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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조각보 ㅣ 미래그림책 15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의 자취가 고스란히 밴 조각보를 따라가며 느끼는 삶의 감동]
폴라코의 작품을 처음 대했을 때 딸아이는 그녀의 따뜻한 감성에 가장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나 역시 따뜻한 감성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폴라코의 작품을 너무도 좋아한다. 그러면서 유태인들의 삶의 모습이 담긴 그녀의 작품에서 약간은 낯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도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너무나도 유명한 폴라코의 [조각보]는 오랫동안 남겨두었던 작품이다. 막연하게 추측하면서 많은 사람들로 부터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조금 더 아껴두었다가 읽고자 했던 작품이다. 역시..책을 보는 순간 폴라코의 이 작품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칭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유태인 가족. 늘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러한 가족은 바로 폴라코 자신의 가족이기도 했다.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러시아 유태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니 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보인 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가 바로 그녀가 경험했던 가족과 주변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미국으로 이민온 안나증조할머니가 늘 머리에 쓰고 다니던 바부슈카와 작아진 낡은 옷, 그리고 낡은 삼촌의 셔츠와 숙모의 앞치마를 이용해서 탄생하는 조각보는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고향에서 사람들이 쓰던 용품을 이용해서 만들었던 조각보는 낯선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는 미국에서 고향의 전통과 의식을 이어가게 하는 용품이었다. 조각보는 안식일 기도의 식탁보도 되고 안나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결혼 약속을 받을 때 풀밭에 깔던 자리도 되고, 결혼식 때 신랑 신부를 감싸주던 천막도 되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감싸개도 되어준다. 그리고 알머니의 손에서 딸에게로 그리고 그 다음 딸에게로..한 가족의 전통과 사랑이 이어져 내려가는 매개체로 보여지는 조각보는 단순한 천조각이 아닌 삶의 자취가 고스란히 밴 감동 그 자체로 표현되어진다. 무채색의 삽화 속에서도 저만의 빛깔로 표현되는 조각보는 이방인으로 미국 땅에서 자리잡으면서도 자기 민족의 맥을 놓치않고 계승하는 유태인들의 삶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요즘, 결혼을 할 때도 아이가 태어날 때도 늘 값진 새로운 선물만을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전통적인 것과 물려받을 수 있는 값진 것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남겨주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