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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 ㅣ 미래의 고전 4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2월
평점 :
[미혼모보다 엄마라는 이름을 먼저 생각하길]
일상에서 지치고 어깨가 버거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방향을 돌리려고 하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화살이 날아가곤 한다. 퇴근해서 돌아온 집이 엉망이거나 혹은 내 뜻대로 생활이 돌아가지 않을 때 아이들의 잘잘못을 호되게 야단치고 돌아서면 후회가 막심하다. 조금만 더 참을 걸...생활의 순간순간 그렇게 아이들에게 후회되는 행동을 하고 나면 '난 정말 엄마 자격이 있는 걸까?'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이를 낳기만 한다고 다 엄마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낳는 것은 쉽지만 정말정말 힘든 것은 아이를 기르는 엄마라는 것을 해가 갈 수록 더 깊이 깨닫게 된다.
"아이를 키울 자격도 없으면서 무조건 아이를 낳는 건 정말 파렴치한 일이지.."
아이를 키울 자격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격없는 엄마가 여기 있다. 18살의 나이에 아이를 낳고 위탁시설에 기대어 아이를 키우다가 이제 겨우 영구임대아파트에 둥지를 튼 30살의 미진이 엄마. 미진이는 5학년이고 한참 예민한 나의 소녀이다. 어느 순간부터 남들에게 아빠가 없다는 것, 엄마가 너무 젊다는 것이 너무도 큰 흠이 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고 만 소녀. 미진에게 세상을 그렇게 따뜻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선생님이나 다른 학부형, 그리고 단란하는 사는 친구들 역시 그랬다. 그런 미진이 아버지를 가졌음에도 아프게 사는 한 친구를 만나게 된다. 술만 먹으면 구타를 일삼는 아버지의 횡포때문에 부은 얼굴을 하기 일수이고 맨발로 아지트로 도망치기 일수이며 모두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소녀, 나경이..
미진과 나경이 처음에는 물과 기름처럼 엇갈리다가 미진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고 서로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나 미진이 세상을 향해 나가자가 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또한 미진을 낳고 숨죽이면서 살던 미진의 엄마가 세상을 향해 좀더 강한 엄마가 되기위해 자신처럼 철없는 짓을 저지르고 만 소녀에게 다가서거나 혹은 매맞는 나경과 나경의 엄마를 보호하려고 나서는 능동적인 태도도 인상적이다. 실제로 이들이 세상에서 얼마나 당당하게 나설 수 있을까는 미지수이다. 세상의 시선은 아직까지도 너무나 냉혹하고 편견이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세상에서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부유한 경제적 요건을 지니고 아이의 학업을 위해서만 전념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손가락질을 감수하고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엄마로 당당히 나선 미혼모들, 아이를 버리지 않고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이런 사람들이 어쩌면 더 강한 엄마로써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미혼모라는 이름보다 더 앞서는 것은 아무 수식어도 달지 않은 "엄마"라는 바로 그 이름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