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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소령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
아마두 쿠루마 지음, 유정애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소년병이 되길 원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세계의 어린이를 위한 봉사단체인 유니세프에서는 내전이나 여러가지 재해 등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잘 지내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너무나 미안했었다 .내가 보태는 몇 푼이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움의 손길이라는 것에 너무도 민망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관심이 적었을 때는 단순히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의 모습만 보이는 듯했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그 외에도 아이들이 고통받는 참혹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
이 소설에서도 원치 않는 현실 속에서 '소년병'이라는 이름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분쟁은 종교?를 넘어 무정부상태의 혼란을 보이는 것 같았다. 작가 쿠루마는 아프리카 대륙의 고통을 가장 명확하게 담아내는 작가로 꼽힌다고 한다. 그에 대한 명성이나 평가를 넘어서 단지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의 또 다른 모습을 경험하면서 추상 속의 아프리카가 아닌 현실 속의 아프리카의 고통을 엿보게 된다.
아프리카의 내전은 아이들을 삶의 궁지로 내몰고 있었다. 순식간에 부족이 전멸되기도 하고 눈앞에서 가족을 잃는 아이들은 살아 남기 위해 '소년병'이 되길 자처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 열두 살 소년 비라이마는 이모가 사는 곳으로 가던 도중 소년병 일행의 습격을 받고 이내 소년병이 되겠다고 결심을 한다. 아쿠바라는 주술사의 현혹에 빠져 소년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비라이마가 경험하게 되는 소년병들의 모습과 아프리카의 현실은 정말로 냉혹하다. 소년병이 되는 아이들은 먹을 것이 생길 지는 몰라도 무기와 부적과 종교와 마약 속에 빠져 살게 된다. 자신이 저지르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단지 살아 남기 위해서 죽고 죽이고 다시 밟고 올라서는 과정을 겪으면서 말이다.
바나나를 팔다가 잃어버린 소녀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키워주는 아줌마의 폭력이 두려워 집을 나와 도망치다 소년병이 되고, 수업료가 없어서 전전긍긍하던 아이가 소년병이 되기도 한다. 부족간의 전쟁으로 가족이 몰상당해 가 곳이 없어 소년병이 되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 분모는 어디에도 이들이 기댈만한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거리로 내몰리거나 가족을 잃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소년병이 되는 길이었고 그렇게 소년병이 된 아이들은 철저하게 그 가운데 그들만의 룰로 생활하게 된다. 그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년병이 되길 원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무지가 혹은 현실이 그들을 소년병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누가? 이 어린 아이들을 거리로 전쟁터로 내몰았는지..아이들이 살 수 없는 사회로 만들어 버린 어른들의 무능함에 정말 화가 난다. 자라기도 전에 너무도 많은 상처를 경험하고 살육을 경험한 이들에게 생은 과연 살만한 것일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버려지고 상처받는 아이들, 그리고 무관심 속에 자신들의 생을 살아가는 어린 소년병들의 실상을 알아가면서 너무도 비참함을 느끼게 된다. 전세계 사람들이 소년병의 실상을 다룬 이 책을 읽고 경악을 했다고 한다. 경악? 그것에서 끝날 것인가? 너무도 살기 힘들어진 현실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이기적인 개인으로 변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인간에 대한 예의로 버려진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