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풍속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시작]
그림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이주헌님의 책을 통해서였다. 미술을 딱딱한 사조 중심으로 이야기 하는 대신 마치 수필을 읽는듯한 느낌으로 가볍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주헌님 글의 특징인 듯 하다. 특히 다섯수레의 주제별 그림읽기 시리즈는 장르별 그림을 한 권씩 소개하면서 그림에 초보자들이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도록 주제별로 그림을 소개해 주고 있다.
이미 풍경화, 인물화, 역사화 세 시리즈를 내 놓았고 이번에는 풍속화를 다루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시리즈는 장르별로 책이 소개되는데 이번 풍속화의 경우는 장르라는 개념을 새롭게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처음에 풍속화라고 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 나라 화가인 김홍도의 그림들이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고 있는 것이 풍속화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서양미술사에서 장르별 구분에는 풍속화에 대한 정의는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역사화,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식의 장르 구분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그림들을 따로 부르는 말이 풍속화라고 한다. 즉 우리나라의 풍속화와는 조금 다르게 범위가 좀더 광범위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풍속화로 소개된 주제별 그림을 살피니 참으로 다양하다. 풍자와 해학이 담긴 풍속화를 비롯하여 문화활동이나 여가를 다룬 그림, 어린이와 여성이 주가 되는 그림, 농촌과 도시의 이미지를 담은 그림, 사랑의 아픔과 환희를 다룬 그림, 동물이 등장하는 그림 등..이 모든 풍속화를 자세히 살피면 우리 나라 풍속화에 담긴 해학과 풍자는 기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민이든 귀족이든 그들의 삶을 다룬려는 모습도 비슷하게 보인다.
가장 첫 그림으로 등장하는 브뢰겔의 [둥지도둑]에 담긴 해학과 르누와르의 조금은 사치스러운 느낌의 [선상파티], 생계를 위해 말대신 마치를 끄는 러시아 어린이의 눈물겨운 삶을 표현한 페로프의 [트로이카],농촌의 삶을 표현한 밀레의 [이삭줍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입맞춤이라 극찬을 받는 클림트의 [키스], 인간에 의해 도살되는 동물의 권리를 말하고 싶어하는 듯하 레인의 [도살된 소]등의 그림이 모두 풍속화에 속한다 .어찌보면 연관성이 전혀 없는 듯한 이 그림들이 풍속화라는 범주에서 함께 이야기 될 수 있는 것은 서양 풍속화의 장르 개념을 새롭게 받아들이게 한다.
이주헌님의 차분한 이야기 흐름 속에 소개되는 주제별 그림을 맛보면서 서양 풍속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작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