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 3 - 소비·가면·늙음·꿈·종교와 죽음 편 강신주의 다상담 3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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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만날때에 떠날것을 염려하는것과 같이 떠날때에 다시 만날것을 믿습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만날때는 떠날 것을 생각 못하고, 떠날 때는 다시 만날 날을 그리워하는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벙커1'에서 진행되던 강신주의 강의'다상담'을 팟캐스트로 듣고 책으로 읽고 그러면서, 

그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부러웠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렇게 '다상담3'을 끝으로 그를 영영 못만나게 될 것 같아, 마냥 섭섭하기만 하다.

 

물론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최근 인기 절정이고,

(방현주의 라디오 북클럽 지난 주 그 코너는 그의 감정수업이었다, ㅋ~.)

그런 그를 주변에서 가만 놔둘 리가 없겠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우리가 그의 영혼 곳곳에 관을 푹 찔러넣어 수혈을 받고 있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건 극도로 응축되고 집약되고 농축된 삶의 정수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그리하여 그에게 수혈을 받게 되는 우리는 너나 없이, 연령이나 성별, 종교, 지방색 따위 아무 상관없이 빵빵해져서

충족함을 느꼈지만,

그렇게 한권의 책을 내고, 한번의 강의를 할때마다,

그는 소진된 영혼의 빈자리를 채우고 메우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노력을 얼마나 어떻게 할지, 를 생각하면 목이 메였다.

 

언젠가  '데이비드 호킨스'라는 사람이, 우리가 발산시키는 에너지를 가지고 '인식의 지도'라고 하여 수치화시킨것을 본 일이 있다. 가장 낮은 수치가 20이었고 가장 높은 깨달음은 1000이었다. 이를테면 에너지 수준이 '중용(250)'의 단계에 이르면사람이 안정되고 포용력을 갖게 돠며, 기쁨을 느끼는 540에서 치유가 시작된다고 보았으나 540까지 에너지가 다다를 수 있는 사람은 전세계인구의 0,4%에 불과하단다.

 

그래서 그런지, 강신주의 그것들을 듣고보고할때마다 나는 충만함을 느끼곤 하지만,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치유하려고 할라 치면, 너무 순식간에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발산하는 에너지는 아직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는 540까지 미치지 못한 것이 된다.

 

그는 이런 내 속에 들어왔던 것마냥,

나의 고민을 들여다보고간것 마냥,

소비심리에 관하여 이런 결론을 내린다.

어쨌든 노동자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싶을 때 소비의 욕망은 그만큼 강해져요. 거꾸로 이렇게 이야기해도 돼요. 여러분이 억압을 받을 때, 삶이 힘들 때, 일이 뜻대로 안 되고 자꾸 남의 뜻에 의해서 좌지우지될 때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요? 돈  가지고 상품 고르는 것밖에 없잖아요.(49쪽)

예전부터 채 읽지도 못하고 수많은 책을 사들이는 것과 관련,

내가 아는 어떤 지인은 이런 말을 하셨었다.

"명품백을 사재기하면 돈없을 때 팔아먹을 수라도 있쥐~--;"

꼭 사치품을 사들여야만 낭비는 아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지금 당장 효용가치가 없으면 낭비이고 사치인 것이다.

책을 사들인다고 하여,

책 속의 것들이 읽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 내게 그냥 걸어들어와 박히지는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 우리의 소망, 우리의 욕망은 해 봤을 때 뜨겁게 알 수 있어요. 내 것인지 아닌지. 그런데 힘들다고 해 보지 않고 접어 두면 평생 헷갈려요. 그 욕망이 내 것인지 아닌지 몰라요.ㆍㆍㆍㆍㆍㆍ끝까지 가 보고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버릴 수 있어요. 그런 경험들은 책에서도 배울 수 없어요. 여러분의 몸으로 알아야 해요. 그러면서 하나씩 여러분 자신을 알아 가는 거예요.(116쪽)

강신주가 멋진 것은, 말을 잘해서 만은 아니다.

그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적어도 몸 속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가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

그렇게 말로 뱉어내는 것보다 더 지독하고 혹독한 경험을 통과하고 건너왔기 때문이지,

단지 우리보다 신체적인 나이가 많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바닥을 쳐본 자만이 위로 도약할 수 있다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그건 어느선까지이다.

만신창이가 되면 수습마저 어려워진다.

그 경계선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몸으로 오롯이 경험하고 통과해 내는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를 넘어 더 좋은 공동체로 떠날 힘이 남을 때까지만 고통을 겪으시라고. 너무 고통을 받아 망가지면 자본주의를 떠날 최소한 힘마저도 없을 테니까요.(117쪽)

'다상담3'은 소비, 가면, 늙음, 죽음 따위의 내용들이다.

ㆍㆍㆍㆍㆍㆍ노년은 굉장히 멋있어요. 나이 듦의 매력은 거기에 있어요. 이제 내가 오류 없이 상대를 읽는 것처럼, 그렇게 나를 읽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시간이 늘어가는 거죠. (259쪽)

 

주름은 생기고 있잖아요. 답답해 죽겠어요. 그걸 즐겨야 되는데 즐기지 못하니까요.ㆍㆍㆍㆍㆍㆍ나이에 맞게 경험하는 게 다르거든요. 돌아보세요. 방향을 자세히 보세요. 우리가 어렸을 때 경험했었던 세계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넓어지죠. 계속 확장되는 거예요. 그 극점에 이르러서 우리는 죽을 거예요.(263쪽)

'그 극점에 이르러서 우리는 죽을 거예요'가 아니라, 그렇게 그렇게 공기중의 먼지에 더 가깝게 잘게 나뉘어져 자연이 된다는 걸로 표현하고 싶다.

몸은 죽어 흙으로 돌아가더라도,

우리가 경험하는 정신 세계는 열리고 확장되다가는,

확장되면서 성글고 희미해져서,

자신의 개별성을 내어 놓고 그렇게 그렇게 자연에 흡수되어 가는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동양의 성숙한 사람들은 말이 행동으로 지속되는지를 주로 봐요.ㆍㆍㆍㆍㆍㆍ주자가 사람은 발로 걸어야 된다, 그게 일상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제자가 묻는 거예요. 물구나무서서 갈 수도 있지 않느냐고요. 주자는 한마디로 말해요. 물구나무로는 오래 못 간다고요. ㆍㆍㆍㆍㆍㆍ<주자어류>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지속가능한 것, 그것이 깊이를 가진 거예요. 그래서 지금 억지로 존경하면 안 돼요. 우래 못 가요. 오래 못 가는 걸 하지 마세요. 오래 갈 수 있는 것을 해야 나도 상대방도 상처를 적게 받아요.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실 때 내가 오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돌아보셔야 돼요.(294~295쪽)

옛날엔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편한 것은 편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편한것, 지속가능한 것이야 말로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불같이 타오로는 사랑은 순간일 수는 있어도,

그 불같은 사랑이 오랫동안 한결 같이 지속될 수는 없다.

아궁이의 불씨마냥 오래 지속될 수 으려면,

삶 속으로 파고들어와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말뿐 아니라 행동도, 경험도 중요하다.

 

며칠전 '이박사 이작자의 이이제이'라는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의 '조봉암'편을 듣다가 친구에게 들어보라고 권해주었더니,

친구는 '변호인'도 그렇고 이런 시사프로그램도 그렇고 듣고 있으면 부아가 치밀어 올라 들을 수가 없다고 툴툴거렸다.

강신주도 그렇고,

이이제이의 이박사도 그렇고, 철학박사 들이다.

그동안 이과 출신이어서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나는,

철학을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어렵고 현학적인거라고 생각했었고,

그리하여 '철학이나 인문학은 왜 공부하나,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했었다.

그런데 요즘 이들을 통해 느끼는건,

철학과 인문학이야말로 삶과 가장 밀접한 학문이고,

추상적으로 꿈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삶을 내가 오롯히 통과하여 내가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 공부한다는 거다.

 

ㆍㆍㆍㆍㆍㆍ여러분 친구 만날 때 다른 걸 먹고 싶은데 친구가 먹자고 하는 음식을 먹을 때 많죠?'그래? 넌 스파게티 먹어.30분 뒤에 여기서 만나자. 나는 볶음밥이거든'이렇게는 못 해 봤죠?ㆍㆍㆍㆍㆍㆍ[그렇게 했더니 모든 인간관계가 정리됐어요]정리가 돼야 해요. 쓰레기 같은 관계들이 정리되고 빈손이 되어야 다른 걸 잡는 거예요.(383쪽)

그동안 내가 가장 고민하고 두려워했던건 이 부분이다.

사람이 살면서 의미있는 말만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 의미없는 말을 한다 싶을 때가 있다.

인터넷 상의 네트워킹에 관해서도, 수위를 어느 정도로 조절해야 될지를 놓고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 건네는 '안녕하세요' 한마디는 환자의 리액션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아무 의미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얼마전에 산 정가 19000원짜리 책의 슈퍼 바이 백 가격을 클릭해보니 1000원이길래 만든 이에게 알려드렸다.

난 만든이가 내 의중을 파악해 현실을 인식하길 바랐지만, 우선은 그가 받은 상처가 큰가 보다.

부질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지난 주말엔 '어바웃 타임'이란 영화를 보았다.

거기선 추상적으로 꿈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거기에 하나의 수식어를 더 하자면 'herenow'정도 되겠다.

 

좋은 책도 그렇고, 좋은 영화도 그렇다.

보고있으면 시간이 금방간다, 몰입하게 해준다.

좋은 친구, 좋은 사람도 미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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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4-01-08 17:07   좋아요 0 | URL
그래요.
쓰레기 같은 관계들 정리하기 참 힘들죠.
인간은 그렇게 버리기를 힘들어 하는 존재인 거 같애요.

sslmo 2014-01-17 14:20   좋아요 0 | URL
쓰레기 같은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고,
제가 개인적으로 버리고 정리하기 힘들어하는 존재인 것은 맞지만여~--;

여기서 말하는건, 쓰레기 같은 인간 관계는 정리하는게 낫다...뭐 그런 얘기인것 같습니다여~--;

2014-01-08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4-01-17 14:35   좋아요 0 | URL
속상여 주신 님,
저 님이 하시고자 하는 말의 뜻, 뭔지 알겠어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쓰레기 같은 인간관계란 그런 걸 얘기하는 거 같아요.
저 문맥만 봐선 알아차리기 좀 곤란하지만,
저기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표면적이고 가식적인, 가면을 드리우고 행동하는 그런 인간관계를 얘기하는거 같아요.
그러니까 친구가 먹자고 하는 음식에서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은,
쓰레기도, 친구도, 음식도 아닌...다름을 인정하는 삶이예요.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이 없을때,'아무거나'라고 대충 대답하지 않고,
먹고싶지 않다든지, 아니면 다른 무언인가를 먹고싶다고 자기발언권을 갖자는 것이지요.
그렇게 개개인의 다름과 개성을 인정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관계라면,
내가 상대방에 의하여 끌려다니는 그런 인간 관계가 아니라,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자는 그런 말쯤으로 해석하고 싶었어요, ㅋ~.

제가 더 논점을 흐트러놓은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폰으로 다운로드 밧으시려면, 앱을 설치해야 하고 복잡하고,
찾아보니, 유튜브에 있는데...
여기서 저 부분이 언급되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ㅠ.ㅠ


세실 2014-01-09 00:00   좋아요 0 | URL
쓰레기 같은 관계......
요즘은 그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나를 내어주자'로 바뀌었습니다.
모임을 정리하긴 해야 겠지만요. ㅎ

오늘 오전 8시에 방송하는 MBC FM에 강신주 박사가 '자긍심'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5분도 채 되지않는 시간임에도 어찌나 임팩트가 있던지...내공이 대단하죠. 나랑 동갑인데....

sslmo 2014-01-17 14:44   좋아요 0 | URL
철학을 우리 주변으로까지 끌어내린 공은 높이 사고 싶은데,
요즘 너무 이곳저곳에서 만나게되다보니,
좀 식상한 느낌도 들기는 하죠~--;

2014-01-09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4-01-17 14:50   좋아요 0 | URL
봄이란 말도 그렇지만, 꽃이란 말도 님이랑 잘 어울려요.
저도 그렇게 그렇게 봄나들이 함 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ㅋ~.

섬사이 2014-01-09 12:06   좋아요 0 | URL
어제 큰딸이랑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를 봤어요.
거기에 전지현이 천송이라는 배우로 나오는데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세미(유인나)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시련이 좋은 점이 있다고, 진짜와 가짜를 알게 하고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고.

오래 전에 저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게 해주는 시련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어제의 드라마와 오늘의 이 페이퍼로 그 때의 경험을 간단하게 정리받은 느낌이에요.

구구절절이 요체인 페이퍼군요. 마음이 어지럽고 심난할 때 저 책을 찾아 읽어야겠어요.

sslmo 2014-01-17 15:02   좋아요 0 | URL
저는 조 위 속삭여주신 분도 있고 했지만,
'쓰레기 같은 친구'랑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근데,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그거예요.
친구를 위해서라면, 내가 싫어하는 음식 한번 못 먹어 싶다가도,
한, 두번이 아니고 늘상이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싫어하는 음식을 늘 먹어야 한다면,
불편한 일임에 틀림이 없고,
힘들고 불편한 일을 지속하는건 쉽지 않을테니까 말예요.

그래서, 그런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어요.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가라.
힘들고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오래 지속하기는 힘드니까 말예요, ㅋ~.
 

옛날에 손석희가 시선집중을 할때,

출소를 앞둔 재소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과 실시간으로 면접을 연결해주는 그런 자리가 있었다.

면접관은 그 자리에서 쿨하게 그 재소자를 채용했다.

듣는 것만으로도 되게 가슴 훈훈해지는 그런 방송이 될뻔 했다.

마지막에 죄목을 물었고, '사기'라고 대답 했다.

그러자 그 면접관은 '영업을 하면 아주 잘 하겠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흔히 좋은 인상이 좋은 관상이라 하지만 대가들은 견해가 다르다. 사기꾼 치고 좋은 인상 아닌 사람이 없다. 나쁜 인상의 사기꾼에게 누가 사기를 당하겠는가? 관상에서는 좋은 인상이 아니라 깊은 인상이 좋다고 한다. 깊은 인상은 철학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귀하고 천하다는 것은 바로 타인을 귀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를 말하는 것이다. 좋은 관상은 귀한 관상이라는 것이다.

  관상학은 사주팔자와 같이 병행해서 본다. 생년월일시 사주에서 받은 기본 에너지가 얼굴과 몸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보는 것이다. 좋은 사주를 가지고 잘산다면 정말 잘산 것이고 나쁜 사주로 잘살았다면 노력으로 극복했으니 무엇이 그를 변화하게 했는지 보는 것이 핵심이다. 인류가 서로의 얼굴에서 본능적으로 많은 정보를 감지하고 읽어 온 역사만큼 논리로 정리되기 이전에 무궁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저장고가 얼굴이다.(44쪽)

지난번 '주역에게 길을 묻다'가 잠만 물었다지만,

그리하여 도움을 구해볼 요량으로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에 SOS를 요청, 아주 만족한다.

나같은 사람, 예를 들면 전통이나 학문으로 존중하되, 과학적인 것이랑 관련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 하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고진석 지음 / 웅진서가 /

 2013년 12월

 

일단 저자는 나랑 한살 차이다.(나보다 영거하시다, ㅋ~.)

책날개 안쪽의 이력을 쳐다볼라치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공학도이지만 졸업 후 성철 스님과 숭산 스님을 만나 불교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수행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프로그래머로서 국내 1호 쇼핑몰 ‘인터파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IT 업계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아이러브스쿨> 기술이사와 <애드온게임>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10대 시절 사주명리와 주역을 접했다. 이후 독학으로 사서삼경, 춘추 등 동양고전을 섭렵했고 서울대 상담심리 교육과정, 서울대 동양사상연구회 과정, NLP(신경언어프로그래밍) 전문가과정 등을 이수했다. LG그룹 신입사원 면접 프로젝터, 중소기업연수원 강사 등으로 활동했고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일에 대해 자문해왔다.
현재 후배들과 함께 창업한 학습 프로그램 회사인 ‘스터디코드’를 운영하며 ‘서울대 벤처지원센터’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대답의 책》, 《우리는 어떻게 프로그래밍 되었는가》 등이 있다.

라고 되어 있다.

내가 이 책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까닭이다.

"전통을 찬미하기 위해서만 전통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을 청산하기 위하여서도 전통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좋은 것을 보존하는 일보다 나쁜 것을 버려야 하는 일이 더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올선생의 이 말에 깊이 공감하며 책을 쓰기 시작했다. (12~13쪽)

 

 

난 사람이 나이 40을 넘기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관련, 공자의 '논어''위정(爲政)'편에 나오는 말인줄 알았는데, 링컨이 한 말이란다, ㅋ~.

유전자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말도 모순되지만,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 싶으면 그 또한 되게 꿀꿀하고 비참할 것 같다.

이정도 선에서의 타협이면 충분히 그럴 듯 하다.

어쩜 타협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과학계에선, 아니 최재천 교수만 하더라도 '통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걸 본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그리고 저자가 맘에 든 것은 맨 처음 인용 구절의 연장선 상에서였다.

언젠가 날 보고 인상이 참 편안하고 좋아보인다던 이가 있었다.

예쁘다는 찬사보다야 덜하지만 나름 만족했었는데, 관상에서는 깊은 인상이 좋은 인상이란다.

여기서 말하는 깊은 인상은 뭔가 사연을 지니고 꿍꿍이를 지녔다는 얘기가 아니라,

철학이 있는 인상을 얘기하는 거라는데,

철학이라면, 나름대로의 소신을 얘기하는 것일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날 붙들었던 문장은 바로 저 문장이었다.

귀하고 천하다는 것은 바로 타인을 귀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를 말하는 것이다.

내 자신이 깊어져야 타인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고,

내 자신이 낮아져야 타인이 지극히 귀해질 수 있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그러고보면, 관계에서 나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고 내려놓을수록 상대방을 섬길 수 있는 것이고,

궁극적으론 같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극히 과학적인 사고를 지녔다고 검증이 된 저자의 견해를 옮겨 본다.

주역은 미래를 규정하지 않는다. 규정되었다면 점을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래를 변화시키는 것이 주역의 목적이다. 주역이라는 상징과 문장을 보고 각자의 실력에 맞게 해석하고 경계의 지침을 주어서 삶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주역은 현재 처해진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을 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이 의지는 의식적인 의지가 아니라 인류의 집단 무의식에서 지혜를 얻으려는 의지이다. 문제는 괘의 내용이 너무나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역을 읽을 때조차 우리는 각자의 해석을 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뇌와 외부의 정보들 ㅜ사이의 불일치에 대한 해결방법이 담긴 '암호'문이 주역이기 때문이다. 모호한 암호는 우리의 경험과 공부가 발전하면서 풀리기 시작한다. 결국 답은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역을 공부하는 것은 여러 가지 공부와 경험을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역에 달통했다는 것은 주역 공부만을 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양학에서는 모든 공부의 마지막을 주역이라 말했던 것이다.(89쪽)

그리하여, 감히 겁도 없이 난 올해 주역을 읽기로 했다.

'인문으로 읽는 주역'이라고 남회근이 쓴 '주역계사강의'와 '역경잡설'들을 번역하신분이다.

 

 

 인문으로 읽는 주역
 신원봉 지음 / 부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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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4-01-0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어렵다는 주역을!
저는 감히 표지를 들춰볼 엄두도 못내는 책이에요.
그래서 더욱 양철나무꾼님의 멋진 도전(?)을 응원합니다. ^^


sslmo 2014-01-08 16:04   좋아요 0 | URL
저도 제일 쉽다는 책을 골라서 버벅거리고 있을따름이지욥~^^
암튼, 섬사이님의 응원에 힘입어, 화이팅 하겠습니다여, ㅋ~.

2014-01-08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8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며칠전 생기부 작성을 학생에게 시켜서 적발이 된 교사가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고 만감이 교차하였다.

선생님들에게 가르치는 것 외에 잡무가 많기 때문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만으로 돌려버리기엔 뭔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생기부 내용이 수능에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매 학년 초가 되면 이름은 다르지만 가정환경 조사서 같은걸 집에서 작성해서 가져가야 한다.

뭐 그리 기록해야 할 빈칸이 많은지,

집중을 하여 작성을 하고 나면 거사를 치룬 것마냥 온몸에 힘이 빠진다.

그중 나를 가장 애먹이는건, 아이 성격의 장점과 단점을 기록하는 칸이다.

 

사람이나 사물의 장점과 단점을 구분하는것은, 이러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일종의 체념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자라나는 새싹인 것도 있지만, 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다...가 되려면 아주 쿨하고 객관적이 되어야 하는데,

난 아무래도 팔불출인지 아이가 그저 좋다, 사랑스럽다.

그러니까 이러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다...따위는 구분해 낼 수도 없을 뿐더러,

다른이들에게 단점으로 보이는 것들이 내겐 그저 좋고 사랑스러운 장점으로 보이는 걸 어쩌겠는가 말이다.

 

사람이고 사물이고 간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을 때 하는 평가라야 의미가 있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생기부 작성을 선생님이 하지 못하고 학생한데 맡기는 것에 관한 적법성을 따지기 이전에,

생기부가 수능에 반영되는것이 타당하고 객관적인지,

제대로된 기준을 가지고 적용되는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하고,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모조차도 기재하기 어려운 그런 아이성격의 장ㆍ단점을,

물론 생기부야 그것과는 좀 다른 얘기겠지만,

선생님의 입장에선 이래저래 곤란할 수도 있겠다.

 

물론 선생님의 관점은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라던 장금이의 그것처럼,

아이가 그저 좋고 사랑스러운 엄마의 관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 참에 느끼고 깨닫게 되는 분명한 것은,

진정한 사랑은 '그렇기 때문에'라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따위의 조건을 달지 않은 '그냥'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나 의료인이라면 차마 쓸 수 없는,

하지만 의학계에 웬만한 애정을 갖지 않고는 쓰기 힘든 책 한 권을 보았다.

'위험한 서양의학 모호한 동양의학'이라는 제목 아래,

'서양의학, 동양의학, 민간요법, 대체의학 사이에서 흔들리는 환자들이 모르면 위험한 동양의학의 허와 실, 그리고 통합 이야기!'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띠지로 두르고 있는 책인데,

방대한 자료를 종합하고 있는 정보의 보물창고라는 것이,

그리하여 이 책을 읽을 독자 층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서양의학, 동양의학, 민간요법, 대체의학'중 어느 하나에 종사하는 의사나 의료인의 입장이라면 이 정도의 객관성도 유지하기 힘들었을테고 당연히 한쪽으로 치유친 글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 김영수는 '서양의학, 동양의학, 민간요법, 대체의학'중 어느 하나에 종사하는 의사나 의료인은 아니지만,

경제학 박사이며 금융전문가인 동시에, 국제적인 당뇨병 치료약 생산회사를 만든 사람이었다.

 

당연 사업수완이나 경제적 측면으로는 촉이 엄청 발달하였을테고,

거기다가 의학적 지식 내지는 의료상식에 대해서 갖는 내공은,

겸손하게 의학관련 고서적을 모으는게 취미라고 하였지만, 凡人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독자층이라는 타겟을 제대로 정하지 않은게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어찌보면 그의 제약회사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일지도 모른다 싶어졌고,

그럴 경우라면 구태여 독자층이라는 타겟 따위는 의미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암튼, '서양의학, 동양의학, 민간요법, 대체의학'을 '제도권 현대 서양의학','제도권 동양(한)의학','비제도권 민간의학'해가며 어느 하나 신뢰할 수 없도록 낱낱이 파헤치던 그는,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안수기도로 큰병을 고친적이 있다고 고백하는데,

그게 나같은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은 신비스러움이라는 탈을 쓴,

'성령의 힘으로~'내지는 '믿습니다'수준의 기독교 환자라고 여겨지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서양의학, 동양의학, 민간의학, 대체의학에 대한 책을 두루 섭렵한 그가 덧붙이는 코멘트를 통해서,

수많은 의학 관련 서적 중에서 쓸데없는 책을 걸러내고 읽어야 할 책만을 엄선해준다는 것이고,

이슈가 되는 사안과 연관시켜 개념정리를 쉽게 해놓아,

경제적 측면에서 내가 노력해야할 시간을 한참 줄여준 것을 들 수 있겠다.

 

내가 그의 이런 입장을 놓고,

기독교 환자의 그것 내지는 모든 것을 사업과 연관시킨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 의심들게 한 저변에는,

제도권, 비제도권 해가며 과학적 근거를 중요시하던 그도,

 'ㆍㆍㆍㆍㆍㆍ성경이 침묵하는 문제는 그 침묵을 존중해 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하는가 하면,

'솔직히 민간의료나 대체의학 쪽에서는 기독교 교리로 해당 의료분야를 정복하는 것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59쪽)'고 하면서

'ㆍㆍㆍㆍㆍㆍ안수와 기도, 금식과 강도 높은 종교활동이 효과가 있는 몇몇 질병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참으로 좋은 시도' 라고 하고 있는데,

'안수와 기도, 금식과 강도 높은 종교활동' 따위가 과학적으로 어떤 근거가 있는지 알 수 없겠기 때문이다.

 

위양성(병이 없는데도 있다고 판정하는 것. 그래서 필요치 않은 의험한 치료를 하게됨)과 위음성(병이 있는데도 없다고 판정하는 것. 그래서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게 됨) 검사의 설명은 충분히 필요한 것이지만,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방을 절제했다는 언급은,

그녀가 유명인이라는 걸 이용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보기에 충분히 선동적인 내용이다.

 

더우기 충격적이었던건,

새로 개발되는 의료 용품이 효과적이고 안전할수록 환자를 빼앗길까봐 박해하고 따돌리며(100쪽),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적당히 좋아야 받아들인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기존 제도권, 제도권 제약회사두고 치사하고 더러운 암투라는 표현을 해가며 경제적 이윤에 따라 움직인다고 하고 있는데,

그렇게 놓고 본다면 당뇨병 치료약 생산회사를 만든 그도 거기서 크게 비껴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암튼, 난 '안수와 기도, 금식과 강도 높은 종교활동'이 과학적 근거가 없고,

그리하여 제도권 현대의학과 상반된 개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는 현대의학의 문제점으로 사이비 종교성을 들고 있고, 아무리 좋은 학문ㆍ지식체계라도 사이비 종교성을 띠게되면 남용과 부조리가 발생한다(109쪽)고 하고 있다.

  

 

 

 

 

 

 

 

 

 

 

 

 

 

이쯤에서, 얼마전에 들었던 벙커강의 강신주의 '다상담'마지막편이 생각났다.

당근 책도 구입해주었다.

강신주의 다상담 강의가 마지막인데, 그렇게 쫑을 하게 된 원인을 두고 강신주는 우리들이 그를 사이비교주로 만들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종교나 신은 우리가 넘어졌을때 일으켜세워주고, 자신들의 어깨도 내어주면서 기대라고 한다고 한다.

반면, 철학과 인문학은 우리가 넘어졌을때 결코 일으켜세워주지 않는단다.

홀로 일어섰을때 훌훌 털고 재정비하여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단다.

그런데 우리가 철퍼덕 넘어져서는 손내밀고 일으켜세워주길 바라고,

자꾸만 그에게 기대고 의지하려고 하니까 그는 떠난다고 하였다.

그걸 책의 에필로그에서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ㆍㆍㆍㆍㆍㆍ저는 철학자의 역할을 생각했습니다. 철학자란 끝내 당당해야 한다는, 산처럼 일체 감정의 동요 없이 여러분 곁에 있어야 하는 의무를 다시 생각했습니다.ㆍㆍㆍㆍㆍㆍ제가 <다상담>을 마무리하는 이유는 바로 여러분 때문이라고 나무랐습니다. 여러분들이 제게 너무 기대거나 혹은 저를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입니다. 사실 그건 일정 정도 정확한 진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제가 아무리 여러분의 감정을 건드리려고 해도, 여러분들은 이제 그냥 그걸 제 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ㆍㆍㆍㆍㆍㆍ저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저는 보고 싶었던 겁니다. 저는 제가 망가져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욕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이 다시 스스로 당당한 삶의 주인이 되려고 노력한다면 말입니다.ㆍㆍㆍㆍㆍㆍ그런데 불행히도 어느 순간 <다상담>이 일종의 관광 명소처럼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사는 연예인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을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들어서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철학자이기 때문입니다.(512~513쪽)

 

앞의 '현대의학의 문제점이라고 한 사이비 종교성' 내용으로 돌아가서,

'거대제약회사'나 '위약효과'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왜 강신주가 생각났느냐 하면...

종교나 신은 손내밀어 일으켜주고 기댈 수 있는 어깨는 빌려주는 대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의지가 되도록 한다.

서양의학, 동양의학, 민간요법, 대체의학 등, 의학이라는 허울을 쓴 것도 마찬가지이다.

쾌유나 완치가 목적이 아닌 듯 보일때도 있다.

어떤 종류의 의학이든지 간에 환자가 있어야 명맥을 유지할 수 있고,

안타깝게도 의료사업이라는 것 또한, 의료이기 이전에 경영 이윤을 발생시켜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어깨를 빌려주는 것은, 일단 내가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경영이윤이라는 건, 어쩔 수 없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똑같이 경영이윤을 내야 하는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누가 더 도덕적이고,

누가 더 소박하며 욕심이 작고는, 중요하지 않다.

누워서 뱉은 침은 제 얼굴로 떨어진다.

 

암튼 의학을 비롯한 의료사업이 됐든, 종교가 됐든 심신이 안 아프고 괴롭지 않으면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갖고 갑론을박하기보다는,

여러종류의 의학나 종교, 신 따위는'아웃 오브 안중'일 수 있도록,

옆에서 자존감을 불어넣어주고,

그리하여 스스로 자아를 찾아 갈 수 있도록 부추기는 것이 어쩜 제대로 된 도움일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지금 이 순간 마음이 시키는대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렇게 살고 볼 일이다.

 

위의 것은 강신주의 '다상담 3권'의 사인, 아래는 '감정수업'의 사인.

사인본을 갖게 되어 영광이지만,

사인본의 글씨를 가만 들여다보면서 든 생각은 글씨는 참 못쓴다는 것이다.

글씨마저 잘 썼으면 어쩔뻔 했어, 완전 폭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을텐데...

천만다행이다.

'때문에'와 '불구하고'는 사랑이 아니라 '자기최면'이다라는 말이 다시 한번 적용되는 순간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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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3-12-30 11:32   좋아요 0 | URL
으으으 오늘도 역시나.. 님 서재에 왔다가 빈 손으로 그냥 가기는 너무 어렵단 말입니다. 흑흑
그나마 다행은 강신주의 다상담 1권을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보았다는 사실!! 흐흣

양철나무꾼님 해피 뉴 이어^^~~~

sslmo 2014-01-08 16:13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헤피 해피 뉴이어~~~^^
다상담 3권은 읽을만 해요.
아쉬운대로 팟캐스트로 들어도 좋고요.
잘 지내시죠?^__________^

숲노래 2013-12-30 17:57   좋아요 0 | URL
내가 공부할 몫을 누군가 줄여 주는 일이
그렇게까지 고마울 일이 없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도움이 될 일은 없지만,
어차피 우리 삶을 스스로 제대로 느끼자면
스스로 하나하나 겪어야 해요.

냄비를 태워 본 적이 없다면
탄맛이 무언지 제대로 알 길이 없을 테고,
김치를 손수 담근 적이 없다면
고춧가루가 눈에 들어갈 적에 얼마나 쓰린지 알 길이 없어요.

설거지조차 도와주지 않으면서
남녀평등 이론만 신나게 외친다 한들,
설거지가 무엇인지도 모를 뿐 아니라
숱한 집안일과 밥하기를 하나도
참답게 깨닫지 못하겠지요.

몸소 겪는 일은 그리 나쁘지 않아요.
이것저것 걸러서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sslmo 2014-01-08 16:18   좋아요 0 | URL
전 결혼할때까지 청소, 설거지는 고사하고 속옷조차 안 빨아봤어요.
할머니랑 고모들 밑에서 자랐는데,
늘상 하시는 말씀이 제가 부잣집 맏며느리 상이어서,
시집가서 사람두고 살면 손하나 까딱 안해도 된다, 가 그 이유였습니다.

전 제가 좋아서 부잣집은 아니고 맏며느리가 됐을 뿐이고,
남편은 같은 반찬이 두번 상에 올라도 안 먹는 귀한 입이더라는~--;

암튼 그래도 둘이 죽고못살아 결혼해서 지지고볶고 살다보니,
그런대로 살게 되더군요, ㅋ~.



북극곰 2013-12-31 10:17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이미 많이 지어놓으셨으니. ^^
새해 인사 꼭 하고 싶어서, 짧은 댓글만 남깁니다.

sslmo 2014-01-08 16:20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은 반달곰은 아니시니, 동면 모드는 아니실거고~.
아무래도 경황없고 바쁘기만 했던 1학년 학부모로서의 한해가 이렇게 지나가셨네요?
어때세요?
저는 돌이켜보니 왕 대견하고 대왕 뿌듯했었는데...ㅋ~.
 

 

요즘은 우스개 소리로 쌍둥이도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맹난자의 ''주역에게 길을 묻다'에서는 한날 한시에 태어나더라도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살다보면 쌍둥이다 싶을 정도로 취향이나 사소한 습관, 심지어 영혼의 찝찌름한 냄새까지 똑같은 이를 만나게 될때가 있다.

우연히 일어날 경우의 수가 늘어나면 필연이 되고,

그걸 우린 절대적인 운명이니,

"사랑이 동시에 시작되긴 어렵겠죠?"

따위의 미사여구로 얘기한다.

 

 

 

 

  

 

 

 

 

 

 

사람들은 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성격으로 알고 있지만, 본래의 성격이 아니고 만들어진 성격이다.

일찌기 할머니랑 고모들 손에서 큰것도 그렇고,

난 그걸 일종의 부모로부터의 배신이라고 생각했었고,

그걸 시작으로 나름 참 많은 배신을 당했었고,

그리하여 아무도 안 믿었고,

어느 누구를 향하여서도 마음 한켠을 내어주는 일 따윈 없었다.

누군가를 내 안에 들이지 않는다는 얘기는 바꾸어 말하면, 나 또한 그 안에 머무를 수 없음에 다름 아니었다.

 

때문에,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불을 피우면 따뜻해진다는 말은 시집에나 등장하는 멋들어진 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사랑을 하면 세상이 온통 핑크빛으로 보인다는 말 또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핑크빛의 따뜻한 정도와 가슴을 간질이는 분홍분홍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나랑 쌍둥이라고 할 정도로 같은 감성을 지닌 사람을 만나게 되자 두려워졌다.

세상이 어쩌면 불이 피워도 더 이상 따뜻해지지 않을까봐,

사랑 따윈 할 수 없고 그리하여 핑크빛 대신 온통 잿빛 우울함으로 무장을 하고 다녀야 하는게 아닐까 두려워졌다.

동진이는 지독하게 감성적인 녀석이었다.

뭐라고 따뜻한 말이라도 건네야 하는데 나는 그런 걸 못한다.

"아주머니,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크게 취했다.(2권 44~45쪽)

보통 감성적인 사람과 이성적인 사람으로 나누어 얘기하지만,

지독하게 감성적이어서, 나처럼 머리를 옵션으로 들고다니냐는 소리를 듣는 사람도 '감성'만으로 똘똘 뭉쳐 있을 수는 없다.

이성적인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얼마든지 변화 가능한 것이다.

통계도 마찬가지이다.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 변수를 어떻게 잡느냐, 조건을 어떻게 걸어주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방법을 가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는 말은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의 자리에 사람을 대입시켜도 마찬가지다.

어떤 관계에 있어서는 소주 한병을 말없이 같이 마시는게 따뜻한 말로 위로를 건네는 그것과 다름 아니다.

 

또 어떤 관계에 있어서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말없이 그저 지켜보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한다.

대상이 마녀여도 상관이 없다.

지켜보는 그를 혹자들은 스토커라고 할 수도 있다.

삶이란, 예로부터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이를테면 나로 비롯함이냐, 나로 말미암음이냐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주역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리는 흔히 역易을 '변화'로 얘기한다.

욕심과 본심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인간의 그것도 '변화'가 될 수 있다.

변화가 멈추는 어느 순간,

귀가 트이는 순간,

물리가 트여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그 순간, 을

성불했다고 하기도 하고,

득도했다고 하고,

또는 도통했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주역은 64괘로 끝이 아니고, 다시 건위천으로 돌아가니 다시 시작이다.

영원한 도돌이.

이 얘기는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된다는' 프랙탈'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인간의 윤회도 어찌보면 이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런의미에서 '맹난자'의 '주역에게 길을 묻다'는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니다.

동서양을 이리저리 넘나들며 '주역'에 관심을 가졌던 인물들을 되짚어내고 있는데,

내가 주역을 해독할 깜냥은 되지 않는 고로, 이 책의 해석에 대해서 할 말은 없고,

다만 주역 해설서라는 인문학 서적으로 봤을때 뿐만 아니라, 여행기나 수필집이라고 하는 문학 서적으로 봤을때도 완성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처음 공자의 아버지 61세에, 어머니 17세 였다는 말로 가볍고 재밌게 시작한다.

요즘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세기의 로맨스라고 해도 기가 찰 나이 차이를 자세한 설명없이 훑고 지나간다.

그러면서, 구렁이 담을 넘듯 타임머신을 타고 공간과 시간 이동을 하여,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도 공자를 존경하여 자기집 서재에 공자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조석으로 예배를 드렸다는 다소 황당한 얘기를 의뭉스럽게 펼쳐 놓는다.

유럽의 한 쪽 끝에서 동아시아의 한쪽 끝에 있는 나라의 공자를 존경한 이유로,

신비함이나 기적을 말한 바 없이 인간을 교화한 공자의 인간성에 감격하여서, 라고 하며 공자의 초상화 앞에 이런 시를 적어놨었다고 한다.

"공자는 유익한 도리만을 해설한다. 그는 사람들을 미혹함 없이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젖힌다. 공자는 성인으로 도를 말했지, 결코 예언자로서 말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가르침을 믿었다."(38쪽)

 

 

그러면서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트 러셀에서 노자의 도덕경으로 또 슬쩍 넘어간다.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개념이 등장하는데,

유가에서 말하는 인의예지는 인간의 분별지에 의한 작위이기 때문에,

도에서 가장 멀어진 상태를 예禮로 보았다.(45쪽)

 

 

역학은 귀신에게 사람의 운명을 묻는 점술의 차원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밝히고 자신을 성찰하는 학문의 하나'라는 것과,

한날 한시에 태어나더라도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조상이 어떤 분이며 조상의 영혼과 DNA, 그리고 그분의 정신과 가정교육이 후손의 운명에 절대적인 운명을 미친다는 것 때문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내가 이쪽의 책을 보면서 제일 불만인 내용이 이제부터 등장하는 운명을 감정할때는 '환ㆍ혼ㆍ동ㆍ각(環魂動覺)을 참조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

환(環)이란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 우리 인간에게만 있다는 것. 

혼(魂)은 자신의 운명은 반드시 조상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

동(動)은 사람의 운명은 태어난 시대에 따른다는 것이며,

각(覺)이란 인간의 깨달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

우리가 조상을 섬기는 유교적 국가여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 자신의 운명이, 내가 어떻게 선택할 수 없는 조상에게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우울하기 짝이 없다.

불교에서는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운명일 따름이지, 자식에게 되물림되지 않는다고 했던것 같은데,

또 그렇게되면 부모나 스승 등, 웃어른과 조상을 섬기고 연연하는 걸 뭘로 설명을 해야 할까 싶기도 하다.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서 자신이 벌을 받되, 자식에게 되물림 되지는 말아야 한다.

한날 한시에 태어나더라도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을 조상의 영향, 다시 말해 유전적인 요인으로 볼게 아니라,

배움이라는 정신적 교감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넘나듦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길이 어렵기는 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는 희망이 필요하리라.

 

나의 이런 마음을 눈치 챘는지,본문의 내용은 못미쳤지만

 저자는 챕터의 큰 제목은 '지극한 성실은 신명과 통한다'라고 뽑아냈다.

 

만화 '마녀'에서는 처음에 남자주인공의 캐릭터를 '도박사'로 하려다가 나중에 '통계사(데이터 마이너)'로 바꿨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박사와 통계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도박사는 확률 따위는 상관없이 일확천금을 꿈꾼다는 것이고,

통계사는 확률에 의지하여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 변수를 어떻게 잡느냐, 조건을 어떻게 걸어주느냐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를 에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전생을 믿지도, 윤회를 믿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운명이라는 것이 내가 조상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상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을 하면 우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내가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떠한 삶을 살아가느냐, 가 신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하면...

앞으로 성실하게 살고는 싶어질 것 같다.

 

암튼, 다음 세상을 또 살게 될지 어떨지...는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는 거고,

오늘 하루를 나름 재미나고 신 나게 살고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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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3-12-24 16:39   좋아요 0 | URL
마녀가 단행본 4권이나 되는 분량이군요.
저는 웹툰으로 봐서 분량이 많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마녀와 주역이라니!
역시 양철님의 내공은 대단하네요!
감탄 또 감탄합니다!

sslmo 2013-12-30 09:27   좋아요 0 | URL
마녀가 네권이나 되더군요, 히힛~^^
전 칭구가 하도 좋다고 설레발을 쳐서 봤는데,
그냥 그랬다는~--;
아무래도 마녀 따위를 믿지 않는, 메마른 감성 때문이겠지요~ㅠ.ㅠ
 

사람이 감정이 복받치면 잠이 오지않는다는데, 지금 내가 그짝이다.

내년 수험생인 아들과 홈시어터 업그레이드에 목숨건 남편을 둔 덕에 영화관 문턱을 밟아본지가 좀 된 것 같다.

'혼자라도 가서보면 되지~'라고 하겠지만,

난 어쩜 그 정도로 영화를 즐기는 부류는 아니었는지, 파파로티가 마지막이었나 보다.

웬일로 억만 년만에 남편이 영화를 한편 예매해 놓았다고 보러 가자고 하여,

아무 생각없이 쭐레쭐레 따라 나섰다가는, 복받친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어쩌지 못하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무색하고 민망할 정도로, 나는 요즘 너무 아무 생각없이 살았었다.

 

 

 

 

 변호인
 2013년/

 양우석/

 송강호|시완|곽도원|김영애|오달수|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음은 물론이고,

전에 '응답하라 1997'인가 하는 드라마에서 부산 사투리가 나오는데,

우리나라 말을 하고 있는데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먹었을 만큼, 지방색에 둔하다.

다시 말해, 좀 옛날 일이다 싶은 역사적 사건을 잘 모른다.

창피한 얘기지만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송강호가 노무현의 롤모델인지조차 몰랐었다.

모르고 봐도 부산 학림 사태는 분개할 일이었고,

그리고 송강호는 충분히 훌륭하여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었다.

 

영화 속의 송강호가 그랬듯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데모로 바뀔 세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다.

달걀로 바위치기.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그 바위를 넘는다."

돼지국밥 집 아주머니의 아들은 이념이 뭐냐는 물음에 '실존주의'라고 할 정도로 순수하지만,

적어도 옳다고 느끼면 행동으로, 실천으로 옮기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영화 속의 송강호도 그랬다.

그리하여 부동산 전문 변호사, 세무 전문 변호사 였던 그는, 인권 전문 변호사로 거듭난다.

난 여기서, 맨날 뉴스에 회자되는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처럼 정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렇게 치밀어 오르는 가슴을 잠재우기가 힘이 든데,

노사모다, 문함대나 문향이다 해가며 쫒아다닌 우리 남편은 어떨까 싶다.

우리 남편이 부산 출신이 아닌것에, 부산 학림 사건을 경험 하지 않을 정도로 올드하지 않은 것에 감사할 밖에~(,.)

 

영화를 보면서,

무엇보다 날 불편하게 한것은,

군의관이 돼지국밥집 아들에게 수액을 달아주는 장면이었다.

수액의 바늘이 심장쪽을 향하는게 아니라, 손쪽을 향하게 잘못 꽂혀 있었다.

내 눈에만 크게 확대되어 다가왔었던 것인지, ㅋ~.

 

영화를 보는 내내 '돼지국밥'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부산에서는 순대국밥을 '돼지국밥'이라고 부른다고 가르쳐준 친구가 있었다.

생각은 엉뚱한 곳으로 널을 뛰어, 돼지국밥의 국물은 돼지고기로 할까, 소고기로 할까?

 

근데, 정말 궁금한건 이거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던 그 말이 설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자...던 그를 포기하도록 만든 그것이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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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2-23 14:28   좋아요 0 | URL
"그를 포기하도록 만든 그것이 도대체 뭘까?"
이 문장에 가슴이 찡하네요...

sslmo 2013-12-30 09:31   좋아요 0 | URL
아직도,
그의 포기를 인정못하는,
당신의 죽음을 놓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죠.

저도 이 영화를 보고 그 생각을 굳힌 1人이구요.
암튼 이래저래 마음 아프고 폭폭한 영화였습니다.


프레이야 2013-12-24 00:59   좋아요 1 | URL
오늘 봤어요. 평일조조인데도 맨앞좌석까지 찼더군요. 잘 만들었더군요. 북받치는 감정 억누르며 눈 똑바로 뜨고 봤어요. 그분 생각나서 더욱요. 부림사건 자체가 실체없는 사건이라고 하죠. 국밥, 전 못 먹는 것 중 한 가지이지만 노사모 남편에게 물어보니 서울의 순대국밥은 부산에선 엄밀히 말하면 내장국밥이라네요. 여기선 순대국밥, 내장국밥, 돼지국밥이 엄연히 다른 세가지랍니다. 돼지국밥 국물은 당연히 돼지뼈 고아낸 것이구요. ^^ 이 도시 몇군데 있다는 바보주막에도 막걸리 한잔 하러 가볼 생각입니다.

sslmo 2013-12-30 09:33   좋아요 1 | URL
전, 당면으로 속을 채운 가짜순대는 먹는데,
왜 아바이순대라는거 있잖아요, 그건 못먹는다는~--;

근데, 프레이야님 보러 부산에라도 가면,
우리 뜨뜻한 순대국밥 한그릇도 못 먹는거네요~--;
흐어엉~ㅠ.ㅠ

프레이야 2013-12-30 11:47   좋아요 1 | URL
ㅎㅎ 와요와요. 난 못 먹어도 앞에 앉아 있을게요.

여울 2013-12-24 14:56   좋아요 1 | URL
이 사회가 염치라도 있으면 하네요. ㅜㅜ 챙겨보려는 중이에요.^^
님께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군요. --

본 뒤 코멘트 남길께요....

sslmo 2013-12-30 09:42   좋아요 1 | URL
전 이 영화를 보고난 뒤,
사람이 안다고 하는 것은...단지 머리 속에 집어넣은 것만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었다고 잘난 척을 했어도,
무엇하나 그 앎이 실행으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책깨나 읽었다는 것이,
무엇을 안다라고 말하는 것의 실체없음이,
목을 메이게 하더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