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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첫 십년의 한국 - 우리시대 희망을 찾는 7인의 발언록 ㅣ 철수와영희 강연집 모음 2
리영희 외 지음, 박상환 엮음 / 철수와영희 / 2010년 12월
평점 :
[21세기, 세상을 향한 희망의 소통]
읽을까 말까? 실은 읽을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이 되던 책이었다. 사회적 흐름에 둔감했던 나였기에 21세기 한국의 현실을 말하는 입장들을 이해 할 수 없을지로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던 게다. 내가 두려움을 갖든 무관심 하든 시간은 흐른다..그리고 역사는 지속된다...그러한 속에 우리의 삶이 이어져나가기에 난 무지함보다는 뒤늦게라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욕심으로 책읽기를 시작했다.
이름 석자 익숙한 사람이라곤 저자들 가운데 절반도 되지 않지만 책을 읽기 시작과 더불어 이 책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봇물처럼 밀려왔다. '우리시대의 희망을 찾는 7인의 발언록'이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책에서 소개된 7인이 바라보는 21세기 한국의 시작은 이제껏 내가 편협하게 알고 있던 세상을 한층 비틀어 보게 했다. 그 비틈이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그릇된 인식을 다시 한번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사회적 흐름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에게는 결코 낯설지도 않고 신선하지도 않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아직 그런 인식에 부족함이 있던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7인의 강연은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리영희 선생님이 말하는 민주공화국으로써의 대한민국의 부재..그 속에서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제대로된 주권 국가임을 인정받기 위한 우리의 자세와 인식이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국가라는 상대적인 권위를 인정하는 국민이라는 말대신 사회존재의 구성원으로 스스로를 자각하고 인정하는 민주주의적 시민이라는 말을 써야한다는 논리부터 스스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글이 읽히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는 리영희 선생님과 달리 우리는 지금도 그분의 글을 읽고 이제서야 글을 읽고 감동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으니 아직도 세상은 많이 달라져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렇게 알아간다는 것은 세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희망을 갖게 하는게 그분의 힘이었다.
우리가 중국의 동북공정을 말하기 훨씬 이전부터 중국은 북한의 역사를 흡수하기 위한 또하나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그 순간부터 역사 왜곡을 지속했음에도 우리는 늘 같은 자리에서 우리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함을 부끄럽게 만드는 김삼웅 님의 말씀.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했을 때야 비로소 우리 민족의 밝은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정권다툼의 내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찬가지로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끌고 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안병욱 님과이이화 님의 글에서는 과거에 대한 올바른 청산없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져온 역사의 흐름이 때로는 역사 속에서 그릇된 영웅을 만들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져 느끼게 했다. 이 외에도 진보와 보수를 논하기 전에 진보가 더 이상의 진보가 아닌 역사적 아이러니에 빠진 현실 속에서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부에 들어가야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과감하게 버리고 그 밖에서 더 많은 일을 하라고 말하는 손호철 님, 다름으로 인한 차별이 대세로 등장하자 이런 다름으로 인한 차별에 맞서 등장한 것이 바로 '똘레랑스사상'이라고 하는 홍세화 님의 글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을 억압하기 보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했을 때야 비로소 세상 사람들의 공존이 성립할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흔들리는 만원 지하철 안에서 책을 펼쳐들고 읽는데 왜 그렇게 흥분이 되던지..너무 늦되나? 그래도 기쁘더라. 아에 무관심해서 모른채 지나가기 보다는 이제라도 좀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성장할 수 있음에 말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더 넓게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기에 늦은 나이에도 이런 책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하나의 사실을 알기 전에 그 사실을 둘러싼 수많은 진실을 알아보는 것,바로 그것이 세상을 향한 활자의 또 하나의 소통이자 희망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