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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유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
멕 로소프 지음, 김희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전쟁과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한 소녀]
아무런 변화 없는 일상은 지극히 따분하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지극히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변화무쌍하다. 가장 예민한 시기였던 청소년 기를 거치면서 그 삶의 자극들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생활 자체를 송두리째 흔드는 거센 폭풍우가 되기도 한다. 그런 자극을 통해 사람들은 모두 한단계 더 성장을 한다. 대개 청소년기의 예민한 아이들만이 성장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어른들도 지속되는 시련을 통해서 변화 성장하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인가? 성인이 되어 두 아이를 키우지만 늘 성장소설에 관심이 가고 읽기를 멈추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사는 이유..
정말 거창한 물음이자 화두이다.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물음을 던진 책속의 주인공은 과연 어떤 것을 삶의 이유로 선택했을까?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계모와의 사이도 좋지 않고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낙인 찍혀서 정말 사는게 즐겁지 않은 한 소녀가 있다. 15살의 나이에 주변을 거부하고 거식증에 걸려서 사는 데이지. 데이지는 자신을 반기지 않는 가족의 곁을 떠나 머나먼 영국의 사촌의 집으로 향한다. 늘상 그렇듯이 이곳에서도 자신을 반겨줄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 데이지. 그러나 공항에서부터 누군가 자신을 마중나와있다. 아이답지 않게 담배까지 피워대는 사촌에드먼드. 데이지는 첫눈에 사촌 데이먼드에게 반하고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얼핏 적절하지 못한 관계?라고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우리네 정서로 이종사촌간의 사랑?은 어딘지 낯설기만 하고 14살에 골초인 데이먼드의 모습도 그리 익숙하지만은 않다.
초반에는 가정에서 적응못하고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 소녀가 새로운 곳에서 가정의 따뜻함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어딘지 모를 상대로부터 영국은 침공을 당한 것이다. 그게 누구인지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농촌의 많은 사람들은 전쟁의 공포로 떨고 어른들이 없는 농가에서 낙원을 꿈꾸며 살던 아이들은 군인들에 의해 강제로 헤어지게 된다. 사랑하는 데이지와 에드먼드도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아야만 했다. 이런 가운데 생생하게 그려지는 전쟁으로 인한 살육의 현장을 끔찍하기만 하다.
데이지가 에드먼드를 찾기 위해 농장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그야말로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지만 그 과정들을 넘으면서 데이지는 아이에서 어느덧 어른으로 성장하는 강인함을 함께 키워간다. 죽음의 그림자만이 남은 농장에서 에드먼드를 기다리는 데이지에게 어느날 날아든 전화 한 통..차라기 대답 하지 말걸..수백번 후회해도 데이지의 목소리를 들은 아버지를 데이지를 미국을 강제로 옮겨오게 한다. 전쟁의 공포에서 헤어났다고는 하지만 데이지는 늘 그리운 그 곳을 잊지 못한다.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아니면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자신의 고향을 찾듯 죽음의 기억이 가득한 그곳을 찾아가는 데이지. 그리고 그곳에서 전쟁의 상처와 자신을 기다리지 못한 데이지에 대한 아픈 기억으로 상처받은 에드먼드를 만나게 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은 후에야 그들은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사이가 되지만, 그래도 그들이 찾은 해피앤딩이 다행스럽기만 하다.
전쟁과 헤어짐, 그리고 그 가운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려는 의지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한 소녀가 있다. 데이지는 가족에게서 찾을 수 없었던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자신에게 사랑을 준 사람을 위해서 살아가는 이유를 말한다. 누군가의 의미가 되지 못하면 살아갈 이유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 사랑이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 성장하게 하는 것,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단 3편의 소설로 성장소설의 유명인으로 우뚝 섰다는 멕 로소프. 나로써는 처음 대하는 작가이지만 이상한 나라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한 상상의 소유자라는 말, 살짝 느낄 수는 있다. 이 소설이 첫작품이라니 후에 쓰인 작품은 더 탄탄한 구성이 아닐까 ?살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