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곤충기
김정환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너무도 기다리던 한국 곤충 집대성 도감]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게 자연은 공기마냥 내게는 너무도 무딘 것 중의 하나였다. 보고 자란 것이 콘크리트 바닥이고 예전에는 지금같이 자연체험이나 공원체험 등이 없었던 탓도 있다. 아이들과 하나씩 관심을 가지면서 들꽃 하나 보는 눈길이 달라지고 무서워서 피하던 벌레 하나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게 되었다. 그 힘은 바로 자연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알게 된 것. 바로 그것 뿐이다.
처음 유치원에 다니던 딸아아와 식물도감과 곤충도감을 살피면서 의아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도감이 한국에서 제작되기는 했지만 직접 만든 책보다는 일본의 것을 가져온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도감 뿐 아니라 아이들이 보는 자연관찰 전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연관찰이나 도감을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우리 나라에서는 그만큼 사진을 담아낸 자료도 부족했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도감을 보면서 직접 산으로 들로 공원으로 자연관찰을 다니면서 현지 가이드 선생님께 들으면 책의 내용과 사뭇 다른 때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장에서는 우리 나라의 곤충 이야기를 하지만 대부분의 책에서는 우리 곤충이 아닌 일본에서 나고 자란 곤충 이야기를 하니 그럴 수 밖에...
늘 가지고 있던 우리 도감에 대한 목마름~ 그것도 한국의 곤충을 집대성한 책이 바로 진선에서 나왔다. 식물도감에서도 내 마음을 빼앗아가더니 <한국 곤충기>역시 한 획을 그을 만한 작품이었다.
책을 살피면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이 책은 단번에 제작된 책이 아니라 무려 25년을 기획한 책이라는 점이다. 그 준비의 세월만큼 신뢰가 쌓인다는 것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25년동안 준비한 이 책에는 인간의 계절이 아닌 곤충의 계절로 구분되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봄,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 대신 곤충이 태동하기 시작하는 초봄, 봄, 초여름, 여름,가을, 겨울 이렇게 6개의 계절을 만나게 된다. 다른 곳이 아닌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곤충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향토적인 느낌까지 자아낸다. 판형이 무척 크기 때문에 커다란 사진으로 보는 곤충의 모습은 현장감까지 더해주고 있으니 보는 곤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환영할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곤충을 직접 찾기 위해 들고 나가기위한 책은 아니다. 한국에는 어떤 곤충이 살고 있는지 어디에서 이런 곤충을 작가는 사진에 담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직접 산으로 들로 나갈 기회가 적은 현대인들에게는 정지된 시간 속에 담긴 자연의 일부를 느긋하게 바라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던 범부전나비와 책의 마지막에 선명하게 보였던 광대노린재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
집에 이미 가지고 있었던 저자의 또 한권의 책이 있다 .바로 진선의 [곤충쉽게찾기]책이다. 이렇게 멋진 책을 사고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아이들과 주말에 시간을 내서 곤충식물원을 찾아보았다.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가는 [곤충쉽게찾기]도감과 커다란 판형의 이 무거운 [한국곤충기]책을 들고 말이다.
오랜만에 찾은 서울숲의 곤충식물원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길을 나서기 전 7살 난 작은 아이에게 곤충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었다 이미 집에서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키우고 배추흰나비와 누에를 키운 경험이 있던지라 아이들에게 곤충은 무척 친근한 존재였다.^^

제일 처음에 만난 곤충은 바로?? 잠자리의 유채이다. 잠자리의 유채는 다른 말로 수채라고 불린다. 머리부분은 정말 잠자리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어딜 봐도 물속에 사는 이 것이 잠자리가 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건 바로 게아재비.

딸아이는 커다란 <한국 곤충기>를 펴놓고 기어이 게아재비를 찾고야 만다^^

책 속에 실린 게아재비의 모습이다. 책과 실물이 똑같다고 호들갑을 떠는 건 역시 아직 경험이 부족한 7살 둘째의 몫이다^^

실제의 물방개는 정말 크기도 컸다. 바둥거리고 있는 모습이 어찌보면 오동통한 바퀴벌레와 비슷하게도 보인다.

책에 실린 물방개의 모습이다. 우리가 찍은 사진은 물방개를 밑에서 잡았는데 책에서는 위에서 찍었다. 정말 곤충계의 능숙한 잠수부라는 책의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신나는 건 역시 나비의 애벌레와 나비를 관찰하는 일이었다. 어떻게 꾸물거리는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하게 되는지 정말 자연의 힘을 놀라울 뿐이라고 하면서...

와~~정말 호랑나비의 애벌레는 이쁘게도 생겼다. 몇 년 전에 길동생태공원에서 보았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커다란 눈처럼 보이는 것은 애벌레의 위장술..아이들은 한참 애벌레를 관찰하면서 녀석의 식성을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 작은 입을 움직이면서 입에 닿은 잎사귀는 모조리 먹어대는 애벌레, 하기야 애벌레가 하는 일이라곤 오로지 먹는 것. 번데기가 되기 위해서 몸집을 불리는 일이 최고의 과제이니 말이다.

다음은 우리 집에서도 키워 본 적이 있는 장수풍뎅이 애벌레이다. 애석하게도 번데기가 되서 우화하지 못하고 죽었지만 이 곳에서는 알부터 전과정을 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성충이 된 장수풍뎅이는 역시 곤충계의 왕답게 멋진 뿔을 달고 있다.

먹이 싸움을 하는 건지 욕심 많은 숫컷 장수풍뎅이가 암컷을 밀어내고 있는 중이다.

정말 화려한 색깔을 하고 있는 길앞잡이. 길앞잡이는 유충일 때 흙속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벌레를 휙 낚아채서 먹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성충이 되면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을 띤다.

오랜만에 나온 나들이 덕인지 아이들은 도통 집에 갈 생각을 않고 곤충 관찰에 여념이 없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렇게 실내에 잡혀있는 곤충을 본다는 것이랄까? 직접 들로 산으로 다니면서 자연 속에서 만나야 그게 제맛인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곤충식물원을 나오면서 한 컷!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는 주말에 산으로 한 번 가자고 약속했다. 갇혀있는 곤충을 보는 건 쉽게 자세히 볼 수는 있지만 자연의 맛이 안난다는 걸 아이들도 안걸까? 야외에 갈 때는 집에 있는 작고 간편한 <곤충쉽게 찾기>를 들고 가고 집에서는 큰 판형의 사진이 돋보이는 <한국곤충기>를 살펴보기로 했다. 책의 저자인 김정환 선생님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하던 딸 아이는 나중에는 자기가 직접 사진을 찍어보겠노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
한 번 보고 쉽게 알아 보기는 힘들다. 지금의 나와 아이도 곤충은 봐도봐도 늘 비슷해 보인다. 항상 가까이 책을 두고 뒤적이면서 보는 눈을 길러야 자연 속에서 바로 그 녀석을 봤을 때 "그래? 네가 바로 길앞잡이구나~"라고 아는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 거실의 아이들 손닿는 자리에는 또 한권의 책이 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