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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눈물 ㅣ 파랑새 청소년문학 5
안 로르 봉두 지음, 이주영 옮김 / 파랑새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을 향한 단정은 가능한가?질문을 던지는 책]
"넌 세상을 살만한 가치 없는 인간이야."라고 단적으로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속속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 가운데 간혹 우린 어떤 사람의 생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가치없는 삶이라는 한 마디로 말이다...인간의 가치를 인간이 과연 가늠할 수 있을까?의 한 물음을 던지는 책 한권이 있다.
[살인자의 눈물]이라는 이 작품에서는 함께 살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내의 동거가 시작된다.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고 숨어살기위해서 외딴 오두막집을 찾아든 안젤. 그는 파올로의 부모를 죽이나 어린 파올로는 차마 죽이지 못한다. 난 아직까지 한번도 어린 아이는 죽인 적이 없다는 그 한가지 이유 만으로 말이다. 살인마?에게는 어쩜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이유로는 참으로 적절하지 못한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한 마디에서 어딘지 모르게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어쩌면 순진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재의 그는 분명 차가운 살인마이지만 그의 과거를 되짚어 보면 우린 처음의 그의 본모습을 찾을 수도 있다는 희망같은 것을 느끼게도 된다.
부모를 죽인 안젤과 어린 파올로의 동거..파올로는 나이를 묻는 안젤에게 자신의 생일도 나이도 모른다고 한다. 어쩜 파올로도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잡초처럼 성장한 아이인지도 모른다. 그리곤 안젤을 만난 첫날 자신이 태어난 날이라고 말하는 파올로..소년은 그렇게 새로운 세상에서의 삶을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의 동거 속에 등장하는 또 한 인물이 있으니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루이스였다. 이들 셋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되고 어느 순간 장터를 가면서 세상에서 그들은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결국 루이스는 두려움어 떨면서 도피했던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안젤은 쫓기는 살인자의 딱지를 재확인하고 다시 파올로와의 오두막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파올로는 루이스를 통해 잠시 나간 세상을 통해 자신이 사는 곳 외의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조금씩 인지하게 된다.
이들이 세상을 도피하고 알아가는 과정만큼 은폐된 오두막에서의 생활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오두막은 세상을 등진 몇 안되는 사람들끼리 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람냄새를 맡아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차가운 심성의 안젤이 성장하는 파올로를 보면서 그를 자신의 아들인냥 애정을 느끼면서 키우게 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안젤이 흘리는 눈물은 변화의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여길 사람이 생겼음을, 등지고 싶고 비난하고만 싶었던 삶 속에서 가치있게 살 수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음을 알았을 때, 안젤에게는 과거에 대한 회한의 눈물과 희망을 품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사랑하는 파올로에 대한 걱정과 사랑을 눈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경찰에 잡혀간 안젤. 파올로는 그를 찾아간다. 자신의 친부모를 죽인 원수가 아닌 살아온 세월 속에서 자신에 대한 애정을 분명 알 수 있었기에 그를 자신의 아버지인냥 찾아가는 파올로. 서로는 그 외딴 오두막에서 만났을 때 서로가 태어난 첫 날임을 확인한다. 그들에게는 과거의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만난 첫 날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첫 날..
이런 과정을 겪고 성장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파올로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많은 결핍 속에서 우린 끊임없이 그 결핍을 채울 사랑을 갈구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이미 주어진 조건 속에서가 아니라 살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우리가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부딪히고 얽히는 과정 속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를 거듭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해를 싹트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이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원수에서 마지막에는 자신의 삶을 채워준 소중한 사람으로 안젤이 파올로의 가슴 속에 남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