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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우리 지금 사랑일까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
사라 카데포스 지음, 안장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위로와 이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그리고 사랑하는 이들]
청소년 대상의 소설을 읽으면서 늘 드는 생각이 있다. 아동대상의 도서와 성인 대상의 도서 가운데를 위치하고 있는 청소년 대상의 작품은 현실에서처럼 문학에서도 애매한 중간단계의 위치라는 것을..이전의 아동소설이 조금은 포장된 이쁘장하고 밝은 현실을 담고 있다면 청소년 대상의 작품에서는 좀더 내놓고 현실적인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이쁘고 밝기만한 현실이 아닌 어두운 면도 과간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고민하는 아이들..그들이 바로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대도시에 살고 있는 일명 잘 나가는 헤픈 여자로 불리는 이다와 시골 마을에 살면서 엄마의 기대에 부흥하고자 발레를 하면서 동성연애자라는 놀림을 받는 산도르. 너무나도 다를 것같은 두 인물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서로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이들이 만날 수 있는 필연적인 이류는 없는 듯했다. 그렇지만 이들의 공통된 감정이 있어으니 바로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이 부재한다는 사실이다. 사랑해야 할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밀려드는 자괴감과 고독이 이 둘을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만나게 한다.
인터넷을 통해서 서로의 감정에 말을 건네기 시작한 아웃사이더들. 이들을 바라보면서 지금 세대에서 너무도 익숙한 인터넷 문화와 이들의 소통방법을 살며시 기웃거려본다. 현실과는 다른 공간에서 모르는 상대를 향해 그나마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놓는 이 둘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한없이 시려옴을 느낀다. 소설 속에는 지금 우리 정서와는 조금은 맞지 않을 것 같은 청소년들의 섹스와 집단따돌림, 음주, 흡연 등이 등장해서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것을 구지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디에 서 있는 비슷한 시기에 느끼는 고통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공감대라는 것이 있기에 말이다.
너무도 엉성하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이다와 산도르의 첫대면이 있은 후, 이 둘은 진정 사랑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렇지만 분명하게 보여지는 것은 어른이라고 불리는 성인과는 달리 아직 이들에게는 진심을 바라볼 줄 아는 순수한 눈이 있다는 사실이다. 미치도록 창피하더라도 자신을 드러낸 후,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해주는 둘의 모습에서 "그래 다시 사랑이라는 걸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위로를 통해서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두 사람. 이다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인생의 실패자가 되지 않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고 산도르는 엄마때문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다시 발레를 시작하게 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머릿속에서 상상을 통해서 끌어냈다기 보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 중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많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호응을 받았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 스웨덴 청소년들의 호응을 입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 이 작품 ,우리 나라 청소년들에게는 얼마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방황과 공감, 위로, 그리고 타인이 아닌 나의 힘으로 미래를 열기 시작한다는 면에서는 충분히 호응을 얻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