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은 부적절한 표현인것 같다.

갈대는 바람이 불때마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한번씩 흔들리기라도 하지,

내 마음은 변덕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천지사방 어디서 불어와서 어디로 불어갈 수 없는게 바람의 방향을 닮았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짬뽕공 내지는 팥죽에 비유되기도 했었다, ㅋ~.

 

그동안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들이는 책의 속도를 읽는 책이 따라 잡지 못하는,

굳이 분류를 하자면 積讀을 해왔다.

책탑 쌓기의 달인이었다.

 

그러던 내가 깨닫게 된 바가 있어서, 사들이는 책의 양을 대대적으로 줄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일정금액이다.

 

암튼, 최근 3개월 구매내역이 7자리가 아니라 6자리인게 커다란 위안이었다.

 

 

11월21일부터 시행되는 도서정가제의 여파인지,요즘 이 동네에도 무더기로 책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구간 신간을 가리지않고 많게는 80~90%까지 할인을 해준다고 광고를 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나의 구매를 자극하는 행위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었다.

왜 그런가 하고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니,

안 읽고 쌓아놓은 책들도 탑으로 부족해서 탑들로 산을 쌓게 생겼는데,

할인 광고의 책들중 혹하는게 한두권, 일이십권이 아닌거다.

다 갖고 싶었던 책들, 다 좋은 책들인데...그런 책들이 이렇게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출판사들도 도서정가제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눈치이다.

 

도서정가제 개정의 목표는 할인 경쟁으로 파괴된 출판 생태계의 복원이라는 걸로 알고 있다.

책값 경쟁을 막아 동네 서점을 살리고, 지식산업의 근간인 독서 문화를 진작시킨다는 취지가 아닐까?

지금처럼 출판사도 서점도 그리고 나같은 독자까지도 아무도 반갑지않은 도서정가제라면 재고의 여지가 있는게 아닐까?

 

암튼 도서정가제는 나와 전혀 상관 없는 세계인듯,

설렁 설렁 책마실을 다니고,

한권 두권 장바구니에 집어넣다가는,

심사가 뒤틀려 이러고 앉았다.

 

으아앙~, 한권 두권으론 성에 차지않는단 말이다--;

 

김찬 교수의 이 책은 전에 읽었던 '좋은통증, 나쁜통증'과 목차의 구성부터 거의 비슷한 형태이다.

그래도 'EBS명강'이란 타이틀을 갖고 나왔으니, 그냥 지나치면 서운하다.

 

 

 

 

 

 EBS 명의 김찬 교수의 통증 이렇게 고친다
 김찬 지음 / 중앙생활사 / 2014년 11월

 

 

 좋은 통증 나쁜 통증
 한경림 지음 / 메디마크 /

 2013년 5월

 

 

 

 

 

 

 

 

 

 

 

 100세 건강 골든룰
 구현웅 지음 / 중앙M&B /

 2014년 10월

 

며칠 전 얘기의 연장선, 그간 그니 글을 읽었다면 그 글들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텐데,

그니는 그렇게 환자들에게 신뢰를 받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초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보니,

신뢰를 권위주의와 동의어 정도로 치부하고,

권위주의는 개나 물어가 버리라며 꿋꿋이 버텨왔다.

 

간혹 텔레비전을 보고 질환명을 익히고,

그 질환에 자신을 대입시키려 드는 환자들에게,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허리 디스크요,

목이 아프다고 하면 목 디스크,

무릎이 아프면 류마티스 관절염 정도의 진단명을 건네주어야 하는데,

그냥 근육통일거라고 하면, 안들 믿는 걸로는 부족해서 실망을 하는 눈치다.

 

자신은 엄청 아픈데, 아파 죽을 것 같은데,

그렇게 약한 질환일리가 없다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한다.

"뭐, 사진 찍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X-ray 나 CT, MRI 그딴거 말예요."

"X-ray는 뼈밖에 안나오는건데 근육이 아프시다면서요.

 X-ray 찍어 뼈 사이의 간격을 보고 미루어 짐작하나, 그냥 만져보고 미루어 짐작하나 마찬가지예요.

 물론 MRI 같은거 찍으면 뭐 하나 걸리는 건 있겠지만,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울거 뭐 있나요?"

 

환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든지 말든지,

그니의 소신껏 환자의 수준과 의식상태와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그에 부응하고 상응하는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그니 몫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이런 책을 봤다.

아니 한참 전에 사서 묵혀두었던 것을 며칠전에 설렁설렁 넘겨다 보게 되었다.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
 황윤권 지음 / 에이미팩토리 /

 2013년 10월

 

 

책 날개 안쪽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X-ray 기계도 MRI 장비도 없는 이상한 병원, 약 처방도 거의 하지 않는 병원, 10여 년 간 10만 명의 환자가 알음알음으로 찾은 병원, 그 병원을 평화롭개 운영하던 의사는 왜 이 책을 써야 했는가?

 

이 책을 쓴 의사 황윤권의 처방이라고는, '(근육이) 굳어진 것을 물리적으로 부드럽게 하는 과정(두들기기, 관절 근육 스트레칭)'이 고작이다.  "통증을 싹 없애준다는 어떤 효과 좋은 약, 무릎이나 허리에 좋다는 소문난 어떤 보조식품이나 음식을 통해서 증세를 해결'(178쪽)할 수 있다고 호도하지도 않는다.

병을 낫게 해주는 직접적인 치료자이기보다는 환자 스스로 이 병을 잘 이해하고 고쳐갈 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 22쪽)라고 하며 역할을 설명한다.

 

치료에는 효율성이 필요합니다.ㆍㆍㆍㆍㆍㆍ골다공증 치료를 시작하면 누구나 골밀도 증가 등의 효과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치료를 하면 감소해 있던 골밀도가 증가하는지, 누구에게나 진행되는 골밀도 감소의 속도를 줄여주는지, 그래서 노인성 골절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등을 기대하게 됩니다.ㆍㆍㆍㆍㆍㆍ골다공증 치료 시작 후 처음 일정 기간은 골밀도가 증가하는 경우를 볼 수 잇습니다. 그런데 '치료를 계속하면 하는 만큼 비레해서 계속해서 골밀도도 의미 있게 증가하는 것인가? 치료 초기에 증가된 골밀도는 유효하게 게속 유지되는가?' 등의 의문점이 아직 완전히 해결된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페경기가 한참 지난 고령의 할머니들에게서는, 골다공증 치료 후의 골밀도 변화가 돈과 시간을 치료에 투자한 만큼 효율적인 결과인지 궁금합니다.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뼈가 변형되어 딱딱해지면 골밀도가 증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골다공증 치료 후 골밀도의 증가가 치료의 효과인지 퇴행성 변화로 인한 건지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59쪽)

 

드물지만 골다공증 치료에 쓰이는 약물로 인한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정 약품은 장기간 사용했을 때, 자연스러운 뼈의 대사과정을 교란시켜 골 괴사나 골절, 암 등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골절 후 뼈의 재생을 방해하는 약제도 있습니다.

  칼슘이 뼈에 좋다는 말만 듣고 칼슘제재를 부적절하게 섭취하는 경우에 동맥경화나 심장마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골다공증을 일컬어 '침묵의 병'이라고 할 정도로 증상이나 통증이 없는 것이 특징인데, 오히려 치료제를 복용한 후에 근육통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61쪽)

 

세상이 변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변하는 건 어쩜 더 좋거나 나쁜 쪽으로 변하는 과정,

다시말해 갈등과 투쟁 속에서 지지고 볶고 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모색해 보려는 몸부림 속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또는 더 못한 방향으로 어떻게든 '에너지이동'을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가 있다.

좋아지거나 나아질려고 하지만,

의도와는 관계없이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시행착오라고 여겨졌었던 그것들이 나중에 한참 지난뒤에 돌이켜보면,

그런대로 나은 또는 좋은 그런 변화일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변함없을 줄 알았던 강산도 변하는데,

'사람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말처럼 무색한 말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이니까 변할 수 있는거고, 변하는게 인지상정인거다.

 

그러고 보면,

변해야 하는 건 뭐고,

변해도 되는 건 또 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인지...헷갈리기도 한다.

거기서 길을 잃지않기 위해서 요구되는건,

변하지 않겠다는 집념이 아니라,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자기만의 기준을 정하는 판단력과,

판단을 했으면 유연하게 구부러지고 섞일 수 있는 행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그 과정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헤매이기도 하는 자기 자신을 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다.

 

그렇다면, 변하지 말하야 할 것은?

자연과 바람과 인간을 논하기 전에,

각자 자기만이 지닌 본성이라고 해야할까,

자기만이...다른 '자연과 바람과 인간'과 구별되는 특징을 지키고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페이퍼는 제대로 책을 사들이겠다는 면죄부 요청 페이퍼인가?

아님 윤허해 주십사 하고 요청하는 페이퍼인가?

 

이도 저도 아니고,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이 페이퍼 처음의 명제와 관련,

나는 여자도 아니라든지,

바람보다 변덕이 더 죽 끓듯 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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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9 0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4-11-10 12:48   좋아요 0 | URL
히힛, 방가 방가!
iframe태그와 object태그가 있는데요,
보통 유튜브에서 원하는 곡을 정한후 `공유`를 클릭하면 iframe태그만 활성와 되거든요.
그 상태에서 소스코드가 뜨는데 자세히 확인해 보면,
iframe으로 시작하는 지 object로 시작하는지 알 수 있어요.
그때 소스코드 자세히 보기를 누른후,
아래 몇개의 메뉴가 뜨는데,
개인정보 강화 모드와 이전소스코드 사용까지 다 클릭하여 활성화시키신후 복사해 오셔야,
알라딘서재에서 붙여넣었을때 활성화가 된답니다, ㅋ~.

제가 요번주는 울아들 고3엄마 노릇을 좀 하구요,
언제 함 날잡아보자구요, ㅋ~.
 
남자는 털고, 여자는 닦고 - 심봉석 교수의 생활 속 비뇨기과 이야기
심봉석 지음 / 가쎄(GASSE)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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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점심시간을 목전에 두고 환자들이 몰렸었다.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비껴가는지, 시간 개념이 점점 없어지신다.

대부분 오래 다니신 분들이기 때문에,

서로서로 편의를 봐줄 줄도 알고, 배려할 줄도 알고,

나도 시간에 그리 약박하게 굴진 않는다.

다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셔서 알아서 준비를 하고 기다리시는데,

한분만 유독 빨리 빨리를 외치신다.

다른 분들의 양해를 구하고 가봤더니,

옷을 벗지도 않으시신 채, 스카프도 목에 동여매고는 그대로 앉아 계신다.

"바쁘시다면서 옷을 벗고 기다리셨어야죠~."

라고 했더니, 되돌아오는 대답이,

"같은 여자끼리, 좀 벗겨주면 되지."

라고 하며, 뭔가를 깨물어 드신다.

같은 여자끼리, 가 아니라 여자 할머니, 아니 여자 할아버지여도 그렇지,

혼자 그리 바빠서 동동 거리고 손발에 모터를 단듯 뛰어다니면,

대부분의 경운 안쓰러워서라도 이렇게 저렇게 도와주려고들 하시는 거랑 비교할때, 달라도 너무 다르시다.

"엄마, 내가 다른 사람이 벗겨주면 잘 벗을 수는 있는데, 내가 다른 사람 벗기는 건 전문이 아니다.

 시간 없으시담서 먹지만 말고 빨랑 벗어봐라."

치밀어 오르는 걸 눌러 삼키며, 분위기 전환삼아 웃자고 한마디 했더니,

입밖으론 뭔가를 '퉤~' 하고 뱉는데 바닥에 떨어지는 걸 보니 대추씨다.

"모 그리 말이 많나?

 테레비에 나오는 의사선생님들 봐라. 암소리 않고 옷 위로도 잘만 하더라."

라고 하신다.

 

시대가 참 많이 변했다.

환자들도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도,

자기가 알아야 자기 병은 고친다는 인식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의학적 지식도 많아졌다.

 

그런 반면, 귀 얇아져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주워들은 지식을 종합하거나,

텔레비전 의학상식에 나오는 일반론을 본인에게 적용하여,

텔레비전에 나오는 의사들은 '선상님'으로 추앙받는 반면,

정작 자신의 몸을 맡겨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위상과 신뢰도가 날이 갈수록 추락한다.

 

흔히 텔레비전에 소개되는 어깨통증의 경우에도,

보통 오십견이라고 소개되는 일반적인 질환에 대한 일반적인 증상과 일반적인 처방 정도가 고작이다.

나이 오십 무렵에 찾아온다고 하여 오십견 또는 동결견 또는 frozen shoulder라고 불리우는 질환은 원래 adhesive capsulitis이다.

하지만, 요즘은 나이 오십이라고 하여 오십견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어깨에 적용되는 진단명이 오십견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목 관련 질환으로 인하여 어깨가 아프게 느껴지는 것도 여러가지이며,

어깨의 경우에도, 회전근개 파열, 어깨 충돌증후군, 석회화건염, 탈구나 아탈구등 질환에 따라 적용과 금기를 달리하는데,

치료법과 예후 또한 보존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 운동이 필요한 경우, 수술이 필요한 경우 다 다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이들이 어깨 질환 중 일반론적인걸 예를 들어 얘기하는데,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은, 그중 어깨라는 부위만을 과장하여 듣고는 자신의 케이스에 소급 적용한다.

 

그리하여 훌륭한 의사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기준이 언제부턴가 바뀌어,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는지,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하고 예후를 파악하는지,

꾸준히 자신의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공부하는지, 에 있는게 아니라,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인지,

환자가 알아 들을 수 있는 얘기를 하는지, 의 여부가 되었다.

 

시대가 변하여, 환자의 의식 상태랑 요구사항이 변한 것도 그렇지만,

그에 걸맞게 용어도 그렇고,

진단과 처방과 예후를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목이 민망해서 그렇지, 참 괜찮은 책이다.

나도 잘 모르고 헷갈리는 그런 의학 상식과 정보에 대해서,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대놓고 묻기도 그렇고,

또 누구에게 물어야 좋을지 모르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어려운 의학 용어를 섞지않고 쉬운 말과 예를 들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이래서이다.

"완치가 가능한가요?"

수차례 반복된 재발로 많은 고생을 한 환자들이 묻는 말이다. 대답은 "조건부로 가능하다"이다. 즉 만성골반통증후군은 세균성 감염질환이 아니라 생활의 병이기 때문에 병원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의 교정이 필요한 것이다. 여러 가지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하지 못할 경우 치료가 되더라도 일시적이고 수시로 재발하여 결국에는 불치의 병으로 평생 고생할지도 모른다.(90쪽) 

무조건 완치를 호언장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립선에 특별한 이상이 없고 소변줄기가 굵고 세면 정력도 강한 것일까? 아쉽게도 세찬 소변줄기가 강한 정력, 즉 발기력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ㆍㆍㆍㆍㆍㆍ하지만 소변줄기에 문제가 생기면 전립선 이상을 의미하고 이는 더 심각한 배뇨장애나 성기능 장애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102쪽)

뭔가를 설명할때 논리적으로 조근조근 설명하지, 무조건적이지도 않고 구렁이 담을 넘듯 '쓰윽~' 지나쳐버리지도 않는다.

 

이 책은 이렇게 의학서적으로 분류되어야 겠지만,

제대로된 섹스 교과서가 없어서 19금 딱지가 붙은 책이나 영상물을 찾는 (누군가는 이걸 adult라고 하더라)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종족 번식만이 목적인 동물들의 성과는 달리 인간의 성은 쾌락과 함께 소통, 교감,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나이가 들거나 신체적 기능이 떨어짐과 관계없이 정서적인 성 욕구는 지속된다. 사람들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안정감이고 행복한 성생활은 이를 이루게 해주는 중요한 요인이다.(435쪽)

19금 딱지가 붙은 책이나 영상물 들이 자극적이고 환상적이되 현실적인 면에 있어서는 '글쎄올시다'라면,

이 책은 주변의 케이스 스터디와 상담 사례를 가지고 쓰여진 거니,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그리고 인간중심적이고 인간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따뜻하고 정겹다.

 

오늘 누군가가 이마에 주름이 너무 많다면서, 주름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묻길래,

내가 여러가지 방법 중, 가장 쉬운게 보톡스 되시겠고,

부작용으로 눈이 안 감길 수도 있는데 그건 감수해야 겠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람이 나이먹고 늙는건 자연스러운 거다.

관형찰색觀形察色하는 망진望診의 경우에는 주름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내가 보톡스 너스레  대신 하고 싶었던 처방은,

짜증근 성냄근이 만들어낸 주름을 미소근, 웃음근으로 바꿀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리고 웃는 연습도 하라는 것이었다.

一笑一少一怒一老니까 말이다.

 

'아브라카다브라'도 테스토스테론 보충 요법도 그 다음이다.

'아브라카다브라'라는 용어는 중세유럽에서 질병이나 불행으로부터 지켜달라고 사용하였던 주문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브아걸처럼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는 주문으로 사용되었는데, 남성의 젊음 유지에 있어 테스토스테론이 아브라카다브라 주문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갱년기증후군을 가진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하면 성기능 향상과 섹스에 관한 욕구가 예전과 같이 회복되어 활기가 넘치고, 집중력이 증가하고, 삶을 확실하게 변화시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누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도 아브라카다브라 주문이 나오는데,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가 덤불도어 교장을 죽일 때 사용하였다. 같은 주문이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도 되고 사람을 살해하는 무서운 주문도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성갱년기를 해결하는 테스토스테론도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만병통치는 아니고 불로장생의 비술은 더욱 아니다. 무엇보다도 명심하여야 할 사실은 전문가의 적절한 검사와 관찰과 함께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하여야 한다.(224쪽)

 

내가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 이 사람을 신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뭔가를 설명할때 교과서적이지않고 논리적이고 차근차근하기 때문이다.

 

프로 야구 선수의 경기 중 아이싱(Ice-up) 같은 경우를 예로 든다.

나도 종종 텔레비전 화면에 투수들이 경기 중 막간을 이용하여 아이싱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우려하였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프로야구 초기에는 경기가 끝난 후 더운 목욕으로 몸을 풀었지만, 아이싱이 투수들의 어깨와 팔꿈치 근육의 피로회복과 근섬유 손상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 효과적이라 하여 보편화되었다. 일반적으로 투구 수가 100개 이상이면 20분 정도, 50개 정도에서는 10분 정도 아이싱을 한다. 아이싱을 하면 근육이 경직되고 혈관이 수축되기 때문에 운동 종료 후 해야 하고, 다시 운동하는 경우에는 6시간이 지나서 하는 것이 좋다.ㆍㆍㆍㆍㆍㆍ 손상을 받은 후 바로 온찜질을 하게 되면 손상부위의 혈관을 확장시켜 부기와 출혈을 더 심하게 하여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하여 염증과 부기를 감소시키고 24~48시간 정도 지난 후에는 온찜질을 하는 것이 파괴된 조직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398~399쪽)

그렇다고 이런 걸 예로 들어 설명하는 건,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을 모르면 가능하지가 않다.

기본을 제대로 알고 임상에서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것,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정OO선수의 경우처럼 경기 중 아이싱을 하여 통증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게속 경기를 할 경우 근육을 경직시켜 오히려 경기력 저하와 근육 손상의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400쪽)

이런 코멘트는 본인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공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중세 유럽과 로마시대의 위생 문제(난 로마시대를 구획정리가 잘되고 상하수도 시설이 발달했다고 알고 있었다)를 역사와 종교적 관점에서 해석한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고,

다문화가정, 성적소수자, 원격 의료 등 다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데 주저함이 없다.

 

 

보통 이런 의학 관계 서적을 보게 되면,

말만 의학 관계 서적이고 자신의 경력을 자랑하는 경력 치장용 서적이거나,

어려운 용어로 되어있어서 의사나 의료계 종사자가 아니면 읽기 힘든 경우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카더라'로 일관하는 찌라시 수준의 정보지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이글의 처음을 중언부언 길게 시작했는데,

저런 상황을 환자만의 문제로 돌릴 순 없다.

환자의 수준과 의식상태와 요구사항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에 부응하고 상응하는 적절한 대책을 하지 못한 쪽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랜만에 환자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고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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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1-04 15:30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이책 제목을 병원에서 보고 음~~했는데 이케 리뷰를 보네요

알케 2014-11-04 17:50   좋아요 0 | URL
제가 바로 그 어깨 아픈 환자입니다. 곰 두 마리가 양 어깨에 올라 앉은 것 같아요. 무리하면 여지없이 나타나서 앉습니다 ㅎ

감은빛 2014-11-09 03:40   좋아요 0 | URL
제목이 참 거시기 하네요~ ^^
내용이 충실하다니 다행입니다만,
저런 제목이면 대개 내용도 별로인 경우가 많은 듯

병원 자체를 그리 신뢰하지 않지만,
비뇨기과는 정말 알고 싶지 않네요.
온갖 매체마다 무슨 해괴한 광고는 그리 많은지!
 
재일기 -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마라
김재일 지음 / 책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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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상에서는 호 ㆍ불호가 명확한 거침없는 성격이지만, 실상에서는 그러지 못했었다.

좋으면 좋다, 싫어도 싫다 감정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뜨뜻미지근한 성격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내가 넷상에서 호기로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익명성에 기댔기 때문이었지 싶은데,

이 익명성은 대표성이 없는 대신,

가변적이고 유연하여 호 ㆍ불호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보다는 중간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이유에서, 좋은 책을 만나면 좋다고 떠벌릴 수 있었지만, 사람을 향하여선 그럴 수가 없었는데,

한쪽으로 치우쳐서 극단적이라는 말을 들을까 두려웠었다.

그러다보니, 중간이  습관이고 미덕으로 고착되어, 너무 좋을땐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누군가의 4년여 동안의 작업을, 결과물을, 단 며칠만에 후다닥 읽는 것도 그랬지만,

읽고 좋다 어떻다 할 수 있는 깜냥도 아니면서 뭐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이 책에 누가 되지나 않을까 싶어 한참 망설였다.

 

전에 '장르소설 나부랭이'라는 표현이 그랬던 것처럼,

이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어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내가 만화책까지 사서 읽는다고 하면 돈이 남아도냐고 하며,

흔히 애들이나 철 없는 어른들의 전유물이라고들 하는데,

이 책은 중국집 배달원들이 드는 철가방이 아니라, 철이 좀 들었거나 들고 싶은 사람들이 읽기에 알맞은,

모처럼 책값이 아깝지 않은 그런 책이다.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어도 좋겠고,

아무렇게나 펼쳐서 한꼭지씩 읽어도 좋은 것이,

삶이 지치고 힘든 이들이라면 쉼표를 찍듯,

공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느낌표를 나눠 갖듯, 무한 위로와 격려가 될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깨달은게 있다.

하나는 선하고 착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너무 확고한 신념이랄까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289쪽)

 

이건 나와 내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니, 나도 예외일 수는 없는 얘기인데,

'끼리 끼리 어울린다(類類相從)'고 책을 좋아하다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주변 사람들도 책을 좋아한다.

책이 아니어도 내 나이 또래에 이르면,

자아를 구축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굳건히 하느라 주변에 무언가 방어막을 치게 되는데,

자아를 구축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책을 통하여 얻은 확고함을 옵션 내지는 덤으로 장착한듯,

웬만해선 끄떡도 않는 것이 신앙이고 신념이라는 방어막이다.

그러니까 책이 신앙이고 신념이 되는 셈이다.

 

책을 통하여 자아를 구축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굳건히 한 사람들의 경우, 웬만해선 일상에 굴곡이 없다.

소신과 신념이 하루 아침에 뒤바뀔 일이 없고 자아가 급물살을 타고 변할 일도 없으므로,

맨날 그날이 그날 같은, 한결 같은 사람이라는 소리와 더불어 선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그 얘긴 확고부동, 초지일관과 동의어지만, 고집불통, 고정관념, 편견과도 같은 의미이다.

 

그러니까, 부조리나 불의를 보면 분개하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인듯 보이지만,

선하고 착한 사람이 만들어낸 확고한 가치관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과하여 극단으로 치닫다가는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여야 한다.

힘에 부치다고 칼자루를 상대에게 뺏기거나 다른사람에게 쥐어주어선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유연해야 한다.

유연해야 자신이 먼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랑에 대해 그동안 내가 기지고 있던 편견을 여실히 무너뜨려주었다.

난 그동안 '사랑한다'는 말에 인색했다.

사랑한다는 말이 내게는 형용사도 , 동사도 아닌, 외계어 정도 였다.

 

그런데, 이 책에선 사랑은 일단은 꿀떡꿀떡 받아먹을 일이란다.

그리고 미리미리 목구멍을 늘려놓아야 한단다.

목구멍이 보통 크지 않고서는 쉽게 삼킬 수 있는 말이 아니란 의미는,

곱절로 더 크게, 기꺼이 돌려줄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겠다.

사랑은 그래서 직접 해보아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사랑은 연습도 필요한,

일종의 행동 강령이다.

 

만화책이니까 그림에 대한 얘기도 해야겠지만,

그림만 언급하기엔 만화의 내용들도, 그 옆의 시같기도 하고 산문같기도 한 글귀들도 참 좋았다.

이 글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라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하여,

이 사람을 명명하는게 제한이 될까봐 유려가 될 정도이다.

내공이 깊다.

 

그렇다고 사람이 아는게 많고 내공이 깊다고 하여, 그런 언어나 화법, 문체를 구사하는건 반대이다.

오히려 아는게 많고 내공이 깊을수록,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건 나이와 동의어는 아니다.

요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한 친구가 나온다.

얼굴이 잘 생긴것도 아니고, 목소리가 (내가 듣기에 좋기는 하지만) 옥타브를 넘나드는 신의 헤택을 받은 목소리도 아니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물기 먹은 목소리는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듯 했고,

그 사연과 경험들이 자양분이 되어 곡을 자기만의 색깔로 해석해 내는데,

아무리 어려운 노래도 그를 통해서 나오면 더 이상 어렵지 않은 것이,

쉽고 친근하고 가깝게 들리는 게 그의 해석의 매력이다.

 

 

이 책도 그렇다.

불교라는게 종교이고 철학이다 보니, 얼마든지 딱딱하고 어려워질 수 있을텐데,

그림체부터가 동글동글하고 정겹다.

그렇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57쪽의 스님 얼굴은 달마대사의 그것처럼 禪적인데, 그게 보기에 따라선 해학적으로도 보인다.

 

이 정도에서 끝내도 부족하지 않았을텐데,

글의 중간중간에 '홍성지'의 그림이 들어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실은 일러스트 또한 좋았다.

일러스트 자체만 놓고 봤을때는 내용과 겉돌지도 않았다.

그런데 만화책 중간 중간에 이런 일러스트를 넣어,

다른 느낌의 그림이 이중으로 들어간것이 좀 과한 느낌이었다.

펴낸이랑 성이 같은 것에서 해답을 찾아보아야 하려나~(,.)

 

'아함경'은 석가모니의 언행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아보이는 부처님과 스님들의 수행법에 대해서 언급한다.

'세상을 전부 물질로만 볼 수 있겠는가?'하는 부처님 말씀은 정신적인 영역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이란다.

이렇게 몸과 마음, 물질과 정신이 상반되는 대구 관계를 이루며,

우리가 몸을 위하여 입으로 먹는 양식 말고, 마음의 양식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마음의 양식'을 언급하면서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중산층 개념을 비교한 내용은 많은 걸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나라는 

30평 이상의 자기 명의 아파트,

통장 잔고가 1억 이상,

월수입이 500만원,

자동차는 2000cc급 이상,

일년에 한번 이상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여유 이상의 것을 누리고 살 수 있는 자.

같은 것들이었다면,

 

프랑스는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는가?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외국어를 1개 이상 할 수 있는가?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는가?

남들과 다른 맛을 내는 요리를 할 줄 아는가?

사회문제에 대한 공적인 문보를 의연히 견딜 수 있는가?

약자를 도유며 꾸준한 봉사활동을 하는가?

같은 것들이었다.

 

4년여에 걸쳐 느끼고 깨달은 걸 응축시켜 표현해 낸 것이기 때문에 나 또한 읽으면서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많은 생각들을 하나로 요약해보자면,

'고정관념과 편견, 선입견에서 벗어나서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생각하자'는 거다.

 

그리고 이 책이 주려는 깨달음과는 다른 깨달음일지도 모르는데,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걸 두려워 하지 말자는 것이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도록 노력을 할 수는 있지만,

날아오는 화살이 두려워 전쟁터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보다는,

경험을 통해 몸으로 느끼고 깨닫는게 훨씬 나으니까 말이다.

 

'잘못을 하는 건 인간의 몫이고, 용서를 하는 건 신의 몫'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좀 홀가분해지지 않으려나?

아닌가?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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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옥 -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니콜라스 카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 '유리감옥( The Glass cage)'을 보고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감옥'이라고 하면 쇠창살 안에 무언가를 가두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훤히 속이 들여다 일뿐더러, 깨지기 쉬운 유리로 된 그것이 무엇을 가두는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싶은것이,

우리의 생각을 도대체 어떻게 가둔다는건가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얘기되고 있는 것은 사무자동화기기라 일컬어지는 컴퓨터 스크린, 스마트폰의 액정, 구글 글래스 등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으로 접속하는 매개체의 통로가 되는 화면들로,

그것들이 우리를 진짜 가두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게 아니라,

우리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 이런 사무자동화기기에 의존하여 일을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하다 보니,

많은 일들을 무의식 중에 이런 사무자동화기기에 맡겨버리게 되어,

정작 우리의 생각이나 판단을 요하는 부분까지 생각없이 이런 사무자동화기기에 의존하게 되어 버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인것 같다.

 

그런데, 내가 팔이 안으로 굽어서 인간에 대해 과신이나 맹신을 해서가 아니라,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런 디지털 기기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어떤 영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때문에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디지털 기기가 대신 해줄 수 없는 그런 영역을 적절하게 예상하고 대비하고 보완하는 것만이 해결책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 어떤 것들은, 가치판단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특정 영역의 사무를 잘 시행하도록 고안된 디지털기기 덕분에,

사무능력 외에도 복잡다단한 감정을 지닌 인간은,

업무능력의 어느 한 부분에서 일을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하게 되었지만,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능력인 복합적인 행동과 감정이 어우러진 동시다발적인 그런 것들은 수위와 기준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디지털기기의 적정 수준은, 인간이 재해나 사고 등으로 기능을 상실했을 경우, 

상실한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면 적절할 것 같다.

그 디지털기기를 조작하는 인간의 능력을 앞서나가지 않는 범위 내로 제한 했으면 좋겠다.

 

교통사고로 거동을 할 수 없는 어른의 경우,

인지기능이 정상이라면 말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괜찮을 수 있겠지만,

 

거동이 비슷하게 불편한 지적장애아동의 경우,

교통신호도 읽을 줄 모르고, 주변 교통상황에 대한 인식과 판단 능력이 없는데,

말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글쎄~' 적절하지 못한것 같다.

 

예전의 나였으면 인간만이 생각하는 존재이고 어쩌고 따위의 말을 했겠지만,

이제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게 바로 인간임을 안다.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보다 어느 특정 부분에서,

인간이 프로그램한대로 적용되다보니,

행동이면 행동, 지능이면 지능, 더 높은 능력을 보유하도록 프로그램되었을수도 있음을 알겠고,

개 중 어느 것들은 복합적인 그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겠다.

 

그리고 어느 수위나 기준에 도달한 후에는,

더 이상 인간이 프로그램을 주입할 필요가 없이,

자체적으로 진화하여 다방면으로 발전과 변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을 보면 그렇게 고안되어진 인간 병기 '드론'이 나오고,

얼마전 읽은 '기억전달자'에서도 그런 미래 인간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일례로,

소싯적에 걸어다니는 네비게이션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지리 뿐만 아니라, 도로 위 교통 사정에도 빠삭하였던 남편 님이 계셨다.

명절에 시골에 내려갈때면, 지도책을 펴놓고 한참 도로 운용의 道를 연구하였고,

덕분에 편안하고 안전한 귀성길과 귀경길이 되었었다.

 

그런 남편이 언제부턴가 자동차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에 의지하더니,

급기야 지난 명절 시골 내려갈때는 어지간히 막히지 않아서는 불가능하다는 도로 위 주차장을 실현하고 있었다.

어디 안 막히는 국도라도 이용하자고 하니까,

차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을 한 번씩 업그레이드를 받아줘야 하는데, 그걸 받지 않아서 오류가 발생한다더라.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지도만 '쓱~' 쳐다 보는 것만으로도 도로 위 교통상황을 알아채던 예지력은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고물 기계를 따라 우회전 , 좌회전을 반복하며 주변을 뱅뱅 맴도는데,

기가 막힌것도 잠시, 이내 안습이었다~--;

 

디지털기기가 아무리 자체적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되어,

다방면으로 발전과 변이를 거듭하더라도,

가내수공업이라고 해야 할까, 달인의 손길을 요구하는 것들, 또는 촉이나 육감에 의지해야 하는 것들,

내지는 어떤 인간의 통합적인 공감각을 요구하는 프로그램들은 디지털 기기로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다.

 

또 한가지 예로,

병원에서 사용하는 환자 차트 프로그램 중에 전자 차트가 있다.

전자차트가 없었을 때는 몇날 며칠을 수기로 차트를 하여 보험에 적용, 청구하는 직원이 따로 있었다.

지금은 온라인을 통하여 바로바로 연결이 되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적용되어 편리하지만,

모든걸 규격화하여 틀 안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삭감이 두려우면 근접한 상병 명을 찾아 적용시켜야 한다.

그래도 사각지대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걸 이 책에선 이렇게 얘기한다.

 

ㆍㆍㆍㆍㆍㆍ의사가 읽고 겪어본 경험으로부터 얻은 일반적 퍠턴과 개연성의 추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는 점검표와 기타 의사 결정 지침들이 큰 도우미 될 수 있다. 그들은 복잡하고, 또 가끔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질서를 부여한다.

ㆍㆍㆍㆍㆍㆍ

컴퓨터 자동화는 의사에게 노예처럼 템플릿과 프롬프트만을 따르게 요구함으로써 의사와 환자 사이의 역학관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 로운이 주장했듯이 자동화는 환자의 방문을 간소화하고 유용한 정보를 저장해놓을 수 있지만, "조급하게 질문의 범위를 축소해 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심지어 의사들에게 환자보다 컴퓨터 스크린을 더 중시하는 자동화 편향을 초래함으로써 오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160쪽)

 

이 책의 끝부분에는,

적나라하게 묘사되지는 않았지만,(히피 느낌이 나게, ㅋ~.)

"당신이 살고, 배우고, 사랑하기 위해서 기술은 방해가 안 돼야 한다"라고 이 책의 요지를 정리하고 있지만,

'인간을 위해서'라든지, '인간만을'이라든지, '오직 인간만이' 따위도, 인간 중심의 독선적인 편협한 시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인조인간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ㅋ~.)

다시 말해,

디지털 기기가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해 줄지는 몰라도, 사람 삶의 질까지 향상시켜 주지는 않는다는거다.

개인의 감각이나 생각 또는 주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그리하여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지의 문제니까...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살아있음의 표현이자, 살아있음의 증거가 아닐까 싶다.

일일이 몸을 부딪히며 움직이고 땀흘리고 아파하고 멍들고 하면서 '내가' 경험해야 하는 거다.

 

온갖 종류의 다양한 킨들이 나와도,

내가 직접 책장을 침발라 가며 넘기며 읽는 이유이고,

달콤한 낱말과 빠다 바른 문장으로  장착한 이메일이 와도 삐뚤빼뚤 손으로 눌러쓴 손편지에 환장을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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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정확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또는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한국어 글쓰기 강좌'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고종석의 문장1, 2'의 부제들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깜박깜박하는 기억을 붙잡아두는 기록이라는 의미에서 글쓴이의 내적 독백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글을 읽게 될 누군가를 고려하여,

또는 내면의 읊조림을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며, 쓰여지는게 아닐까 싶다.

때문에 '아름답고 정확하거나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라는 것은,

'아름답고 정확하거나 자유롭고 행복한' 필이 충만하여 쓴 글이거나,

읽는 사람이 전후사정이나 자신의 감정이나 추억을 약간 가감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정확하거나 자유롭고 행복한' 마음이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난 심미안은 아닌지라,

'아름답고 정확하거나 자유롭고 행복한' 마음보다는 약간 어긋나고 허술해야 숨통이 트이고 편안해지는,

아름다움보다는 편안함을 우선시하는 족속이다보니,

'아름답고 정확하거나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라는 말에 혹해서 강좌를 듣거나 책을 읽을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 했었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난 쌍꺼풀 짙고 촉촉하고 큰 낙타눈은 '느끼남'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글에서도 사르륵 사르륵 모래바람이 날리는게 아니라 찐득찐득함이 묻어나는 늪일 것 같아서 고려대상이 아니었는데,

그 넘의 책베개에 홀려 넘어갔다~--;

 



고종석이라고 하면,

글 잘쓰기로는 내로라하는 사람이고,

이 책이 글쓰기 강연을 활자로 풀어 놓은것이기 때문에,

설정이나 마케팅 상, 글쓰기가 재능이 아닌 훈련에 달려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권 겉표지의 

'모든 뛰어남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타고나는 겁니다. 음악이나 수학은 재능을 타고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수학이나 음악과는 다릅니다. 충분한 훈련이나 연습으로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글 쓰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글이 나아집니다.'

라는 돌출 글이나,

그 내용을 본문 중에 다시 한번 강조한 걸로 보나, 

글쓰기가 재능이 아닌 훈련에 달려 있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ㅋ~.

 

난 세상의 많은 것들이 훈련이나 연습 등 '엉덩이의 뚱뚱함=엉.뚱.함'이 좌우한다는데 긍정적이지만,

이런 예술적인 분야는 '엉.뚱.함'말고도,

오감외에, 예감이나 영감이라고 부르는 육감, 또 다른 말로 '촉'이라고 하는 그것을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연후에 '엉.뚱.함'까지 갖추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같은 추세로 미루었을때,

일일이 글로 옮기느니 잘 편집하여 동영상 강의 따위로 만드는게 접근성이나 효용성 면에서 낫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 낸 걸 보면,

책 뒷표지의 그것처럼 고종석이 '당대의 문장가'란 사실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의 승리라고 밖에 할 수가 없겠다.

 

고종석은 이 글쓰기 강연을 통하여 자신이 글쓰기보다 말하기를 더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할 정도로,

강연의 완성도나 강연을 들은 이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나 보다.

 

난 책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그들을 통해서 내가 모르던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걸 즐긴다.

파리 생활이 그의 이력과 사고 방식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모르겠지만,

내겐 독특하게 느껴졌고,

그 낯선 어색함, 글들여지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박학다식함으로 착각했었나 보다.  

그의 전작 '자유의 무늬'를 예로 드는데,

앞부분에 많은 것들이 집중 포진되어 있어 몰입이 잘되는 반면, 중반부로 넘어가면서는 여백도 많아지고 내용도 성글어지고,같은 내용이 되풀이된다.

 

강의를 직접 들은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이 직접 글을 써보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고,

첨삭을 하는 등 실제 자신의 글쓰기에 적용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책으로 읽다보니,

초반부에 집중하고 몰입하게 만들었던 그 매력이 감소하고 나니, 그의 강의가 일반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백이 너무 많고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지루하게 늘어지는 책일 수밖에 없다.

 

규칙이나 공식이 있는 것은 그 규칙이나 공식을 나름 적용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 같은것,

언어감각을 키워야 할 것마저 규칙이나 공식으로 만들어서 틀에 넣다보니,

강의를 하고 들을 때는 폼나고 이해도 빠른것 같지만,

글쓰기는 규칙이나 공식으로 해결안되는 부분도 있고,

그리고 규칙이나 공식이 적용되는 그 부분 마저도,

세월이 흐르면서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규칙이나 공식을 쉽게 외우는 방법을 만들어 전수한다 한들,

실제 적용해 보지 않고서는, 언어감각이 향상되거나 할 리가 없다.

 

그러면서 필사가 별로 도움이 안 되니 하지 말라고 하는데,

고종석은 책 내용을 보니 강의 중에, 은연 중에 자기 스타일을 강요하고 있다.

언어규칙과 공식에 관해서라면 그가 아니어도,

우리나라 국어학자나 언어학자의 수만큼 많은 이견이 분분할 것이다.

더 정리가 잘 되고 간결한 글쓰기 책도 많을 것이다.

 

그는 글쓰기 테크닉을 넘어서, 인문교양과 언어학적 이해에 바탕을 둔 기품있는 글쓰기로,

논리가 있는 명확한 아름다움과 수사학적 아름다움, 아울러 한국어 지식을 얘기하고 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자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기품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좋은 글쓰기란,

맞춤법이나 어법의 정오에 연연하기보다는,

글쓰는 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치장하지 않고 간결하게 표현하여,

쉽고 편안해서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거추장스럽지 않고 편안해서

숨쉬듯 읊조리듯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글을 쓰는 사람의 숨결과 개성이 녹아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일상의 잔잔한 재미가 녹아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고 말이다.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옮아가,

글을 쓴다는 것은 글을 읽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적어도 누군가가 글을 읽어주길 바라며 쓰여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의 기품이라는 것, 품격이라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과 읽는 사람의 마음이 어느 한곳 만나는 지점에서, 소통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그리하여 글쓰기는 사람과의 사귐과 닮았다.

자신의 스타일을 테크닉이라는 이름으로, 내지는 빨리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름길이라고 하여, 은연중에 강요하는 그런거 말고,

자신의 어느 한부분, 한지점을 기꺼이 포기하고 내어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받아들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본질과 본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본질과 본성을 잃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고종석의 문장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고종석의 문장 2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9월

 

 



암튼 그렇다고, 고종석의 꿀꿀함을 '라면송'으로 달래겠다는 나는 뭐람~(,.)

뭐긴 속물이지~!

속물이 뭔지 모르겠고,

속풀이엔 라면이 그만이던데,

 

라면송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일상에
쉬운것은 하나도 없지

힘이 들고 지쳐갈땐
천국에서 라면으로 속을 달래봐

 

엊저녁 '세상 쉬운 일 하나도 없지.'어쩌구 저쩌구 하며,

'이럴땐 술집에서 안주나 축내는것도 좋은데'라고 어물쩡 넘어갔다.

그런데, 언어적 기품이 다르다보니,

'술집에서 양주나 축내는것도 좋은데...'라고 알아듣고는 '레알?'하며 되묻는것이다.

'라면송', 이 노래를 일찍 떠올렸다면 '레알?'소리를 들어가며 재차 확인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말이다, ㅋ~.

 

 

 

내츄럴 (Natural) - Special Album
 내츄럴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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