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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뚝! ㅣ 징검다리 동화 4
헤르만 슐츠 글.그림, 이미화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억압이 아닌 자유로운 질서라면 최상이겠지]
자유와 질서는 참 묘한 대립을 이루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말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인정하지는 않지만 주입식 학습교육에 익숙한 우리 나라에서는 질서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 질서라는 것이 자발적이라기 보다는 교육과 강요에 의한 피동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조금 쑥스럽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세상이 변하고 교육이 변하면서 요즘 아이들은 강요나 주입식 교육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자발적인 학습을 받는 성향이 점차 강해지면서 우리 부모 세대가 누렸던 질서나 자율, 자유 등과는 점차 성격이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 보면 이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강요된 질서의 모순을 단번에 지적하고 적절점을 찾아 낼 지도 모르겠다.
논리성을 따지기로 유명한 독일의 작품이라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이들에게 질서와 자유는 어느 선에서 맞닿고 있을까 궁금해지면서 말이다. 이 작품이 많은 관심을 끌고 호평을 받은 걸보니 자율성이 많이 보장되었다고 하는 나라에서도 개인이 누리는 자유와 전체를 위한 질서 사이에서는 늘 고민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책표지는 눈에 들지 않았다. 노란 표지에 선이 분명하지 않은 그림을 대충 보고 책을 읽었는데 오히려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를 보면서 키득거리게 된다. 경찰관 모자를 쓰고 수첩에 뭔가 위반사항을 열심히 적고 있는 듯한 모습의 롤란트와 이를 엿보고 있는 레오니.. 마치 롤란트는 수첩에 열심히 적으면서 "재미 뚝, 내 말을 따라서 질서를 지켜"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름 방학을 맞아 할머니의 농장을 찾은 손녀 레오니는 전과 다른 농장의 분위기를 느낀다. 너무나도 밋밋하게 질서 정연한 모습..이 이면에는 바로 개 롤란트가 있음을 안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면서도 롤란트는 등장하지 않는다. 레오니가 늑대 빌리와 여우 프레디, 이쁜 개 아시아를 통해서 탐문수사하는 과정이 나와서 오히려 탐정 소설 같은 흥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질서정연한 농장의 모습에서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려볼 수 있다 .만족?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어쩌면 손이 덜가기를 원하는 기성세대 라는 느낌이 들고 불만족 스러운 대상은 질서?라는 이름 아래 강요를 당하는 동물들과 자유로운 모습을 기대하는 어린이들인 것 같다.
아마도 이 둘의 묘한 대비를 통해서 작가는 질서와 자유의 공존과 해결, 대립을 말하고자 한 건 아닐까? 나라면? 오호~나 역시 어느새 질서를 원하는 기성세대에 줄을 선 것 같기는 하지만 머리는 아직까지 잠들지 않았다. 조금 힘들더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강요와 억압으로 이루어지는 질서가 얼마나 무의미하고 지속성이 없는지 알기에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에서는 좀더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이 자유를 누리면서 전체를 위한 질서의 중요성도 알게되길 바란다.질서는 강요와 억압이 아닌 자유에서 최상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