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향한 것은 아니다. 동료와 함께 동해에 한 번 가보자는 이야기를 나눈지 여러해...밥 한 번 먹자는 말을 이행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 처럼, 어디 한 번 가보자는 말치고 뜻대로 이행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저 막연하게 '그래, 한 번 가보자...' 이건 사실 약속의 성격을 지닌 말 같지는 않다. 그저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마음이 그렇다는 것일 뿐....하여 밥 한 번 함께하자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저 사람이 밥 한 번 사려나...그런 기대감을 가지는 이는 드물지 싶다.
이번의 동해 여행도 그러하다. 모처럼 시간이 날 때면 어디론가 떠나곤 하는 방랑자의 그 모습처럼 한 번 쯤 나도 그렇게 훌쩍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 중 하나인가보다. 서머싯 모엄은 그리하여 '달과 6펜스'라는 책을 내놓게 된 것은 아닐까... 모엄은 인간의 저 깊은 곳, 인간의 육체 안에서 전해져 전해져 내려오는 그 혈액속에는 그 조상들이 떠나왔던 그 이름 모를 곳, 알 수 없는 곳에 대한 향수(nostalgia)를 가진 존재가 인간이라고 했다. 그 어디론가 향하고 싶은 갈망을 그는 격세유전(Atavism)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스트릭랜드였다.
인간은 누구나 스트릭랜드가 되고 싶어하는 갈망을 가진 존재인가...한없는 자유에 대한 갈망, 그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구를 인간은 짖 누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나로서는 알수 없는 질문이지만 우연히 들르게 되는 그 어느 곳을 되려 편안하게 느끼며 안주하고 픈 소망이 울렁인다. 서머싯 모엄은 인간의 이런 욕구를 달과 6펜스를 통하여 보여주고자 한 듯 하다.
경부선을 따라 가다가 어느 방향으론가 빠져나갔다. 한 참을 달리다보니 안동을 지나는데 군자마을이라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오천 한마을에는 군자아닌 사람이 없다.'라고 한강 '정구'선생께서 하신 말씀에서 군자마을이라는 이름이 셩겼다고 한다. 참 좋은 곳에 자리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양반들은 모두 퇴계의 문인들이라고 한다.
조금을 더 지나니 경상북도 봉화군이란다. 청량산을 지나고 있다는 팻말이 보인다. 이름이 참 좋다. 청량산...청량산은 퇴계 이황선생께서 수도를하고 공부를 하신 곳이라 한다. 군자마을과 무관한 산은 아닌 듯 하다. 그 기절이 출중하고 기품이 있으며 영기가 가득 어린 영산임에 틀림이 없다. 과연 이러한 곳에서 살면서도 그 어느 곳 에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그런 의문이 생긴다. 나라면 그 청량산에서 살고프다....
사실 여행기를 쓰는 이유는 군자마을도 아니요, 청량산도 아니다. 청량산을 지나 무작정 또 길을 따라가니 불영계곡을 지나고, 결국 울진이라는 곳에 당도하게 되었다. 울진은 작은 마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읍내를 관통하게되는데 갑자기 커다란 인물의 사진이 눈앞에 나타났다. 다름아닌 기호 7번 박혜령 후보였다.
차를 세우고 바로 한방 찍었다. 그녀가 내세운 공약 3가지가 큰 글씨로 써있다. 그 중 2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노후 핵발전소 페쇄법안 추진
2) 탈핵및 에너지정책 기본법제정
내게는 참으로 씸플하면서도 강인하게 다가오는 공약이다. 이런 공약이라면 나는 나의 소중한 한 표를 그녀에게 드릴 것이다. 이보다 지역 구 민을 위한, 아니 국민을 위한, 전 세계인을 위한 공약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표를 얻지 못한 듯 하다.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탈락했으니 말이다. 울진 원자력 발전소는 1990년 준공했다고 한다. 물론 덕분에 상당량의 전기를 필요한 곳에 공급해온 것은 사실이다.
녹색당으로 출마한 박혜령 후보는 참 미련한 후보인가보다. 노후 핵발전소 페쇄법안 추진, 탈핵및 에너지정책 기본법제정을 공약하면 표를 줄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 떨어질 수 밖에...
그러나.......
알라디너의 어느 분이 스스로를 정치 혐오자라고 말 하듯이 나 역시 정치 혐오자이다. 그런데 이 미련한 녹색당의 공약은 나로하여금 정치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도록 한다. 이처럼 당장의 이익과 표를 무시한 채 당당하게 내건 공약은 정말 그 순간 나의 심금을 울리는 힘을 가진 것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녕 국민을 위한 사람은 저렇게 국민도 알아주지 않는 공약을 내 걸어야만 하는 것인가... 나는 박혜령 후보가 저 미련한 공약들을 다음 선거에 다시 들고 나와주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표가 모자란다면 이사를 해서라도 한표를 드리고 싶은 것은 그녀의 저 미련함 때문이다. 나는 그 미련한 박혜령 후보에게 나의 뜨거운 사랑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지역구 민들은 원전의 문제점을 기타의 문제점보다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물론 늘 목전에 두고 있는 생계의 문제가 그 무엇보다 더 절실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는 박혜령 후보가 탈락한 것이 서글픈 것이 아니다. 그녀가 탈락 할 수 밖에 없는 국민들의 의식이 더 서글플 뿐이다. 그렇다. 우리는 뭔가를 너무 모르고 있다....참 슬픈 일이다...
분명 원전의 문제점은 충분한 인식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는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그 이상의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물론 그 피해는 일본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들은 일본의 지진에 의한 원전의 피해를 고스란히 겪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상 지진에 의한 원전의 피해 실태는 대한민국인 우리도 그 정도를 잘 알 수 없고, 일본인들 당사자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원전이 가지는 심각성을 대다수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포함하여 대다수의 국민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문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원전에 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보니 그 심각성을 깨달을 수 없다는 것....
가장 기본적인 원자력발전에 대한 기사를 대수능 교재에서 만났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원자력 에너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정에너지, 혹은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잘못 포장되어 있다. 대다수가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략 18개월마다 연료봉을 교체해야 한다. 연료봉은 NP-237이라 불리는 매우 유독한 방사성 물질을 가지고 있다. 매년 연료봉 하나 당 2층버스 100대분의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이 폐기물을 어디엔가는 꽁꽁 저장해야 한다. 반감기(방사성 원소의 원자수가 최초의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2백만년 이상이다.
그 어느 폐기물보다 무서운 폐기물이지만 늘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토록 안전하다고 말하는 핵발전의 대형 사고가 바로 옆에서 터지는 것을 목격하고도 우리에게는 저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이다. 한 번 발생한 핵발전의 문제는 수습이 불가능하다. 그 피해는 전국적일 뿐 아니라 대를이어 그 영향력에서 벗어 날 수 없다.
'과학자 처럼 사고하기'라는 책이 있다. 과학자들은 독자들에게 말한다. 과학적 소양이 그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우리가 원자력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자력의 문제점을 들고 나온 후보를 탈락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원자력의 무서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무서움을 인지하고 있지 못한 국민들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박혜령 후보를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선거법에 저촉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한 그녀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후보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저극 지지한다.
(녹색당 당원이냐고 물어볼지도 몰라 추신한다. 나는 녹색당 당원이 아니다. 벌써부터 4년 후의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4년 후에는 반드시 녹색당의 후보들이 당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