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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무 ㅣ 양철북 청소년문학 13
카롤린 필립스 지음, 전은경 옮김 / 양철북 / 2008년 5월
평점 :
[마음 속에 커다란 눈물나무를 키운 사람들]
아이에게 이민자들의 차별받는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읽어 준 적이 있었다. 내란이 있는 자국에서 목숨을 건 탈출을 통해 독일에 정착한 이민자 친구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민자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지만 작은 아이들 눈에도 차별받는 모습은 고스란히 담기는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아이는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같이 행복하게 살면 되지 왜 자꾸 쫓아내?"
정말 우리는 왜 이민자들에 대해서 그렇게 너그럽지 못한걸까? 아이의 물음에 뭐라 할 말을 잊었다. 나 역시 그 부분에 있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눈물나무]라는 제목만으로도 미국의 국경을 넘어가는 소년의 이야기 속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감춰져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단지 이들이 국경을 넘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서이다. 단지 살기 위해서..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걸고 미국 국경을 넘는 이들에게는 국경을 넘기 전까지 수많은 위함한 순간이 도사라고 있다. 코요테라는 사막의 길잡이에게 많은 돈을 내주고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는 사막의 강도들로부터 이미 미국 국경에 다다르기 전에 이미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령 이들이 국경을 넘는다 해도 언제 불법체류자의 신분이 발각될지 모르기에 늘 숨어있고 순간의 위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늘 긴장하고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 한다. 그래도 이들은 국경을 넘는다. 왜? 단지 가족들과 먹고 살기 위해서...
이미 미국 국경을 넘었을 아버지와 형 에밀리오, 그리고 어머니의 뒤를 이어 루카 역시 미국 국경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사막의 길잡이가 코요테가 된 형 에밀리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곤 형 때문에 아버지가 사막의 강도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아버지의 유골을 가방에 넣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미국의 어머니를 찾아간 루카..루카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도 코요테가 된 형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었다. 어린 소년의 가슴에는 이미 미국국경을 넘으면서 자신의 키보다 더 크게 자란 눈물나무 한 그루를 키우게 된 것이다.
루카가 국경을 넘는 과정도 긴박하지만 미국에 도착한 멕시코인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숨죽이면서 생활하는 과정이 더 심장을 조여온다. 타국민이나 혹은 인종에 대해 유난히 차별이 심한 사람들이 있다. 차별적인 발언을 하지 않더라도 이들에 대해서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구지 이 책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미 차별받고 소외되는 소수민족이나 불법체류자들의 삶은 곳곳에서 대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사회에서 약자들은 늘 그런 위축된 상태로 생활하기 쉽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불법체류자나 이민자들이 차별받을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시위를 한다. 이 시위를 통해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희망만을 이야기 할 수 없다. 불법체류자인 친척을 숨긴 것이 늘상 불안하고 못마땅했더 사촌에 의해서 루카의 엄마는 물론 루카의 가족을 숨겼던 사촌의 이모 역시 잡혀가게 된다. 이들의 비극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인냥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현실이었던 것이다. 지금 누리는 삶에 대한 불안감이 이런 비극을 낳았는지도 모른다. 결국 루카는 스스로 미국의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향한다.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 우리 나라에도 적잖이 볼 수 있는 외국 노동자들. 이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과연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자국민이 거부하는 힘든 일에는 이미 저임금의 고노동으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 역시 가족들과 살기 위해서 홀홀단신 돈을 벌기 위해서 넘어온 사람이 적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삶에 대해서 무관한듯 조금은 우위에서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우리 역시 갖고 있지는 않을까?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슴 속에는 루카가 키운 것보다 훨씬 큰 눈물나무가 자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