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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인간 안나
젬마 말리 지음, 유향란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삶에 대한 열정은 한정된 삶이 주는 축복이지 않을까?]
과거가 좋아? 현재가 좋아?
이런 무식한 질문을 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과거보다 현재가 훨씬 발전하고 좋아진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과거의 불편함 속에서 누리던 자연의 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순간에 말이다.
잉여인간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섬뜩함이 느껴졌다. 잉여라고 하면 뭔가 남아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간이 불필요하게 남아돌 수 있는 상황이라는게 무엇인가?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을 그리는 청소년 소설인가 했더니 생소한 문구가 눈에 뜨인다.
"미래 사회의 인간 생명 윤리와 이기심을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
디스토피아 라는 낯선 장르가 무엇인가 했더니 현재의 문제점을 미래로 확장시켜 부정적이고 암울한 미래 세계를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소설을 말한다고 한다. 미래의 암울함이라니...
사실 내가 꺼리는 영화 중의 하나가 미래의 암울함을 그리는 작품들이다. 미래속의 지구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모든것이 기계화 되었거나 혹은 생명 연장을 위해 또 다른 나를 재배해서 사는 인간들..기계에 지배되는 인간들까지..이런 암울함을 보면서 단순히 상상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싶지만 애완견대신 아이들이 키우는 작은 컴퓨터 기계 속의 애완동물이나 말하고 반응하는 인형, 복제되는 동물들을 보면 정말 멀지 않은 미래에 영화 속의 일들이 가능하겠구나하는 공포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잉여인간 안나 속에서는 인간의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구가 얼마나 잔혹한 세상을 만드는지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픈 섬뜩한 미래가 그려진다.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면 인간을 무엇을 하면서 살까? 사람은 나고 죽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생의 시간들을 소중하게 쓰는게 아닐까? 영원한 생명을 얻은 인간들에게는 생명을 연장하는 그것 자체가 생의 이유이자 목표가 된다. 자신들이 지구상에서 누릴 한정된 혜택 때문에 이들에게는 더 이상의 생명이 필요치 않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그것은 가장 금기되어야 할 사항이고, 죽음이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생명은 잉여인간이 될 뿐이다. 그레인지 수용소에는 잉여인간들이 수용되어 있고 이들은 모두 합법적인 인간들을 위해 헌신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 얼마나 끔찍한지...잉여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을 책 속에서 찾으면서 인간성을 이미 상실된 미래를 바라볼 뿐이다.
인간에게 생명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생명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에 더욱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