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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은 엉망진창! ㅣ 미래그림책 85
마티아스 조트케 글, 슈테펜 부츠 그림, 김라합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제대로 된 대화 속에서 배우는 질서와 무질서의 세계]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보고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어지러운 아이 방을 정리정돈하도록 일러주는 여타의 그림책과 동일선상에서 보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이게 아니구나 싶었다. 사실 어지러운 방의 주인인 아기곰과 방을 치우도록 유도하는 아빠곰의 대화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단순히 방정리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질서와 무질서의 조화로움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방 치우기를 바라는 아버지가 시작하는 말은 별반 부모들이 하는 말과 다르지 않지만 아기곰이 반박하는 첫마디가 기발하다.
"아빠는 언제나 모든 걸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하시지만, 그럼 세상이 얼마나 심심하겠어요. 옛날 공룡들이 살던 숲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와~ 아기곰의 이 말에 나 역시 놀라게 된다. 대부분 어른들이 말하면 아이들은 네~라는 모드로 가거나 혹은 싫다고 하면 어른이 꾸중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곰은 정리된 세상의 심심함을 들고 나선다. 아기곰의 이 말에 놀라면서 책장을 넘기고나면 다음 페이지에서 보여주는 정리정돈된 공룡세계의 그림에 다시 한번 화들짝. 어린 아기곰의 말처럼 정리되기만 한 세상은 정말 심심하기 그지없겠다 싶다. 아빠와의 대화에서 아기곰이 예로 드는 정리된 공룡세상,도 그렇지만 정리된 밤하늘의 별은 정말 압권이다. 아이다운 발상에 듣던 곰아빠는 물론 책을 읽어주는 어른들도 한바탕 웃게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아이의 반론에 맞서 아빠곰은 정리되지 않은 무질서의 예를 든다. 정리정돈 되지 않고 뒤죽박죽인 슈퍼마켓에서는 물건을 찾을 수 없고 뒤죽박죽된 책에서는 글도 그림도 제대로 읽을 수 없을거라고 말이다.
자~ 그렇다면 이 둘의 합일점은 바로 질서와 무질서의 세상을 모두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것은 무질서한 것이 아름답고 또 어떤 것은 질서를 잡아야 생활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의 대화를 통해서 합일점을 찾고 함께 방을 치우고 그 안에서 또 실컷 어지르면서 한바탕 놀게 된다. 세상은? 절반은 질서로 나머지 절반을 무질서로 채워졌기에 정말 살만한가 보다.
책을 통해서 아이와 질서와 무질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상반된 듯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아버지와 어린 곰의 대화 속에서 대화의 기술도 함께 배우게 되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