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엄마 이야기 사계절 그림책
신혜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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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내 엄마, 자꾸 불러보고 싶어지네]

이 책에서는 참으로 많은 엄마가 등장한다. 가만 살피면 흔히 볼 수 없는 엄마와 할머니, 증조할머니까지 등장하니 말이다. 책표지에서 너무도 편하게 큰 대자로 자고 있는 이 집 식구들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어린 소녀는 손녀답게 이불을 재치고 할머니를 베개삼아 자고 있고 엄마는 할머니의 가슴을 만지면서 흐뭇하게 자고 있다. 어디서 이런 광경을 볼까? 이렇게 많은 할머니들 사이에서 자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런지 오히려 더더욱  정겹고 흐뭇하게 느껴지는 그림이다.

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이사 온 듯한 엄마는 인절미가 먹고 싶어서 텃밭에 콩을 심기로 한다. 일이 익숙하지 않은 엄마는 콩을 심으면서 김을 매면서 콩꼬투리를 까면서 힘들고 어려우면 "엄마~"를 연신 불러대는데 마치 슈퍼맨처럼 엄마는 딸이 불러대면 어딘가에서 나타나서 딸의 일을 돕는다 .엄마의 엄마와 그 엄마까지 ..이렇게 세 엄마가 모여서 콩을 추수하기까지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엄마의 등장은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책을 보면서 짠~하고 등장하는 엄마들의 모습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어디서든 딸자식의 힘든 숨소리는 십리밖에서도 알아듣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어머니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콩을 심고 거둬들여 메주까지 만드는 과정을 정겨운 시골 풍경과 깔끔하고 산뜻한 삽화와 함께 만날 수도 있지만 그 속에 녹아난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책이다. 은연 중에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을 당연히 받던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결국 맨 마지막 장면의 삽화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 챌 수 있다. 세엄마가 함께 달아놓은 메주에 메달린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손자들...작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들과 함께 모여사는 외롭지 않은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는가 보다. 작가의 의도를 조금 늦게 알아챈다고 해도 자식 사랑을 아끼지 않는 내 엄마의 이름을 자꾸자꾸 불러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건 누구나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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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로지는 사계절 저학년문고 41
임정자 지음, 박세연 그림 / 사계절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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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는게 의미있는 걸까?]

제목이 참 사람의 마음을 끈다.. 어느 날, 오로지는...이라니 어느 날이라는 문구에 갑자기 일어날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오로지라는 이상한 이름 속에 담긴 맹목적인 느낌때문에 더 그랬나 보다. 사계절 저학년 문고는 워낙 우리집 아이가 좋아하는 시리즈라서 이번 책도 여지없이 아이의 손에 쉽게 들린 책이다.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아서 살펴보니 작년 무렵 큰 아이가 내도록 작은 아이에게 읽어주던 [내동생 싸게 팔아요]의 작가였다. 그 그림책을 생각하면서 이 책도 기발하고 명쾌한 작가의 상상력이 녹아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림책과는 달리 상당히 무게감이 실린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뭘까? "빨리 빨리...시간 없어.."그렇게 현대인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쫓기면서 일상을 보낸다. 그 빠른 템포는 여유있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여유조차 주지 못하는 원인이 되는데 바로 그 빠른 템포 속에서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오로지라는 아이를 통해서 어느날 문득 자원도시로 사라져 가는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책에서는 독특한 설정이 이루어진다. 모든 사람의 유토피아처럼 여겨지는 자원도시와 자원도시로 향한 사람들이 인간미를 상실하고 통제를 받으면서 기계적인 삶을 살아가고 오로지 물질적인 성공을 위해 매진하는 모습은 마치 미래 사회를 암울하게 다루는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버들 어머니를 통해서 오로지가 개발한 아주힘센물이 자원도시의 인간미를 상실한 사람들의 몸을 부풀게 하고 마침내는 그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새롭게 시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정이 조금은 억지스러움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분명 독특한 설정들이 상상력을 자극하는데는 한 몫 할 것 같다.

분명한 것을 책장을 덮고 나면 시간을 쪼개서 많은 일을 한다고 잘 사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말 시간을 잘 활용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의 삶을 윤택한 시간으로 채우는가를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는 사실. 그래서 이 책은 결코 가볍게 책장을 덮고 끝나지만은 않을 책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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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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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세계 속으로 파고드는 별난 사람이 부럽더라]

신세대 느낌이 팍팍 풍기는 표지 디자인을 보면서 내 나이에 읽어도 되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오는 신세대 소설의 가볍고도 경쾌하면서 유쾌한 언어들에 화들짝 놀라면서 나 역시 자꾸만 나이를 거꾸로 먹고싶은 생각이 꾸물꾸물 피어오르는 시점이기에 그렇다. 도쿄라는 가까운 나라는 우리나라에서 가깝지만 변화하는 속도는 무척 빠르다고 알고 있다. 그 빠른 변화 속에서 자라난 세대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기에 당기는 유혹..역시 책 속으로 첨부덩 빠지고야 말았다.

필자인자 주인공인 묘한 화법으로 쓰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 다카노 히데유키는 지루함과 획일화 되는 것을 거부하는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일명 엔터테인먼트 논픽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글쓰기를 즐긴다니 말이다.

다카노는 참으로 별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오지까지 헤매면서 이 세상에 숨어있는 모든 요상한 동물(일명 괴물)을 다 만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는 수수께끼의 괴물을 찾아 아프리카의 밀림이든 어디든 달려가는 사람이다. 책속에서도 그런 저자의 모습은 쉽게 포착된다. 수수께끼 괴물 찾으러 가기 위해서 필요한 언어를 습득하는 성실함에 웃음이 절로 나기도 한다. 일본의 무도에 빠진 프랑스인 여인으로부터 프랑스어를 배우는 과정은 참으로 눈물겹다. 가르치기에 성의 없는 선생대신 열을 올리면서 시간당 비용을 빼내고자 하는 학생의 눈물어린 노력에 키득키득 웃음이 절로 난다.

사실 이 작품은 필자의 눈에 비친 일본에 온 이방인 친구들을 담는다고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역할을  바꾸어야 할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많은 무리 속의 소수는 관찰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소수가 바라보는 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인상이 더욱더 강렬할 지도 모른다. 저자가 도쿄의 별난 친구들이라고 소개하는 여덟명의 친구는 어찌보면 이들을 통해 작가의 모습이 역으로 투영된 듯도 하다.별난 사람의 눈에는 별난 사람들의 삶이 순간포착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책을 읽고나면 표지를 다시 한번 살피게 된다. 왜냐? 바로 저자가 도쿄에서 만났던 8명의 친구들이 별나게도 표지 위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도 자유스럽게 너무도 익살스럽게 ..그렇게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러니 어찌 이런 책을 읽고 거꾸로 나이 먹고 싶은 생각이 안들겠는가? 나도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별난 친구들 나 역시 부럽다. 나도 별나게 살고 싶은 열정의 순간들이 있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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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뭉치 사계절 중학년문고 10
김양미 지음, 정문주 그림 / 사계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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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게워내야  할 성장의 털뭉치]

화사한 빛깔의 표지 속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커다란 털뭉치를 품고 있다. 얼마전에 아이들의 과학책에서 읽은 것때문에 알게 된 고양이 뱃속의 털뭉치에 대한 정보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양이는 깨끗하기로 유명한 동물이다. 늘 자신의 손과 발을 혀로 핥으면서 꽃단장을 하는데 그때 고양이의 혀에 붙은 털이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모여서 털뭉치가 되어 나온다고 한다. 고양이를 키워본 경험도 없으니 이런 이야기는 정말 신기하기만 했다. 고양이가 털뭉치를 입으로 게워낼 때는 나름 고통도 따르지 않을까 라는 추측을 하면서 이 책에도 역시 아이들만의 고통이 담겨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책 속에 담긴 네 편의 이야기는 나름대로의 아픔과 성장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멸치>라는 작품속의 아이들은 권위적이고 공부하기를 강요하는 아버지 때문에 늘 가슴을 펴지 못하고 사는 남매가 등장한다. 아버지가 반대하는 과자 대신에 늘 멸치만 간식 삼아서 먹던 아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장에서 멸치를 한움큼 집는 장면에서 휑하니 비어있는 아이의 허전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숨겨놓은 시험지와 훔친 멸치 덕분에 아버지에게 구타당하는 장면은 가정 내에서 '자신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쉽게 행해지는 폭력의 일면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위해주는 남매의 푸근함이 이 작품은 가슴에 품게 되는 한 이유인 것 같다.

책을 읽은 4학년 딸아이는 고양이를 통해 마음을 나눈 <털뭉치>가 가장 마음에 든단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중요하게 놓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친구이다. 이름이 같은 두 지후가 서로 통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고양이 연두를 통해서 마음을 나누는 장면이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깊숙하게 전해지는가 보다.

<애벌레와 실체현미경>이라는 작품에서는 우리가 너무도 쉽게 저지를 수 있는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오류를 경험하게 된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에게 무조건적인 배려가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담이 되거나 되려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선생님의 무조건적인 배려가 다른 아이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장면은 책을 읽는 아이들로 하여금 장애를 가진 친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의 태도를 주목하면서 어른들이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아랫층 할아버지>는 6살 어린 소녀가 접하는 어둡지 않은 죽음에 대해서 나온다. 어느날 보이지 않는 아랫층 할아버지에 대해서 어른들은 할머니에게 묻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아이는 궁금하다. 왜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는지...아이의 물음에 슬퍼하기보다는 남겨진 할아버지의 자취를 함께 다라가면서 추억을 더듬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우린 우울하고 슬픈 죽음보다는 이후에 남겨진 추억을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배움을 얻게 된다.

네 편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아이들이 조금씩 세상을 접하면서 성장하고 때로는 아파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 것 같다. 표제를 구지 털뭉치로 정한 것은 왜일까? 아마도 작가는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성장하면서 마음에 담고 있었던 털뭉치를 때때로 게워내야 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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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미래그림책 25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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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반전을 선사하는 무화과 한 알]

아이들 그림책을 읽으면서 어른 책 못지않은 재미와 감동을 받을 때가 많다. 이 작품 역시 예외는 아니다. 평범하고 조금은 까칠해 보이는 남자가 무화과 하나를 조심스럽게 먹으려고 하는 장면은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 표지이다.  표지만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는 힘들지만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너나 없이 평가가 좋기에 뒤늦게나마 나 역시 무화과를 한 입 먹게 되었다^^

사람들이 사는 평범한 일상..사회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누리면서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가족의 행복이 일순위일거라고 나름대로 단정을 지으면서 그래도 차순위로 따라오는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부에 대한 욕심일 거라고 추측해 본다. 열심히? 그래 나름 열심히 사는 치과의사인 주인공 앞에 어느날 이를 치료해 달라고 하는 할머니..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대하는 치과의사에게 할머니는 감사의 표시로 무화과 두 알을 내민다.

"이 무화과는 꿈을 이루게 해주는 특별한 무화과랍니다."

누가 이런 말을 믿겠는가?  나름 열심히 냉정하게 자기일만 하면서 사는 평범한 치과의사는 더더욱 그런 터무니 없는 말에는 귀기울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행운이나 기회는 예고하지 않고 불현듯 찾아오는 때가 더 많다. 간밤에 출출한 배를 채우려고 무화과 한 알을 먹고 잠든 치과의사는 다음 날 간밤에 꾼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을 알고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그가 몇날 며칠 무화과를 먹기 전에 간절히 마음속으로 주문을 건 것은 바로 최고의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꼭 부자가 되는 꿈을 꾸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간절히 노력한 치과의사가 마지막으로 정갈한 마음으로 꽃단장을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무화과 한 알을 먹으려고 하는데 바로 그 순간 이 무화과를 날름 먹어치우는 인물이 있으니....바로 이 책의 묘미는 책장을 덮기 바로 전의 이 순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의미심장한 반전과 결말을 통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외모로 인한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부를 이루고자 하는 허망함, 그리고 역지사지로 남의 입장이 되어볼 최고의 기회를 주는 결말을 찾고자 한 다면 모두 접시를 준비하고 이 마법의 무화과를 한 알씩 받을 준비를 하시길...정말 유쾌한 반전을 선사할 테니 먹고도 후회는 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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