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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혜 ㅣ 창비아동문고 233
김소연 지음, 장호 그림 / 창비 / 2007년 5월
평점 :
[배움을 실천해가는 개화기 시대의 강한 여성]
여자는 시집만 잘 가면 된다...여자 팔자 뒤웅박팔자...
이런 말 낮설지는 않다. 지금 아이들 세대야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어려서 이런 말 한번 들어보지 않고 자란 사람은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니 어쩌면 지금도 여성의 삶은 많은 부분 종속적인 부분이 없지 않다. 그렇기에 진취적인 여성, 자신의 삶을 개쳑해가는 강인한 여성의 이야기는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는가 보다.
작가는 이 작품의 구성을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사온 개화기 무렵의 사진집 가운데 다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 시대를 구상했다고 한다. 작가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여성은 남자와의 차별속에서도 배우고자 열의를 불태우는 한 여성이었다. 식민통치하의 개화기 때,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배움의 터에 많은 여성들도 들어가게 된다.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자 하는 여성들이 점차 늘어가는 즈음, 수원에서 태어난 송참판 댁의 명혜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일본유학까지 가서 열심히 공부하는 집안의 대들보, 오빠의 힘을 얻어 여동생과 함께 상경한 명혜는 배움에 대해서 남다른 열의를 보인다. 병원에서 통역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간호하고 그런 중에 의학에 대한 꿈이 조금씩 자라게 된다. 무조건 남편의 말에 복종만 하던 어머니가 상처입은 아들을 치료하는 딸을 보고 딸의 꿈을 이뤄주고자 유학을 가도록 권하는 장면이나, 겉으로는 의학을 공부하겠다는 딸을 매몰차게 대하지만 결국 먼 발치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마중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변해가는 개화기의 많은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저자가 왜 이 책의 제목을 '명혜'라는 지었는지 알게 된다. 처음에는 이름도 없던 여자가 뜻을 가진 이름 명혜를 얻고, 그리고 그토록 고지식하고 완고하던 아버지로부터 명혜라고 진심으로 불리게 되기까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성의 이름으로 대변되기때문이다.
처음에는 표지만 보고 동생을 돌보는 누나의 애틋한 이야기를 다웠는가 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여성이 있었다. 병원에서 병들어 있는 어린 아이를 엎고 있는 명혜, 그제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이 돌봐야 할 사람들을 알아보는 명혜의 모습이 바로 이 책의 표지에 있는 자아를 찾아가는 개화기 시대의 한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책을 읽기 전과 읽은 다음에 느껴지는 표지의 이미지가 상당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