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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일과 놀이사전
윤구병 지음, 이형진 그림 / 보리 / 2008년 3월
평점 :
[철따라 바뀌는 일 년의 모습이 가득]
작년 초였던가?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보리출판사를 방문해서 독자로써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리 출판사에서 지향하는 일과 놀이의 융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었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되 힘든 것이라기 보다는 즐기면서 함께 어울어질 수 있는 일..그리고 놀이...아이들과 함께 일 년의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과 즐길 수 있는 일과 놀이 ,그리고 달 별로 소개되는 다양한 세밀화를 보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뭔가는 의도적으로 가르치거나 주입하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부드러운 터치의 세밀화를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준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제목을 보고 자칫 한 해의 일과 놀이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된 사전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물론 일과 놀이가 소개되기는 하지만 놀이하는 방법이나 유래 등이 담긴 사전이 아니라 전면의 풍경으로 담기는 그림, 혹은 노래와 함께 하는 놀이와 일이 소개된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이 책에서 소개된 일과 놀이에 대해서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소개된 글이 실린다. 또 한가지 달별로 소개되는 세밀화가 또한 일품이다. 나무, 바닷물고기,살림살이, 농기구, 탈, 민물고기, 곤충, 갯벌동물, 악기, 버섯, 산짐승과 들짐승, 새..12달 동안 풍경과 놀이를 구경하면서 주제별로 소개된 세밀화를 감상하고 또한 색인으로 찾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색인을 통해서 세밀화를 다시 찾으면서 이것 또한 놀이로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에 나온 놀이를 보면 지금 아이들은 별로 하지 않는 놀이가 많다. 지금이야 놀잇감도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져서 보통 보드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에 익숙해진게 사실이다. 실상 놀고 싶어서 놀이터에 가도 아이들이 없어서 약속을 정하지 않으면 한데 어울려 놀기도 힘들다. 우리 아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런 책을 보면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어려서 느꼈던 그 즐거움을 우리 아이들도 이런 책 속에서 한 번이라도 더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멋진 보리의 일과 놀이도감..어린 아이들일수록 더 많이 봤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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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즐겁고 서정적으로 한 해의 놀이와 일이 담긴 책을 보고 산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하는데...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대신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놀이를 한 가지씩 골랐는데 딸은 공기놀이, 아들은 구슬치기를 선택해서 해보았다.
공기놀이를 하기 위해서 아이들 둘이서 사진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 공깃돌을 주워왔다. 처음에는 돌을 쉽게 찾을 것 같았었는데 실제로는 알맞은 돌을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돌을 잔뜩 주워서 만보공기를 하자는 처음의 계획은 하는 수 없이 5알로 하는 공기놀이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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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손에 딱 맞는 5개의 공깃돌>
작년에 한동안 공기놀이에 빠져서 연습을 한 덕분인지 작은 돌로 하는 공기도 제법 잘 한다. 왼손으로 어쩜 그렇게 잘 하는지..오른손잡이인 난 늘 왼손으로 뭐든지 척척 해내는 딸아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도 작은 손이라서 그런지 꺾기를 할 때는 5알 중에 꼭 3알 정도만 올라가서 속상하다는 딸아이..
에게~ 이번에는 두 알만 올라갔네..옆에서 지켜보던 아들 녀석이 한 마디 거든다. 공기놀이는 못한다고 뒷전으로 물러나 있었던 녀석이 ^^
꺾기를 하다가 떨어뜨려서 아까워하던 딸아이..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고 계속 꺾기 연습을 하더니 드디어~ 손에 다섯 알을 올리고 받아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은 자기도 한 번 꺾기는 해본다고 하더니~~내가 잊을만큼 오랫동안 연습을 하더니 드디어 손등에 돌멩이 한 알을 올려놓고 호들갑을 떨어댄다. ㅎㅎ
자~ 이번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구슬치기를 하기 위해서 자리를 마련했다. 모든 것을 물리고 집에 있는 구슬을 모두 모았는데~~출처는 아들이 아닌 딸의 보물지갑에서 나왔다는 사실.
가운데 구슬을 모아놓고 한개씩 구슬을 가진 후에 구슬치기를 해서 건드린 만큼 자기 것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누가 이길까? 신중하게 많이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두 아이^^누나 한 번, 나 한 번~
자~~과연 누가 구슬을 많이 땄을까 세어보니 이렇게 표정이 달라진다.
무엇을 하든 이기는 사람 표정에 웃음이 더 묻어나는가 보다. 그대도 같이 놀았던 시간이 좋아서 그만~~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할 정도로 구슬치기를 했다. 그리고 나서도 아쉬워서 아들녀석을 구슬을 가지고 이런 저런 모양을 만들어서 한동안 계속 놀았다.
<이건 구슬로 만든 병아리>
<구슬로 만든 엄마 얼굴>
그리고 마무리는 구슬과 연필을 이용해서 자기 이름으로 .. 아이들은 뭐든 있으면 놀잇감이 되는 것 같다. 음~ 가을 냄새가 풍겨오는게 아무래도 나중에는 집안이 아니라 집밖의 자연 속에서 실컷 놀도록 한번 산으로 나들이를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