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가 아침부터 이런 카.톡을 보내왔다.

이 내용을 처음 봤을땐 누가 풀인가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김수영의 시'풀'의 한구절을 인용한 것이었다.

친구가 말한 풀인란 친구 자신일 수도 있고 내가 될 수도 있고,

이 세상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풀

                    - 김수영 -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의 이 시 '풀'이 대번에 생각난 건 아니고,

아침엔 멀쩡했던 날씨가 점점 흐르고 어두워져서 생각난 것이다.

오늘 같은 날은 어디 조용한 선술집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여도 좋고,

마음에 맞는 사람이 여의치않으면 차라리 혼자서라도 좋고,

뜨거운 국물 같은 걸 놓고 말간 소주 한잔 마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 '한잔만 더 마실게요'를 만났다.

 

 

 한 잔만 더 마실게요
 정승환 지음 / 나무연필 /

 2016년 10월

 

이 책은 종로 2가 선술집에서 LP와 CD를 틀고 디제잉을 하면서 술을 파는 주인장의 얘기인데,

내가 받은 느낌은 '심야 식당'의 '마스터'스탈이 아닐까 싶었다.

 

얼마전의 '프루스트의 서재' '되찾은 시간'때도  느낀 거지만,

 

 

 

 되찾은 :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에 마음은 여유로울 수 있겠지만,

금전적인 것까지 생각한다면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을텐데...

그럴 줄 알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더디더라도 한계단, 한 걸음씩 밟아나가는 이들이 멋있어 보인다.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내가 좋아하는 알라딘 서재 이웃 한분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소설 단편집을 내셨단다.

그니의 글들을 봤을 때의 포스로 미루어 당연한 수순일줄 미루어 짐작했었기에 놀랍거나 하지는 않았다.

작가소개를 가만히 들여다보다보니, 완전 맘에 든다.

유일하게 꾸준한 취미였던 글쓰기가 밥벌이가 되는 날들을 꿈꿨으나 쉽지 않았다. 200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폭설」이 당선된 걸 계기로 소설을 쓰고 있다. 바닷가 소도시에서 좋은 사람들과 책 읽기의 즐거움과 글쓰기의 괴로움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리고 나이가 먹었고,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허황된 꿈이지만,

가슴 속에 꿈 하나 간직하고 있는 내가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오늘은 1일1그림은 '빠마를 말고 있는 내 조카'이다.

이 조카의 엄마인 사촌동생은 어릴때부터 내가 롤모델이었단다.

말투도 나를 흉내내고 글씨도 나를 닮았다.

그런 엄마에게 세뇌를 당해서 그렇겠지만,

조카를 보고 있으면 가끔 내 어릴때랑 판박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은 이렇게 물러터졌지만,

그리고 이렇게 물러터진게 괜찮지만,

소싯적엔 좀 야무지고 똘똘했으니 말이다.

이룰 수 있든 없든 꿈을 가진 당신들을 응원한다.

아직도 꿈을 꿀 수 있는 내 자신이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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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7-01-06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견해요 언니.

sslmo 2017-01-09 18:48   좋아요 1 | URL
하하, 님께 대견하다는 소릴 다 듣고 기분 좋네요.
저도 님을 아주 대견하게 생각하는데, 잘 또는 자주 표현하게는 안 되네요~--;

우리 그렇게 서로 응원하면서,
하늘바람 님은 더 쌩쌩한 풀로,
저는 더 낮게 엎드리는 풀로 만나요~^^

하늘바람 2017-01-06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더 쌩쌩한 풀로 만나요

2017-01-06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9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7-01-07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년에는 꿈이라도 열심히 꿈꾸다보면,
스스로에게 나도 이거 한가지는 만들어갈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더 많이 생기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7-01-09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1-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따뜻한 날씨의 일요일 오후예요. 한주동안 많이 바쁘셨으니 휴일은 편안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sslmo 2017-01-09 18:59   좋아요 1 | URL
오늘 아침까지는 따뜻했는데,
점심 먹으러 나갔더니 왕 쌩한 바람이 불더라구요.
님은 감기 어떠세요?
목에 이쁜 스카프라도 두르시고, 입에 이쁜 마스크도 해주시고...외출하세요~^^
댓글저장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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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저녁 퇴근길이었다.

지역국회의원이 수행원들을 데리고 나와, 의정활동보고서를 돌리고 있었다.

난 그를 지역의 젊은 양심 일꾼 정도로 생각했었던터라,

의정활동 보고서 한가득 차지하는 설정된 사진들에도 분개했지만,

제대로 보지도 않고 던져 버리는 의정활동보고서를,

그렇게 좋은 종이를 써서 컬러풀하게 만들어야 했나 싶어서 더 화가 났다.

그게 다 국민들의 세금인데,

사거리 교차로 한편에는 후원금 모집 현수막을 크게 걸어놓고서는,

의정활동보고서를 그렇게 럭셔리하게 만들어 내는 저의가 궁금했지만,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을 뿐이다.

 

이 책을 야금야금 아껴 읽었다.

끝까지 다 읽은 후 '감사하는 말'에 이르러 완전 빈정이 상하고 말았다.

 

2015년 여름 두달 동안 재계CEO와 함께 옛 그림과 옛 음악을 공부하고 감상하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국악과 그림이 어울려 강의를 하며 연주를 곁들였다고 한다.

그 강의를 책으로 묶은 게 이 책이다.

 

저자는  음악이 그림 속에 들어와 앉은 양식을 소개하면서,

은일(숨어사는것)과 아집(우아한 모임)과 풍류라고 하는데,

다른건 차치하고라도, 재계 CEO에게 은일이라니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그래도 마냥 툴툴거릴 수 없음은,

재계 CEO들이 아니었다면 손철주가 하는 강의를 성사시킬 수 없었을 뿐더러,

그런 강의에서 그냥 음악 감상도 아니고 국악 연주를 곁들이는 럭셔리함이 가당키나 했겠나 말이다.

나 같은 소시민이 봤을땐 눈꼴셔도 국악을 활성화시켜서 국악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감수할 수밖에~--;

 

그런데 백번 양보해도,

재계 CEO들인데, 최순실 정유라 모녀도 아니고 '숨어살기', '은일'을 얘기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을까?

암튼 이 책의 1장은 '숨어 산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떤 즐거움도 마다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줄 없는 거문고를 타고 소리없는 음악에 취하다'를 얘기하게 된다.

그러면서 <주역>과 비교할 만한 대목이 나오는 <악학궤범>의 한구절을 인용한다.

 

악(樂)이란 하늘에서 나와 사람에게 붙인 것이요, 허(虛)에서 발(發)히여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으로 느끼게 하여 혈맥을 뛰게 하고 정신을 유통케 한다. 느낀 바가 같지 않음에 따라 소리도 같지 않게 되니, 기쁜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날아 흩어지고 노한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거세고 슬픈 마음에는 그 소리가 애처롭고 즐거운 마음에는 그 소리가 느긋하게 되는 것이니ㆍㆍㆍ(21쪽)

 

아집(우아한 모임)은 또 어떠한가 말이다.

다음 글은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이 친구들과 피서 풍류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여인'이라는 호를 쓰는 이재영에게 보낸 편지이다.

처마 끝에 빗물은 졸졸 떨어지고, 방 안의 향로에서 향내음이 솔솔 풍기는데, 친구 서넛이 소매를 걷고 서안(書案)에 기대어 하얀 연꽃을 바라보며, 참외를 깎아 먹으며, 여름날의 번뇌를 씻어보려 하네. 이러한 때에 여인 그대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자네 집안의 암사자가 으르렁대며 자네 얼굴을 고양이 상판으로 만들겠지만, 늙을수록 두려움에 떨거나 위협을 받아 위축되어서는 안 될 걸세. 빨리 오시게. 자네 집 문 앞에 하인이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으니 가랑비를 피하는 데는 족할걸세. 만나는 일이 늘 있는 일은 아니라네. 또한 이러한 모임인들 어찌 자주 있을까. 헤어지고 나면 뒤늦게 후회해도 아무 소용 없을 걸세.(121쪽)

하얀암사자의 대처법까지 알려주는 허균의 취지는 아름답다.

허균은 엄청 미식가여서 귀향가서도 '도문대작'이라는 글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집(우아한 모임)의 전제조건이 되는 우정이나 소통에 대해서는 지난번 페이퍼-'고맙다, 친구야~^^'(=>링크)에서 정리했었고,

13명의 중인이 모여서 만든 '옥계시사'라는 모임의 규약을 일부분만 인용해 보겠다.

 

"장기와 바둑으로 사귀는 모임은 하루를 가기가 어렵고, 술과 야색으로 사귀는 모임은 한 달을 가기 어렵고, 잇속을 따져서 모이는 모임은 1년 가기 어려우니, 살아서 평생 갈 수 있는 모임은 문장을 남기는 모임이다."(151쪽)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인간다움과 고격의 삶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인문적 향기와 예술적 풍아가 물씬한 그런 모임, 그것이라야만 평생을 끌고 갈 수 있다, 고 얘기하는데,

 

내가 이곳에 부족하나마 리뷰와 페이퍼를 올리는 이유와도 상통하겠다.

 

정치도 그렇고 경제도 마찬가지다.

주제파악을 못하고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보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정치가들도 그렇고 경제인들도 그렇고 주제파악을 하는 지름길은,

우정이나 소통을 회복하는 일,

낮게 아래에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눈높이를 맞추는게 아닐까.

재계 CEO들 덕에 우리는 이런 책을 접하는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니,

이것으로 족하다 싶지만,

그들만의 리그이고,

강 건너 불구경이다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ㅠ.ㅠ

 

아주 좋은 책이지만,

전에 다른 책이랑 겹치는 내용들이 있어서, 그들만의 리그이지 싶어서, 별 하나는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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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5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5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05 18:38   좋아요 0 | URL
조선 시대의 풍류를 CEO들의 호화스러운 유희와 동일시하는 논리가 억지스러워요. 저자가 강연에 참석한 CEO들 비워 맞춰주려고 그럴싸하게 말한 것 같습니다.

sslmo 2017-01-06 18:47   좋아요 0 | URL
그란것 같죠~?^^

2017-01-05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은 알라딘 서재 마실과 박찬일에 홀딱 빠져서,

1일1그림도 '까이거, 뭐 대충~' 그려주시고 페이퍼도 '후다닥~'이다.

 

 

 

 

 

 

 

 

 

 소설의 첫 문장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7년 1월

 

 

내가 완전 애정하는 '김정선'님의 '소설의 첫문장'이 나와주셨다.

반가운 마음에 미리보기로 몇쪽을 봤다.

소설의 첫문장들로 엮였지만,

오래 전 그의 서재에서 보던 류의 코멘트가 실려있어서 정겨웠다.

오떻게 보면 소설 속 첫문장들로 엮여진 첫문장 배틀 같기도 했지만,

천천히 꼭꼭 씹어먹듯 읽으면 문장의 조화랄까, 어울림 같다.

'따로 또 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를 반복하다가 결심했다.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정겨움을 책에 치인다는 핑계로 포기할 뻔 했다.

오늘의 1일1그림은,

손은 한참 덜 갔는데, 오히려 표정이 살아난다.

뭉개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이 영화가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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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오늘 그림은 진짜 누군지 모르겠어요.
2. 오늘은 결심하셨군요.^^

양철나무꾼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sslmo 2017-01-05 16:4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1. 모르는게 당연, 제 귀요미 조카니까요.
2.네, 어제도 결심을 했고, 오늘은 또 다른 결심을 새롭게 했습니다~^^
댓글저장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글을 얼마나 반영할까.

늘상 고민거리이다.

핸드폰이란 것이 나오고, SNS가 발달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문자 메시지나 카톡의 형태로 대신하면서,

말로 할때는 적어도 음성으로라도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데,

문자 메시지나 카톡으로는 그럴 수 없어서 오해를 몰고 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직접 얼굴을 보고 나누는 대화는 그나마 낫다.

애기를 할때 상대방의 반응이나 표정 따위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피드백을 보면서 적당히 반응할 수 있어서 한결 낫다.

 

암튼 난 문자 메시지나 카톡 따위로 상대방에게 내 의사를 잘 전달하지 못한다.

그건 알라딘 서재 이곳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웃 서재라고는 해도 넷 상에서의 친분에만 의존하는 것인데, 짬뽕공처럼 이리저리 넘나든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말이다.

상대방이나 주변에서 봤을때는 별로 친한 것 같지도 않은데, 툴툴대는 경우가 있다.

이건 상대방이 맘에 안 들어서 툴툴거리는게 결코 아니다.

버림 받거나 거절 당할까봐 두려워서 비롯된 일종의 방어기제이고 위장전술인데,

'친하게 지내고 싶다, 놀아달라'를 반어법으로 얘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알게 모르게 나의 그런 댓글에 뜨악했었던 분들이 계실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린다.

 

 

서론이 길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 라디오에서 하는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들으면,

'박찬일의 맛'이라는 꼭지가 있는데 둘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케미가 끝내준다.

장소팔과 고춘자의 만담을 듣고 있는것 같다.

뭐랄까, "나 너랑 안 놀거야~(,.)'와 '한번만 봐주라, 벌러덩'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사이, ㅋ~.

하지만, 방송이라서 그런 건지, 둘 사이에 서로에 대한 배려랄까, 예의와 격식 따위는 또 제대로다.

그게 박찬일의 매력이다.

 

사람이 하는 말이 그 사람의 글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모르겠지만,

박찬일이 쓴 글을 보고 있으면 하는 얘기가 듣고 싶고,

얘기하는 걸 듣고 있으면 그의 책을 찾아 읽고 싶어진다.

 

책을 소개하느라 장황했는데, 이제 곁에 두고 아껴 읽을 일만 남았다.

그의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지만,

이 정도의 글솜씨라면 음식도 맛깔 날 것이 틀림없다.

아니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이런 말 조심해야 하는데, ㅋ~.

 하긴 그렇게 호언장담하고 안 지키는 사람 하나 봤다~ㅠ.ㅠ)

 

나를 이렇게 장황하게 떠들게 만든 'PROLOGUE'의 한구절을 옮겨보자면 이렇다.

 

노인이 국숫발을 삼키는 장면이 그 어떤 슬픈 소설보다 더 선명하게 슬펐다. 그것을 잊을 수 없어 이 책 안에 녹아 있다. 나의 분별없는 시니컬함은 실은 슬픔이라는 질료로 이루어져 있다. 울수 없어서 나는 냉소했는지 모른다. 그것을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어쩌다 제목에 미식가가 들어가지만, 내 미각은 실은 미식의 반대편에 있다. 거찰게 먹어왔고, 싼 것을 씹었다. 영양과 가치보다 주머니가 내 입맛을 결정했다. 함께 나누는 이들의 입맛이 그랬다. 소 등심 대신 각 떨어진 돼지고기를 구웠고, 조미료 듬뿍 든 찌개에 밥을 말아 안주했으며, 노천의 국수집에서 목숨처럼 길고 긴 국숫발을 넘겼다. 그것이 내 몸을 이룬 음식이니, 미식이란 가당찮다. 그럼에도 미식이라고 할 한 줄기 변명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것은 순전히 음식의 건실한 효용을 사랑했던 것이다. 가장 낮은 데서 먹되, 분별을 알려고 했다. 뻐기는 음식이 아니라 겸손한 상에 앉았다. 음식을 팔아 소박하게 생계 하는 사람들이 지은 상을 받았다. 그것이 미식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미식의 철학적 사유와 고급한 가치의 반대편에 있는 저 밥상들이 나는 진짜 미식이라고 생각한다.(5~6쪽)

기록 경신이다.

오늘은 프롤로그를 읽다가 대성통곡을 했다.

사는게 힘들어, 미식가 입맛을 지닌 아들에게 허름한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먹였다.

그래도 엄마의 시니컬한 반어법을 닮지 않고 착하고 따뜻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식가의 허기
 찬일 지음 / 경향신문사 /

 2016년 12월

 

 

오늘의 1일1그림이다.

누구인지는 퀴즈이다, ㅋ~.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ㅋㅋ동철씨구만'이라고 하는데,

'동철씨'는 울남편의 이름인데 '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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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01-0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굴까요. 박찬일이라기엔 입술이 덜 두툼하고.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요.
이건 그닥 상관없는 말이지만 같이 밥 먹으며 유독 미식가인양 음식 지적하고 까탈 부리는 사람 별로에요 ㅎㅎ

sslmo 2017-01-04 10:58   좋아요 0 | URL
철푸덕~OTL
박찬일이라고 그린 것 맞습니다.
모자가 들려서 이마가 넓어보이고 다소 외소해보입니다.
입술은 다물고 있을땐 더 단호하고 얇아보이는데 실패했습니다.
거기다가 어깨는 무게감을 실어 글쓰는 요리사의 이미지를 담고 싶었는데,
그게 다 제맘대로 되질 않았습니다.

저는 편식이 심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까탈스럽게 비춰지기도 하나 봅니다~--;
프레이야 님이랑 밥 한번 먹어얄텐데...
언젠가 그럴 날 있겠죠?^^

프레이야 2017-01-04 19:5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몇년전 부산국제영화제 때 앞자리에서 강연을 들은 적 있어요. 그때 본 인상과 좀 달라서 못 알아 보았어요. ㅎㅎ 편식은 취향이니 괜찮은데 일일이 자기입에 안 맞는 걸 지적하는 게 별로지요. 입맛은 다 다른데 말이죠 ㅎㅎ 기회 만들어 볼게요

sslmo 2017-01-05 17:01   좋아요 1 | URL
제가 보고 그린 그림을 봐도 하~나~도~안 닮았습니다.
프레이야님~, 멋져보이고 부러워요.
저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커녕,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직장이랑 한20분 정도의거리에) 광화문 몽로가 있는데도,
이 분 와인 참 좋을텐데...아직 한번도 못 가봤어요.

실은 저 장 지지자고 할까봐 못 가요~, ㅋㅋㅋㅋ~.

2017-01-03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4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희망 2017-01-03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은 항상 고맙더라구요. 금전적 댓가를 지불했든 아니든요.끼니를 준비한다는건 늘 어렵고 그만큼 귀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고로 나도 귀한 사람? ~^^)

sslmo 2017-01-04 11:06   좋아요 0 | URL
저는 제 일 싫은게 대충 차려 대충 먹는 밥이예요.
혼자 먹더라도 싱크대에 서서 먹는거 말구요,
반찬을 나눔접시에라도 골고루 담아 이쁘게 세팅해 놓고 먹는게 좋아요~^^
왜냐하면 나는 소중하니까요.
푸른희망 님도 당근 귀하고 소중한 분, 맞습니다~^^

해피북 2017-01-0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과 언행의 불일치.. 저도 알게모르게 불일치 되는 일들이 많은거 같아 가만히 조용히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어제 글에서도.. 꺼이꺼이 우셨다셨는데..슬픈땐 다 쏟아내는 것만큼 시원한 일도없지만 너무 많이 우시는 일이 없으셨음 좋겠어요 호호~오늘은 찬일님을 배워갑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셔요^^

sslmo 2017-01-04 11:10   좋아요 0 | URL
예전에 직장에서 제 별명은 ‘집파녀‘였습니다.
너무 울어서, 울때마다 벌금을 만원씩 냈거든요, ㅋ~.
쏟아내고 비워내면 그만큼 홀가분하더라구요.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
슬플때 슬픔에 몰입하는 것보다 비워내고 홀가분해지는 정신건강에 이로운 것 같아요~^^

AgalmA 2017-01-04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처럼 요즘은 책만 보면 통곡하는 양철나무꾼님이군요. 울면서 본 책은 더 애틋하더라는.

sslmo 2017-01-05 16:56   좋아요 0 | URL
책 제목은 본듯 한데 내용은 잘 몰라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 김화영 번역은 딱 싫어요~ㅠ.ㅠ

요즘은 책을 좀 쉬엄쉬엄 천천히 읽는 편인데,
오히려 감정 몰입도는 높아요~^^

님은 어떤 책이 그리 애틋하셨나요?^^

AgalmA 2017-01-05 17:35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은 저랑 참 다른 듯^^
전 불문학 좋아하다보니 김화영 번역자 책을 많이 봤고 자연스레 좋아하게 됐어요.

에밀 아자르로 낸 책들 보며 대성통곡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로맹가리로 낸 책보다 저는 에밀 아자르로 낸 책이 더 좋더라는.

sslmo 2017-01-05 17:59   좋아요 1 | URL
에밀 아자르 라고 하면 얘기가 또 달라지죠~^^
자기앞의 생, 가면의 생, 솔로몬 왕의 고뇌, 따위...참 좋았어요.
삶도 뭔가 사연을 담고 있을 것만 같아서, 묘한 것이 격조를 이루고 말이죠~.
제가 김화영을 좋아하지 않는 건,
그의 산문(산문집도 두권인가 읽었죠)들을 통해서 만나게된 미사여구가 맘에 들지 않아서 였을 겁니다~ㅅ!
때론 달라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님이랑은 이렇게 달라도 새로워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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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 시간 - 프루스트의 서재, 그 일년의 기록을 통해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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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좀 가볍게 시작해 보고자 집어든 책이었다.

예상하시는 대로 뭐 그닥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남편을 베고 누워 이 책을 읽던 나는 갑자기 속수무책으로 밀려오는 눈물을 참으려고 '흡~!'하고는 숨도 같이 참다가는,

얼마 참지 못하고 이내 '꺼이 꺼이~'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나의 베개가 된 채로 남편은 '생활의 달인'이라는 텔레비전 프로를 시청 중이었는데 연말 대상을 뽑고 있었다.

 

맨손으로 구두를 닦는, 인쇄소에서 달력을 만드는, 이삿짐을 나르는 달인 따위가 나오는데도 남편은 무덤덤하게 보고 있었는데,

평범해보이는 책을 읽던 내가, 그것도 책을 집어들어 시작하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니,

남편은 놀란 토끼눈이 되어서 벌떡 일어난다.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 쇼파 위에 누웠으니 망정이지,

마룻마닥에서 그리 되었다면 뒷머리가 깨지던지, 혹이라도 났을 상황이다~--;

"너어무 감동적이어서...으허억~ㅠ.ㅠ"

내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빼앗아 들춰보던 남편은,

"뭐 하나 울만한 내용이 없구만~(,.)"

하고는, 나를 향하여 '그럼 그렇지' 하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해보인다.

 

책을 펼치자마자 눈물을 흘린게 좀 민망하긴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슬프거나 아픈 내용을 만났을때만 눈물을 흘린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힘주어 얘기하겠다.

다른 사람이 봤을때는 별것 아닌 내용이어도,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수도 있는 것이고,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맹숭거리는 무덤덤한 영혼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내가 감동의 눈물을 흘린 까닭을 굳이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이천십오년 일월 이일'날의 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날의 일기 제목은 '생존 일기'인데,

첫날의 느낌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갔다.

'간판을 달지 않아서 사람들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다.(12쪽)' 라는 말이 눈에, 그리고 마음에 콕 들어와 박혔었는데,

15쪽의 사진에 간판이 보였다.

다음장으로 책장을 넘기자마자 이런 일기가 나오는데,

무심코 책장을 넘겨 아래 일기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그리되었던 것이다.

내용을 옮겨보자면 아래와 같은데, '양철나무꾼'이라는 단어 때문은 결코 아니다, ㅋ~.

 

이천십오년 일월 칠일

간판

 

간판을 달았다. 양철나무꾼이 심장을 단 기분이랄까. 아

버지가 만들어주신 간판이라 더 마음에 든다. 내가 코흘

리개일 때부터 간판 일을 해오셨던 아버지가 훗날 제 자

식의 간판을 달 줄 알았을까. 지금은 현역에서 물러나셨

지만 대충 만든 것 같아도 달고 보면 멋지다. 장인의 손

길은 쉽게 녹슬지 않는다.ㆍㆍㆍㆍㆍㆍ(이하 생략)

 

적절한 설명이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난 저 짧은 문장들로미루어, 그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읽을 수 있었고,

저런 사람이라면 책도, 고객도 어떻게 대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이자 '프루스트의 서재' 주인장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군대 제대 후 헌책방에서 온라인화 작업을 하고,

대형 서점에 취직도 하지만,

정작 자신이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이 쭈욱 살아온 동네에 작은 책방을 냈다.

 

책 날개 안쪽 지은이 소개에 '때로는 아껴 읽은 책이 팔릴까 살짝 눕혀놓기도 한다.'는데, 귀엽다.

 

서점을 낸지 25일 후의 일기 제목은 '제자리'이다.

난 '은교'를 책으로 읽다가 던져버린 이력이 있는지라, 영화로는 보지 않았다.

이천십오년 일월 이십칠일의 일기에 보면,

'은교'라는 영화를 보면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물건은 그것의 고유한 자리이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장면이 있단다.

이 글을 보니 읽던지 보고 싶어진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류의 책은 아니었다.

타인의 독서 일기를 즐겨읽고,

거기에 소개된 책들로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즐기는지라,

작은 동네 책방 사장님의 독서일기인줄 알았다.

작은 동네 책방 사장님의 일기는 맞는데, 독서일기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독서일기보다는 훨씬 힘이 세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라니까 말이다.

 

이 책의 초반부를 읽을 즈음만 해도, 나도 이런 작은 책방을 해볼까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 책을 다 읽은 후 욕심을 접었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원하는 대로 의욕적으로 활동해 나갈 수 있게끔 건강하시라.

그럼 번성은 더딜지 몰라도 당연한 수순일게다.

 

책방 사장님이라고 하여, 전문 작가가 아니라고 하여,가볍게 생각할 건 아니다.

글이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간결할 뿐더러,

특유한 문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알라딘 서재, 이 동네에 그런 문체를 구사하시는 매일 단문의 일기를 쓰시는 누군가를 닮았다.

누가 누구를 닮은 건지는 내겐 중요치 않은 일,

당신들의 상상과 판단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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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7-01-02 18:50   좋아요 1 | URL
언니 이름만으로도 넘 반가워요

sslmo 2017-01-03 18:56   좋아요 2 | URL
저도 님 이름만으로도 방가와요~^^
잘 지내시죠?
새해 인사가 늦었네요, 꾸벅~(__)
요즘은 좀 게을러져서 말예요,
제 서재에 들리시는 분들 위주로 답방을 다니다보니, 비껴가게 되네요~--;
남매 많이 컸겠네요~^^

하늘바람 2017-01-02 18:50   좋아요 1 | URL
새해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셔요

프레이야 2017-01-02 19:17   좋아요 1 | URL
간판 아주 멋집니다. 책도 소개 페이퍼도요. 담아가요. 나에게 안부를 묻는 일을 한동안 소홀히 한 것 같아요. 새해 벌써 둘째날이 저물어 갑니다.

sslmo 2017-01-03 19:01   좋아요 1 | URL
살아가면서 한숨 쉬어 갈 수 있는 것도, 내 자신의 안부를 묻는 것도...꼭 필요한 일인데,
저는 저 나이때는 생각 못했던 것 같아요.
저렇게 착실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부자되는 일은 당연한 일인데,
밥벌이의 지난함을 자꾸 얘기하게 하는게 안타까웠어요.

님은 새해 일기 쓰셨나요?
자신의 안부를 묻는...

저 실은 님의 글이 고파요~(속닥~``)

푸른희망 2017-01-02 19:57   좋아요 1 | URL
일기란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일
참 좋은 말이네요
올해는 부지런히 기록을 남겨야지 하는데 벌써 둘째날이 지나고 있네요~~

sslmo 2017-01-04 09:56   좋아요 1 | URL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는 것
그게 글이 됐든 그림이 됐든 음악이 됐든 어떤 형태를 띠더라도,
좀 번거롭긴 한데, 효과는 참 큰것 같아요.

작심3일의 마법이 풀리는 1월4일입니다, ㅋ~.

cyrus 2017-01-02 20:10   좋아요 3 | URL
아무래도 일기는 꾸준히 쓰지 못할 것 같지만, 알라딘이 망할 때까지 책과 관련된 독서일기는 계속 쓸 수 있습니다. ^^

sslmo 2017-01-04 09:59   좋아요 1 | URL
네, 님의 꾸준함은 제가 책임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님과 저는 2010년에 알라딘 서재를 시작했죠?
알라딘 서재 동창생입니다, 2010학번, ㅋㅋㅋ~.
이곳 서재에 님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해피북 2017-01-02 21:17   좋아요 2 | URL
‘일기를 쓴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란 표현이 좋아서 몇번씩 읽었어요. 남편분을 베개삼아 꺼이꺼이 우셨던 일, 잠깐이나마 책방의 주인을 꿈꾸셨다가 살짝 포기하신 일화등.. 양철나무꾼님의 글은 설명 할길없이 다 공감가고 글자마다 다 느껴지는 그런 글들이 많아서 자주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으흐흐~ 진심도 너무 드러내면 느글느글 느끼해지는데... 오늘 너무 느끼한 댓글을 달았어요 ㅋㅋ 그래도 참아주실꺼죠?(아! 그리고 저는 심지어 나루토 보고도 눈물을 뚝뚝 흘려서 신랑한테 혼이난기도 한답니다. 혼난다기보다는 ‘그러면 그렇지~‘ 그 표정으로다가요^~^)

sslmo 2017-01-04 10:12   좋아요 1 | URL
어렸을때 장래희망이 되게 여러개였는데, 그 중 책방주인이 꼭 들어갔습니다.
좀더 커선 북카페 같은 거.
로망이긴 하지만, 그 꿈을 자주 포기하는건 제가 세파에 물들고 찌들었다는 얘기기도 하죠.
이리저리 재고 가늠해보고 하는거죠~^^

저 니글니글 좋아요, 제이슨 데룰로 같은 거, ㅋ~.
마이 사랑합니다~♥

blanca 2017-01-02 21:44   좋아요 2 | URL
저도 이 책 참 담백하니 좋았어요. 밥벌이와 희망과 소망을 나란히 한데 녹이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고독한 것인지가 와닿았던 책이고요. 집에서 아주 멀지는 않은 것 같아 딸과 함께 가보려고 마음만 계속 먹고 있는 중이랍니다.


sslmo 2017-01-04 10:15   좋아요 1 | URL
우와~^^
저는 장황하게 설명한걸,
‘희망과 소망을 나란히 한데 녹이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고독한 것인지가 와닿았던 책이고요.‘라고,
책처럼 담백하게 한 마디로 끝내주시는 님 좀 멋지십니다~^^

저는 야나 님의 ‘야나문‘도 아직입니다.
프루스트의 서재도 마이 궁금하지만, 야나문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ㅠ.ㅠ

AgalmA 2017-01-03 19:21   좋아요 2 | URL
20대 초반에 친구 두 명이랑 셋이서 방 한 칸짜리 옥탑에서 살 때 나만의 공간이 없어서 그게 제일 스트레스였죠. 폐쇄공포증도 있고 답답한 걸 못 참는 성격이어도 사정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있나요. 주말에 옥상에 간이 탁자 내다놓고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는 게 낙이었죠.
지금은 내 책, 내 컴퓨터 책상, 내 물건으로 가득한 집에 살지만 물건들이 점거했다는 기분^^; 특별한 나만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늘 들어요. 2017년엔 고심 좀 해봐야겠어요.

sslmo 2017-01-04 10:40   좋아요 1 | URL
저는 신혼 초기부터 남편이 사업을 세번 말아잡수셔서, ㅋ~.
반지하랑 옥탑방은 아니어도 단칸방에서도 살아보고 월세에서도 살아봤습니다.
단칸방은 말은 좋아서 원룸이었지만, 문만 열면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열린 구조였죠.
결혼하면서 해간 살림살이가 들어가지않아서 이삿짐센터에 보관하기도 해봤어요.
이제는 돌아보고 추억이라고 웃을 수 있는 걸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는 물건들이 가득 들어찬 집에서 살지만,
버리고 비우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