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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 수 없는 ㅣ 메타포 11
크리스 린치 지음, 황윤영 옮김 / 메타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사회의 방관이 낳은 섬뜩한 자기 정당화]
메타포 시리즈 첫 권부터 다루는 주제가 너무도 생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올린 서평을 보면서 청소년 소설 가운데서도 다루기 힘든 주제, 때로는 어두울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주제들을 거쳐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책도 빈번?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분명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다루어야 할 주제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나 싶었다.
데이트 강간..정말 낯선 말이다. 영미권에서 아이들 사이에서 종종 일어난다는 데이트 강간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 이제는 앞다투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고 하는데..사실 우리 나라 입장에서는 낯선 주제가 아닌가 생각했다. 순간..어쩌면 이것도 편견은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사실 혼란에 빠졌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화자인 키어 사라피언..고3의 풋볼선수인 키어는 자신의 이야기를 잔잔히 들려준다. 키어가 말해주는 자신은 고분고분하고 순한 모범생인 것 같다. 풋볼 경기 중에 상대방 선수와 부딪혀서 상대 선수를 더 이상 선수생활 못하는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철저하게 자신을 감싸면서 덤덤히 이야기 하는 키어. 그런 키어를 보면서 과연 키어는 정당했는가?라는 의문이 곧장 들게된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상대와의 마찰을 통해서 원치않은 고통을 가하게 되었을 경우 대부분은 미안함과 죄책감이 앞서기 마련이지 이렇게 자신을 정당화 시키는게 먼저는 아니었다.
키어에게 다른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인 '킬러'는 남들의 눈에 비친 키어를 드러내 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여러 아이들 사이에 왕따를 당하는 키어의 모습도 얼핏 스쳐지나간다. 책을 읽을 수록 키어에 대한 초반의 믿음?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이어 마지막에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인 지지를 강간하는 장면에서 정말 경악을 하게 만든다. 이런 순간 키어가 말하는 자신의 정당성은 강간이 아닌 사랑이었다. 흔히 여자가 원했기 때문에라고 얼버무리는 가해자들의 입장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은 대목이다.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사실에 대해서 민감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한 가지는 바로 남성의 언어, 데이트 강간을 한 키어의 목소리로 모든 상황을 전달받는 것이다. 상황에 대해서 제 3자의 입장이 아닌 것이기에 전달받으면서 느끼는 당혹감과 미묘한 자기 정당화에 대해서 여러모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기에 더더욱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읽어보았으면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키어가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한 시선이다. 키어가 무엇을 해도 착한 아들로 감싸는 아버지와 사고?로 상대방 선수를 다치게 한 키어에게 대학 진학이라는 특권을 은근히 준 언론과 학교. 그것은 바로 아이들을 감싸고 있는 사회의 부조리함과 무관심, 방관의 일부를 보여주는 듯했다.
키어가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고 자기 정당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의 방관과 무관심이 더더욱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밀려온다. 방관하던 사회의 주된 구성원인 어른들은 물론 이와 같은 상황 속에 내몰릴 수도 있는 청소년 기의 아이들 모두 한번쯤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볼 문제를 제기해 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