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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의 자유 상자 ㅣ 뜨인돌 그림책 6
엘린 레빈 지음, 카디르 넬슨 그림, 김향이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08년 11월
평점 :
[당신이 누리는 자유, 헨리를 통해 다시 한번 느껴보세요]
12월 10일은 세계 인권 선언의 날이라고 한다. 인권..이 땅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소홀히 되고 있는 부분이기에 우리는 일 년 중의 하루를 인권의 날로 정해서 그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하는 걸까? 아니면 너무도 소중하기에 하루를 기념하고자 하는걸까? 솔직히 난 그 둘의 중간에 우리가 서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으로는 인권은 소중한 권리이자 지켜주어야 할 의무이가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순간이 아직까지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이든지 종교적인 차이에서든지 전 세계에서는 원치않는 분쟁의 한 가운데서 신음하는 사람들, 그 가운데 너무도 여린 아이들도 많이 내몰리고 있기에...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갑자기 먹먹해지는 것 같았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는 어린 흑인 소년의 눈빛이 너무도 슬퍼보였기 때문이다. 책을 함께 읽던 4학년 딸도 7살 아들도 제각각 표지 소년에 대한 첫인상을 말하는데 한결같이 슬퍼보이고 지쳐보인다고 한다. 아이들의 눈에도 어린 흑인 소년 헨리의 슬픔이 그대로 느껴지나 보다.
"헨리 브라운은 노예야..."
그렇게 시작되는 첫마디가 바로 헨리를 설명하는 가장 단적인 말이다. 단 한마디지만 너무도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헨리는 노예이기 때문에 안고 살아야 하는 슬픔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이 책에서는 시종일관 헨리의 억압된 생활과 자유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 흑인 노예들은 백인 주인의 물건과 같이 슬픔도 기쁨도 표현해서는 안되고 의지대로 움직여서도 안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도 길가에서 절대 크게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나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나 주인의 뜻대로 가족이 팔려가도 슬픔을 억누르면서 제 자리를 지키면서 일을 해야만 하는 순간은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끼게 한다.
흑인 노예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도 다른 사람에 의해서 가족과 헤어져야 하고 크게 웃지도 못하고 제 손에 황산을 부어 의심을 받지 않으려는 모습 등등이 큰 충격이었다.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헨리가 자유를 찾아 모험을 할 결심을 하고 작은 상자에 몸을 싣고 숨을 죽이면서 자유의 땅을 향하는 과정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책을 보는 내내 아이들 역시 숨을 죽이면서 헨리의 고통을 느끼고 헨리가 상자에 실려 자유를 찾는 순간 기쁨의 환호성을 보냈다. 이야기 자체도 감동적이지만 사실적이고 섬세한 그림은 그 감동을 배로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글쓴이와 그린이 모두 비슷한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아 헨리의 자유상자를 완성하게 되었다는데 이 작품은 또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전달해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은 비단 노예들만이 아니다. 자유를 누리면서도 그 가치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 역시 자유롭지 못한 인생을 사는 건 아닐까? 늘 곁에 있기에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늘 누리고 있는 자유로움 역시 우리에게 너무도 홀대 받는 것 중의 하나이다.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이 작품을 읽으면서 세상의 억압된 모든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가 보장되길 바라는 마음과 더불어 늘 누리고 있는 자유에 무감한 우리들에게 새로운 마음을 들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