현대인의 심리는 알라딘 서재에 글을 올리는 나의 마음과도 똑같다.

현대인의 이런 심리를 가장 잘 충족하는 매체가 바로 1인 미디어다. 혼자 시청하지만 여럿이 함께 보는 느낌.,소통은 하되 적당한 거리는 유지하고 싶은 마음. 이것을 잘 파악해야 소통의 달인이 될 수 있다.(167쪽)

이곳에 처음 서재를 만들었을때 서재명은 'Insure safety distance'였다, 안전거리확보.

소통을 하고 마음은 나눌 수 있되 너무 깊이 빠져들진 않기.

 

책을 읽다가 깜짝 놀라게 된 대목이 있었다.

무턱대고 자신의 매력을 어필해서 후원금만 많이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들리는 말로는 유흥업 종사자들이 쉽게 돈 버는 수단으로 생방송을 이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180쪽)

 

이런 분석은 재미있었다.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광고는 완성도가 너무 높아도 시청자들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광고 완성도가 낮으면 기업의 품위를 손상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중간 어디쯤에서 중심을 잘 잡는 것이 크리에이터의 능력이다.(201쪽)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방송 중에 '리도동동 '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언젠가 유튜브에 광고를 넣게 되었다고 좋아했는데,

광고의 컨셉이나 설정, 방향 등이 참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대도서관의 책에서 저런 구절로 만나다니 반가웠다.



이 책이 내겐 유튜버가 되는 법이나 1인 크리에이터가 되는 법 따위로 읽히진 않았다.

다만 삶의 방향을 설정해 주었다고나 할까,

언제까지고 우울에 쩔어 무기력하게 살아선 안되겠다고 다짐을 한 계기가 되었고,

또 한가지, 1년에 17억을 버는 유튜버라도 돈에만 아등바등하지 않는다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있고,

거기에 긍정의 기운을 더해 환원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래간만에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었던,

유쾌하고 긍정의 기운을 많이 전해받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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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6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9-02-26 15:20   좋아요 0 | URL
제가 유튜브를 통해서 제일 관심있게 본 것은 ‘서울부부의 귀촌일기‘라는 프로였습니다.
그걸 보면서 간접체험이라고 해야 할까,
나도 저정도 수준이겠다,
저보다 훨씬 낫거나 못하진 않겠다 하는 동질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귀촌 프로그램이고 시골생활 적응기인데,
남편은 띵가띵가 베짱이처럼 기타 치고 노래부르고(본업이 작곡가라고 함~^^)
농작물을 심고 제대로 못가꾸어 때를 놓치고,
덜 자라거나 웃 자라거나 하는 것들을 보면서 말예요.

대도서관님의 유튜브 프로그램을 몇 편 찾아보긴 했는데,
전 일부러 게임방송은 피해서 봤습니다.
본 느낌은 친근한 이웃집 삼촌 쯤, 투머치토커 같았달까요.

자기계발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완전 소신있는, 이땅의 1인미디어계를 평정 뿐만 아니라 이끌어나가고 있는 일꾼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발머리 2019-02-26 14:58   좋아요 1 | URL
처음듣는 책이고 처음보는 작가인데 인용해주신 대목들이 맘에 와닿네요.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해도 그걸 하는 동안은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장이요.
양철나무꾸님께 긍정의 기운을 전했다니 작가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구요^^

sslmo 2019-02-26 15:26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사람이 한 유튜브 방송은 몇 개 뫘고,
솔직히 제가 관심을 가질 분야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랜선 라이프에서 보여진 재능 기부적인 측면이랄까,
투마치 토커처럼, 사람을 말이나 몸짓 따위로 다독이는 느낌이 좋아서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불우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개천에서 용 났다 싶을 정도로 성공한 케이스더라구요.

전 이분의 상황 판단 능력이라고 해야할까,
판을 읽고 장악하는 능력이 좋아보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성공을 위해서 가지치기를 한다면 매정해 보일 수 있겠는데,
끌어안고, 다독이며 함께 가려고 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cyrus 2019-02-26 15:43   좋아요 1 | URL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게이머의 플레이 영상을 보는 건 좋아해요. 그런 영상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래서 대도서관 방송을 많이 봤어요. 제가 제일 자주 보는 게임 방송은 주로 고전 게임 방송입니다. 슈퍼마리오 같은 정말 옛날(8, 90년대)에 나온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을 봅니다. ^^

sslmo 2019-02-27 16:4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제 소싯적에는, ㅋ~.
학교 앞 오락실이 있는 시절이었는데,
전 테트리스를 가끔 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컴으로 했던 게임은 포트리스라는 게임이었고,
당시에는 모니터에 각도기까지 붙이고 열심이었는데,
이젠 어떻게 하는지 기억조차 안납니다.

제가 요즘 궁금하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보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지는 않고,
켜서 돌리기만 하더라구요.
경험치를 높인다던가?
뭐, 그런식으로 대답을 하던데요~^^

잘잘라 2019-02-27 10:56   좋아요 1 | URL
책도 책이지만 올려주신 리도동동 영어 광고 넘나 재밌어요. 감사합니다.

sslmo 2019-02-27 16:57   좋아요 1 | URL
오래간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유튜브에 이 사람이 올린 동영상이 여러 개 있어요.
재밌는 홍콩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어요.
재미도 재미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이 사람 동영상 한편 한편에 애정을 듬뿍 쏟아 진지하게 만드는게 느껴져서 더 좋아요.
재미있지만,
진지하게 만든 동영상,
동영상을 보는 사람도 그렇게 귀하게 대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