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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자매 2 -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모르게!
마이클 버클리 지음, 피터 퍼거슨 그림, 노경실 옮김 / 현암사 / 2009년 2월
평점 :
[새로운 성격의 동화 속 인물들과 벌이는 흥미진진한 판타지]
어려서 그림형제라는 책을 보면 재미도 있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섬뜩함이 느껴지곤 했다. 백설공주에서는 공주를 죽이려는 마녀가 그랬고 빨간구두에서는 벌을 받느라 발에서 피가 나도록 춤을 추는 장면에서 그랬다. 나중에 커서야 그림형제의 작품은 순수한 창작물이라기 보다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설화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새롭게 변형된 작품이라는 걸 알았다. 채집한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것이라 그런지 출판사마다 약간씩 다른 결말이나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았나 보다고 짐작하게도 되었다.
처음 그림자매를 읽으면서 그림형제를 떠올리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그림형제의 동화는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속의 인물이 기존의 성격이 아닌 다른 성격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탐욕스러운 마을 경찰관이 된 아기돼지 삼형제, 읍장이 된 차밍왕자, 그림자매에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는 백설공주 속의 거울얼굴, 화이트선생님으로 등장하는 백설공주까지...한번쯤 동화에서 접했던 캐릭터들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성격을 가지고 등장하기에 책을 읽으면서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 역시 재미를 주는 것 같다.
동화속의 인물들이 살고 있는 페리토트랜딩 마을. 그림형제의 오랜 후손격인 그림자매는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동화속의 주인공들과 인간세계의 균형을 위한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있다.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그림자매인 사브리나와 다포네가 마을의 학교에 들어가면서 더 복잡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학교에 간 첫날부터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섬뜩한 붉은손자국이 남아 있다. 마지막에 붉은손자국의 주인공인 빨간망토의 소녀가 등장하는데 이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소녀가 아니어서 다시 한번 당황하게 된다.
일반 판타지 동화와의 차별성을 찾자면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아이들이 동화 속에서 접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에게 새로운 성격이 부여되었기에 기존에 읽었던 동화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읽는 내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가의 상상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성냥팔이 소녀의 마지막 성냥 하나를 켜고 엄마를 발견하지만 뜻하지 않게 나타난 빨간망토소녀와 알 수 없는 괴물로부터 사브리나는 과연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을지.. 정말 다음 편이 너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