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강아지, 결코 괜찮지 안아요

괜찮아요 ㅣ 미래 창작 그림책 2
권태성 지음, 박재현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버림받은 강아지, 결코 괜찮지 안아요] 

이쁜 강아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렇지만 결코 슬퍼보이지 않았기에 슬픈? 내용일거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아이들과 책을 읽었다.  

책을 보면서 강아지 쭈쭈와 주인과의 첫만남에 아이들은 벌써부터 "나도 강아지 갖고 싶다~~"라면서 호들갑을 떤다. 강아지를 처음 갖고 먹이를 주고 친하게 지내는 주인의 모습은 아이들이 꿈에도 그리던 그 모습과 똑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내용은 그 다음에 나온다. 결혼을 하게 된 주인은 부인이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꾸 멀리하게 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쭈쭈는 늙고 눈까지 멀게 된다. 결국 이런 개를 키우지 못하고 주인은 쭈쭈를 상자에 담아 버리고 마는데... 

몸도 성하지 못한데 버림까지 받은 강아지 쭈쭈, 그 모습은 정말 처량하기 그지없다. 사실 요즘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중에서 아파트로 이사와서 민원에 못이겨 개를 버리거나 , 병든 동물을 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파를 타고 나오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키우지 말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이들은 개를 이쁘다고 키울 생각만 했지 이렇게 강아지가 버려지는 경우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너무나 속상해 하고 마음 아파했다. 

물론 이 책에서는 버림 받은 쭈쭈가 다른 좋은 주인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지만 그렇지 않은 개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연히 지하철 안에서 만난 주인의 냄새를 맡으면서 바둥거리는 쭈쭈, 새주인의 품에서 '난 괜찮아요'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쭈쭈를 보면서 정말 쭈쭈가 괜찮을까? 주인을 용서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괜찮아요>라는 제목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버림받은 강아지는 정말 괜찮지 않다고, 너무도 큰 상처를 받는다고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이, 무조건 키우는 기쁨보다는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애완동물을 키워내야 한다는 것, 동물이라도 그 생명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소중한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

가까이 있는 행복도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지

까망까망 섬의 까망이 ㅣ 미래그림책 92
다비드 칼리 지음, 이도영 옮김, 필립 지오르다노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2월

[가까이 있는 행복도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지] 

까망까망 섬의 까망이~ 까망까망  섬의 까망이~ 

제목이 노래하듯 아이들 입에 착착 감긴다. 책을 읽어주려고 제목을 읽다보니 마치 노래를 하는 듯 운율이 생겨서 몇번이나 제목을 읇고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까망섬에 살고 있는 까망이는 사진 찍기가 취미이다. 그런데 이 섬에서 사진을 찍으면 온통 까맣게 나와서 영 멋진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까망이는 큰 마음을 먹고 멋진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단짝인 까만 박쥐 코모리와 함께~ 

까망이가 여행하게 되는 초록 섬, 빨간 섬, 분홍 섬에서 까망이는 세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초록 섬은 멋지게 보였지만 막상 도착하니 위험한 곳이 있었고, 빨간 섬에서는 맛나 보이는 것이 있어서 먹었는데 배탈이 나서 함부로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그리고 마지막 분홍섬은 이뻐 보였지만 섬이 아니라 물고기였다는 것을 배운다. 결국은 자신이 살던 까망섬에 돌아온 까망이는 아무것도 얻은게 없다고 하지만 코모리는 여행을 통해 배우게 된 것을 다시 깨우쳐 주고 곳곳에서 주워온 씨앗을 심어 까만섬을 멋지게 만든다. 당연히 까망이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겠지? 

자신이 있던 곳보다 멋진 장소를 찾아 여행을 하던 까망이가 다시 자신이 살던 섬으로 돌아오는 대목에서는, 행복을 찾아 헤매다가 바로 곁에서 찾는 파랑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또한 여행을 통해 고생을 하다가 멋진 까만섬을 가꾸게 된 모습을 보면 제자리에 안주하는 것보다 경험을 통해서 멋진 배움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수학괴물을 부르기 전에 먼저 숙제부터 해 볼까?

수학괴물 ㅣ 미래그림책 93
대니 슈니츨린 지음, 이도영 옮김, 빌 마이어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수학괴물을 부르기 전에 먼저 숙제부터 해 볼까?] 

아이들에게 수학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10에 9은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어려서 수학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수학이 아이들에게 필요없는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수학을 좋하할 만한 ,혹은 수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 계속 출간되는 것 같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저학년때가지는 계속 연산에 대한 훈련을 쌓는 시기이기 때문에 수학이 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 속의 주인공도 저학년 꼬마?인 듯한데 수학은 어지간히 싫어하는 아이이다. "누가 나 대신 수학 좀 해 줘~~"라고 외치는 장면은 책을 읽는 꼬마 독자들을 위해서 대신 하는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게, 책을 읽는 아이들은 그 장면에서 왜 그렇게 빙그레 웃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해서 만나게 된 수학괴물은 자신이 수학숙제를 해 줄테니 문서에 싸인을 하고 나중에 돈을 달라고 한다. 아이들 책 속에서 웬 돈거래며 서명인가?조금은 당황되지만 이렇게 돈 이야기가 나온 것은 다 이유가 있음을 나중에 알 수 있다. 여하튼 수학괴물 덕분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수학숙제를 해가지만 학교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인 아이가 집으로 돌아와 수학괴물에게 화를 내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수학괴물을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약속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이의 저금통에는 그만한 돈이 없기에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 떨어진 돈까지 계산해서 수학괴물에게 지불하는데 이 과정에서 책을 보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수학연산?까지 해야 한다.^^ 

수학괴물을 부르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아이는 차근차근 수학문제를 풀다보니 의외로 하나씩 풀리는데 흥미를 느끼고 그럴수록 수학괴물은 점점 작아져서 결국 연필 지우개로도 휘리릭 지워져 버리는 꼴을 당하고 만다.  

수학괴물이라고 해서 무섭다기 보다는 아이들이 한번쯤 했을 만한 상상이 바탕이 된 점이 재미나다. 누가 내 수학숙제 대신 해줘~라고 말하기 전에 어디선가 나타나서 자신을 곤란하게 하고 안가려고 하는 수학괴물을 생각하면 이내 수학숙제를 혼자 하다가 책 속의 아이처럼 점점 재미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어른들의 단정과 차별된 교육은 이제 그만

현상수배 글 읽는 늑대 ㅣ 미래그림책 94
엘리자베트 뒤발 지음, 이주희 옮김, 에릭 엘리오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어른들의 단정과 차별된 교육은 이제 그만]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과 이 책을 읽으면서 괜시리 눈물이 났다. 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과 만나는 선생님이 1년동안 아이들의 학교 엄마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아이들 1년 생활이 좌지우지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떤 친구를 만날까 어떤 선생님을 만날까? 학교에서는 어떤 걸 배울까? 잔뜩 꿈에 부풀었던 우리 아들은 양 학교에 들어간 늑대?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양들만 다닐 수 있는 학교에 들어가게 된 늑대. 아니 엄밀히 말하면 늑대는 입학허가가 나지 않지만 너무도 글을 배우고 싶었던 늑대는 양 분장을 하고 입학을 하게 된다. 배우는 것 자체에만 너무도 큰 기쁨을 느꼈던 늑대에게 시련의 순간이 다가오는데 바로 의사선생님의 검진 때문이다. 영락없이 늑대임이 탈로날 판이었다. 처음부터 의사선생님을 낼름 잡아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늑대라는 이유만으로 배움의 권리를 빼앗으려는 어른들때문에 늑대는 화가 나고야 말았나 보다. 낼름 의사선생님을 잡아 먹고 글 한장을 남기고 학교를 떠나는 늑대는 아직도 배움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남아있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아이는 늑대가 변장을 하고 공부를 한게 너무 대견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결국 학교에서 쫓겨난 거나 마찬가지라서 불쌍하다고도 한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진실을 말하는 거울이다. 아이들 눈에 늑대에게 잡아먹힌 의사 양보다도 학교에 다닐 수 없는 늑대가 훨씬 불쌍해 보이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단이나 차별을 받는 늑대의 아픔을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

때로는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들의 평가하고 단정짓는 어른들을 보면 이 양학교의 선생님들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에게 따스한 가르침대신 단속하듯 벌주듯 자신의 틀에 맞추려고 억압된 행동을 하고,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아이들을 차별하는  선생님들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한참 초롱초롱한 눈으로 배움터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아이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줘야 할지 반성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말이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묘한 매력을 지닌 성장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묘한 매력을 지닌 성장소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책이 있다. 정말 간만에 몰입해서 읽은 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제목만으로는 단순한 성장소설? 베이커리를 둘러싼 달콤한 성장이야기 정도로 가늠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말랑말랑한 전개가 아니었다.

 

아픔을 가진 16살의 소년이 독자를 맞이하고 있다. 6살때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고 배선생이라는 새엄마와 무희라는 딸과 함께 새로운 가정 속에 발 담고 있는 소년. 그 소년에게 일상은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니다. 과거 소설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차가운 새엄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배선생은 존재 자체만으로 소년의 마음을 옥죄고 있다. 그런 부자연스러운 일상이 소년을 말더듬이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집과 학교를 오가면서 식탁에 조차 함께 앉는 것이 불편한 소년에게 어느날 무희를 범했다는 엄청난 누명이 씌워지게 되고, 소년은 운명적으로 위저드 베이커리로 몸을 숨기게 된다. 운명..그것은 운명같은 것이었다. 마음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현실의 고통에서 도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게 되는 그런 곳으로 향하는 운명..

 

단순한 성장소설로만 생각했지만 위저드 베이커리로 향하는 순간, 모든것이 걷잡을 수 없는 긴장감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 든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일반적인 빵집이 아니라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의문의 빵을 만들어 파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서 가장  신비로운 인물로 그려지는 마법사 제빵사와 그 공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욕망과 그에 대한 댓가를 꼭 치뤄야 하는 마법의 빵의 등장..모든 것이 혼란스러우면서 은밀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가지고 엿보게 만든다.

 

사람들이 현실에서 갖는 불만과 욕망은 끝이 없다. 때로는 그것이 정당한 요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정상적인 해결(위저드 베이커리의 빵을 요구하듯)을 할 때는 반드시 그에 해당하는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 마치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젊음을 구했던 파우스트가 짊어져야 했던 그 짐처럼말이다.

 

이 작품은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면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 뿐 아니라, 현실에 대한 묘한 탈출구를 갈망하는 성인들에게까지 긴장감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 사람들이 현실에 갖고 있는 갖가지 불만과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결코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묘한 이기심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위저드 베이커리가 현실에서  사라진다면, 물론 모든 것은 현실이라는 원점으로 다시 되돌아 오듯 사람들에게 현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달콤한 회피의 빵은 결코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 혹은 도피하고자 하는 아픔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적 공간은 충분히 마련한 수 있는 작품이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요즘 나오는 청소년 소설 가운데는 성인들이 읽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큼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 많다. 이 작품 역시 청소년이 소설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흡인력을 가지고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완득이에 이어 위저드 베이커리까지...앞으로의 창비청소년소설들은 거르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