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느낌을 선사해 준 책

깔깔깔 웃음이 번지는 노랑 ㅣ 색깔정서그림책 1
신자은 지음, 신민재 그림, 김성자 감수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2월

[색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느낌을 선사해 준 책] 

배를 잡고 숨이 넘어가도록 깔깔 웃고 있는 아이는 무엇이 그리 즐거울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펼친 책장에서 연우는 처음에는 외톨이였다. 모두가 가버린 유치원에서 오늘따라 늦게 오는 엄마를 기다리는 연우는 두려운 생각이 먼저 든다. 때마침 나타난 고양이는 연우보다 더 겁쟁이인 듯하다. 그렇지만 무서움에 떨던 연우와 고양이에게 아주 반가운 색깔이 찾아드는데...바로 그것이 노랑이다. 

이 책은 뜨인돌의 색깔정서 그림책 시리즈 중에 아이들의 두려움을 떨치고 웃음을 주는 노랑색에 관한 이야기이다. 색깔마다 고유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정서는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우리 정서가 기본이 된 것 같다. 이전에 읽은 빨강은 모험을 통해 용기를 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고, 파랑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넓고 푸른 파랑을 마음껏 경험하게 해 주었다. 이번에 만난 노랑은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주는 임무를 띤 색깔인 듯하다. 노랑하면 떠올리는 작고 귀여운 병아리, 비가 올 때 들고다니는 앙증맞은 노란우산과 노란장화, 그리고 봄이면 여기저기 고개를 기웃하고 핀 귀여운 개나리와 민들레..그렇게 노란색은 우리 주변에서 귀엽고 앙증맞은 웃음을 선사해주는 색깔이다.

특히나 이번 책은 아이들이 동화나 그림책을 통해서 익숙하게 보았던 신민재 님의 삽화라서 더더욱 마음에 든다. 눈다래끼를 파는 소녀나 혹은 요란한 아파트에 사는 고양이가 함께 노란 색깔 나라에 놀러 온 듯하다. 

이 시리즈는 한국색채심리치료의 전문가가 색깔에 대한 정서를 들려주는 정보 페이지를 통해서 엄마들도 익히 모르던 색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이 마음에 든다. 색도 그냥 색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어떤 때에 보여주면 더 효과적인지, 혹은 아이가 어떤 색을 자주 쓰면 어떤 느낌인지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색이 주는 정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다음에 이런 책이 나오면 더 반갑게 보게 될 것 같다.

넓은 마음을 갖게 해주는 파랑이야기

사르르 화를 풀어 주는 파랑 ㅣ 색깔정서그림책 3
이은서 지음, 이혜영 그림, 김성자 감수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2월

[넓은 마음을 갖게 해주는 파랑이야기] 

색에 대한 이미지는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문화적 정서적인 차이와도 일정부분 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려서부터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파란색은 서양에서는 상당히 우울한 색으로 자주 표현된다. 우울하고나 무서운 분위기를 내는 파란색..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반대로 푸른 하늘, 푸른 바다를 떠올리면 상당히 넓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색으로 받아들여진다. 

색깔정서 그림책에서도 파란색을 아이들의 꽁하고 닫힌 마음을 풀어주는 , 사르르 화를 풀어주는 파랑으로 표현한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아주 작은 부분에 토라지거나 마음 상해하는 일이 많다. 아이들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자신이 좋고 나쁨을 주위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강하게 드러내지 않나 싶다 물론 어리면 어릴 수록 이런 표현이 더 적극적이다. 책 속의 주인공도 수영장에서 친구가 몽고반점을 가지고 놀리자 속이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 몹시 화가 난다. 그렇지만 어항 속의 작은 물고기 친구와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을 여행하면서 불같이 끓어오르던 화가 사르르 녹아내린다.  

이런 과정을 보여주면서 파랑의 이미지를 아이들에게 화를 풀어주고 마음을 넓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이들은 책에서 배운 작은 한 가지에도 어른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부여를 하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아마도 이 책을 본 아이들이라면 자신이 화날 때마다 이 책을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하던가 혹은 파랑을 떠올리면서 화를 삭히지 않을까 ? ^^ 

책을 읽고 난 후에 주변에서 파랑색을 띠고 있는 물건을 찾는 놀이나 연상게임 같은 것을 해도 재미난 활동이 될 것 같다. 혹은 파랑을 주제로 그림 그리기를 해도 멋진 시간이 되겠다.

모험을 통해 용기로 기억되는 붉은색 이야기

불끈불끈 용기가 솟아나는 빨강 ㅣ 색깔정서그림책 2
배정인 지음, 박지애 그림, 김성자 감수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2월

[모험을 통해 용기로 기억되는 붉은색 이야기] 

색깔정서 그림책 시리즈라는 생소한 문구가 눈에 뜨였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정서를 알아보는 미술치료라든가 미술심리교실 이라는 강좌는 종종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색깔 자체로 아이들의 정서를 다루는 책은 낯설기만 했다.  

빨강..은 아주 정열적인 색으로 인식되고 조금은 안정되지 않은 느낌이 아닐까 했는데, 빨강은 생동감있게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색이라고 한다. 색과 연관되어 정서를 길러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이 시리즈는 특히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적합할 것 같은 책이다. 

유난히 하얀 피부의 병약한 아이가 주인공인 이 이야기는 소녀가 붉은 얼굴을 갖고 싶은 마음에 떠나는 모험이야기이다. 너무 하얗고 병약한 얼굴 대신 붉고 건강한 얼굴을 원하기에 작은 병에 붉은빛을 모아 요정을 찾아 떠난다. 그러나 가는 중에 소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게 된다. 붉게 익지 못한 사과나 토마토, 붉은 색이 없는 장미..착한 소녀는 자신의 병에 담긴 붉은 빛을 조금씩 나눠준다. 그렇지만 정작 요정을 만났을 때 자신을 위해 쓸 붉은 빛은 너무나 부족하다. 그렇지만 요정은 실망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행을 하면서 이곳에 오는 동안 험난함을 헤치고 온 용기만큼 아이 두 볼은 붉은 빛을 띠게 되었다고 말이다. 

색깔정서 그림책으로 나온 세 권의 이야기 중에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용기를 다룬 빨강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험이라는 주제도 좋아하고 줄거리도 마음에 들어서 그런가 보다. 아이들에게 늘 꿈이 되는 모험이야기를 통해서 빨강은 용기를 상징하는 색으로 기억될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의 억압된 동심을 깨우자

알록달록 공화국 2 - 아이들만 사는 세상
알렉상드르 자르뎅 글, 잉그리드 몽시 그림, 정미애 옮김 / 파랑새 / 2009년 1월

[모든 사람들의 억압된 동심을 깨우자]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알록달록공화국의 실질적인 지배자 역할을 하던 아리에게서 다프나로 옮겨진다. 부모를 잊지 못해서 너무나 보고  싶어하는 동생을 위해서 다프나는 길을 떠나게 된다. 어른들이 하나 없는 알록달록 공화국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권위에 저항하면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이들은 거울도 시계도 모두 없애버리고 생활하는데...다프나가 섬을 떠난것은 9살 소녀가 아니라 30살 정도의 성인이 되어서이다.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생각은 어린 시절 9살 소녀 그대로인 다프나. 

다프나가 여행중에 만나게 된 어른들이나 혹은 프랑스에 가서 만나게 된 어른들은 역시 예전 어린시절 자신이 보았던 어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어른들에게 있어서 어린이는 예속물처럼 여겨지고 모든 것은 어른들이 정해놓은 권위와 관습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것을 다프나는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프랑스 도시 한 가운데서 자신의 알록달록공화국에서의 놀이도 재현해 보는데, 이에 동화하는 어른이 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다. 어린이들이 이런 자유로운 자기 표현에 혹한다는 것은 이미 짐작한 일이지만 어른들 가운데 아이들의 이러한 자유로운 놀이에 빠져든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참 흥미로운 사실이다. 

결국 어린이든 어른이든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어린아이처럼 기존 관습에 억매이지 않고 권위에 억압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숨어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알록달록 공화국의 모든 아이들이 섬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을 작품 속에서 작가가 제시하고 싶은 바람인 듯하다.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시적 세상을 바라보던 느낌은 어떤 것이었나? 곰곰히 생각해 보곤 했다. 나도 적지 않은 부분 어른들의 권위에 상당히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 난 어린시절 내가 바라보던 그런 어른이 된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하면서 말이다.  알록달록 공화국에서 제시한 동심은 어린이들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많은 부분은 어른들의 잊혀진 동심을 향해 있는 듯하다. 그렇게 어른들과 아이들의 모든 억압된 동심을 깨우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 덕분에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호응을 받았나 보다.

아이들만 남겨진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알록달록 공화국 1 - 아이들만 사는 세상
알렉상드르 자르뎅 글, 잉그리드 몽시 그림, 정미애 옮김 / 파랑새 / 2009년 1월

[아이들만 남겨진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책제목만 보고는 아이들만 사는 알록달록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생각했다. 그렇지만 막상 책을 읽으면서는 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 아이들만 남겨진 알록달록한 왕국을 경험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가 아닌 아이들만 남겨진 현실의 세계를 들여다 보았다고 할까?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상당수가 어른들의 세계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주인공이자 어른들이 없는 알록달록공화국을 이끄는 아리는 더더욱 그렇다. 아리가 이렇게 비뚤어진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비뚤어진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보여진다. 원치 않는 부끄러운 아이를 낳았다고 해도 자신의 아이를 이렇게 냉대할 수 있는 것인지 책을 보면서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아리의 어머니와 그의 의붓아버지, 그리고 학교에서는 아리 뿐 아니라 모든 학생을 자신의 발아래 무릎꿇리고 사악하게 권위를 휘두르려는 따귀선생이 바로 그렇다. 책의 전반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어른으로 이들은 정말 어른 꼬리표를 단 것이 부끄러울 정도의 인물로 등장한다 . 

피해를 입은 이웃섬을 도와주기 위해 따귀 선생만 남고 모든 섬의 어른들은 배를 타고 떠난다. 그러나 이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고 이제 남겨진 어른의 대표선수 따귀 선생과 아이들의 대표선수 아리의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따귀선생의 교활함에 맞서 당당히 떠나는 아리가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따귀선생을 처단하는 대목에서는 섬뜩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많은 원한이 있다고 해도 권총으로 선생을 쏘고 그의 머리를 축구공으로 사용하는 대목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이렇게 이루어진 아이들의 왕국이 정말 알록달록한 것인지.. 

책속의 아이들은 기존 사회의 모든 틀을 거부한다. 이들이 가장 거부하는 것은 어른들의 권위이다. 그래서 남녀가 서로에게 관심이 가도 가정을 이룬다거나 서로를 구속하는 따위는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설령 알 수 없는 감정(아마도 느끼지는 못하지만 사랑이겠지)에 마음이 아파와도 말이다. 

아이들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맘대로의 세상을 꿈꾸었다면 책을 읽으면서 약간 당황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만 남겨진 알록달록 공화국에서는 옷을 벗어던지고 모두 온몸에 자신의 원하는 색칠을 하고 간섭을 받지 않고 살지만 이들도 성장하고 서로를 워하기도 하고 그리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무리들과 전쟁놀이?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만 남겨진 알록달록 공화국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과연 성장하기를 멈춘 아이들일까? 이들이 이렇게도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아파온다. 그동안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지 못한 미안함과 의무감이 동시에 느껴진다고나 할까? 다음 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좀더 긴장하고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