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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먹는 남자 ㅣ 올 에이지 클래식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전쟁의 아픔을 삼키는 사람 ]
불을 먹는 남자, 몸을 칭칭 동여맨 쇠사슬을 끊고 탈출을 하는 남자.. 이들은 모두 내게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안은 사람들로 기억된다. 어려서 보았던 앤터니 퀸의 [길]이라는 영화 때문에 그런가 보다. 젤소미나의 슬픈 선율도 마지막 장면 바닷가에서 한없이 목놓아 울던 서커스단의 그 남자 모습도 내게는 세상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의 아픔으로 기억된다.
불을 먹는 남자..표지를 보는 순간, 기괴한 외모로 표현된 이 남자에게서도 그런 상처가 느껴졌다. 무언가 잊기 위해서,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또 한 명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맥널티 아저씨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꽁꽁 묶게 해서 탈출을 하거나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불먹는 쇼를 연출한다.
"구경을 하려면 돈을 내~ 돈을 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방법으로 사람들 앞에서 불을 먹으면서 쇼를 하는 그는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다. 1945년에 세계 2차 대전이 종식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전쟁의 상처가 만연한 1962년 영국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미 세계2차 대전에 참가해서 전쟁에 대한 공포와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은 작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불을 먹는 맥널티 아저씨가 그렇고 주인공 보비의 아버지 역시 그렇다. 그렇기에 쿠바에 설치한 소련의 미사일과 이에 맞서는 심상치 않은 미국의 태도는 이들에게 전쟁의 공포를 다시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또 다시 일어날 지도 모를 세계 3차 대전.
지난 전쟁으로 깊은 상처를 입고 불을 먹는 사람으로 표현되는 맥널티와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보비의 부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 그런 가운데서도 위압과 권위로 아이들의 가르치는 학교의 선생님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왜 하필 학교라는 공간이 권위적이고 자유가 없는 가르침을 장으로 대두되었을까? 채찍과 권위로 아이들을 누르면서 교육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유를 갈망하거나 혹은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강대국의 모습을 오버랩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보비의 눈을 통해서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현실과는 상관없이 출세를 위해 주변을 무시하는 교육 자체를 위한 교육을 받는 것,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부를 축적하는 것,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다. 다른 것보다 아빠의 건강과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보비가 바라는 그것이 현실의 오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 최소한의 평화가 깨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사회가 맥널티와 같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세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