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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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아니 책을 읽으며 책 속의 그림을 보는 내내,

내가 좋아하는 '만석꾼 며느리 뽑기'라는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쌀을 빌어서 죽을 쒀 먹을 것이 아니라,

그 쌀을 팔아서 고기도 사먹고 밥도 한 솥 지어 든든히 먹은 후,

일거리를 구하여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쌀을 사먹는다는 얘기.

 

이 책에 나오는 모지스 할머니도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사실, 1860년에 태어나 101세까지 살다 가신 할머니에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뭐, 그림이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시고,

어떤 화풍이나 전문적인 솜씨를 지닌 것도 아니다.

돌아가신 해를 기준으로 따져도 1960년인데,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컨츄리풍이고 촌스럽다.

퀼트 벽걸이에 등장하는 그림처럼 생겼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퀼트 벽걸이를 보고 좋다고는 하지만, 열광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 할머니의 그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76세라는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해서 101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꾸준히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아니었을 지라도,

모지스 할머니가 유명해지면서 그림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할머니는 좌절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신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말이다.

사람들은 날 보고 설경을 그릴 때 음영을 더 넣으라고도 하고, 파란색을 더 쓰라고도 하는데, 아무리 봐도 눈밭에서 파란 빛깔은 보이지 않더군요.나무 그림자처럼 그림자가 조금 보이긴 하지만, 내 눈엔 파란색이 아니라 회색으로 보입니다.(260쪽)

 

이 책을 읽으면서, '만석꾼 며느리 뽑기'라는 옛날이야기가 생각났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 였다.

내가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아마 닭을 키웠을 거예요. 지금도 닭은 키울 수 있습니다. 나는 절대로 흔들의자에 가만히 앉아 누군가 날 도와주겠거니 기다리고 있진 못해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여러 번 말했지만, 남에게 도움을 받는니 차라리 도시 한 귀퉁이에 방을 하나 구해서 팬케이크라도 구워 팔겠어요. 오직 팬케이크와 시럽뿐이겠지만요. 간단히 아침 식사처럼 말이에요. 그림을 그려서 그,렇게 큰돈을 벌게 되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늘그막에 찾아온 유명세나 언론의 관심에 신경 쓰기에는 나는 나이가 너무 많아요.(272쪽)

 

인종차별이라고 해야할까, 흑인에 대해선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게 느껴져 껄끄러웠던 부분도 있는데,

남북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났고 시대적,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몸에 배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남녀 차별에 대해서 이런 목소리를 내는 걸 보면 말이다.

애나가 집을 떠나기 전에 나는 처음으로 투표를 했습니다. 나는 여자도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일하는데 목소리를 못 내서야 되겠습니까? 남자보다 일을 잘 하는 여자도 얼마든지 있고요. 여자가 가정을 돌보아야 한다고 해도 가정을 돌보는 것에 관한 자기주장을 펼 수 있어야 하지요.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여성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고된 허드렛일도 예전보다 줄었지요. 교육을 받고 투표를 함으로써 자녀들의 학교 문제에도 더 많은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집안일에서는 손을 떼야겠지요. 둘 다 잘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225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늘날의 우리는 한 명의 사람으로써의 여자가 아니라,

'원더우먼'이란 로봇을 기대하는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든 걸 다 잘 할 수는 없다.

두 손에 쥐고있다가 넘어지면 코가 깨질 수도 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놓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의 나라면, 두손 다 빈손인채로 욕심없이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랜 직장 생활에 길들여져서,

직장 생활을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자유시간들이 주어지면 어쩌지 못할 것 같다.

 

나만의 취미생활이라고 할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취미를 개발해봐야겠다.

그게 돈벌이로 연결되면 더할 나이가 없고 말이다.

 

좋은 그림이 여럿 있었지만,

'산타할아버지 기다리기(1960)'란 그림이 좋았다.

 

'5월;비누만들기, 양떼 씻기기(1945년)'란 그림도 좋았는데, 박공지붕 위로 펼쳐진 하늘의 구름과 하늘 색깔이 사실적이어서 좋았다.

사람과 양떼들은 다소 만화적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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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8-02-05 18:3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이 추천하는 책은 항상 기대를 하게 되는데 매번 실망을 하지 않게 되네요. 이 책도 읽어 봐야겟어요.

sslmo 2018-02-05 20:37   좋아요 1 | URL
항상 엄청 바쁘신줄 잘 아는데, 이렇게 관심 갖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 님이 추천해주시는 책이 다 좋았는데, 저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자신이 없습니다. 이 책 이쁜고 따뜻한 그림 좋아하는 제겐 일종의 힐링이었어요~^^

서니데이 2018-02-06 09:23   좋아요 0 | URL
이 화가의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인지는 모르지만, 보고 있으면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
그린 사람에게는 무척 익숙한 풍경이나 일상 같은 느낌이고요.
양철나무꾼님, 오늘도 추운 아침이예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sslmo 2018-02-07 12:51   좋아요 1 | URL
그림은 다정하고 따뜻하게 여겨지지만,
그래서 편안하기도 하지만,
그림을 조금이라도 그릴 줄 아는 사람의 고정관념으로 보면 불편할 것도 같습니다.
저도 처음 그림을 볼때, 구도나 명암이나 음영 따위를 따지려 들었으니까요.

어떤 그림은 그런 걸 따지지 말고 봐야 좋은 그림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그냥 편하게 보자,
그랬더니 좀 여유로워 지더라구요~^^

님도 날은 춥지만, 따뜻함 가득한 시간들 보내세요~^^

개과천선 2019-10-13 22:40   좋아요 1 | URL
글을 그림그리듯 하시고 그림을 글쓰듯 하시는 모지스 할머니와 양철나무꾼님~^^* 따뜻한 공감대를 이루시는 공통점이 있으시네요~
인생의 4/4분기에 새로운 취미로 활기찬 일상과 사회활동을 겸하신 모지스 할머니께서는 많은 중장년들에게 귀감이 되시고 닮고 싶은 모델이 되셨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나이로 인해 주저하는 인생이 아니라 마음으로 극복하시고 도전을 서슴치 않으셨던 노년의 패기가 청년 못지 않으셨을 것이 분명하실테죠~
양철나무꾼 님도 인생의 전반전을 지나 후반전으로 접어드실 것 같네요~
마음을 잘 다스리시고 절대주권을 가지신 분께 항상 기도로 도움을 구하셔서 멋지고 활기찬 후반전을 펼쳐가시길 축원드립니다~♡
 
신영복 평전 - 시대의 양심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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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이 기대했던 것만큼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

'전기'체 특유의 장황하고 화려한 수사로 쓰여져서 이미지가 반감된다고 해야할까.

내가 이런 얘기를 했더니 친구가,

평전은 글을 안 쓰는 사람의 경우 필요하지,

신영복 님은 당신의 글로 충분하다고 하는거라.

리영희 선생 같은 경우야, 말년에 편찮으셔서 글을 못 쓰셨으니 그나마 평전이 선방을 한 것 같다.

 

암튼, 전기 특유의 화려하고 장황한 문체가 기선을 제압하며 설레발을 치는데,

신영복을 죄다 읽은 나로서는 겉도는 것처럼 느껴졌달까.

수수하고 잘 손질된 깔끔한 옷을 입는 스타일이신 분한테,

예우를 한답시고,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꿰매서 만든 트레이닝복(일명 츄리닝)을 입혀드린 꼴이라고나 할까?

 

글의 곳곳에서 인용하는 것이, 빼대가 신영복 님의 책들이고,

가끔 '신영복 함께 읽기'같은 책을 인용하기도 한다.

 

책의 처음부터 이탈리아의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와 닮거나 다르다고 하는데,

인용을 하고자 한 의도는 충분히 짐작하겠지만,

신영복 님은 신영복 님일뿐, 그람시와의 비교 자체가 무색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서울대 졸업'인 그의 출신 고등학교는 '부산상고'로 노무현 전대통령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뭐, 특별한 까닭에서가 아니라,

한층 더 친근하고 푸근하게 와닿았다고나 할까?

 

책 전체에 감옥에서 썼던 안부편지가 주로,

나머지도 신영복 님의 저작들이 인용되는데,

이 안부편지들은 나중에 책으로 묶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신영복 산문'이라는 장르를 개척하였단다.

그런 신영복을 일컬어 소설가 조정래는 이렇게 말했단다.(86~87쪽)

그이의 글의 마력과 매력은 뜨겁고 강하고 아픈 이야기를 낮고 조용하고 부드럽게 하는 데 있다. 그러면서도 뜨거움을 자각케하고 정의로움을 일깨우며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건 단순히 글재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깊고 진솔한 사색의 열매여서일 것이다. 그이는 웅변과 글이 어떻게 다른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삶과 길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조정래, '세번째 봉우리', '신영복함께읽기'재인용)

 

정재승과의 대담집, 한구절인 이런 구절은 많은 걸 생각케한다.

제가 무기징역 받고 추운 독방에 앉아 있을때, 왜 자살하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심각하게 고민했죠.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거든요.

가장 큰 이유는 햇빛이었어요. 그때 있었던 방이 북서향인데, 하루 두 시간쯤 햇빛이 들어와요. 가장 햇빛이 클 때가 신문지 펼쳤을 때 크기 정도구요. 햇빛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내일 햇빛을 기다리느라 안 죽었어요.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비록 20년의 감옥 속 삶이었지만 결코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태어나지 않은 것과 비교한다면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ㆍㆍㆍㆍㆍㆍ

또 한가지 이유는 내가 자살하면 굉장히 슬퍼할 사람들이 있었어요. 부모, 형제, 친구 ㆍㆍㆍㆍㆍㆍ자기의 존재라는 것이 배타적 존재서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린왕자』를보면 리비아 사막에 비행사가 불시착하잖아요. 살아날 가망이 없으니 모래톱을 파서 무덤을 준비합니다. 그 대목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죠. 너만 조난자인가. 너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은 조난자가 아인가.

  우리 삶이란 게, 존재성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저도 근대적 교육을 받았기에 사고방식도 근대적이었죠. 같은 무기수이면서도 다른 재소자를 일단 타자화했어요. 딱 거리를 두고 분석을 해요. 죄명, 형기, 출신, 학력 등 한마디로 대상화하는 거죠. 겉으로는 친절하지만요. 나중에 알았지만, 제가 5년간은 왕따 였어요. 특별하게 따돌리진 않지만,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지 못했던 시기였죠. 그 후 그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여럿이 함께하면 길은 뒤에 생겨난다', 정재승 대담,'손잡고 더불어',재인용, 92쪽)

아무래도 이 책은 취지는 좋았지만,

신영복 님의 그것들이 궁금하면 신영복 님의 책들, 그리고 '신영복 함께 읽기' 정도, 내지는 신영복 대담집 '손잡고 더불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신영복 선생님 2주기 추모 형식으로 만들어진거라면 모를까,

신영복 선생님의 다른 책들을 읽고 다른 형식으로 접한 사람들이라면,

선생님에 대한 의미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고,

김삼웅님에 대한 소회가 반감될 수는 있겠다.

 

신영복 님의 저작이야 다들 여러가지 방법으로 알 것이고,

신영복 님의 번역인 '사람아, 아 사람아'와,

신영복 님이 유세종 님과 같이 번역한 '루신전' 정도를 더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좋은 사람은 다시 봐도 정겹고, 좋은 책은 다시 볼때마다 곱씹을 구절이 생긴다.

오늘은 1977년 6월 8일자 아버지에게 쓴 편지의 내용이라는 이 구절이다.

 10년. 저는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124쪽)

내가 이런 저런 욕심을 줄이고 미니멀라이프를 살겠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도 이렇게 쉽고 응축되었으면서도 단정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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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1-31 16:03   좋아요 0 | URL
일단 깜짝 놀란것은 양철나무꾼님은 신영복 선생님의 저서를 다 읽으셨군요.
저는 아직도 많이 남았어요. 신영복 선생님을 좋아하고 존경한다는 말이 무색하군요.
이 평전 나온 것 보고 선생님 저서를 다 못 읽었으니 이것만이라도 챙겨 읽어야겠다 결심했었는데,
양철나무꾼님 페이퍼 읽고 나니, 선생님 저서를 찾아 읽는것이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사람의 생각과 느낌이 글로 그대로 드러날테니까요,
단정한 글을 쓰고 싶다는 양철나무꾼님 결심이 마음에 딱 와닿네요.
저는 어떤 순간에도, 유머의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 사람이라,
단정하고 웃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많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sslmo 2018-02-02 09:37   좋아요 0 | URL
저는 신영복 님의 저서도 다 읽은 것 같고, 번역본도 제법 읽은 것 같아요.
‘강의‘ 같은 것은 한권짜리지만 만만치가 않아,
지금도 곁에 두고 심심할때마다 넘겨보곤 합니다.
당신의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 당신의 큰 뜻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암튼 뿌듯해 하고 있습니다~^^

단정한 글은 부단히 노력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웃긴 글은 코드를 읽어야 하는지라,
아무래도 똑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웃긴 글 쓰는건 그래서 언감생심,
읽는 것은 좋아합니다.

제가 읽으러 열심히 드나들테니,
웃긴 글 마니 써주세요~^^

박균호 2018-01-31 18:55   좋아요 0 | URL
<검사내전>이란 책 재미납디다. 일독을 권해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고...

sslmo 2018-02-02 09:41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합니다.
지금 ‘나폴리 4부작‘에 목매고 있어서 새 책을 들일 여력은 없는데,
또 님을 향해선 마냥 팔랑귀란 말이지요~^^

님도 건강하시고, 건필하셔야 합니다~ㅅ!

책읽는나무 2018-01-31 18:58   좋아요 0 | URL
저도 신영복님의 책을 먼저 읽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나무꾼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생각했네요.
자꾸 사서 쟁여놓기만할뿐...이젠 진짜 읽어야겠다.라고.....^^
저도 단발머리님처럼, 단정하지만 자꾸만 웃긴 글을 좋아해서 그런지?
저도 결국엔 글이 웃기게 변하더라구요.
저도 차분하고 단정하게 글을 써보리라!마음은 먹었는데 쓰다 보면.....^^
그래도 전 단정한 글을 읽는 것은 무척 좋아합니다.
단정한 글 많이 써주세요^^

sslmo 2018-02-02 09:59   좋아요 0 | URL
전 김삼웅 님도 좋고, 신영복 님도 좋아요.
제가 범접할 수 없어서 그렇지 단정한 글도 좋고, 웃긴 글도 좋고요.
게다가 책읽는 나무 님처럼 예쁜 글, 다정한 글도 좋고 말이죠.
근데 뭐니 뭐니해도,
이곳에서 알라딘 이웃들 마실 다니면서 글을 읽고 글을 쓰고 하는게 제일 좋아요~^^

순오기 2018-01-31 20:42   좋아요 0 | URL
최근 격주로 만나 신영복 선생님 글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함께하는데 그 깊이와 감동으로 먹먹해집니다~ 신영복 선생님 자체로 훌륭한 삶의 교본 같은 분이시죠!♥

sslmo 2018-02-02 10:34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은 부지런하실 뿐만 아니라 열정적이신것 같아요.
님의 그런 삶을 배울 엄두는 못 내고 부러워만 할 뿐입니다.
신영복 님도 물론이지만,
전 순오기 님을 먼저 배워야 할텐데 말예요~--;

페크pek0501 2018-02-01 12:53   좋아요 0 | URL
신영복 님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팬이 되었고 그 다음에 선택한 책이 <담론>이었어요.
저에겐 글의 깊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해 주셨던 작가였죠.
더 많이 글을 쓰셔야 했는데...

sslmo 2018-02-02 10:42   좋아요 0 | URL
페크 님, 그러셨군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담론‘도 물론 좋았지만,
전 개인적으로 ‘강의‘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전 아직도 ‘강의‘를 옆에 두고 이리저리 넘겨다보고 있는 걸 보면 말예요.
깊이는 말할 처지가 못 되고,
전 가끔 읽게 되는 님의 글을 보면 단정하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그걸 님께 배우고 싶어요~^^

북극곰 2018-02-02 09:40   좋아요 1 | URL
친구 분이 하셨다는 ˝평전은 글을 안 쓰는 사람의 경우 필요하지,신영복 님은 당신의 글로 충분하다˝ 이 말에 공감하게 되네요. ˝수수하고 잘 손질된 깔끔한 옷을 입는 스타일이신 분한테,예우를 한답시고,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꿰매서 만든 트레이닝복(일명 츄리닝)을 입혀드린 꼴˝이라는 게 어떤 건지도 완전 알것 같아요.

저도 집에 있는 신영복 선생님 책을 좀 펼쳐봐야겠습니다.

sslmo 2018-02-02 10:49   좋아요 0 | URL
님의 이 댓글을 보니, 제가 친구를 잘 두긴 좀 잘 둔것 같습니다~^^
좋은 친구는, 좋은 스승과 더불어 삶을 풍성하게 해주죠.
그런 의미에서 신영복 님도 좋은 스승일 수가 있겠고,
좋은 책도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8-02-02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2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5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5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남궁인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예전에 이 사람의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본 것은 없지만,

여기저기서 한 꼭지씩 글을 읽어보고 신선했었던 기억이 있어 들였다.

이 책은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의 독서일기를, 그이후 12월까지는 책 목록을 모아놓은 것이다.

열혈 알라디너인 나는,

누군가의 독서일기를 엿볼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책을 처음 받았을때 조금 놀랐는데,

종잇장이 성경책처럼 얇아서 땀 난 손으로라도 만지면 금세 울어버릴까봐 불안했고,

테두리가 형광연두색 물감으로 덧칠한 것처럼 환해서 눈이 부담스러웠다.

이 출판사 김민정 님의 책을 만드는 품이랄까, 기획력은 인정하는 바이지만,

김민정 님과 따로 떼어서 이 책 한권만 놓고봤을때는 가벼운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여기까지는 책의 외형에 관한 얘기이고~--;

리뷰를 얼렁뚱땅 쓰는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도,

하루에 한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였을까,

1년동안 하루에 한권을 읽고 리뷰를 쓴 기록이라길래,

어떤 책들을 어떻게 읽고 그걸 글로 옮겼는지 궁금했었나 보다.

응급실 닥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하루에 한권씩이라니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일까, 어떤 책은 설렁설렁 읽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리뷰들은 좀 짧거나 가벼워서 책으로 엮어낼 기준에 부합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이나 생각이 온전하게 자리잡지 못한 것을 마구 담아 상품화한 것은 아닐까.

책으로 만들어진 후에도 생명활동을 해 무르익는 것도 아닐테고 설익은 것들은 상품가치가 없다.

자기화하는 과정 없이 인풋(책을 읽고)하고 아웃풋(리뷰를 쓰면)하면 끝.

손끝으로 '톡톡~' 떨어내는 느낌이었다.

아쉬움을 갖고 몇 장 더 넘기다 보니, '숨결이 바람될때'나 '아우스터리츠' 같은 것들은,

생각을 전개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는 한다.

'응급실 닥터'라는 수식어가 이 독서일기에 필요하지는 않다.

그가 임상에서 겪는 경험담이 이 책에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응급실 닥터'를 떼어내고,

그냥 한 사람의 독서일기 모음집이라고 놓고 봤을때도 온당한 점수를 줄 수 있을 지는 글쎄다.

내가 애정하는 이곳, 알라디너들도 적어도 이만큼은 쓴다.


'쇼코의 미소'를 얘기하며,

'나는 아직까지 사람을 울리는 글이 좋은 글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날은 좋은 글을 만나 마음을 온통 놓아버린 날이기도 했다.(33쪽)'

라고 하는데,

그 울림이 울음을 얘기하는 것인지, 공명을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전자여도 그렇고 후자여도 그렇고,

좋은 글에 대한 기준만큼은 나와 닮았다 .

 

책을 바꾸어,

공원국 님의 팟캐스트를 듣는데(==>링크),

'춘추전국이야기', 이 책이 중국에까지 번역되어 읽힌다고 하니 감개무량하다.

이정도면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데,

중국에서 뭔가를 더 공부하신다는 얘기를 들으니 숙연해지기도 하고 그 열정이 부럽기도 하다.

 

 

 

 춘추전국이야기 3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아무렇게나 들춰보다 보니 지금 3권을 잡고있다.

관중에게 감정이입을 지나치게 해서 그렇겠지만 1권이 가장 재미있었고,

2권은 1권에, 지금 3권은 2권에 못 미치는 것 같다.

3권의 내용 중에 (역사에 문외한이 내가 보기에) 다소 충격적인 대목이 등장한다.

1권은 제나라 환공과 관중에 대한 얘기가,

2권은 진나라 문공에 대한 얘기가 펼쳐진다면,

3권은 초나라 장왕에 대한 얘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노자'가 등장한다.

'노자'를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어도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라던지,

책으로 단정지은 것도,

흥미로웠지만, 그건 다른데서도 들어본 적이 있는 학설이었는데,

일단 가설적인 주장이라고 하지만,

'노자'와 장왕을 쌍둥이와 같은 존재로 본다(236쪽)는게 충격적이었다.

내가 모르긴 몰라도,

초장왕을 두고,

무위자연을 사랑한 평화로운 임금으로 보긴 힘들지 않을까.

 

장왕을 武라는 이름을 가진 형으로, 노자를 文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생(242쪽)으로 봤는데,

그보다는 양날의 검 정도가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이를 먹고 눈이 쉬이 피로해져서,

글을 예전처럼 양껏 읽을 수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는데,

 

김중혁의 '무엇이든 쓰게 된다'처럼 일단 쓰고 보는게 나은건지,

아니면 극도로 응축하고 절제하여 쓰는게 나은 건지 잘 모르겠다.

 

어느쪽이 되든지,

사람을 울리게 하든지,

차라리 재미라도 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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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6 15: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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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6: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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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6 1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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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8-01-27 09:47   좋아요 1 | URL
저 어젯밤에 ‘나혼자 산다‘ 보다가 기안84의 치열함을 보고 놀랐어요.
비단 만화가 뿐만 아니라, 누구든 창작하는 사람은 나름의 치열함이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쓰고 보는게 나은지, 아니면 절제의 묘를 발휘하는게 나은지, 는 차치하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아요.
너는 그마만큼의 치열함을 가졌나?

님은 벌써 빼어난 글을 쓰고 계시잖아요.
암튼 해답을 알게 되면 꼭 알려드릴게요, 꼭이요~!^^

그렇게혜윰 2018-01-26 20:21   좋아요 1 | URL
사실 내용 실하기로 치자면야 알라디너들 책 이야기가 더 실하죠^^

sslmo 2018-01-27 09:48   좋아요 1 | URL
그렇게혜윰 님도 내용 실한 알라디너 중 한명이시죠~^^

이젠 답을 밖에서 찾으려고 할게 아니라,
알라디너들의 글을 읽고 보려구요, 불끈~!^^

2018-01-26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7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끔 모든 것이 비껴갈 때가 있다.

눈이 뿌옇게 흐려져 책은 지지리도 안 읽히는데,

게다가 가지고 온 책이 윤인모 님의 '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트라우마치유,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만나다'란 책이었다.

책 날개를 보면 책속의 누군가가 글쓴이를 '필력은 있는데 작가는 아니고, 학식은 있는데 교수도 아니며, 명상에 대해서 뭘 좀 아는데 도인은 아닌' 사람으로 소개한다는데, 그럴듯 하다.

이 책에 나오는 그 많은 사람들의 예가,

내가 어디 다른 책에서도 접해봤던 사람들이어서 '구라를 치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을 뿐이지,

게다가 자신의 실패에 대해서 쿨하게 시인해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지,

앞뒤전후 안 재고 이 책만 읽었다면 '사기꾼' 당첨이올시다, ㅋ~.

 

 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
 윤인모 지음 / 판미동 / 2014년 9월

 

 트라우마 치유,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만나다
 윤인모 지음 / 판미동 / 2017년 6월

 

책이 안 읽히면 '춘추전국이야기' 팟 캐스트 방송이라도 들어,

11권이라는 책 중 전반부 어딘가에서 멈춘 책을 읽기 위한 독서근력이라도 키워야 할텐데,

이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조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알테지만,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정확하고 명쾌한데,

공원국 님의 목소리는 낮고 일정한 리듬이 있어 일종의 자장가이다.

학창시절이었다면 이런 교수님의 강의는 잠으로 초토화 되었을 것이다, ㅋ~.

 

그래도 '춘추전국이야기'시리즈는 끝까지 다 읽을 것이다.

대망의 11권을 *****님께 선물받아 대기중이니 박차를 가해야 겠다.

 

오래간만에 알라딘 신간 마실을 다니는데,

읽지도 못할 책을 마구잡이로 장바구니에 쑤셔넣다가 일단 멈춤이다.

브레이크를 건 책은 '사주'라고 해야 더 친근한 '명리' 관련 책이다.

 

고서를 버리라는 제목인데,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명리라는 것이 '고서'를 버리고도 존재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은 읽히지 않고 심심해서 찾아보니,

나 한때 노트필기까지 해가며 명리 관련 책을 좀 읽었었다, ㅋ~.

책이 읽히지 않는다, 로 시작하여,

고전 내지는 고서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로 끝맺게 된다.

덕분에, 장바구니는 닫았는데,

그래도 이 책 한권은 들여야겠다.

 

 

 

 신영복 평전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8년 1월

 

신영복 님의 평전이라고 하여 궁금한 것도 있지만,

평전하면 김삼웅 님을 충분히 신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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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4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8-01-25 10:40   좋아요 1 | URL
노트까지는 아니고,
책을 읽으면서 같이 연습장 삼아 정리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오늘도 날이 완전 추워요.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꽁꽁 싸매고 다니세요~^^

syo 2018-01-24 20:16   좋아요 1 | URL
한국의 츠바이크 김삼웅 선생님!

sslmo 2018-01-25 10:44   좋아요 1 | URL
츠바이크라는데, 왜 치바이스가 떠오른 것일까요?

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그럴듯 하여 허벅지를 턱하고 치게 됩니다.
전 리영희 평전이랑 조봉암 평전만 읽었더라구요~^^

AgalmA 2018-01-25 00:19   좋아요 0 | URL
저도 김삼웅 저자 신뢰요^^!
요즘 그런 생각 자주 해요. 아주 오래전 이론들 허점 깨는 책이 수두룩한데 원전을 꾸역꾸역 찾아 읽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기초를 위해? 산더미 같은 책 순번이 너무 많아 꾀를 피우는 건지도 모르죠. 당시엔 대단했던 <이기적 유전자>만 해도 막상 읽어보니 이리저리 읽은 책에서 읽어서 아는 내용이 대부분이더란 말이죠? 철학이야 각자 캐들어간 그 과정을 보는 것의 의미도 있지만 유효기간 지난 혹은 지금의 해석으로는 상당히 문제적인 정보들로 가득한 오래 전 책을 대하면 늘 고민입니다. ˝고서는 버려라˝ 그 대목 때문에 주절주절해봤어요^^;

sslmo 2018-01-25 10:45   좋아요 0 | URL
김삼웅 님도 좋고, 김삼웅 님을 신뢰하는 Agalma님도 좋아요.^^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 기상천외한 공생의 세계로 떠나는 그랜드 투어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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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소설을 읽다보면 주인공들 이름이 낯설어서 애를 먹는것처럼,

이 책도 낯선 용어들과 숫자, 곳곳에 달린 각주(사실 상세하고 친절하다. 책 뒤를 보면 80여쪽에 걸쳐서 나와있다.)

때문에 진입장벽은 있었지만,

그 부분들만 체계를 잡으면 재밌게 읽혔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시간을 할애해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읽으면서 모든 것을 인간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중심의 편협한 사고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였다.

이 책의 주요개념인 미생물만해도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개념이어서 미생물이란 용어를 사용했겠지만,

추정치이긴 하지만 우리는 약 30조개의 인간 세포와 39조 마리의 미생물을 갖고 있다고 한다.(22쪽)

인간 세포보다 더 많은 숫자라고 하니 크기가 아닌 개체 수의 개념으로 넘어가면 쉽게 '미'를 붙일 수준은 아니다.

 

암튼, 미생물을 직접 볼 수 없고,

그리하여 우리가 주목할 수 있는 건 미생물로 인해 발생한 결과 뿐이라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미생물=세균=전염병을 가져다주는 불청객'이란 통념에서 벗어나면,

대부분의 미생물은 병원균이 아니고, 우리를 병들게 하지도 않는다.

 

우리 몸에 머무르는 미생물을 가지고도 공생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 몸에서 '각자' 머무르면서 서로의 성질은 변하지 않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아지게 하는 그런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제3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화학적 변화로 이해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인간이 미생물과 공생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렐먼의 말을 빌어 '인간과 세균(=미생물)이 조상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한가지,

우리가 흔히 '원시적'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히드라'의 경우,

지난 5억년 동안 아름답고 성공적인 삶을 영위해 왔으니,

(놀리는 의미로) 함부로 사용하면 안된단다.

연구에 사용된 히드라의 경우 플라스틱 용기 안에서 30년을 사육되기도 했다는 예를 든다.

 

사람으로 따지면 철저히 통제된 환경 속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는 사람들은 장기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들은 정신이 흐리멍텅해져 정체성을 상실하기 직전일 것인데,

히드라는 30년이 흐른 뒤에도 제각기 자신이 속한 종에 맞는 고유의 미생물 군집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245쪽)

 

감사의 글에 등장하는 책 중엔 읽은 건 한권,

읽지 못한 것도 있다.

'숲에서 우주를 보다'는 슬쩍 넘겨다봤던 것 같고,

'도도의 노래'와 '오류의 인문학'은 접해보지 못했으며,

'메이블이야기'는 가지고 있으나 아버지를 잃은 아픔에 관한 책으로 알고 밀쳐두었었는데,

읽어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그동안의 다른 책과 달리 좋았던 것은,

미생물을 인간, 건강, 다이어트 따위 이슈에만 집중하는 대신,

미생물을 인간과 동등하게 놓고,

아니 인간만이 아닌, 동물들과도 나란히 놓고,

전체적으로 아우르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하는 '가시나무'란 노래도 생각나는 것이,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란 제목은 참 그럴듯 한 것 같다.

 

아참참, 이런 이론서의 경우, 번역이 겉도는 경우가 많았는데,

번역이 완전 깔끔하다.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건 번역이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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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3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8-01-24 09:28   좋아요 1 | URL
제 글은 리뷰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요~--;
내용은 훨씬 재밌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8-01-23 17:50   좋아요 1 | URL
주인공들 이름에 질려 두손두발 다 들었던 소설이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주는 문학상도 받았다던데... 잉게슐체의 심플스토리...
제목만 심플하고 그 외 다른것은 하나도 심플하지 않았던... 그래서 제목외에는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비운의 소설책...

정말 번역본은 번역이 좋아야 읽을 맛이 나는것 같아요~ 가독성도 좋고 작가의 의도도 잘 전달하면서 깔끔한... 어려운 작업이에요

sslmo 2018-01-24 09:33   좋아요 0 | URL
‘잉게슐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고 책이예요.

그래서일까, 전 예전부터 책을 읽을때 옆에 종이를 두고 메모를 하면서 읽어요.
가계도, 족보 그리기에 일가견이 있다고 할까?^^

이렇게 좋은 번역의 책이 많이 낭핬으면 좋겠어요~^^

지금행복하자 2018-01-24 13:39   좋아요 1 | URL
작가이름도 틀리게 알고 있었어요~ 잉고 슐체..

sslmo 2018-01-24 13:43   좋아요 0 | URL
우핫~^^ 상관없습니다.
댓글 쓰면서 찾아봤는데 저도 틀리고 말았지 뭡니까요, ㅋㅋㅋ~.
그나 저나 날이 엄청 추운데 따뜻한 점심 드셨습니까?^^

지금행복하자 2018-01-24 14:08   좋아요 1 | URL
아직이요~ 이제 먹어야죠~ 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ㅎㅎㅎㅎ

sslmo 2018-01-24 18:19   좋아요 0 | URL
점심은 이미 드셨을테고, 이제 저녁시간이네요.
저녁은 말이죠~,
진짜 따뜻한걸 드셔야 합니다.
창문을 살짝 열었었는데, 코가 베이는 느낌이었어요~^^

CREBBP 2018-01-25 08:28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과학의 위안(강석기 저, 2017)에 나와있는 내용 중 하나가 우리가 미생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10배 오류더라구요. 그게 애초 인간의 세포수랑, 장내 미생물 수 등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하고 대충 어림한 것을 처음에 누가 어떤 책인지 논문인지에 언급했는데, 이후 계속해서 인용되어 와서 팩트처럼 굳어졌는데, 최근 다른 과학자가 다시 따져봤더니 인간 세포수와 미생물 개체수가 거의 비슷비슷하다고 해요. 비슷하다고 해도 놀랍죠 ^^

sslmo 2018-01-25 10: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조 단위까지 나가게 되면 정확한 개수 자체가 불가능할거예요.
왜 수학이나 과학 관련서 보면 그런거 많잖아요.
‘,‘나 ‘.‘따위를 잘못 찍어 크기가 뒤바뀌어 버리는 사례요.
눈에 안보일 정도로 작아서 ‘미‘자를 붙인것이지만,
이렇게 어마어마한 숫자라면 ‘미‘를 붙이기엔 민망한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