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책 얘기다.

한동안 책 얘기가 나의 화두가 될 것 같다.

그동안도 책을 열심히 들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책에 치여 책탑을 쌓느니,

책으로 테트리스를 하는 꿈을 꾸니 할 정도는 아니었다.

 

요즘 유난히 책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은 책을 읽는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되어,

책을 읽는 속도와 책을 들이는 속도가 나름 균형이 이뤘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고전이 땡기고(당기고),

('당기다'가 옳은 맞춤법인줄은 아는데, 이상하게 '땡기다'라고 해야 맘이 편안하다, ㅋ~.)

책 읽는 방법도 바뀌고 하니,

독서 속도가 마냥 더뎌진다.

 

스스로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이렇게 고전에 관심을 보이나 의아해했는데,

다 나이를 먹기 때문인가 보다, ㅋ~.

ㆍㆍㆍㆍㆍㆍ배움은 노소가 다르다. 젊어서는 정력이 남아도니 모름지기 읽지 않은 책이 없어야 하고, 그 의미를 궁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이가 들게 되면 주력할 것을 가려야 한다. 한 가지 책을 읽다가 뒤에 공부하기가 어렵겠다 싶거든 다시 읽어 깨달아 이해해야 한다. 침잠하고 따져 살펴 지극한 곳까지 마저 살펴야만 한다.

                                                                                        - 양응수, 「독서법」

ㆍㆍㆍㆍㆍㆍ

 젊어서는 확산하는 독서가, 나이 들어서는 수렴하는 독서가 필요하다. 젊어서 너무 한 가지에만 몰두하면 안목이 좁아지고 균형이 무너진다. 나이 들어 계속 벌이기만 하면 망망대해에서 돌아갈 곳을 잃는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에 맞게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중년 이후의 독서는 집중처가 있어야 한다. 하나의 화두를 들고 찬찬히 오래 들여다보는 것이 맞다. 여기저기 기웃대기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깊이 보는 것이 맞다.

                                                                                                                     ('오직 독서뿐'107~108쪽)

그동안의 책 읽기는 다독이었다.

그만그만한 책들을 폭 넓게 많이 읽기만 했었다.

곰곰 생각을 해야하거나, 성찰을 요구하는 책읽기는 일부러 피해왔었는지도 모르겠다.

책만이 유일한 친구라고 외쳐댔으면서도,

책에서 무언가를 얻거나 느끼게 되기보다는, 그냥 킬링타임용이었다.

(물론 책에서 무언가를 얻거나 느꼈고,

 그리하여 내 삶을 변화시켜 왔겠지만...인식하지 못했었다.)

난 친구의 조건으로 다른 무엇보다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걸 꼽는다.

적어도, 나보다는 똑똑하고 지식이 풍부하여...나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친구의 조건에 대해서는, 이렇게 명확하게 기준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독서, 다시말해 책에 있어서는 아무런 기준도 없이 두루뭉술이었다.

 

언젠가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를 했고,

그런 독서 중에 얼마전에 읽은 고전작품에서 우연히 물리가 트이는걸 경험하게 되고 보니,

책을 고르는 취향이 점점 고전으로 흘러가게 되고,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정독을 하게 된다.

얼마전에 읽은 '이권우'에선 그걸 이렇게 얘기한다.

책을 읽으려면 꼼꼼하게 읽고 비교하며 읽고 비판적으로 읽어야 마땅하다. 그리 읽어 왔다고 자부하고, 그리 읽어야 한다고 떠벌리기도 한다.('책, 휘어진 그래서 지키는',14쪽)

 

암튼, 책을 읽으면 뿌듯하고 만족스럽기 보다는,

말할 수 없는 갈증과 열망으로 어쩌지 못하겠는 날의 연속이다.

에를 들어, '오직 독서뿐'을 읽다보면,

책에 언급된 아홉명의 원전을 주먹구구식으로라도 읽고 싶고,

이권우의 '책, 휘어진 그래서 지키는'을 읽다보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그가 읽었다는 책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는, 읽은 책에서 씨실과 날실이 풀어 엮어내는 그물처럼 연관서적을 언급해주고 있는데, 그 양이 자못 방대하다.

게다가 그가 언급한 책 중의 한권은, 그는 잘 모르고 언급했을수도 있는데...

강신주가 펴낸 '철학VS철학'과 책의 배열이나 편성법이 비슷하다.

강신주를 들추고, 강신주의 '철학VS철학'에 언급된 철학자들로 관심이 뻗어나간다.

 

문제는, 이렇게 언급된 책들 중 내가 안 읽은 책들은...

절판이나 품절이 될까봐서 부랴부랴 구입한다는 것이다.

 

요며칠,

책에 치여 책탑을 쌓느니,

책으로 테트리스를 하는 꿈을 꾸니,

하면서도 어제는 황현산을, 오늘은 이탁오를 넘보고 앉아있다.

 

나의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친구는 이렇게 조언을 한다.

 

책을 말야.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맘도 참 이쁜 마음이야.

근데, 애착은 좋은데,

강신주를 애정하고,

그런 건 좋은 건데,

집착이 되는 건,

좀 훌훌 털어버릴 수도 있어야 좋을 것 같애.

쉽진 않겠지만,

 

힘들고 속상할 걸 '감수' 하는 감수성 훈련을 해야할 거 같애.

다 본 책 중에서 불필요한 책은 과감히 방출하기도 하고,

기증하기도 하고 말야.

 

ㅇㅇ이 맘이 이해가 되면서도,

차츰 나아질 거라 생각하면서도,

책에 대해서 넘 애정이 넘치는 ㅇㅇ이를 보면서,

책탑의 라푼첼을 구하고 싶은 맘에 ㅋ~

 

그런데,

난 말이쥐~~~~~,

감수성 훈련은 전혀 되어주시지 않고 있고,

차츰 나아질지도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이익의 글이나 옮겨적으며 '자기합리화'를 하기에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은 '고전'읽기나 정독을 포기할 수 없고,

독서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 뿐인데,

얼마전까지 내 알라딘서재의 타이틀이 'where is my mind'였듯이,

일단 구방심求放心을 하고 볼 일이겠다.

예전 진열 선생이 기억력이 없어 고생했다. 하루는 『맹자』를 읽는데, "학문의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방심을 구하는 것뿐이다"라고 한 것을 보고 문득 깨달아 말했다. "내 마음을 일찍이 거두어들이지 못했으니, 무슨 수로 책을 기억하겠는가?" 마침내 문을 닫아걸고 고요히 앉아 1백여 일 동안 책을 읽지 않고 흩어진 마음을 수습하였다. 그러고 나서 책을 읽자 마침내 한 번 보면 빠뜨림이 없었다. - 양응수, 「독서법」

  진열은 송나라 때 학자다. 머리가 나빠 읽고 돌아서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자책만 하다가 『맹자』의 한 구절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공부의 요령은 '구방심求放心'에 있다는 그 말. 방심은 마음을 제멋대로 돌아다니게 놓아두는 것이다. 이 방심의 상태에서 마음을 먼저 건져 내야 한다. 한 줄 보고 이 생각 하고, 한 장 보고 저 생각 하면 백날 읽어도 안 읽은 것과 같다. 열심히 할수록 성정만 나빠진다.ㆍㆍㆍㆍㆍㆍ

                                                                                                                            (오직독서뿐, "84쪽) 

    

근데, 실은 난 구방심求放心도 중요하지만,

책에서 읽은 것을 책 안의 지식으로만 놓아두지 않고...

실생활의 경험으로 적용시키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보다 더 좋은 암기법이나 이해법, 즉 감상법은 없다는게...

그동안 세상을 살아오며 독서를 통하여 내가 터득하고 깨달은 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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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11 01:16   좋아요 0 | URL
나이에 따라 책을 살펴 읽기도 해야겠지만,
나이보다도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되리라 느껴요.

스스로 좋아하지도 않는 책을
나이에 맞추어 굳이 읽어야 할까 잘 모르겠어요.

왜 한우물을 파야 할까요.
한우물 안 파도 돼요.
마음이 가는 책을 읽을 때가 바로 한우물 아닌가 싶어요.

학자나 지식인이나 전문가 들 말하는 한우물은
이녁 삶에 맞춘 한우물일 뿐,
우리들 한우물은
아주 다른 자리에
저마다 고운 빛으로 있다고 생각해요.

sslmo 2013-07-11 02:49   좋아요 0 | URL
ㅋ,ㅋ...님 아직 젊으시다는 얘기겠죠.
젊어서는 확산하는 독서가, 나이 들어서는 수렴하는 독서가 필요하다잖아요, ㅋ~.
저도 몇년 전까지만 해도 님의 생각에 가까웠었는데,
지금은 정민님의 생각쪽으로 기운다는...ㅋ~.

그 논리대로 정리해보자면,
님은 영거, 전 엘더한 건가여?^^

알케 2013-07-11 12:35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미친 듯 책사기 러시' 중인데요. 택배 기다리는게 싫어서 교보가서 사는데
차가 안 굴러가요. 책 무게에 ㅎㅎ

문제는 끙끙거리며 책방에 옮겨놓고 방치한다는 거.
그냥 '책 산다'는 행위에 집중하는건데
막 택배상자들로 꽉찬 방에서 매일 밤 홈쇼핑 틀어놓고 전화기 들고 앉은 쇼핑중독자 몰골이예요. ㅎㅎ

스트레스 수치가 임계점인가 싶네요.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아주 좋죠.

sslmo 2013-07-11 15:44   좋아요 0 | URL
전 책을 주문해 놓고는 팽개치고는... 택배를 기다리지도 않는다는~ㅠ.ㅠ
안 읽은 책이 그만큼 줄줄이 밀렸다는 얘기죠.

독서취향이 참 많이 겹치던 님이랑 저랑 다른 점은,
님은 홈쇼핑 버전,
전 (TV를 안 보는 고로) 알라딘 죽순이~ㅋㅋㅋ

북극곰 2013-07-11 13:26   좋아요 0 | URL
첫 번째 연두 박스 무척 공감가는 말이네요. ^^ 나무꾼님 잘 지내시죵?

sslmo 2013-07-11 15:47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고밥습니다.
제가 먼저 찾아뵙고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애기 초등학교 입학 얘기 본것 같은데...벌써 여름방학이네요, ㅋ~.
덥고 습한 여름이지만 우리 몸이랑 맘은 뽀송뽀송하게 건너가자구여.^^

아무개 2013-07-11 13:28   좋아요 0 | URL
니체였죠.
제가 이렇게 책 읽는일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 시작점.
읽어도 읽어도 이해도 안되고 읽었던곳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으니 속도도 안나고.
세달 가까이 책을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완전히 슬럼프에 빠졌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오랫만에 탄력받아 이틀만에 읽어내고 나니 왠지 기운이 불끈불끈.
연이어 읽은 오직, 독서뿐에서 저도 양철나무꾼 님과 같은 구절을 옮겨 적었었는데
저는 앞으로 수렴하는 독서를 해야겠다는 계획보다는 신체적 나이는 중년이지만
독서 수준은 아직도 청소년 수준이라 좀 더 발산하는 독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강신주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읽고 있는데
혹시 철학VS철학 읽으셨나요? 욕심은 나는데 엄청 두꺼워서 망설이고 있어요.

sslmo 2013-07-11 15:51   좋아요 0 | URL
혹시, '마중물' 닉을 쓰시던~?

암튼, 반갑습니다.
'아무개'란 닉이 주는 익명성도 매력적이구여, ㅋ~.
철학VS철학, 네...좋습니다여, ㅋ~.
try to해보셔염.

아무개 2013-07-12 08:54   좋아요 0 | URL
넵 얼마전에 닉 바꾸었어요.^^

역시 철학VS철학은 이제 그만 장바구니에서 꺼내줘야 겠군요.
네 시.도.해보겠습니당~

하늘바람 2013-07-11 17:12   좋아요 0 | URL
어쩜 저리 글을 이쁘게 쓰세요
샘나서리 흥
 
그림 여행을 권함
김한민 지음 / 민음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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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행이 싫다.

여행을 즐기기에 난 일상이 주는 무료함과 편안함에 익숙해졌다.

작금의 난, 그의 말대로 '겨우 1박 2일 엠티를 와서 온수 샤워를 못한다고 투정 부리는 사람(192쪽)'에 속한다.

그렇지만 마인드만은 아직도 여유를 부리며 떠나는 여행보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빠듯하게 떠나는 그런 여행을 선호한다.

 

난 젊은 시절의 한때를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 머물렀었다. 처음 그곳에 가게 되었을때는 결심도 야무지게, 우리말이나 글 따위는 하거나 읽지 못하는 벙어리 흉내라도 낼 요량이었다.

우리글로 쓰여진 책은 컴 공부를 하려고 가지고 간 책 한권이었는데, 있다보니 우리말이나 글이 사용하고 싶어 미치겠는 날의 연속이고...그리하여 난 그 책을 너덜너덜해 질때까지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여행지에서 먹는것은 과일이나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하다보니, 아직도 나의 식성은 아이들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고...

입는 것은 한창 젊을 때여서 누더기를 입어도 반짝거릴때였으니 관심 밖이었고,

잠은 전에도 얘기했듯이 엉덩이 붙이고 눈만 감으면 잘 수 있어서 이또한 예외였다.

 

생각해보면 책 한권으로 외로움을 달랬던것 같다.

때문에 아직도 책은 내게 있어서 친구요, 애인이요, 스승이다. 내게 있어서 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난 남편과도 독서 취향이 다른고로,

남편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남편이 없어도 며칠 정도는 끄덕없지만, 책이 없으면 며칠은 커녕 단 하루, 단 몇 시간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중언, 부언 길었는데 하고 싶은 얘기는,

난 여행을 떠날때 짐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그냥 그곳 시장을 돌다가 아무거나 걸쳐 입고 신으면 되고,

먹는건 과일이나 음료, 어딜 가나 패스트푸드 점이 있으니까 끄덕 없다는 거다.

그런데, 여행을 가게 되면 가는 날짜 수의 배가 되는 우리 말 책을 챙겨 가방을 낑낑거리면서 들고다닌다는 거다.

 

이런 나의 무식한 여행습관을 고쳐볼 요량으로 택한 게, 이 책'그림여행을 권함'이다.

그가 그림 여행을 권하는 이유는,

글 쓰기가 물론 좋은 작업이지만...

늘 '언어의 그물'(이라고 그는 표현하는데, 난 언어의 늪이라고 표현하고 싶다.)에 허우적거리는,

늘 혹사당하는 언어중추의 휴식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림을 잘 그릴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림으로써, 쉼과 치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여행에서 기대되는 처방과 동일하다, 쉼과 치유~!

 

그의 그림들을 처음 봤을때, 좀 별로였다.

게다가 그가 쓴 한글은 개발새발, 완전 깨는 느낌이었다.

알파벳이나 한글을 크게 쓴것은 캘리그라피처럼 멋들어진데,

공책 한귀퉁이에 적어넣은 작은 글씨들은 초등학생의 글씨 같다고 해야 할까~?

책을 읽는 중간에, 책 앞날개에 적힌 스리랑카와 덴마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의 양력을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지만, 그러고 나서도 저 그림들을 보기 전까지는 그럭저럭이었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이 책은 그의 그림실력을 뽐내기 위한 게 아니다.

여행을 가는 한 방법,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의 한가지로 '그림여행'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후 보아야...그의 엉뚱함과 창의성에 슬쩍 미소지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도 그림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그릴 수 있다고 독려하기 위해서인듯,

그의 어머니의 그림으로 처음을 시작한다.

그가 그리는 그림들은 단순한 것이 처음 봤을때는 대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주의깊게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까,

그림 속의 인물들이 가지각색의 표정과 나름의 동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세심한 관찰, 다시말해 애정을 갖고 바라봐야 그려낼 수 있는 정확한 것들이다.

그림에서 많은 것을 생략하고 선을 단순화했다고 해서,

희미해지거나 있어야 할 최소한의 것이 누락되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표정과 동작이 풍부하고 역동적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건 금방이지만,

마음 씀씀이가 진지하고 따뜻하다는 걸, 책에서 읽어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김한민표 어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글이 멋지구리하다.

 

초라함만이 줄 수 있는 둘도 없는 소중함과 재미는 초라함에 대한 감각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만 향유가 가능하다. 초라함에 대한 세상의 통념을 받아들이는 순간 사람은 정말로 초라해진다.(61쪽)

 

 

골목의 흡인력은 어디서 오는가? 아기자기한 동시에 관능적인 기묘한 매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평범하고 뻔한데도 훔쳐보고 싶은 이유는 뭘까? 골목의 저편을 상상하며 조금 더, 조금 더 멈추지 못해 빨려 든다. 학창시절 물리 시간에 배웠던 공식이 떠오른다. 베르누이의 정리의(에) 의하면, "유체가 흐르는 관에서 관이 좁아지면 속도가 빨라지고, 압력은 낮아진다." 그 워니를 나의 경우에 대입해 본다. '골목을 거닐때 나의 속도는 빨라지나, 그 발걸음은 가벼워진다.ㆍㆍㆍㆍㆍㆍ우리는 너무 새것, 깨끗한것, 매끈한 것, 다듬어진 것들을 선호해 왔다.ㆍㆍㆍㆍㆍㆍ전혀 다른 시간이 보존된 공기를 맡을 수 있다. 기억의 장소에는 관광객들도 겸허해지도록 만드는 힘이 서려 있다.(68~69쪽)

 

하지만,

암튼,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그의 이 그림을 보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것이 별다른 느낌이나 감흥이 없었다.

 

 

 

 

그의 이 그림들을 보게 되면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오는 것이,

비오는 날의 정서가 고스란히 내게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그동안 여행중에 비가 오면 불편하다고 툴툴거렸는데, 이 그림들을 보고...제대로 기우제를 한번 지내보고 싶어졌다, ㅋ~.

 

분위기를 다시 바꾸어,

여행이나 이사 때 가장 큰 애물단지이면서...책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다.

더우기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걸 싫어한다.

품절이나 절판인데 갖고 싶으면 책을 빌려서라도 디카로 찍어 하드에 보관하는 방법을 취한다.

 

오늘도 알라딘 서재 마실을 다니다가 너무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더 이상 책을 들이지 않기로 한 결심은 무너지고,

친구가 팥빙수를 사주겠다고 하는데,

팥빙수를 사먹을 돈이나, 그돈으로 책을 사나...하면서 책을 들이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나와 독서 취향이 비슷하여 내가 책을 몇권 넘긴 그 친구는,

내가 준 책의 일부를 방출하겠다고 하여,

날 몹시 속상하고 서운하게 했다.

책을 날 보듯, 나인듯 여기겠다고 할때는 언제이고...~--;

물론 그 친구에게까지 책탑에 깔리는 악몽을 재현하도록 하고 싶지는 않지만,

방출이라는 말 속에 담긴,

기준과 우선 순위를 정하여 들이고 내고 한다는 뉘앙스가 서글펐다.

 

이미 준 것은 내 손을 떠난 것이다.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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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10 00:18   좋아요 0 | URL
학교교육에 얽매이지 않으면
누구나
마음을 담는 그림이니까
다 잘 그릴 수 있어요.

학교에서는 '서양미술 흐름'에 맞추어
아이들을 학습시키니,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꿈을 꾸듯이
그림을 못 그리게 되고 말아요.

아이 마음이 되면
언제나 그림이 즐거울 수 있구나 싶어요..

sslmo 2013-07-10 17:54   좋아요 0 | URL
어려운 얘긴 모르겠고,
암튼 어제 님 서재 페이퍼의 그림은 죽음이었습니다여~^^
 

친구가 잘 키워보라며 '로즈허브' 가지를 몇 개 꺾어 보내준게 시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달팽이'도 같이 보내와, 경기를 일으킬 뻔 하기도 하였지만,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아직까지 똘똘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그 후로 내 스스로 화분을 하나씩 둘씩 장만하는 취미가 생겼다.

볕이 드는, 창가에 화분을 이렇게 저렇게 놓고보니, 작은 가든이 하나 생겼다.

이름 하여 'Seo's Garden'되시겠다.

 

 

 

근데,  꽃이 있으면 새가 날아온다고...

내가 있는 이곳은 4, 5층 건물의 2층인데,

2층과 3층의 층간 공간 어디에 새가 알을 낳아서 부화시켰는지,

얼마전부터 '짹짹'거리는데 아주 시끄럽다 못해 정신이 사납다.

가만히 듣고 앉아 있자면 새가 노래하거나 지저귀는 그런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새끼들이 배가 고파서 '짹짹'대는 듯한 것이,

마음을 수선스럽고 가난하게 만든다.

도대체 어디로 그 녀석들이 들어갔는지, 어디에 둥지를 틀고 있는지 모르겠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어쩌지 못하고 있다.

꽃이 있으면 새가 날오는 것은 순리이려니 하고 마음을 가다듬을 밖에...~--;.

 

쉬는 날이면 늘 그렇듯이,

어제도 이리저리 뒹굴거리면 옷으로 방바닥 청소를 하고 있는데...

아는 분이 볼일이 있어서 집앞에 오셨다며 불러내셨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하느라라,

시장 한복판 음식을 늘어놓고 파는 좌판에 앉아 해물파전에 소주를 마셨다.

누군가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소리가 지글 지글 전 부치는 소리랑 비슷해서...

비오는날이면 전이 더 땡기기 마련이라고 하던데...

모퉁이 벌어진 비닐 천막으로 내다보는 비는,

추적추적도, 지글지글도 아닌 것이,

땅바닥에 수직으로 내려꽂히고 패대기치는 것이...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쪽 구석에 있는 텔레비젼에서 '치지직~'거리며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진행자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고,

'항공기'에 조예가 깊다는 옆의 사람은  모형 항공기를 손에 들고 이렇게 저렇게 재현해 내는데,

그 사람의 손이 흉물스러운 건지, 모형항공기가 흉물스러운 건지,

내 심사가 꼬여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 한쪽 귀퉁이에선 SNS-스마트폰에 텔레비젼이 밀렸다면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얘기하느라 내리는 빗속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나랑 같이 낮술을 마시는 이는 불콰해진 얼굴로,

"미국은 말야, 대통령이 나와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말야...

 우리나라 아시아나 항공사는 뭐하는거야? 유감 표명 한마디도 없고 말야. 쉬쉬하느라 정신없구 말야~=3"

하고 투덜거렸다.

나는

"워낙 경황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요.

  저렇게 큰 일이 있는데, 무게 잡고 재빨리 수습하고 유감표명하는게 오히려 얄궂게 보일 수도 있겠다아~."

라고 하며,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르는거예요.

 저렇게 큰 항공기가, 안전하여 사고날 확률도 적은 그런 항공기가,

 게다가 기장들도 하나같이 베테랑이어서 만시간 비행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던데 말예요.

 우리도 운전 조심해야 해요.

 우리가 조심해도 고장이거나 상대방이 갑자기 밀어붙이면 어찌할 수 없는 거잖아요."

라고 하였다.

나랑 같이 술을 마시던 이는,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는 것이 인생이고...

언제 죽을지 모르니, 지금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대비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당신은 며칠 전에도 책을 라면상자로 여남은 상자 도서관에 기증하셨다고 하시길래,

'날 주지, 도서관에 기증은 왜 하냐?'

고 타박을 하였더니,

나 또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거고,

그리고 나이 상으로도...

이젠 펼치고 벌여 놓기만 할때가 아니라, 소박하게 정리하고 단출하게 할때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책들은 다 불교관계 서적이어서 내가 읽기 힘들거라신다.

나는 '읽을려고 노력하면 다 읽을 수가 있지, 못 읽는게 어디있냐'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투덜거렸고,

당신은 나의 책욕심이 과하다고 타박을 하셨다.

 

앞으로 읽을 책을 몇 권 준비해 두는 것은 모르지만,

다 읽지도 못하고,

읽을 깜냥도 안되면서,

책을 무조건 들이기만 하는 것은 병이라고 하셨다.

 

내가 필요없는것을 사거나 사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대구하였더니,

금이나 보석을 사재기하면 값이 올라 재테크나 되기라도 하지,

언제 품절이나 절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건 다 핑계이다,

도서관 가면 다 있고,

e-book형태로 데이터베이스도 다 갖춰져 있어서,

장차, 읽고 싶은 책이 없어서 못 읽는 일은 없을거라고 하신다.

충격적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기실 요즘의 난 정도가 지나쳤다.

알고 자각하면서도 책을 사들이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은,

그래...인정하자, 일종의 병이라면 병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관도서가 생겨나고,

자고 일어나면...알라딘에서 이런 저런 사은행사나 이벤트를 하고 있으니,

미욱한 중생 마음이 동하였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책이 무너져 날 덮치는 꿈을 꾸기도 하고,

무너진 책을 이리저리 교차로 놓아 견고하게 책탑을 쌓아올리는 꿈을 꾸는가 하면,

테트리스 맞추기처럼 한줄을 완벽하게 맞추면 블럭이 줄어드는 것처럼 책을 빈틈없이 잘 맞춰 쌓아올리면,

한줄이 싸악하고 없어지는 그런 꿈을 꾸기도 했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

내 독서습관을 점검하고 앞날을 계획해볼 요량으로,

'상반기 독서목록을 정리해 보아야지...'하고 앉았는데...

 

얼마전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던 아주머니의 갑작스런 부고 소식이 들려온다.

며칠전 내가 싫어하는 팥죽도 사 드리느라고 같이 먹었고,

열무김치를 담궈 국수를 매콤하게 비벼 드셨다는 얘기도 들었었는데,

주말을 지나는 사이 돌아가셨다니 믿기지 않는것이, 인생무상이다.

 

사치스럽게 살면 안되겠지만,

인생 살면 얼마나 살겠다고...

아등바등 지지리 궁상을 떨면서 살 것도 아니지 싶다.

욕심을 줄이고,

하루 하루가 축복이니 감사하여야 겠고, 따위는 어쩜 차후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순한 눈, 선한 맘이 되는 것은 내가 궁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여,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해야 겠다...는 말은 곧,

내가 제대로 나이먹어가고 있나, 와 동의어 일게다~--;

 

그럼에도 새로 들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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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08 19:54   좋아요 0 | URL
그런데 그분이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셨다면...
도서관에서는 그 책들 머잖아 버릴 거예요...
겹치는 책이라면, 또 대출실적 적은 책이라면,
자리 차지한다고 다 버리니까요.

가까운 헌책방에 가져다 주는 쪽이
제대로 좋은 책손한테 가도록 하는 일이 되지요. 우리 한국에서는...

2013-07-09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3-07-09 12:39   좋아요 0 | URL
창가 작은 가든이 예쁘네요.
비오는 날 떨어지는 비를 배경으로 보면 운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책이 무너져서 깔리는 꿈이라니!
그거 정말 무서운데요.
요즘 저도 책 정리할 생각에 머리가 아파요.

허름한 좌판에 앉아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싶어지는 글이네요.

sslmo 2013-07-09 22:56   좋아요 0 | URL
그 이후로 비가 내린 날이 많았는데, 그간 적조하였네요.
아직도 유효하죠?
비 내리면~?ㅋㅋㅋ
 

사람들이 나를 놀려먹을려고 부를때 사용하는 단어가 몇개 있다.

어디서건, 엉덩이 붙이거나 눈만 감으면 자는 고로,

'또 자니'에서 또를 빼고 'jani'라고 부르는가 하면,

1, 2, 3초안에 '또르르~'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수도꼭지',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또 얘기를 듣다가...feel 충만하면 눈물,콧물 겉잡을 수 없이 흘려대는데,

때와 장소불문이다.

직장에서 하도 자주 눈물을 흘려대서 대책을 강구하다가 울때마다 벌금을 내기로 하였는데,

그게 너무 빈번해서 집을 팔아야 하게 생겼어서 '집.파.녀'에 이르기까지...

멀쩡하고 폼 나는건 하나도 없다.

 

오늘 점심 밥 먹으며 TV를 보다가...울었다.

따로 탕비실이 없는고로,

처치실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며 대기실에 틀어놓은 TV를 멀끄러미 보다가,

오늘은 '또르르~'도 아니고 '후두둑~'도 아니고,

'흡~!'하고 참으려다가는 '꺼이꺼이~'퍼질러앉아 울고 말았다.

 

내가 본 TV 프로그램는 무슨 드라마였는데,

조재현이 클로즈업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우와~, 진짜 two thumb up이 부족할 지경이어서,

엄지발가락이라도 곧추 세우는 연습을 해서 함께 들이밀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들이 고2여서 수험생 모드에 돌입하는척 하느라고 TV를 안보기도 하지만,

실은 텔레비젼이 그렇게 재밌지도 않았다.

 

모처럼 필이 꽂힌 드라마가 내용이나 줄거리, 배우같은 점 말고도,

화면 영상 처리까지 감각적인데다가,

감정의 흐름을 끊지 않는다, 좋다~!

 

 

 

 

 

 미야자키 하야오 출발점 1979∼1996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황의웅 옮김, 박인하 감수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3년 6월

 

 미야자키 하야오 반환점 1997∼2008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황의웅 옮김, 박인하 감수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3년 7월

 

 

 

 

 

내가 또 좋아하는 영상물들이 있는데, 자그만치...만화다.

일명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라고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는 워낙 유명하고, '너구리 대작전 폼포코'의 '다카하타 이사오'이다.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를 좋아하게 된것은,

조목조목 꼼꼼히 따지자면 아주 이유가 없진 않겠지만,

그동안 딱히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냥'이라고 했었다.

 

그런 내 마음을 엿보기라도 하듯, 요번에 두권으로 책으로 묶어 나와주셨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의 일부를 옮겨보면 이렇다.

『모노노케 히메』는 ‘비인(非人)’과 인간의 대립이 주된 내용인데, 신이라는 존재(유일신이 아닌 민간신앙의 신)가 ‘저주’를 받아 자연이나 인간을 오염시키는 과정이 표현되어 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타인에 대한 사회에 대한 보답 받지 못하는 마음이 원망이나 치유되지 못한 마음을 형상화된 것이다. 그런데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사회 안에서 상처받은 인간과 자연을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으로 응원이 가장 최선일까 감독은 의문을 느낀다.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 소년, 소녀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응원을 얼마든지 할 수는 있지만, 눈을 조금 돌려서 마을 아래를 바라보면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는지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선 이미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응원보다는 “살아라!”라고 강한 마음을 감독은 작품에 담았다. 모노노케 히메의 고대시대나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나, 인간은 부조리하고 압도적인 힘을 지닌 자연에 경외심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메시지“살아라!” ―미야자키 하야오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게 사람의 형태를 했거나 신의 형태를 했거나, 간에...

이해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해서 상처받고 삐뚜러진 캐릭터가 등장한다.

힘(파워라고 해야 할까? 그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대로된 힘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을 갖고는 있지만,

그게 일반적이지 않은 고로, 어떤 의미로는 왕따이고,

그리하여 소외당하고,

그리하여 제대로된 소통에 실패한 캐릭터들이다.

 

그걸 보면서 난 요즘 이땅에서 사는 사람들, 더우기 이땅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가 오버랩되는 느낌이었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으면 잘못되었고 실패했다고 간주해버리는 현실이 두렵고 눈물겹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다시말해, 나를 기준으로 하여 일반적이라거나 보편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거기서 벗어나면 잘못되었고 실패한 것으로 굳어져 버릴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약간 비껴간 얘기인데...

그래야 정말 낙오하거나 실패를 했을때,

실패해도 괜찮아, 실패했다고 쫄지마, 가 아니라...

실패도 단지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과정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될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queer를 일반(1반)과 다른 호칭인 이반(2반)으로 부르는게 더 마음에 든다.

1반, 2반, 3반, 4반...우열반이라는 느낌이 아닌, 랜덤으로 돌려서 그 중에서 하나 무작위로 나온 느낌이다.

 

일반적이거나 보편적인 것에 잣대를 드리우고 의존하지 않았을 때만이,

자신만의 세계를,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창조할 수 있다.

 

페이퍼를 주절 주절 길게 늘여 썼지만...하고 싶은 얘기는,

요즘의 난,

그동안 길들여지고 익숙한 것으로부터 과감이 떨어져 나오려고 애쓰고 있다.

길들이고 길들여지고...그리하여 익숙한게 좋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야말로 루틴하고 랜덤하게 누군가의 사생활까지 간섭하려 했던건 아닌가...

그 '누군가'의 자리엔 '아들' 혹은 '남편'이나,

내가 단지 내 맘대로 하고 싶은 그 누군가를 향하여 '사랑해서'라며 면죄부를 남발해버렸던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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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05 19:3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씩씩하게 커서
어머니 아버지하고
나중에
빙그레 웃으며
지난날 돌아보고는 맥주 한 잔 나눌 날
머지않아 찾아오겠지요

sslmo 2013-07-06 10:24   좋아요 0 | URL
아내분이 공부하러 가셔서,
님이 더 번거로우시겠어요.
그래도 사진으로 만나는 사금벼리랑...
무럭 무럭 이던걸요, ㅋ~.

왠지 다음에 내시는 책은 '아빠의 육아일기'나 뭐 그쯤 될것 같다는...
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여~^^
 

그제 a***님의 서재에 놀러가, damien rice의 음악을 듣다가 Terry Jacks가 생각났다.

난 Terry Jacks를 'If you go away'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때가 중3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ㅋ~.

한창 풍부한 감수성에 feel충만하여 끼고 살았는데,

그때 만나게 된 음악이 'seasons in the sun'이었다.

 

'seasons in the sun'같은 경우,

자세히 관심을 갖고 듣지 않고 제목만 보게되면,

햇살 찬란한 날들을 예찬한 음악 정도로 오해하게 되는데...

가사는,

한 남자가 술과 향락 속에 헛되이 살아온 걸 후회하며, 생을 마감하며 작별을 고하는 내용이다.

근데,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이때가 햇살 찬란한 봄이서 죽기가 너무 괴롭다는 건데,

제목과 경쾌한 멜로디를 입혀내니 전혀 다른 음악처럼 들리는 것이다.

 

 

암튼 내겐 'If you go away'와 더불어 알콜을 부르는 기우제 전담 음악 정도 되시겠다.

 

 

Terry Jacks로 말할 것 같으면,

evergreen으로 유명한 Susan Jacks와 결혼하여 "The Poppy Family"란 부부 듀오를 결성해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어려서 부터 작곡과 편곡을 공부하여 기초가 튼튼했던 사람이,

그로서는 기꺼이 아내를 뒷받침해주었다고 하지만,

아내의 명성에 가리워져 재주를 맘껏 펼쳐 보이지 못한건 좀 씁쓸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접힌 부분 펼치기 ▼

 

Seasons In The Sun

 

goodbye to you my trusted friend
we've known each other since we were nine or ten
together we've climbed hills and trees
learned of love and abc's
skinned our hearts and skinned our knees

goodbye my friend it's hard to die
when all the birds are singing in the sky
now that the spring is in the air
pretty girls are everywhere
think of me and i'll be ther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hills that we've climbed were just seasons out of time

goodbye Papa please pray for me
i was the black sheep of the family
you tried to teach me right from wrong
too much wine and too much song
wonder how i got along

goodbye papa it's hard to die
when all the birds are singing in the sky
now that the spring is in the air
little children everywhere
when you see them I'll be ther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wine and the song like the seasons have
all gon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wine and the song like the seasons have
all gone

ye...yeah..

good-bye michelle, my little one
you gave me love and helped me find the sun
and everytime that i was down
you would always come around
and get my feet back on the ground

good-bye michelle it's hard to die
when all the birds are singing in the sky
now that the spring is in the air
with the flowers everywhere
i wish that we could both be ther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hills that we've climbed were just seasons out of tim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wine and the song like the seasons have all gone

we had joy, we had fun, we had seasons in the sun
but the wine and the song like the seasons have all gone

따사로운 계절에,

 

내 믿음직스러운 친구, 잘 있어.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내온 것이 아홉 살 때부터이던가, 열살 때부터이던가?

함께 동산에 오르기도 했고 나무를 타기도 했지.

공부도 연애도 같이 했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기고 하고,상처를 입기도 하면서 말야.

 

죽는 것도 쉽지않구나, 친구야.

하늘에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귀염쟁이들이 곳곳에 뛰노는 봄이 되면 날 생각해줘.

그곳에 내가 있을거야.

 

펼친 부분 접기 ▲

 

 

 

 

 

 

 

 

정여울의 '마음의 서재'를 읽다가...나와 닮은 구절이 있어 멈춰섰다.

연애의 이상형보다는 스승의 이상형에 지착한 나는, 평생 마음의 스승을 찾아 헤매는 것이 곧 인생이라 믿었다. 그만큼 나는 걸핏하면 길을 잃어버리고, 외로움에 굴복하고, 방황을 취미로 삼는 사람이었다.(83쪽)

 

 

 

 마음의 서재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3년 2월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정여울 지음 / 메멘토 /

 2013년 5월

 

 

 

근데 난 방황을 취미로 삼지는 않고 혼자놀기의 대가쯤 된다, ㅋ~.

그러면서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스승이 될 수도 없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친구도 될 수 없다'는 이탁오의 명언을 인용하는데...

고개를 주억이고 허벅지를 아프게 찰싹 때려가며,

호들갑을 떨면서,

격하게 긍정하게 되는 구절이다.

 

사람을 가리는건 물론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스승이 될 수도 없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친구도 될 수 없다'는 명언에서 제외되는 사람보단 혼자 노는게 나을 수도 있다는게 나의 견해이다.

 

근데,

내가 '혼자놀기의 달인'쯤 되지만, 혼자할 수 없는 게 있다.

그게 바로 '술마시기'이다.

만약 혼자 술마시기가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조심하여야 한다.

알콜리즘의 진단 기준이니까 말이다.

'혼자 마실 수 있는가? 한잔이라도 매일 마시는가?'

 

암튼,

이런 시를 읊조리며 노는 건 안 좋다.

그리운 사람 더 그리워지고,

고이 접어 놓았던 마음, 다시 흐르고 넘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니 말이다.

 

 

 

난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는 대신,

바늘로 헝겁을 꿰매어 북커버를 만들며 혼자 놀았다.

그리고 지금은 헝겁 배낭을 손바느질 중이다.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뭐냐 하면,

ㆍㆍㆍㆍㆍㆍ

ㆍㆍㆍㆍㆍㆍ

ㆍㆍㆍㆍㆍㆍ

ㆍㆍㆍㆍㆍㆍ

ㆍㆍㆍㆍㆍㆍ

ㆍㆍㆍㆍㆍㆍ

술친구가 필요하다는 뭐~그런 얘기가 아니라,

난, 심심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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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4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4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3-07-04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자 술마시는 분은 대략 술 10단계중 상위단계에 계시는 고수분이라고 할수 있어요^^

sslmo 2013-07-06 10:11   좋아요 1 | URL
조지훈의 주도 유단론인가요? ㅋ~.

구태여 따지자면, 전 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에 속하는거 같아요.
소주 세잔이면 치사량 수준이니까~--;
근데 술마시는 분위기는 엄청 좋아한다는...ㅋ~.

혼자 술 마시는것보다 위험한건, 한잔이라도 매일 마시느냐 하는 거라죠~.

세실 2013-07-05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녁에 혼자 있을때 심심하더라구요.
오늘은 밤 열시에 불러주는 사람 있어 달려 나갔다는.....ㅎㅎ
가끔 술 친구 그리워~~~~

sslmo 2013-07-06 10:15   좋아요 1 | URL
세실 님은 언제 봐도 초긍정, 초열정...
에너제틱의 초절정을 이루는거 같으세요.

전 밤 열 시에 누가 부르면, 큰 일 났는 줄 알고 깜.놀.한다는~--;
가끔 아무 말 안하고..
얼굴 마주보고 술 한잔 기울이거나, 차 한잔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