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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문용포.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 지음 / 소나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자연속에서 환경의 소중함을 깨우치며 자라는 아이들]
4학년 딸아이는 소원이 한가지 있다. 바로 도시를 벗어나 시골내음 가득한 곳의 학교를 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년초에 텔레비전에 방송되었던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학교 아이들의 1년 생활을 보고는 한동안 그리움에 빠져 지내기도 했었다. 엄마인 나도 아이의 성향을 알기에 자연이 가까이 있는 곳에서 생활하면 아이가 한층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현실과 바람이 한상 맞물려 돌아가지 않기에 사람들은 그 가운데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가 보다.
이런 최선의 선택은 기로에 놓여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선택의 범위가 주어져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늘상 공기를 마시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듯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신선한 생명력을 우린 선택의 여지없이 늘 당연히 받고 누리기만 한다. 그것도 편리함 속에서 자연을 헤치는 경우가 빈번한 가운데 말이다.
제주도의 곶자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자연 한가운데서 자연에 순응하고 교감하면서 선택이라는 것 대신에 먼저 감사라는 것을 배워나간다. 그리고 그런 감사함으로 자연을 지켜나가고자하는 마음을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다. 경중을 따져서 나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과 달리 너무도 소중하기에 자연을 지키는 환경운동가가 되고 싶다고까지 말하는 순수한 아이들이 넘치는 곶자왈의 작은 학교..그곳의 아이들의 일년 생활을 엿보면서 아이들처럼 잃어버렸던 순수함을 되찾는 기분이 들었다.
도시로 도시로 강남으로 강남으로 진로를 정하는 많은 사람들과 달리 곶자왈의 머털도사 문용포 선생님은 제주도의 버려진 땅 곶자왈을 택했다. 알고보니 이 자갈과 바위가 가시덤불이 넘치는 곶자왈은 자연의 보고였던 것이다. 수많은 꽃과 나무와 생물들로 가득한 곶자왈은 아이들과 머털도사에게는 그 모습 그대로 자연 놀이터이자 배움터 였다. 일년 사계절 동안 아이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자연속에서 어떤 것을 얻고 교감하는지 너무도 생생하게 담겨 있는 책이다.
나무와 대화하기 위해서 그렇게 잘하던 인사도 뒤로 미룬채 나무를 유심히 바라보던 아이가 드디어 나무와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 순수함, 길가의 이름 모를 풀꽃을 관찰하고 이들에게 자신만의 이름을 붙이면서 담아내는 정, 비틀어내고 짜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물을 이용하고 느끼면서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작은 예술가들의 감성, 겨울의 찬바람과 눈꽃 속에서 소리없이 조용히 봄을 기다리는 겨울눈의 희망을 알아채버린 아이들의 밝은 미래가 곳곳에 담겨 있는 책이었다.
일년 동안 아이들이 자연에서 배워가는 것들은 교과서에서나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부러움이 한없지만 이런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자연이 아이들에게 주는 감동과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었다. 곳곳에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은 물론이고 '곳자왈 아이들'을 통해서 듣는 아이들의 생각과 자연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 가는 관찰일지,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머털도사에게서 배운 곶자왈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선생님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선생님처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환경을 지키는 환경운동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곶자왈의 아이들은 머털도사와의 일년 놀이와 배움을 통해서 분명 귀중한 것을 배워나가고 있음을 말해 무엇할까?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점수 1점 높이기 위해서 학습지에 파묻히고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도시의 아이들...단 하루 만이라도 곶자왈 같은 곳에서 머털도사와 생명력있는 배움을 나누고 왔으면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