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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의 소방차
찰스 키핑 글.그림, 유혜자 엮음 / 은나팔(현암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찰스 키핑의 어린시절을 담은 또 하나의 작품]
영국의 3대 그림책작가로 손꼽히는 찰스 키핑을 알게 된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그림책 보는 즐거움에 뒤늦게 눈뜬 난 이제는 아이들보다 그림책을 더 많이 끼고 보는 엄마가 되어버렸다. 작가나 작품 하나하나를 알아갈 때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그림책보는 즐거움이 한겹씩 더 생기는 느낌 알 수 있을까?
찰스 키핑의 작품을 대하면서 처음 느낌은 밝고 건강하다는 것보다는 글과 그림 속에 숨을 뜻이 많이 담긴 어려운 작품이라는 거였다.마치 양파의 껍질을 벗기듯 한꺼풀 벗기고 나고 다음에 또 읽으면 다른 의미가 한꺼풀 나오고 나오고...먼저 글을 읽고 그 다음은 숨어있는 그림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가면서 작품의 의미를 더 깊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찰스 키핑 작품의 매력이다.
윌리라는 어린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번 작품은 작가의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한다고 한다. 어려서 과보호 속에서 자란 찰스 키핑은 닫혀진 현실 속에서 더 많은 꿈을 꾸면서 자란 소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윌리가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윌리의 동경을 담고 있다. 어린 소년의 눈에는 우유 배달부 마이크가 최고의 영웅이다. 그리고 윌리가 꿈꾸는 너머 세상에서 윌리는 최고로 멋진 소방관이 되어서 지휘를 하고 있다. 윌리가 낯선 소녀의 손을 잡고 마이크를 찾아가는 과정이나 줄줄이 늘어선 말들을 구경하게 되는 장면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신만의 공간에 있던 윌리에게 나타난 소녀나 윌리가 동경하는 소방차를 타고 있는 현실의 영웅 마이크를 보면서 한 어린 소년의 순수한 동경의 세상을 엿보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역시 처음에는 글 중심으로 읽고 이내 삽화 하나하나의 숨을 뜻을 음미해 보게 만든다. 다시 양파의 껍질을 벗기듯 작품을 재분석한다고나 할까? 윌리와 소녀가 이동하는 길가에 그려진 그림 속에는 윌리의 모습, 혹은 소녀의 모습, 말의 모습 등이 번갈아 나온다. 그 그림의 의미까지 제대로 알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래서 읽어도 늘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책을 읽고 초등학생 딸이 묻는다. 책 속의 소녀는 과연 어디서 나온 누구냐고? 물론 아이에게 즉답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내심 윌리는 홀로 있는 외로운 소년이었을 것이라 짐작이 된다. 상상속의 윌리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함께 길동무가 되어주는 상상 속의 벗이었을 거라고..꿈 속에서 깨어난 윌리의 밝은 얼굴을 보면서 세상을 향해 한 글음 더 내딛을 희망을 엿보게 된다. 윌리의 소방차 현실 속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