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따위는 빠다(버터) 발린 말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결혼 후 열다섯 번 맞이하는 동안 시어머니는 열네번 내게 생일 떡을 해서 보내주셨다.
쑥을 아주 많이 넣은 절편을 한말 뽑아 보내주신다.
어머니는 내가 쑥절편을 아주 좋아하는 줄 알고 해마다 보내주셨지만,
실은 난 떡을 안 좋아한다.

어머니가 내가 쑥절편을 좋아하는 줄 오해하신 사건이 있기는 하였다.
서울 토박이 였던 내가 시댁이라고 내려가면 음식이 입에 맞질 않았었다.
어떤 때는 마을 어귀까지 비린내가 먼저 날 마중하는 것도 같았다.
하루 이틀은 대충 이것저것을 주워 먹는다 치지만 임신한 여자가 사흘정도 되면,
뱃 속에서 때 아닌 구라파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하늘이 노랗게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런 내가 제일 먹기 좋은 시댁음식이 떡이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내가 떡을 좋아하는 줄 알고 계실텐데,올해는 기별이 없는 거다.
겸사겸사 전화를 드렸는데,내 생일인지도 기억 못하신다. 
섭섭하다기 보다는 마음이 쓰라렸다.
"어머니 저 취향이 바뀌었나 봐요.
 이제 쑥 절편은 먹기 싫어요.
 올해부터는 호박고구마로 바꿔주세요."
"호박고구마는 여물려면 좀 더 있어야 한다."

고백컨데 어머니의 지난한 삶이 맘에 들지 않아 몇번이나 어긋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끼니마다 밥을 넉넉하게 하시면서도 남은 찬밥은 꼭 당신이 드시는 거다.
처음 몇번은 내가 뺏어도 먹어봤지만,어느날 이건 아니다 싶어 찬밥을 새로한 밥에 섞어 버렸다.
"어머니,우리 다같이 조금씩 나눠 먹어요."
그때 황당해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몇번의 큰 병환을 겪어내면서 어머니는 얼굴의 주름도 깊어지셨고,
생각을 깜박 깜박 놓치기도 하신다. 

그렇더라도 난 어머니가 오래만 사셨으면 좋겠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말의 뜻을 깨달았다.


오래 살 수 있기 위해서는,

최성각이 함석헌옹을 만났을 때의 일화.

"자네는 왜 그렇게 허리가 굽은가?...저 학생처럼 허리가 굽으면 마음도 굽고,마음이 굽으면 정신도 굽지,그러면 바른 생각,바른 삶을 살 수 없지.학생은 자세를 고쳐야 해." 

법정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수도자는 앉는 자세가 일반 사람들과 달라야 한다.늘 허리를 바짝 펴야 한다.허리를 바짝 펴면 정신이 가장 맑아진다.허리가 삐딱하면 정신이 죽어 있는 것이다.남의 흉을 많이 보는 사람은 허리가 삐딱해진다는 말이 있다.허리를 바짝 펴면 남 흉볼 여력이 없다.허리를 바짝 펴면 눈이 저절로 자기 코끝으로 온다.자기 허물만 살피는 것이지 남의허물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디에도 기대서는 안 된다.오로지 자신의 등뼈에 으지해야 한다.자기 자신에,진리에 의지해야 한다.자신의 등뼈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는 안정된 마음이야말로 본래의 자기이다.(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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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9-20 20:46   좋아요 0 | URL
아아아. 정말 신기해요. 알라딘에는 구월생이 압도적이다. 이거 뭔가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양철나무꾼님 늦게나마 생일 진심으로 많이 축하드려요!!!

sslmo 2010-09-25 01:01   좋아요 0 | URL
그런 것 같죠?
어쩜 9월생들이 대대적으로 광고를 해서일수도 있구요~^^

pjy 2010-09-21 15:34   좋아요 0 | URL
허리를 바짝펴고 살아야겠습니다^^ 좋은말씀에 많이 공부가 됩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전 정말 떡 좋아하는데요ㅋ

sslmo 2010-09-25 01:03   좋아요 0 | URL
저도 때론 허리를 바짝 펴기도 하고,정신을 바짝 차리기도 하고 살아야겠지요~
고기도 좋아하고 떡도 좋아하는 pjy님,기억해 두겠습니당~^^

순오기 2010-09-24 02:49   좋아요 0 | URL
분명 이 글을 봤는데 왜 댓글이 없을까요?
생일 축하도 했을거라 생각했는데 댓글이 없으니 축하도 안 한거네요.ㅜㅜ
뒷북 생일축하는 뻘줌하니까 내년 생일을 미리 축하해볼까...

sslmo 2010-09-25 01:08   좋아요 0 | URL
저도 님의 댓글 상황...이해할 수 있겠어요.
저도 때로 꾸려가기가 버거운데...
순오기님처럼 파워블로거가 되시면 더 힘드시겠죠~

이해는 할 수 있었는데요~
음,순오기님께 늦게라도 축하받아서 기분 좋아요~^^

쟈니 2010-09-24 09:4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 늦은 축하이지만 가득한 마음으로 축하드려요..
저도.. 같은 하늘아래 사는 것이 축복이라는 말에 많이 공감합니다.
왠지 어머님 글 부분에선 살짝 눈물이 나네요.. 우리,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축복을 오래도록 누립시다.

sslmo 2010-09-25 01:09   좋아요 0 | URL
네,쟈니님~
우리,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축복을 오래도록 누리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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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의 독서잡설
최성각 지음 / 동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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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글을 아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장르소설을 주로 읽기는 하지만,
내 독서취향은 잡식성에 가까워서,
가끔  잘 알려지지 않은...하지만 아주 좋은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럴때는 내가 아주 매력적인 글쓰기가 가능해서,
내 리뷰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 읽었으면 좋겠다. 
내가 거품 물고 칭찬하는 책들을 좀 같이 읽고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 

보통 때의 나는 각양각색의 사람 수 만큼이나 취향의 독특함을 알기 때문에,
취향이 나랑 비슷하면 좋고 아니어도 존중해 줄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해선 내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지만 말이다.

이 책은 '한때 나와 같은 선입견을 가졌던 사람이 어떻게 선입견에서 걸어나올 수 있었는지'부터가 시작이다. 
그는 '내가 몰라도 되는 영역으로 간주하고 손사래부터 치는 게 멋인줄로 알'았다고 했는데,
내겐 '경제'말고도 인문이나 환경 따위가 그랬었다.
계기가 있어 내가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좀 해야 되겠다 싶었을 때...마땅한 책이 없었고,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물론 이 동네에도 '인문학'을 하시는,인문학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시는 아주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그 분들의 글은 나같은 초보자가 보고 이해하기에는 어렵고도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최성각님의<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이 책은 내게 등대나 나침반 같았다. 
이 책이 좋은 것은,딱 나보다 세상을 몇발자국 앞서간 선배의 조언이나 충고같이 느껴져서이다. 
충고가 뾰족하지만,뾰족해서 고고하고 아름답다. 

물론 이분은 사상가 일뿐만 아니라 행동가여서,
이분을 닮고 싶다고 마음 먹은 이상 내 몸이 좀 고달플 각오는 하여야 한다. 

이분은 정도를 걷고 있고,
힘들다고 하여 곁길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더디더라도 그렇게 그렇게 한발자국 한발자국 밟아 나가는 법을 가르친다.

좋은 책을 만나면 두루두루 소개해서 읽게 하고 싶어하고
그게 원서이면 상업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번역하고 읽히고 싶어하였다.
그래서 출판사를 차려볼까 고민했다는 게 이 책에서만도 꽤 여러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위안이 된 건,
읽은 책이 몇권은 됐다는 거고,가지고 있는 것은 조금 더 됐다.
한가지 곤란한 것은,추천하신 것 중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은 거의 고서이거나 절판본이어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용 중 고개를 끄덕여 수긍한 부분이 여러곳 있었는데, 

심지어 최근 어떤 출판인이 "지금 시대는 내용보다는 디자인이에요.디자인으로 승부를 내야 합니다,"어쩌구 했을 때에는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어떻게 책이라 불리는 書物이 거기 담긴 애용이 아니라 디자인으로 승부를 내야 할,단지 상품에 불과하단 말인가.(48쪽)

이 부분은 내 경험에 미루어 반쯤 이해가 되었는데,
내용이 좋으면 디자인 따위는 궁시렁거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지만, 
내용이 별로이면 디자인을 가지고도 궁시렁 거리게 되고,
내용이 너무 좋으면 다른 것들을 트집잡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분의 글솜씨야말로 매력적이어서,처음 이분을 찾아 읽기까지가 문제지 그 후는 걱정할 바가 아니다.
하나 같이 훌륭하여 다 좋았지만,가장 큰 울림을 준 건 '피터드러커'의 <방관자의 시대>관련 글이 아니었나 싶다. 

'좋은 책이라면 마땅히 독자의 이마를 쪼개고,심장을 도려내고,무방비 상태의 몸과 영혼을 위축시키거나 달뜨게 만들 것인데,이 책이 바로 그랬다.'(64쪽)

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피터드러커'가 소개하는 '칼 폴라니'의 일화는 너무 감동적이다. 

캘빈과 카스텔리오의 상반되는 묘사 또한  인상적이었다.
캘빈과 숙명적인 대결을 했어야만 했던 카스텔리오를, 
온화한 공자를 닮았고,에코의 윌리엄수사를 닮았다고 한 부분은 멋졌다.

채식은 과연 만병통치에 '아름다운 미래의 열쇠'인가 하고 묻는 글이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의외였다.
'건강한 잡식이 자연에는 더 어울리는 일'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이쯤에서 나는 두손 들고 순순히 이분에게 홀릭되기로 했다.
이 나이쯤 되면 생각이나 견해가 고착되어 다른 사람들이나 새로나온 견해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받아들임과 수긍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랐고,놀라움은 존경으로까지 이어졌다. 

김용철의 <삼성을 해석한다>에 대한 이 분의 해석 또한 재미있다.
'정의로운 자들만이 정의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부분은 경제,인문에 걸친 전반적인 내용이었다면, 
중후반으로 갈수록,환경이나 생태문제,4대강에 관한 내용들이 집중 되고 있다.
기실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고 사상가이면서 실천가인 그가 그런 전철을 밟는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 자신의 화두가 장르소설에서 자꾸만 이쪽으로 바뀌어 가는 것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자연스러운 일인가?) 

<100분 토론> 관련 감상은 격하게 공감을 표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그러므로,나는 어차피 내 신념에 바탕해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골라 듣고 공감하고,내 의견과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열심히 경청이야 하지만,때로는 저항감을,때로는 분노를,때로는 욕설이 나온다.나는 공감하는 의견을 내는 사람이라도 그 말에 절박함이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불쾌해진다.어쩔 수 없는 편견과 선입견을 스스로 어느 정도는 통제하려고 애쓴다는 이야기다.그러나 4대강 같은 주제는 그 견해가 명백하게 대비되어서 내 이성적 통제를 요긴하게 작동시킬 필요가 없었다.163쪽)' 
"이런 대규모 국책사업의 결과에 대해서는 평균치를 드러낼 게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는게 옳다고 본다."(165쪽)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완상에게 했다는 말을 주워가진 것도 횡재다.

"한박사,당신은 학자니까 자꾸 그런 말을 하는데,나는 현실 정치인임을 잊지 마세요."(188쪽)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게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라 담벼락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이를 어찌 거인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196쪽) 

하지만,뭐니뭐니 해더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깨달음은... 
좋은 책은 시간과 세대에 구애받지 않고 영원하다는 거다. 

그가 소개하는 책들을 보면 3,40년 된 책들도 수두룩하고. 
번역본의 경우도 기획,번역 얘기부터 결과물로 나오기까지 몇 년,길게는 9,10년 정도이다. 

책의 영속성이야 예전부터 많이 회자되던 거지만,이분의 무던함과 진득함도 보통은 아니다. 

책이나 이 분 말고 무던함과 진득함을 얘기할 수 있는 건 자연 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서 터득했으니(터득하려고 노력했으니) 이제는 실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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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0-09-16 17:57   좋아요 0 | URL
오늘.. 글을 아주 잘 쓰셨는걸요.
벌써 이 책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으니까요..^^
그리고 <방관자의 시대>도 중고등록알림SMS신청 해놨구요..^^

전 독서경력이 짧다보니 특별히 독서취향 같은 건 없어요.
그래서 다른분들의 리뷰에 크게 의지하는 편이랍니다.
그러다보면 제 취향도 생기고 리뷰도 멋지게 올릴 날이 오겠죠 뭐..^^

sslmo 2010-09-17 00:28   좋아요 0 | URL
흐흐,감사합니다~
좀 옆구리 찔러 절 받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이 책은 그렇게라도 여기저기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왜 걍 그럴 때 있잖아요.
<방관자의 시대>구하면 귀뜸해 주세요.
저도 많이 궁금한 책이랍니다~^^

실은 책가방님의 얘기가 제 얘기이기도 하지만,
암튼 우리 같이 홧팅 하자구요~^^

마녀고양이 2010-09-16 19:26   좋아요 0 | URL
아! 나두 사고 싶다...

2010-09-16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0-09-17 00:29   좋아요 0 | URL
이 책 죽음이예요~
쥐약이기도 하구...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고 싶은 책이 넘 많아서~^^

2010-09-17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09-16 20:38   좋아요 0 | URL
긴 리뷰가 참 멋지네요
이렇게 잘쓰시면서 웬 그런 바람을.

sslmo 2010-09-17 00:40   좋아요 0 | URL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여~^^
몇가지 문제점들이 있죠.
일단 맞춤법,띄어쓰기는 패쓰하고라도~
긴 내용을 극도로 응축시키는 힘이 부족한 것 같아요.
설익었다고 해야 할까?

한창 바쁘실텐데...이곳까지 찾아주시고 감사합니다.

하늘바람 2010-09-17 07:02   좋아요 0 | URL
님 댓글을 못달아서 그렇지 자주 왔답니다

sslmo 2010-09-17 11:19   좋아요 0 | URL
아핫,감사~!

꿈꾸는섬 2010-09-16 20:55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글 정말 잘 쓰시거든요. 제가 맨날 부러워하고 있다구요. 게다가 올리시는 책들마다 사고 싶다구요.ㅎㅎ 이 책 읽고 싶어요.^^

sslmo 2010-09-17 00:41   좋아요 0 | URL
마고님께도 얘기했지만,이책 죽음이기도 하고 쥐약이기도 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이 너무 많아요~^^

2010-09-16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0-09-17 06:52   좋아요 0 | URL
딱 호기심을 가지게끔 글을 잘 쓰셨는데요.
이 책 서점에서 한번 쓱 들춰보긴 했는데,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 분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아주 크게 실망한 일이 있어서요.(환경운동할 때 얘기예요.)

하지만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와 책에 대한 관심은 또 다른 영역인 듯.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뭐라고 썼는지 궁금해서 읽고 싶어지더군요.

sslmo 2010-09-17 11:33   좋아요 0 | URL
저 이분도,감은빛님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이해하겠다는 거창한 말은 할 수 없지만서도...ㅠ.ㅠ)

근데,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좋은거라니까요~^^

머큐리 2010-09-17 08:43   좋아요 0 | URL
추석 연휴때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아시려나??

sslmo 2010-09-17 11:34   좋아요 0 | URL
누굴까요?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이 하나 같이 주옥같아요.
절판본이 너무 많아 너무 아쉽다는~ㅠ.ㅠ

stella.K 2010-09-17 11:13   좋아요 0 | URL
이 책 전에 글샘님이 리뷰 쓰신 책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모르겠어요.
아직 제 기억이 쓸만한데 문제는 내 기억을 내가 확신할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거죠.
그게 맞다면 글샘님 이책은 너무 좋은데 오타가 많다고 툴툴거리셨던 것도 맞을 겁니다.흐흐

2010-09-17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9-17 16:34   좋아요 0 | URL
아~악! 실수했어요. 글샘님은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였는데...비슷해서리.ㅜ

책 디자인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는데,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건지,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볼 땐 디자인도 좋은 책이 내용이 좋은 경우가 많기도 하더라구요.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예를들면 민음사의 세계문학 시리즈 같은 경우 디자인은 별로거든요. 그렇다고 내용이 나쁜 건 아니죠.^^

sslmo 2010-09-18 00:18   좋아요 0 | URL
그쵸?
어?글샘님 글이라면 저도 관심갖고 보는데...블라인드 처리를 해 놓으셨나 했죠.

더우기 <동녘>출판사 편집 교정은 훌륭한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저도 세계문학 시리즈 같은 것도 좀 읽어봐야 할텐데 말이죠,불끈~^^

따라쟁이 2010-09-17 13:50   좋아요 0 | URL
이미.. 쫌 잘쓰시는거 아닌가요?

sslmo 2010-09-18 00:20   좋아요 0 | URL
정말요?
따라님의 칭찬을 받으니 우쭐해지는 걸요,감사~!!!

2010-09-18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8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8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9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09-25 23:00   좋아요 0 | URL
피터드러커의 <방관자의 시대>는 80년대 초에 읽었던 책인데 지금은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네요. (하긴 오늘 동네 도서관의 열람실에서 내가 사두고 읽던 책을 보다가, 나중에 도서실로 내려가서 이리저리 책 구경을 하다가 몽테뉴의 '수상록'이 눈에 띄길래 한참이나 뒤적거려 봤는데, 그리스·로마시대 시인들의 시가 그렇게나 풍성하게 많이 담겨 있었던가 싶어서 놀랬답니다.)

피터 드러커의 말을 들으니 독서명언 100선 가운데 두 가지가 떠오르네요.
**************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 Franz kafka(1883~1929)

어떤 책이 좋은지 판단하는 기준은,
그 책이 얼마나 강한 펀치를 당신에게 날리는가 하는 점이다.
- Gustave Flaubert (1821~1880)

sslmo 2010-09-27 10:27   좋아요 0 | URL
댓글을 이제 봤네요,지송~ㅠ.ㅠ

두번째 독서명언이 제겐 더 강한 펀치가 되는걸요~^^

곰곰이 2010-09-30 17:35   좋아요 0 | URL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앗어요.. 분명하고 예리한것 두루뭉수리 하지 않은 점 개인적으로 군데군데 한국문학을 마뜩찮아 하는 점이 인상적이엇어요.. 할말을 딱대신 해주는 느낌.. 소개된 책들 꼽아논것만 십여권 다 읽을 거예요.. 성각님이 추천하는 거라면 ^^ 개인사와 잘 맞물려 있는 감동적인 책이야기 그리고 행동하는 양심 ! 최성각 짱!!

sslmo 2010-09-30 23:5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곰곰이님.
같은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전 늘'행동하는 양심'인지는 퀘션마크이지만요,암튼...최성각 짱!!!입니다.
 

마고님의 서재에서 박칼린에 관한 글을  접하고 궁금하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요즘 넷을 뜨겁게 달구는 다른 축인 <슈퍼스타 K 시즌2>의 그들을 보게 되었다.

보는 동안 소름이 돋았는데,
이건 전율이라기 보다는 공포 영화를 볼 때의 오싹함에 가까운 것이었다.

내 나이 스물 하나때는,
설익었었지만 기고만장하였다.
내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고,
그리하여 옹골찬 존재를 만들어가는 것의 중요함 따위는 알지 못했고,

내 자신을 꾸미고 포장하여
자꾸만 드러내고 돋보이고 싶어했었다.

그래서,나이 스물 하나인 친구가
그것도 둘 중 하나는 떨어져야 하는 경쟁에서 어떻게 배경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 하였다. 
주체가 되는 삶도 멋지지만,
주체가 멋지기 위해서는 두리뭉실하고 모호한 배경들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 따위는,
좀 챙피한 비교인지는 모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게 되는 게 아닐까?

근데 마음과는 다르게 머리는 이런 말도 한다.
열심히 하는 것과 미치는 것은 다르다.
단지 연습하는 것만으론 부족한 게 있는 법.


김선우 시인이 맞나 모르겠다.
"상처 속에 함몰되지만 않는다면 상처받음은 살아있음의 생기발랄한 증거이기도 하잖아요." 

 




<내 입에 들어온 설탕같은 키스들>
김선우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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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14 04:09   좋아요 0 | URL
음..

네.. (^^)

sslmo 2010-09-14 23:30   좋아요 0 | URL
음?
네~(,.)

마녀고양이 2010-09-14 08:30   좋아요 0 | URL
슈퍼스타 K는 손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어서 못 보겠더라구요.
외국의 비슷한 프로는 그나마 애정도 느껴지는데,
우리나라는 모방의 버럭이랄까...... ㅠㅠ
시즌 2는 좀더 나을까 모르겠네요~

20대 초반, 참 무모한 나이였지요.
25살만 되두,, 다 늙은거 같고. ^^

sslmo 2010-09-14 23:45   좋아요 0 | URL
음~제 스물 한살은 청바지를 입은 채로 쓰러져 잠드는 나날이었어요.
공부하기 힘든 과였는데,거기다가 방송국이라는 자치기구 활동까지 했었죠.
과에서 너갱이 빠진 녀석이라는 소릴 듣고 다녔고,
방송국에서도 별로 환영받지 못했어요.(저희 과에서 유래가 없었죠~)

어쨌던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은 못했었습니다.
이런 생각도 나는 군요.
그날 저녁 방송에 나갈 인터뷰를 어렵게 어렵게 땄는데,
제 목소리가 들어갔다고,
제 목소리 다 잘라내고 편집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마녀고양이 2010-09-15 15:58   좋아요 0 | URL
속상했겠다.... 그렇게 편집당하면. ^^
그런데 참, 에너지가 넘쳤군요?
학교 공부도 만만치 않았을건데.........

sslmo 2010-09-15 17:04   좋아요 0 | URL
그때는 왜 제 목소리가 들어가면 안되는 줄 몰랐어요.
"이쁜 내 목소리 들어가는 게 뭐 어때서?"
프로듀서와 아나운서의 역할 분담을 몰랐었고,
무엇보다 마음에 남게 거절이나 소외 당해본 경험이 그때까진 없었나 봐요~

누군가는 알아야할 모든것을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하는데,
전 알아야할 많은 것을 대학 방송국에서 배웠다고 할 수 있죠.
그걸 아직도 울궈먹고 있구여,ㅋ~.

lo초우ve 2010-09-14 08:38   좋아요 0 | URL
난 <슈퍼스타 K 시즌2> 책 제목인줄 알았거든요.
아휴~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네요 ..이프로 지금 첨 알았어요 ㅎㅎ
나 스물한살때에는 굉장히 감성적이었고,
옆구리에는 늘 책을 서너권씩 들고 다녔고,ㅋ
친구들과 자주 만나 음악듣기를(음악다방)즐겨했는데 ㅎㅎ


sslmo 2010-09-14 23:49   좋아요 0 | URL
전 미드 제목인줄 알았어요.
텔레비젼은 기꺼이 안 보는 데,
미드는 보고싶어도 못 보는 게 실은 몇 개 있거든요~

님도 한 감성 하셨나 보네요?^^
저는 중1 때 고모 따라 음악다방을 처음 갔었어요.
그때 신청곡 아직도 기억나요.
What can I do였어요.
제가 부스 유리창을 똑똑 두드리고 또박또박 외워서 발음 했었거든요~^^

프레이야 2010-09-14 09:24   좋아요 0 | URL
김선우의 설탕같은 키스들,
저 책의 표지를 전 아주 좋아해요.(내용보다 표지? ㅎㅎ, 아니 내용도요)

sslmo 2010-09-14 23:52   좋아요 0 | URL
네,김선우의 수필집은 훅~하는 경향이 있죠?^^
시집은 둥글기도 하고 뾰족하기도 하고 조화로운 데 말이죠~

저도 표지는 마음에 드는 데,제목은 좀 별로예요.
키스가 설탕 같기만 하다고 누가 그랬냔 말이죠~ㅠ.ㅠ

라로 2010-09-14 11:20   좋아요 0 | URL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 전 머리만 들볶구다녔어요,,ㅋㅋ
김선우도 찾아보고 싶네요,,

sslmo 2010-09-14 23:55   좋아요 0 | URL
덕분에 지금도 말랑말랑한 머리를 가지고 계시잖아요,ㅋ~.
김선우,전 괜찮던데요.
님껜 어떨런지요~

hnine 2010-09-14 12:25   좋아요 0 | URL
김선우 시인은 얼굴도 예쁘고 목소리도 예쁘고 시도 잘 쓰고요 ^^
생각해보니 저는 지금도 스물 한 살 같아요. 즉, 그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설익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 꺼려하고, 불안정하고요. 계속 그렇게 가려나봐요.

sslmo 2010-09-14 23:59   좋아요 0 | URL
그쵸~^^
외모랑 목소리랑 글이랑 조화로운 사람 중 하나인거 같아요.

계속 그렇게 갈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전 그때가 때때로 그리워요.
어떻게든 변화할 수 있는,채워 가질 수 있는 결여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요~^^

세실 2010-09-14 14:22   좋아요 0 | URL
어머 둘다 노래 잘했는데 누가 합격했나요?
시집 제목이 참 달콤해요^*^
스물한살이면 대학 2학년 그때?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며 놀았죠. ㅎ

sslmo 2010-09-15 00:02   좋아요 0 | URL
음~이 상황에서는 남자 쪽이 합격했는데,
나중에 여자 쪽도 올라왔다고 하더라구요.

세실님의 스물 한살 시절은 왠지...
시집 한권 옆에 끼고 ,샤방샤방 치마를 펄럭이며 나비 같으셨을 것 같아요.

yamoo 2010-09-14 23:00   좋아요 0 | URL
저는 21때 뭘 하고 있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아요!! 군대갈 준비를 했던거 같긴 해요..ㅋㅋ
아, 생각났다..키 174센티 여자하고 미팅한 것이 기억 나네요...왜냐면 제가 헌팅했거덩요..ㅋㅋ 요것만 기억나요..

sslmo 2010-09-15 00:05   좋아요 0 | URL
앗~!yamoo님 방가,방가...

미팅이랑,헌팅이랑은 다른 거 아니예요?
암튼 님 인생의 주인공은 예나 지금이나 님 자신인 듯~
자신감 충만=때론,왕 부러움~!!!

저절로 2010-09-15 17:18   좋아요 0 | URL
저, 없는 동안 왜 이케 많이 써 놨어요!
넘치는 필빨. 넘 부럽.

저도 티비는 안보는데, 어쩌다 저 프로 마주친 적 있지요.
동감이에요. 피말리는 청춘.
아~ 난 저때 머했나 몰라.

sslmo 2010-09-16 10:36   좋아요 0 | URL
이제 제가 그들의 배경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럴 수 있을려면...제 자신을 말끄러미 바라볼 수 있어야 할테구요.

제 자신의 반짝임은 지워야 하겠지만,
나름의 빛깔을 충분히 감당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그들이 빛날 수 있을테니까요~

감은빛 2010-09-15 18:01   좋아요 0 | URL
저는 스물하나였을때 군대에 있었던 것 같네요.
아마 철책선을 지키며 힘들고 고독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을 거예요.

sslmo 2010-09-16 10:38   좋아요 0 | URL
이땅의 반짝이는 남자들이 보고싶으면 멀리 헤메일 것도 없이 군대를 찾아가면 되겠네요~ㅠ.ㅠ

hina 2010-09-15 23:52   좋아요 0 | URL
요즘 관심가는 작가였는데...김선우...

그건 그렇고, 저 신데렐라 영상을 보셨군요. 저도 친구가 보라고 끌어다앉혀서 봤었어요. 친구가 저 남자분께 필이 꽂혔더라고요.(알앤비소울.요런걸 쫌 좋아하는 친군데..) 시즌 1때는 관심이 영없었고 남들이 얘기해도 안챙겨봤는데, 시즌 2는 위에 언급된(...) 친구땜에 영상 몇갤 수동적으로 챙겨보게됐었네요. 실력이 괜찮아보이는,그런데 좀 무서운...어린친구들이 꽤 있는것 같더라고요^^

sslmo 2010-09-16 10:41   좋아요 0 | URL
저 남자 친구...참 똘똘한 것이,이번이 아니어도 언제고 어디서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09-16 16:09   좋아요 0 | URL
김선우 시인 저도 좋아요.^^ 시도 좋지만 산문집들도 참 좋던데요.^^

sslmo 2010-09-16 17:45   좋아요 0 | URL
아웅~방가방가.
이제 괜찮아지신거예요?
현준이 현수도 님도?
앓고 났으니 한뼘쯤 성숙해 지지 않았을까요,다들.

(아,근데 넘 반가운 거 있죠.헤에~^^)

꿈꾸는섬 2010-09-16 20:55   좋아요 0 | URL
ㅎㅎㅎ이리 반가워해주시니 너무 좋아요.^^
글은 못 남겼어도 가끔 들어와 글은 봤었어요.^^

sslmo 2010-09-17 00:58   좋아요 0 | URL
정말요?헤에~^------^

pjy 2010-09-16 20:05   좋아요 0 | URL
스물하고 하나였을때라~ 아마 그때쯤 첫사랑을 했다가 실패했었던, 그냥 그랬던 시절이었어요~ 오히려 스물하고도 둘일때는 장학금 받아보겠다고 미친듯이 공부하던 생각이 나네요^^;

sslmo 2010-09-17 01:01   좋아요 0 | URL
사랑을 앓고 시를 쓰신게 아니고,공부를 미친듯이 하셨군요?^^
것도 좋죠,공부를 미친듯이 하는 것...
이젠 공부를 하고 싶어도 머리가 녹슬고 삐그덕거려,그때만큼 돌아가 주질 않네요.
머리가 쥔장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수준이예요~^^
 
뺨에 서쪽을 빛내다 창비시선 317
장석남 지음 / 창비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밥만으론 살 수 없다는 말도 어디선가 주워들은 적이 있다. 

자칭...감수성 충만,로맨티스트인 꽃중년인 우리 남편은 요즘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며 살까 싶었었다. 
남편이 흘리고 다니는 생각과 고민 한자락을 주워 엿보게 됐다 하더라도,
이게 이 시대 중년들의 보편적인 생각과 고민일까 궁금해 어떤 기준을 갖고도 싶었었다. 

이 기준이란 것이 사회적이거나 도덕적이 아닌 적당히 비겁한 이 시대 꽃중년의 그것이었으면 좋겠다 싶었고,그런 의미에서 그의 전작 <왼쪽 가슴 아래께의 통증>정도의 Feel이면 딱이겠다 싶었다. 

시인이 될 순 없으나 시인을 따라 살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누가 나이가 먹으면 반대 성의 호르몬이 우세해 반대 성화 된다고 하였나?
이 시인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오지랖 넓은 아즘의 마인드를 터득하여 그 마인드를 적절하게 잘 운용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런 그에게 오지랖을 보태며 참견하며 이 시들을 읽고 싶다. 
(그렇다고 내가 이 분의 열성 팬이나 스토커를 자처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동지>에는 시를 짊어지고 바위를 한번 밀어보러 가주셔야 하고,
'한덩어리의 밥을 찬물에 꺼서 마시고는' <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알아내야 한다.
(싸리 꽃은 주로 절 뒤란에 흐드러지게 피는데,신부전에 주효인 싸리꽃과 절의 스님과의 상관 관계까지 알고 있어야 이 시가 깊어질 수가 있겠다.)

<말린 고사리>한뭉치의 무게도 곰살맞게 가늠해야 하고,
<묵집에서>묵을 먹으면서 사랑도 생각해야 한다. 
<허공이 되다>에선 강아지를 내주면서 어미개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고,
<문 열고 나가는꽃 보아라>에선 작약꽃밭에서 할머니와 손주 훈수도 두어야 한다.
<겨울 시금치밭>에서 '내 그림자를 포개 나누며 섰'기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론 <불을 끄면>이 좋았는데,경험이 베어난 시는 이래서 읽는 이에게도 울림을 주나보다.
<나의 하관>이나 <변기를 닦다>에선 도덕적인 반성의 기미 씩(?)이나 엿보인다.

                                    

나의 가슴이 요정도로만 떨려서는 아무것도 흔들 수 없지만 저렇게 멀리 있는,저녁빛 받는 연(蓮)잎이라는가 어둠에 박혀오는 별이라는가 하는 건 떨게 할 수 있으니 내려가는 물소리를 붙잡고서 같이 집이나 한 채 짓자고 앉아 있는 밤입니다 떨림 속에 집이 한 채 앉으면 시라고 해야 할지 사원이라 해야 할지 꽃이라 해야 할지 아님 당신이라 해야 할지 여전히 앉아 있을 뿐입니다
 나의 가슴이 이렇게 떨리지만 떨게 할 수 있는 것은 멀고 멀군요 이 떨림이 멈추기 전에 그 속에 집을 한 채 앉히는 일이 내 평생의 일인 줄 누가 알까요 
                                                                - <오막살이 집 한 채 >전문 -

 

불을 끄면 모두 눈을 달고 살아나서 무서웠지 
눈 감았지 

철이 들면서 불을 끄면
다 보이지 않으니 좋다,
웃음이 솟아도
눈물이 불쑥 와도
좋다,
그렇다가도
끝내 다시 불을 켜서
한꺼번에 서른도 마흔도 또 쉰도 먹는 날이 있었지 

불을 끄면
그대로 새벽포구와도 같아져서
미끄러지는 미명들을 받아안고
맥박을 세지
 

                                             - <불을 끄면>전문 -

  성북동에 가면,'쌍다리길'이라고도 불리우는 그의 집이 있고,그의 집 바로 밑에는 '덴뿌라'라는 촌스러운 이름이 붙은,탁자가 단 두 개뿐인 선술집이 있단다.
그 동네 주민도,딴따라도 아니지만...
시대가 하수상하고 어지러워 내가 가진 불이 흔들리고 꺼진다 싶을 때...
조용히 그를 찾아나서야 겠다. 
그가 가진 불이 밝혀져 있다면 방향을 잡는 등대로 여기면 될 것이고,
그의 불도 흔들리고  꺼진다 싶으면...심지를 돋우고 곧추설 수 있을 만큼만 잠시 바람막이로 서 있다가 돌아와야 겠다. 

'뺨에 서쪽을 빛내'는 일뿐만 아니라,
날이 어두워지고 다시 '날이 새는데도 너무 많이 훔치는 바람에 그만 다 지고 나올 수가 없'다면...
그의 시집을 헛 읽은 것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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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9-13 12:38   좋아요 0 | URL
전 시를 읽지 않은지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겠어요,,ㅠㅠ
팍팍하게 사는 나날입니다, 그려. 훌쩍
<불을 끄면>은 마지막 단락이 쿡 다가오네요.

sslmo 2010-09-13 22:28   좋아요 0 | URL
전,시는 좀 읽는 데 다른 쪽으로 편식이 심해요~
고전이나 사상서를 멀리해요.
본디없는 경향이 있어요~^^

장석남의 시들이 다 그런 것 같아요.
어느 한 대목이 쿡 다가와요~^^

2010-09-13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3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9-14 01:30   좋아요 0 | URL
어제 이 글 읽고는 추천만 드리고 댓글을 드리기가 시간이 좀 모호했어요.. 양철나무꾼님. ~~ 고전 사상사 안읽으시는 듯 싶어도 또 뵈면 그렇지도 않으시잖아요 ㅎㅎ

성북동은 가을이나 봄이 참 좋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요.. 꼭 한번 가을엔 다녀오시면 좋으실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


글 속에서
"<말린 고사리>한뭉치의 무게도 곰살맞게 가늠해야 하고,
<허공이 되다>에선 강아지를 내주면서 어미개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고,
<겨울 시금치밭>에서 '내 그림자를 포개 나누며 섰'기도 해야 한다."

저는 이 부분들이 참 좋네요.. 강아지를 내주면서 어미개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심정은.. ㅠㅠ 이 시집은 조만간 읽어보아야겠어요.. ~~

sslmo 2010-09-14 01:42   좋아요 0 | URL
하,하,하~
바로 조 위 점점점 님 댓글에,고전사상서는 안 읽게 된다고 댓글을 달았는데,겸연쩍은 걸요.

제 가을은 좀 분주해요.
어러다 저러다 보면 후딱인게죠.추석도 챙겨야 하고...

아,그러고 보니 장석남 이분의 시가 성북동의 가을을 닮은 듯도~~~^^

lo초우ve 2010-09-14 08:42   좋아요 0 | URL
이 글 보니.. 굉장히 정감이 가네요 ^^
내년봄에는 작은 텃밭하나 꾸밀 생각이거든요 ^^
거기에 상추도 , 고추도, 시금치도 심어봐야징 ^^

sslmo 2010-09-15 00:08   좋아요 0 | URL
참~조 위의 박칼린의 그 합창대회가 거제도에서 진행되지 않았나요?
님도 텔레비젼을 잘 안 보시는구낭~^^

저도 요즘 상추를 키워볼까 심각하게 고려 중이예요.
글쎄,상추값이 한 10배는 뛴 것 같아요~

yamoo 2010-09-14 23:02   좋아요 0 | URL
전, 고전이나 사상서는 많이 읽는 데 다른 쪽으로는 편식이 심해요~
특히 시를 멀리해요...--;;
본디없는 경향이 있어요~^^;; 헤헤~

sslmo 2010-09-15 00:09   좋아요 0 | URL
전 이제 편식하지 않으려구요,불끈~^^

lo초우ve 2010-09-15 13:21   좋아요 0 | URL
거제도에서 박칼린 합창 대회가 있어요?
남자의자격 팀 나오는건가요?
언제 하는데요?
ㅡ,.ㅡ;;
갈 시간이 되어도.. 못갈거에요
왜냐하면 박칼린 관심 없거든요.. ㅡ,.ㅡ;;
차라리 찬진이람 몰라도. ^^;
아님..캐슬이라든지.. 유익종이라든지..ㅋ

sslmo 2010-09-15 17:07   좋아요 0 | URL
찬진은 누구예요?캐슬은 또 누구구여?
유익종은 알아요~^^

전 먼데이키즈요~
그리고 요즘 그 누구냐,밥만 잘 먹더라,그 친구들 하고요.

실은 저도 텔레비젼을 잘 안봐서 이 이상은 잘~ㅠ.ㅠ

꿈꾸는섬 2010-09-16 16:10   좋아요 0 | URL
아, 이 시집을 사야지 하고는 여태 미뤄두었었네요. 여기서 보니까 참 좋네요.^^

sslmo 2010-09-16 17:47   좋아요 0 | URL
꿈섬님 하면 시집을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죠.
이 시집 읽으면서 꿈섬님은 어떻게 느끼실까 한번쯤 궁금했습니다여~^^
 

내가 비에 젖어 있을 때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
때때로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들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아~~~~~~~~~
 



그 쇳물을 쓰지 마라


[정재훈의 세상돋보기]


정재훈(만화가) 2010.09.11 12:13







그 쇳물을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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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09-12 14:30   좋아요 0 | URL

비로그인 2010-09-12 19:14   좋아요 0 | URL
안타까운..

그냥 넘기기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예요..

sslmo 2010-09-13 11:13   좋아요 0 | URL
이런게 애 끓는 심정일거예요~

마녀고양이 2010-09-12 22:58   좋아요 0 | URL
미안함을 느끼는 일이 한두가지라야 말이죠. ㅠㅠ
그래서 종종 눈을 감아버리고 살게 됩니다, 창피한 일이죠.
(추천 수 5 이하라,, 꾸욱.. 큭큭, 내 말 잊지 않았죠?)

sslmo 2010-09-13 11:18   좋아요 0 | URL
눈을 감아버리고 살면,
종종 엉뚱한 이들이 파 놓은 웅덩이에 발을 헛 딛어 넘어질 수도~~~

이 추천은 제 것이 아니죠~
(근데 이상 이하 경계 없이...나 좀 북돋워 주면 좋지 않아요?^^)

전호인 2010-09-13 09:25   좋아요 0 | URL
하고 싶은 말(?-사실 욕입니다)이 많아도 꾸욱 참고 있습니다.
결국 기득권층에서 또 한마디씩 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죄가 되느냐는 둥.
속이 뒤집어져도 참고 있습니다. 어이가 없어서지요.
각 지방자치단체나 예하 정부기관까지도 그런 특채와 관련된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제 주변에서도 그걸 실제 보고 있습니다. 늘 경쟁해서 그것을 뚫어야 했던 우리들과 대충대충 살아도 턱 찍어서 심어주던 그들과는 차이라고 할 수도 없을 커다란 벽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세상이 드럽고 치사하게만 보이니 이를 어쩐답니까. ㅜㅜㅠㅜㅠ

sslmo 2010-09-13 11:23   좋아요 0 | URL
전 욕이 하고 싶으면 꾸욱 참고 있다가...
(우아하고 고고스한 제 입에서 항상 욕이 나와선 곤란하니까,ㅋ~.)
좀 막히는 길을 운전하며 도로 위에다 다 쏟아놓고 옵니다.
도로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러느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ㅠ.ㅠ

라로 2010-09-13 12:39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slmo 2010-09-13 22:31   좋아요 0 | URL
ㅠ.ㅠ~

hina 2010-09-15 23:51   좋아요 0 | URL
아이고........

sslmo 2010-09-16 10:41   좋아요 0 | URL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