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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롤리팝, 말괄량이 길들이기 ㅣ 보림어린이문고
딕 킹 스미스 글, 질 바튼 그림, 김영선 옮김 / 보림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남에 대한 배려가 길들이기의 기본]
난 돼지만 보면 아이들과 너무도 유쾌하게 보았던 영화 한 편을 자꾸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10년도 넘었지만 당시 아이들과 글짓기 공부를 하면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자신의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영화가 바로 <꼬마 돼지 베이브>였다. 돼지가 주인공이라니~그것도 소시지가 되어야 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양치기 돼지로 거듭나는 돼지라니~ 당시 이 영화는 단순한 흥미거리 이상으로 아이들과 내게 큰 감동을 주었던 작품이다. 물론 영화를 보는 내내 시종일관 입가의 미소를 머금고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바로 그 작품의 원작인 <양치지 돼지>의 작가가 이 작품을 썼다니 하던 일을 멈추고 책읽기에 돌입할 수 밖에..실은 집안의 간서치로 불리는 4학년 딸아이와의 쟁탈전에서 이번만큼은 양보하지 않고^^ 내가 먼저 읽기로 한 책이다.
역시~읽는 내내 작가의 기발함과 즐거운 발상에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작가는 오냐오냐를 입에 달고 사는 왕과 왕비 밑에서 자란 버릇없는 공주 페넬로페를 묘사하면서도 정말 버릇없는 소녀 대신에 미워할 수 없는 소녀로 그려낸다. 그것을 감추는 것은 재멋대로이기는 하지만 순수한 공주의 심성을 곳곳에 뿌려두기 때문이다. 선물로 다른 모든 것을 제외하고 가장 더럽게 여겨지던 돼지를 달라고 조르는 공주.결국 왕과 왕비는 공주의 고집에 무릎을 꺾지만 이 때부터 정말 기발한 공주 길들이기 대작전이 시작된다.
주인인 소년의 말만 듣는 돼지를 길들이고 싶어하는 페넬로페 공주. 그녀는 돼지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윽박지르는 것 대신 돼지를 이해하고 참아주고 가르쳐주고 칭찬하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소년을 통해서 돼지를 길들이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면서 자신이 남들에게 마구잡이로 부리던 고집의 모양새가 어떤지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도 된다. 원래는 돼지를 길들이고자 했지만 이 돼지 길들이는 과정을 통해서 공주는 소년에게 길들여진다. 바로 고집불통으로 졸라대고 칭얼대는 대신 참고 인내하고 남을 칭찬할 줄 아는 배려심을 가진 공주로 말이다. 돼지를 길들이면서 결국 돼지를 길들이면서 길들이기의 기본도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터득해가는 공주는 레이디 롤리팝이라는 칭호까지 받게된 돼지와 함께 더 없이 아름다운 공주로 거듭나게 된다.
일단 책을 잡기 시작하면 시간의 흐름도 잊을 만큼 유쾌하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20년 동안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100편 이상이나 썼다고 하는 저자 딕 킹스미스가 더 없이 좋아지게 된다. 그의 아이들에게 애정과 긍정적인 마인드는 그의 작품 곳곳에서 음미할 수 있다. 유쾌하게 말괄량이 길들이는 방법을 아이들과 함께 하길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