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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생태도감 - 자연 속 보물찾기
모리구치 미쓰루 글.그림, 김해창.박중록 옮김 / 사계절 / 2008년 6월
평점 :
[보는 것만으로도 사계절을 다 찾은 느낌]
아이들은 작고 소소한 것들을 모아서 자신만의 보물상자를 만들곤 하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작고 이쁜 메모지와 악세사리, 조약돌 등등 이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아서 작은 상자에 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보물상자를 닮은 도감 한 편을 만났다고 하면 너무 극찬이 되려나?^^
평소 아이와 나무나 꽃, 곤충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틈만 나면 산이든 공원이든 가길 즐기지만 늘 시간이 문제다. 그리고 도시에서 자란 탓에 나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늦게나마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접하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기는 하다. 분명 본 것 같은데 뒤돌면 아리송해지고...그래서 늘 도감을 끼고 살피곤 한다. 역시 공원에 갈 때 늘 지참하고 말이다.
이 책은 실사가 아닌 그림으로 그려진 도감이다. 그리고 잡다한 설명을 제외하고 그림만으로 각 계절별로 살필 수 있는 꽃, 곤충, 나무 등이 담긴다. 그런데 찬찬히 살피면 단순히 찾기 위해서만 사용되는 도감이 아니가 뭔가 소중한 자연물을 차곡차곡 담아놓은 느낌이 든다. 길가나 논밭에서 만나는 모든 걸 다 담고 싶어했다.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 한장, 벌레가 알을 낳은 알집, 벌레가 갉아먹다 남은 잎들의 수많은 모양새까지..
그러니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연의 소소한 모든 소리가 다 들리는듯하다. 벌레라는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그 종류와 수가 너무 많은 곤충들이 여러가지 나무에 붙어 잎을 갉아대고 그 가운에 한잎한잎 자신의 알을 낳어서 정성스레 싸고 있는 모습, 하나하나가 낱개의 꽃인 민들레가 바람결을 따라 하늘로 날아가고,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찢겨 떨어진 곤충들의 날개며, 다람쥐가 먹다 버린 호두, 짐승의 똥과 눈위의 발자국과 주인 떠난 둥지까지..
이 모든게 담긴 도감이라면...자연의 소소한 흔적들을 모두 담아놓은 보물상자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아이와 "와~"라는 작은 탄성을 지르면서 본 책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의 똥이나 찢겨진 날개와 발자국까지 담아낸 것에 신기함을 느끼면서 이제는 좀더 자연 속에서 좀더 작은 것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게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심심할 때마다 책장을 넘기면 어느새 사계절을 다 만난 느낌이 드는 도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