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도 눈부시다 - 선시가 있는 풍경
김영옥 지음 / 호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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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작은 떨림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갖길]

삶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은 긍정의 모드보다는 늘 무거운 무게감을 가지고 힘들어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돌려 생각하면 삶을 힘들어 하는 이들은 어쩌면 그만큼 삶에 대한 애착이 있기에 그런 고뇌 속에 빠지는 건 아닌가 하는... 禪詩(선시)라는 말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에도 슬그머니 손길이 닿는 것은 너무 빠른 템포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요즘 세상에서 일정 정도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저자는 오랜동안 산 속의 절을 찾아다니면서 산중 수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왔다고 한다.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도 여느 사람과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좋아서가 아니라 산사를 찾아다니면서 또 다른 형태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끊임없는 애정을 보였기에 말이다.

모두 9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만나는 수많은 선시와 선화는 구도의 풍경화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들이 수행하는 과정과 그를 통해서 작가가 담아내는 선시는 술술 읽기 쉬운 이야기라기 보다는 한동안 그 장에 머물러 수많은 생각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게 해주곤 한다.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수행을 하는 느낌이 드는 건 그때문이 아닌가 싶다.

현대 사회 속에서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학벌이 너무도 강력하게 자리잡는게 사실이다. 뛰어난 학식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살아가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실은 자신을 수행할 수 있는 또 다른 배움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는 것보다 정말 중요한 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닫고 배운다는 것을 수행자들의 모습과 선시에서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 하고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함도 자주 잊는 것 같다. 너무 큰 것에 대한 기대, 그 기대에 못미쳤을 때의 좌절감 대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삶의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떨림이 아닌가 싶다. 수행하는 스님들의 모습과 생을 떠날 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떠나는 모습 속에서 우리가 정말 생에서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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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소령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
아마두 쿠루마 지음, 유정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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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병이 되길 원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세계의 어린이를 위한 봉사단체인 유니세프에서는 내전이나 여러가지 재해 등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잘 지내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너무나 미안했었다 .내가 보태는 몇 푼이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움의 손길이라는 것에 너무도 민망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관심이 적었을 때는 단순히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의 모습만 보이는 듯했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그 외에도 아이들이 고통받는 참혹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

이 소설에서도 원치 않는 현실 속에서 '소년병'이라는 이름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분쟁은 종교?를 넘어 무정부상태의 혼란을 보이는 것 같았다. 작가 쿠루마는 아프리카 대륙의 고통을 가장 명확하게 담아내는 작가로 꼽힌다고 한다. 그에 대한 명성이나 평가를 넘어서 단지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의 또 다른 모습을 경험하면서 추상 속의 아프리카가 아닌 현실 속의 아프리카의 고통을 엿보게 된다.

아프리카의 내전은 아이들을 삶의 궁지로 내몰고 있었다. 순식간에 부족이 전멸되기도 하고 눈앞에서 가족을 잃는 아이들은 살아 남기 위해 '소년병'이 되길 자처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 열두 살 소년 비라이마는 이모가 사는 곳으로 가던 도중 소년병 일행의 습격을 받고 이내 소년병이 되겠다고 결심을 한다. 아쿠바라는 주술사의 현혹에 빠져 소년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비라이마가 경험하게 되는 소년병들의 모습과 아프리카의 현실은 정말로 냉혹하다. 소년병이 되는 아이들은 먹을 것이 생길 지는 몰라도 무기와 부적과 종교와 마약 속에 빠져 살게 된다. 자신이 저지르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단지 살아 남기 위해서 죽고 죽이고 다시 밟고 올라서는 과정을 겪으면서 말이다.

바나나를 팔다가 잃어버린 소녀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키워주는 아줌마의 폭력이 두려워 집을 나와 도망치다 소년병이 되고, 수업료가 없어서 전전긍긍하던 아이가 소년병이 되기도 한다. 부족간의 전쟁으로 가족이 몰상당해 가 곳이 없어 소년병이 되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 분모는 어디에도 이들이 기댈만한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거리로 내몰리거나 가족을 잃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소년병이 되는 길이었고 그렇게 소년병이 된 아이들은 철저하게 그 가운데 그들만의 룰로 생활하게 된다. 그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년병이 되길 원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무지가 혹은 현실이 그들을 소년병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누가? 이 어린 아이들을 거리로 전쟁터로 내몰았는지..아이들이 살 수 없는 사회로 만들어 버린 어른들의 무능함에 정말 화가 난다. 자라기도 전에 너무도 많은 상처를 경험하고 살육을 경험한 이들에게 생은 과연 살만한 것일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버려지고 상처받는 아이들, 그리고 무관심 속에 자신들의 생을 살아가는 어린 소년병들의 실상을 알아가면서 너무도 비참함을 느끼게 된다. 전세계 사람들이 소년병의 실상을 다룬 이 책을 읽고 경악을 했다고 한다. 경악? 그것에서 끝날 것인가? 너무도 살기 힘들어진 현실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이기적인 개인으로 변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인간에 대한 예의로 버려진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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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황제 2008-08-07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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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좋다, 단오 가세!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3
이순원 지음, 최현묵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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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문화 강릉단오제를 만나볼까나~]

아이와 함께 세계가 지정한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재된 강릉단오제에도 관심이 갔다. 강릉에서 해마다 크게 열리는 행사인 강릉단오제..정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우리 집에는 단오에 남다른 일이 있다. 바로 집안 제사와 겹치기 때문에 단오 행사가 아닌 제사음식을 장만하느라 분주한 날이 된다.

4학년 교과서에서도 지역 문화행사로 강릉단오제에 대해서 조사하면서 사진 자료를 많이 찾아봤었다. 그래도 남는 아쉬움~ 이번에는 이쁘장한 그림책으로 풀어볼까나?

책읽는 곰의 온고지신 시리즈는 설맞이와 장승 벌타령을 통해서 우리 가족에게는 꽤나 인기있는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평소 우리 문화를 다룬 책을 관심있게 보던 아이들이라 더 친근하게 느끼는가 보다. 이번에 만난 단오 이야기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할아버지의 고향인 강릉으로 단오제를 가면서 시작된다. 사진과 그림이 주는 맛의 차이는 분명 크다. 아무리 사진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아도 그림책의 곳곳에서 찾는 묘미에 비할 바가 못된다.

구경하는 와중에 할아버지를 잃어버린 상준이, 떨린 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들어오는 단오제의 풍경을 놓칠 수가 없는 모양이다. 하루 종일 단오제를 구경하고 상경할 때는 낯설던 우리 문화의 한 가지가 더 친숙하게 느껴지듯 아이들도 책 한권에서 다양한 단오의 풍경을 만나면서 친숙하게 느끼는 것 같다.

책의 뒤부분에 소개된 단오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그림 책속에서 미처 찾지 못한 단오에 대한 다양한 상식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단오풍습을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친숙하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반갑다. 세계에서 인정을 해도 우린 나몰라라~하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더위가 시작되기 전 늘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했던 단오부채,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하면서 단오맞이를 해야겠다. 올 연휴기간에 강릉 단오제를 가기에 절호의 찬스지만 가지 못하는게 제일 안타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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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과학 교과서 11 - 여러 가지 물질
강현옥 지음, 허현경 그림 / 길벗스쿨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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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이 되면서 과학이라는 과목을 처음 대하면서 워낙 어렵다는 소리를 주위에서 많이 듣고 걱정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4학년이 된 딸아이..보통 여자아이들이 그러하듯 과학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동안 들쭉날쭉하게 과학책을 보긴 했으니 많이 어려워하진 않겠지 했는데 ..첫단원부터 물질과 물체에 대한  설명을 보고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사실 우린 일상생활에서는 물질과 물체에 대한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배우는 학문에서는 이런 구분이 상당히 명확해야 한다는 사실. 당시 물체를 이루는 최소의 성질을 물질이라고 하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번 [손에 잡히는 과학 교과서]에서 물질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 볼 수 있었다.

가만 살피니 그동안 나온 교과서 시리즈 중에서 이번 책이 화학 분야로는 처음 다루어진게 아닌가. 고등학교 때 무척 머리를 싸매면서 외웠던 화학원소표가 책의 뒷쪽에 나와있는 걸 보고 단번에 알아챘다. 거창하게 화학을 다룬다고 하기 보다는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생활속의 화학 분야에 접근하도록 한다. 초등 과학 교과서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물질의 성질을 이용하여 섞여있는 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파악해서 분리하고 혼합하는 과정이 주가 된다.

모래와 좁쌀, 자갈이 섞여있다면 과연 이들을 어떻게 분리할까? 교과서와 참고서에서 보았던 딱딱한 사진 대신 그림으로 알갱이의 크기를 고려해서 채로 분리하는 과정, 기름과 물처럼 성질이 다른 두 액체가 섞여있는 경우 분리하는 과정 등이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어서 아직 과학은 접하지 않는 학년의 아이들이라도 읽어볼 만하다.

목차에서 늘 느끼는 거지만 비슷한 주제별로 엮어서 설명하고 해당되는 학년과 단원을 표기해 주는 세심함은 책을 접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배려라고 느끼고 있다. 다음에는 과연 어떤 부분이 소개될까 ?앞으로도 쭉 이어지는 손에 잡히는 교과서 시리즈를 잘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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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그림책 보물창고 44
에마 치체스터 클락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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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랑만이 돌볼 수 있는 힘이 되는가 보다]

사실 처음 표지만 보고는 그렇게 끌리는 책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표지는 다시 새롭게 보인다. 노을 지는 들판에서 엄마 개가  자식에게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 들려주는 그 모습..이래서 책을 제대로 읽어야 맛이 나는가 보다.

개가 나온다는 것만으로 7살 아들녀석은 대뜸 진짜로 재미있겠다면서 읽어달라고 졸라댔다. 개와 주인의 이야기는 조금 식상하다 싶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가는데 역시~ 식상함은 내 자신에게서 비롯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작은 강아지 파이퍼가 자라 어미 곁을 떠나 새 주인인 존스 씨에게로 가면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주인을 잘 따라야 한다는 엄마개의 가르침에 따라 존스 씨 밭에 들어오는 토끼를 잘 데리고 놀았건만~파이퍼에게 따라온 건 매질과 목줄 뿐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파이퍼는 어두운 밤 목줄을 끊고 무작정 달려간다. 다다른 도시에서 파이퍼는 너무도 작고 외로운 존재였다. 그 가운데서 파이퍼를 발견하고 도로를 가로질러 오던 할머니를 보고 파이퍼는 몸을 날려 차로부터 구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할머니에게로 쏠리고 파이퍼는 다친 몸을 이끌고 공원의 덤불아래서 쓰러져 잠든다. 만약 파이퍼의 삶이 이렇게 끝났다고 하면 이 이야기를 얼마나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가 될까? 다행히 작가는 아이들에게 슬픔보다는 긍정적인 희망과 실천을 이야기해 주고 싶었는가 보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파이퍼를 찾은 할머니와 파이퍼가 함께 살게 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집없는 떠돌이 개라도 주인을 일정기간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 본인이 키울 수 있는가 보다. 마지막 날 걸려온 난폭한 옛주인 존스의 목소리를 듣고 흠짓 놀라는 파이퍼를 보면서 약간의 긴장감이 흐르지만 결국 좋은 할머니와 파이퍼는 함께 지내게 된다. 파이퍼의 진짜 주인은 사랑이 가득한 시선으로 파이퍼를 보는  할머니였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구지 설명하지 않아도 말없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무시하는 모습이 드러난 곳이 있다. 동물을 키울 자격이 되는 사람은 돈을 주고 동물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힘든 순간에도 자신을 따르는 동물을 키울 사랑과 의무감이 있어야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애완동물을 키우다가 너무도 쉽게 버린다는 요즘. 아이들의 그림책 한 권이 말못하는 동물의 주인으로 당신은 되냐고 묻는 것 같다. 아마도 책을 읽는 아이들이 동물을 키울 마음의 준비는 훨씬 잘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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