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평점 :
[인터넷 세대의 우리 아이들, 한번쯤 생각해 보길...]
아이가 커갈수록 청소년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다. 환상을 그려낸 것보다 이 시기 아이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문제를 담아낸 작품을 대하면 정말 남일 같지 않다. 특히 학교내 왕따에 대한 글을 읽을 때면 가슴 한구석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국내 작가의 몇몇 작품을 통해서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이 난다.
[트루먼 스쿨 악풀 사건]..제목만으로도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가는 책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청소년 아동문학가 중의 한명이라는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의 작품이다. 그는 요즘 청소년들의 소통의 장이 된 인터넷 사용과 그 사이에서 익명으로 생길 수 있는 악플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 속에서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두 가지 점에서 관심을 기울여 볼만하다. 한가지는 인터넷에서 행해지는 익명의 악플이 주는 영향과 익명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단순하게 달리는 동조와 반대의 이야기들이 어떤 파장을 몰고올 수 있는가?하는 것과 또 한가지는 아이들 사이에 행해지는 왕따에 대한 부분이다.
트루먼 중학교의 신문사 편집장으로 있던 제이비가 학교 신문에서 다양하게 낼 수 없는 목소리를 자유롭게 담고자 친구인 아무르와 함께 인터넷 상에 [트루먼의 진실]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게 된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던 아이들.그러나 괴상한 글 하나가 들어오면서 아이들은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그것은 이 학교의 퀸카인 릴리를 비방하는 익명의 인물 밀크&허니의 글이다. 퀸카인 릴리도 초등때는 자타가 공인하는 뚱보에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은 물론 릴리가 레즈비언이라는 비방까지 하는데...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검증되지 않은 비방자료에 아이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동조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고 익명이라는 점이 평소에는 쉽게 할 수 없는 말들까지 모조리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로 인해 릴리는 학교에서 왕따가 되고 결국은 집을 뛰쳐나가기 까지 한다. 이제껏 퀸카그룹이었던 아이들 역시 릴리를 따돌리고 심지어는 안티릴리카페까지 개설하며 릴리를 깍아내리기까지 한다. 결국 릴리의 가출과 함께 트루먼의 진실 사이트를 어른들도 알게 경찰까지 동원된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릴리를 다시 찾게 되고 엉뚱한 밀크&허니 대신 진짜 밀크&허니를 찾아가 릴리가 그에게 주었던 마음의 상처까지 사과한다. 그리고 릴리는 제이베에게 제안한다. 폐쇄되었던 트루먼의 진실을 왕따에 대한 토론의 장으로 만들어 보는게 어떠냐고..결과는 해피앤딩이지만 현실에서 이런 결과가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 작품 속에는 요즘 아이들의 생각과 느낌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쉽게 사용하면서 익명으로 이런저런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별 생각없이 댓글을 달면서 무리 속에 합류하는 아이들. 그리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들과 이유없는 왕따만들기에 무언의 동조자가 되는 아이들. 작품의 말미에 그려진 것처럼 아이들 스스로 자정작용을 하면서 성장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성장통이라는 무서운 마마를 거치지 않으면 성숙하기 힘든 것 같다.
내 아이도 익명의 인터넷 세대이기에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익명으로 가할 수 있는 폭력의 심각성을 이해하기 바란다. 아울러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왕따는 내가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모든 문제는 청소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만든 사회 속에서 만들어낸 상황이라는 것도 어른들 역시 간과하지 않기를..책속에 나오는 선생님처럼 "네가 그러니까 문제가 된다"라고 무책임하게 말하는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