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삶에 대한 긍정의 바이러스 그 자체]
지치거나 힘들 때 만나면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중의 한 명이 바로 한비야가 아닌가 싶다. 처음 그녀의 글을 만났을 때 다소 장난기스러운 듯한 글에 갸우뚱 하면서도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와서 이 사람은 늘 톡톡 뛰는 생활을 하는 걸까 하면서 그 흡인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읽어내린 그녀의 여행기는 바람의 딸, 사람을 사랑하며 실천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했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사람에는 4가지 유형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과 돈을 벌지 않는 사람.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과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함께 벌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한비야를 보면 돈을 벌지 못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정말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그녀의 생활 속에 담긴 삶에 대한 긍정의 바이러스는 정말 지친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고 상쾌하게 해준다.
걸어서 지구여행을 하고 늦깍이 유학생이 되어서 영어든 중국어든 현지에서 부딪히면서 열심히 공부해내던 그녀가 자신의 꿈이었던 구호 활동을 하면서 절정에 달한 듯하다. 그녀가 삶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행을 통한 자신의 만족을 떠나서 남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삶의 한 부분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만 있으면 눈이 멀지 않을 수도 있고 죽음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곳에서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 살을 뚫고 나오는 기생충이 뻔히 있는 줄 알면서도 그 흙을 먹으며 허기를 달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삶의 정말 일부분의 시간을 그들을 위해서 일했을 뿐인데 세상에서 가장 맑고 고마운 눈빛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아이들과 사람들을 보면 절로 삶에 대한 감사를 드리게 될 듯하다.
우스게소리로 그녀는 자신을 주자학파라고 했다. 웬 주자학파? 가만 그 뜻을 알고 보니 정말 자유로이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명품을 모아대는 사람들, 소소하게 자신이 아끼는 책이든 신발이든, 사람들은 자신의 몫으로 뭔가를 모으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나의 것에 대한 애착, 달리 말하면 욕심이겠지만 이런 것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한비야는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주자학파라나? 그려의 유쾌하고 통통튀는 언변이 담긴 삶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긍정적인 그녀의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그녀의 긍정의 바이러스는 정말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그 바이러스에 힘입어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나 잘 살고 있는가? 나 욕심이 가득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가? 나 아닌 주변을 돌아보며 살고 있는가? 나의 삶을 사랑하는가? 한비야 그녀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긍정의 바이러스 때문에 오늘도 난 기분 좋은, 감사하는 하루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