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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에 간 파울라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94
에바 무겐탈러 글, 파울 마르 그림, 김서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그림책에 푹 빠져 버렸다. 그 매력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고 싶은 것은 바로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껏 꿈꾸다 보면 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창의력이란 생각이 든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색다른 호기심을 가지고 대하다 보면 평범한 일상이나 사물조차 새로운 의미를 띤다. 그것이야말로 끊임없이 자극 받으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놀이가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지만 앨리스 보다 더 용기있는 파울라를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준다. 밤마다 신 나는 상상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파울라를 살짝 뒤쫓아 가다 보면 신비하고 놀라운 모습을 가진 나라에 가게 된다. 동그란 나라, 뾰족한 나라, 빨간 나라, 거꾸로 나라의 모습들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그저 재미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안에 담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좀더 의미있는 메세지를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의 모습이 제각각이듯 그 생각도 다를텐데 우린 기준을 정해놓고 대한다. 장님 나라에 가면 장님 아닌 사람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처럼 취급 받듯이 모양이 다른, 색깔이 다른 곳에 간 파울라도 그런 편견에 부딪혀 강제로 똑같은 모습으로 바뀌게 하려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 여왕처럼 강압적이거나, 여왕이 무서워 하얀 장미에 빨간 색을 칠하려는 병정들처럼 부모인 우리도 같은 실수를 할 때가 있다. 내 아이의 남다른 생각을 응원하기 보다는 남과 똑같거나 좀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다그칠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을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울라의 행동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어른들에게 맞서 씩씩하게 자신을 지켜내는 파울라의 용기를 떠올리니 우리 아이도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엄마인 나도 좀더 자유로운 생각으로 아이를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기준을 부모가 정해놓고 아이에게 맞추라고 하면서 그것이 진정 아이를 위하는 것이었다고 착각을 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마음껏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겠다.
파울라를 통해서 아이와 함께 엄마인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책이 아니라 여운을 주는 책이라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파울라가 모험한 나라의 모습으로 재미있는 놀이를 해보았다. 모양, 색깔, 반대말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주는 책이기에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함께 즐거운 놀이를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책을 읽고 꼭 독후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가르쳐 줄 수 있으면서도 놀이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한동안 집에서 물감 놀이를 못해줬는데 이번에 색깔과 모양에 대해 알려 주기 위해 백업으로 물감 찍기 놀이를했다. 여러가지 색깔을 찍어서 무슨 색깔인지 이야기 하기도 하고, 모양을 서로 연결해서 사물을 표현해 보기도 했다. 포도도 만들어 보고, 눈 사람도 만들고... 또한 동그라미와 세모가 만나면 아이스크림이 되고, 세모와 네모가 만나면 집이 되고... 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모양을 확장해 보았다. 아이가 마음대로 꾸민 그림에 담긴 의외의 생각들에 놀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모양을 그린 다음에 색을 칠해서 팔찌를 만들어 보았다. 사실 너무 크게 그려서 팔찌로 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아이가 각기 다른 도형의 색을 칠하고, 그 색이 무슨 색깔인지 이야기 하게 하고, 색을 섞으면 또 어떤 색이 만들어 지는지 알아 보았다. 다 만들고 난 뒤에는 자신이 만든 팔찌라면서 아빠에게 자랑도 하면서 무척이나 즐거워 한다. 물감놀이가 정말 재미있는지 연방 '아빠, 너무 재미있다..' 라고 말하면서 색칠하기에 바쁘다. 그런 모습을 보니 살짝 미안해진다.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조금 번거롭다는 이유로 자주 못해줘서 말이다
아쉬워 하는 딸이 안쓰러워서 이번엔 빨대를 가지고 불기 놀이를 했다. 잘 불다가도 물감을 빨아 들이는 것을 보면서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마냥 신나하는 아이를 보니 기분이 좋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놀이는 그저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그 시간 자체란 생각이 든다. '이상한 나라에 간 파울라' 덕분에 그걸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책에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서 다양하게 활용하기 참 좋은 책이다. 아이의 상상력과 모험을 하면서 용기를 배우기를 바란다면 이 책을 꼭 함께 보길 바란다. 그 어떤 나라 보다 가장 중요한 나라는 바로 마지막에 파울로가 간 곳이다. 아마도 엄마는 아이가 이 나라에서 예쁜 꿈을 꾸길 바랄 것이다. 그 곳이 어디인지는 이 책을 보아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