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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열쇠고리 ㅣ 신나는 책읽기 19
오주영 지음, 서현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아이들의 생각이 퐁퐁 샘솟는 동화]
아이들을 저학년 고학년 구지 나눌 필요는 없겠지만 아이들의 정서 차이는 분명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와 이제 5학년이 된 첫째는 생각하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분명 차이가 있다. 고학년 아이들이 세상에 좀더 관심을 갖고 이쁘장하게 꾸며지는 것보다 현실적인 고민들에 좀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저학년 아이들은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작은 일들과 그때마다 벌어지는 상상의 레파토리가 생생한 글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창비의 어린이상 수상작품집은 신뢰도가 높은 작품들이기에 이 작품 역시 아이에게 꼭 보여줘야지 했는데 저학년 부분 수상작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의아했다. 그러나 막상 작품을 읽어보니 저학년부분은 구지 선정한 이유를 알겠다. 저학년 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생활 속 이야기에 더 많이 귀를 쫑긋하고 아이다운 생각이 퐁퐁 샘솟는다. 이 작품을 읽으면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느낌이다.
멋진 보물을 발견하고 싶어서 놀이터를 기웃거리다가 구멍이 뚫린 동전을 발견한 단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귀한 것이 아니지만 개인에게는 귀한 보물임을 알아가는 <단지와 보물>에서는 보물을 찾아 기웃거리는 단지의 순수함과 더불어 나에게는 별볼일 없어도 남에게는 귀한 것이 있음을 배워가는 과정이 유쾌하다. <이상한 열쇠고리>는 우연히 주운 열쇠고리를 만지작 거리면서 소원을 비는 순간 묘하게 소원이 이루어지는 이야기이다.그러나 그런 소원들 뒤에는 다른 사람의 작은 불행이 뒤따르는 과정을 엿보면서, 가끔은 편해지고 싶기는 하지만 역시 빠진 준비물을 챙기기위해서 집으로 총총히 돌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쿡쿡 웃음이 나온다.
<호야 선장의 우주여행>은 사실 엄마와 호야가 하는 대화를 보고 가장 많이 배웠던 작품이다. 엄마가 단짝과 다툰 호야와 전을 부치면서 둘이 하는 대화는 아이를 헤아리는 엄마의 대화법과 아이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한꺼번에 엿보았던 것 같다. 멋진 선장이 되어 항해를 하다가 친구와 화해하기 위해서 엄마가 만들어 놓은 전을 들고 친구집으로 뛰어가는 호야의 모습이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마지막 <똥글이 파랑 반지>는 우리집 이야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5학년 누나와 1학년 동생. 지금은 그래도 말귀를 알아듣는 동생이집만 대여섯 살때는 누나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고 찐드기처럼 누나를 따라다닌 동생이다. 이 작품의 누나와 동생처럼 말이다. 가끔은 동생편을 드는 엄마도 얄밉고 동생도 얄미워서 마음 저 구석에 있던 똥글이가 튀어나와 이 둘을 혼내주었으면 싶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동생의 어설픈 표현을 알아채고 나면 역시 사랑스러운 동생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넌 누나잖니~~~"라는 엄마가 때로는 주문처럼 때로는 족쇄처럼 들리는 부분의 묘사는 엄마인 내가 뜨끔하게 되는 장면이 되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생각이 곳곳에 퐁퐁 샘솟는 동화를 만난 것 같다. 그림체 또한 만화를 연상하게 하여 더욱 유쾌한 느낌으로 읽게 되는 것 같다. 표지를 보면 이상한 열쇠고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이 책 속의 귀여운 주인공들임을 알아챘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