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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 스캔들 ㅣ 바다로 간 달팽이 2
한정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5월
평점 :
'나는 추방되었다'라는 강렬한 글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학교에서, 친구들 속에서 추방당한 아이들이 설 곳은 어디일까? 뉴스에서는 왕따를 당한 아이의 서글픈 죽음을 다루고 있고, 학부형으로서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학생들은 성적에 맞춰 장미반, 코스모스반, 들꽃반으로 분류가 된다. 이건 단순히 소설 속 모습만은 아니다. 입시반이 따로 꾸려질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고,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성적이 중요한 척도가 되어 버렸다.
판타지와 추리와 함께 섞여 있는 '비보이 스캔들'은 죽은 친구의 흔적을 쫓는 여섯 개의 서로 다른 시선을 다루고 있다. 친구의 자살,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학생, 선생, 학부모들의 입장 등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과연 그 죽음에 얽힌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 속에 행운의 편지는 번져 나간다. 행운의 편지는 학창시절에 받아 본 적이 있지만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뭔지 모를 찜찜함을 줬었다. 그런 행운의 편지와 친구의 죽음, 비밀을 간직한 저마다의 상황들이 소용돌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 더욱 이야기에 몰입할 수 밖에 없다. 비보잉은 생소했는데 하나 하나 용어를 들으면서 춤 동작을 연상하니 자유를 갈구하는 몸짓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 성적, 부모와 선생님의 모습은 아이의 의식을 흔들어 놓고, 결국 죽음으로 이끌었다. 그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고 난 뒤에도 결코 마음은 개운해지지 않는다. 왠지 뭔가 더 해결해야 할 것 같은 답답함으로 가슴이 무거워진다. 청소년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우리는 옆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진다. 등수가 마치 행복의 척도과 된듯이 평가하고, 그런 세상에 살아가도록 만들어 놓은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더욱 힘든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생각과 아픔을 읽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