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년 교실의 알콩달콩 병아리들 이야기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ㅣ 이야기 보물창고 12
이금이 지음, 이영림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5월

[일학년 교실의 알콩달콩 병아리들 이야기]

첫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무렵 나 역시 아이와 함께  입학하는 새내기 학부모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작은 일에도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아이의 학교 생활에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친구와의 토닥거림도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는 것도 "다 그렇지~"하면서도 "혹시나~"하는 생각이 엎치락뒤치락했었다. 

은채의 엄마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선생님이 나만 미워하고 내 말은 들어주지도 않는다는 은채의 말에 가슴을 졸이면서 선생님을 찾지만, 역시나~ 일학을 맡은 선생님은 제 앞가림을 하는 은채를 칭찬하면서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는 말을 한다. 똑똑한 아이들은 선생님의 손길이 덜 가면 의레히 선생님이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말을 건넬 때는 은채 엄마가 아닌 새내기 엄마들 모두에게 하는 말이리라.

은채네 반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책은 1학년 아이들과 엄마들에게는 필독서가 될 만큼 재미나고 도움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선생님이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전학 온 이쁜 아이를 시기하면서 이 친구 저 친구에게 흉을 보고 다니지만 자신도 조금은 외톨이가 되는 상황을 경험하고야 서로 이해의 눈웃음을 주고 받고 새로운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은채가 새로 전학 온 친구를 시기해서 아입을 나팔처럼 벌리고 여기 저기 종알거리고 다니는 모습이 바로 이 책의 표지 그림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장면의 은채 모습에 나도 모르게 깔깔 거리면서 웃었다. 쪽 찢어진 눈에 나팔처럼 손을 모으고 연신 소곤거리는 은채는 영락없는 1학년 철부지 병아리였다. 이 모습이 귀여울 수 있는 건 처음 학교에서 친구들과 부딪히면서 사회를 경험하게 되는 1학년 아이들이기 더욱 그랫는지 모르겠다.

반 아이의 돈이 없어져서 모두가 벌을 서는 와중에 헤어져 사는 엄마를 만나러 가야하는 친구를 위해서 돈을 가져가지도 않으면서 손을 드는 은채의 이쁜 마음과 떨어진 돈은 주우면 임자라는 형아의 말을 그대로 믿고 제 주머니 속에 넣었다는 와앙~ 울어버리는 아이의 모습도 역시~1학년이기에 "오냐~ 이제 그러면 안되는거 알겠지?"라고 관대하게 웃으면서 읽어재키게 된다.

역시 뭐니뭐니 해도 학원가는 길에 문구점 앞의 오락기에서 잠깐 놀고가자는 것이 학원시간을 훌쩍 넘겨버려서 울어대는 두 아이의 이야기가 절정이었다. 길거리 문구점 앞에 즐비하고 놓여있는 작은 오락기에 바글거리는 아이들 중의 한 명이 바로 너였구나~싶은 마음도 들면서 올겨울에는 산타 할아버지 선물도 못받겠다면서 더더욱 울어대는 두 아이의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이러면 안돼는건 알지? 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줘야지..

역시 아이들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작가답게 이번 작품도 아이들에게 인기짱의 이야기가 될 듯싶다. 우리 딸아이도 동네 1학년 동생에게 이 책을 빌려줘야 겠다고 벌써 가방에 챙겨놓았으니 말이다^^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미래를 생각해 본다.

모던보이 알렝 - 텔레비전이 없었던 시절에 살았던 프랑스 소년 이야기, 물구나무 그림책 67 ㅣ 파랑새 그림책 68
이방 포모 글 그림, 니콜 포모 채색, 김홍중 옮김 / 파랑새 / 2008년 1월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미래를 생각해 본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현재에서 과거를 돌이킨다는 것을 지나쳐온 사람들에게는 가능할 지 모르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같은 느낌이겠지 싶다. 지금은 모든것이 발달해서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옛날 자료를 많이 볼 수 있지만 책에서 그것도 그림책에서 과거를 만난다는 것은 또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질문만 던져도 우리의 과거 시절을 떠올리는게 당연하겠지만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시선을 조금만 넓혀서 우리가 아닌 프랑스의 2차 대전 이후의 생활을 엿보고자 한다. 바로 알렝이라는 개구쟁이 소년을 통해서 말이다

책을 펴든 순간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물론 그 영화의 배경은 미국이었지만 텔레비전이 없고 어린 소년들을 거리를 누비며 다니던 풍경은 비슷하다 싶었다. 전후의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알렝의 성장을 통해서 당시의 생활상을 엿보게 된다. 전쟁이 있든 없든 마음이 무겁든 가볍든 사람들은 사라을 하고 아이들은 태어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알렝, 개구쟁이 알렝을 따라서 당시의 영화관의 흥행 영화도 살짝 들여다 보고 오늘날에는 너무도 쉬운 전화통화가 당시는 교환을 몇 번이나 거쳐야 통화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자뭇 놀라움을 전해준다. 현재의 나에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면 다소 불편한 과거의 생활상을 보는 것이 신기할 법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그렇듯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동경과 상품화는 여전했나 보다. 지금의 미인 선발대회처럼 당시 프랑스에도 유사한 대회가 있었다고 한다. 개구쟁이 알렝이 다소 엉뚱한 장난을 해서 아버지에게 혼나기도 하고,그렇게 성장하면서 알렝은 문득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되는데 ..알렝의 미래 한 가운데 우리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나면 한 소년을 통해서 과거의 생활 모습을 흥미롭게 엿볼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의문도 갖게 된다. 미래에 우리가 지금을 과거라고 말하는 순간 과연 우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지저분한 것들에도 놀라운 과학이 숨어있다?

지저분한 엽기과학 ㅣ 미래 엽기 과학 1
실비아 브란제이 지음, 이충호 옮김, 잭 킬리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3월

[지저분한 것들에도 놀라운 과학이 숨어있다?]

똥, 오줌, 방귀, 구토...

생각만해도 더러워서 으~소리가 절로 나겠지만 아이들은 또한 이런것에 참으로 관심이 많다. 싫어하면서도 이야기하고 깔깔거리는 가운데 놀라운 과학을 배울 수 있는 책이 있다면 분명 혹해서 달려들 것이다. 과학을 싫어하는 우리집 딸도 "어머, 이게 뭐야? 더럽게~~"라면서 책을 들고 제 방으로 가 버렸으니 말이다.

저자의 머릿말을 읽으면서 이 책을 지은 의도를 분명히 파악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는 관대해지면서 타인에게서 벌어지는 똑같은 상황에는 무척 인색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코를 후비로 비듬을 털어내는 행위가 오로지 자신에만 깨끗하게 느껴질 뿐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혐오감을 줄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동물학적으로 같은 생리현상을 한다는 사실^^

우리 몸에서 가장 더럽다 싶은 것들을 모아놓은 책이지만 알고 보면 정말 우리가 알아야 할 상식이 총집합해 있는 책이다.

우리가 평생 흘리는 침은 웬만한 수영장 하나를 가득 채울 분량이라는 사실에 제일 먼저 놀라면서 곳곳에 숨어있는 상식들을 주워담기 바빠진다. 제법 글밥도 많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꺼리에 큼직한 그림과 살짝 펼쳐진 부채꼴 모양의 귀퉁이 그림에 숨어있는 여러가지 실험 가이드까지 아이들에게는 흥미 만점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지저분한 것들에도 놀라운 과학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만끽하시길~~

재미난 판타지와 교과 내용을 한번에 잡은 책

우리 옷에 숨은 비밀 ㅣ 역사와 문화가 보이는 사회교과서 1
서지원 지음, 강미영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3월

[재미난 판타지와 교과 내용을 한번에 잡은 책]

초등 3학년부터 배우는 사회..아이들이 무척 힘겨워 하는 과목 중의 하나이다 .대부분 영어와 수학에 집중해서 학습지를 풀고 학원을 다니지만 정작 학교에서 배우는 사회 과목은 생소한 것도 외울 것도 많아서 아이들이 참 버거워한다. 4학년인 딸아이의 사회 책을 보니 이제는 시대를 넘어 먼 옛날의 이야기를 배울 차례가 되었다. 현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니 이걸 어찌 재미나게 가르쳐 줄 수는 없을까 정말 고민스러웠다.

일반 설명글로 만나는 수많은 사회이야기 책은 흥미 부분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데 아쉬움이 남는게 사실이다. 일반 설명글보다는 이야기 형식의 글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구미에 맞추면서 필요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책이 고픈 때에 정말 맛깔스러운 책 한 권을 만났다. 시간열차를 타고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서 우리 문화를 알아본다..식상할 수도 있지만 그 스토리가 재미나고 구성이 탄탄하다면 게다가 주어지는 정보도 제법 많다면 이걸 마다할 부모와 아이들은 없을게다. 

시간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부자를 통해서 시대별로 변해가는 옷의 변천사를 알아 볼 수 있다. 이야기의 흐름을 흥미롭게 하고자 열차를 타기 위한 티켓의 분실,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역사상의 중요한 인물, 시간 여행에서 꼭 지켜야 하는 필수사항 등을 제공함으로써 마치 한 편의 판타지 소설을 읽는 느낌을 갖도록 한 작품이다.

아마도 처음에 만나는 차례에서부터 그 기발함에 웃게 될 것이다. 차례''라는 일반적인 문구대신 '시간열차 여행일정표'라는 말로 대신한다. 그렇게 해서 장소(시대), 여행내용(다루어지는 내용),연계되는 교과 단원과 교과내용까지 함께 목차에서 살필 수 있는 것이다. 필요한 정보에 연계되는 단원까지 한눈에 들어오니 정말 일석 이조가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이야기 전계와 함께 주인공인 하늘이가 정리하는 '하늘이의 문화수첩'과 '하늘이의 인물수첩'을 통해서 여행별로 정리되는 복식과 문화이야기를 만날 수 있고 중간중간 나오는 "교과서 돋보기"에서는 연계되는 교과서의 단원과 그 세부적인 내용을 정보페이지로 만날 수 있다. 하늘이를 통해서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교과서 돋보기를 통해서 교과연계단원을 살피기까지 하니 정말 만족스럽다. 이런 구성과 차례 소개의 신선함도 돋보이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아이들이 손에 들고 스스로 읽어낼 만큼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 전개가 그것이다. 초등 4학년 딸아이? 방금 전에 하늘이와 함께 시간 열차에 동승한 참이다^^ 

눈표범을 통해 돌아보는 이 시대의 비밀계곡

눈표범 ㅣ 미래그림책 79
재키 모리스 글 그림, 김영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3월

[눈표범을 통해 돌아보는 이 시대의 비밀계곡]

히말라야와 티벳을 생각하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같은 것이 일게 된다. 아직 발달하지 않은 곳에는 뭔가 더 심오하면서도 순수한 무엇일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크다..그런 순수한 자연 속에 히말라야를 지키는 수호신과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눈표범이 그것이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하얀 호랑이 한 마리..그 눈빛이 너무도 강렬해서 도서 검색을 하면서 보아두었던 이 책을 꼭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백호인 줄 알았는데 눈표범은 히말라야에 서식하며 세계에서는 약 600마리 정도만  남아잇는 동물이라고 한다. 책의 저자인 재키 모리스는 외부 세계로부터 지켜야 할 히말라야의 비밀의 계속의 수호자로 이 눈표범을 등장시킨다. 마치 하나의 신화를 대하는 것 같은 이 책은 원치 않는 외부 세계로부터의 자극과 침범 속에서 묵묵히 그들의 문화와 종족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마침 중국에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티벳의 소식이 연일 보도되기 때문인지 눈표범의 이야기를 읽자 티벳 사람들이 떠오른다. 중국으로부터 티벳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우상인 달라이 라마가 오버랩되는 것은 그다지 억지스럽지 않다고 생각된다.

누구나 자신의 종족과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물론 변화하는 세계의 정세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변화하는 것과 원치않는 외압에 의해서 변해야만 하는 것은 다르다. 강한 자들은 전자를 택할 테지만 약자는 대부분 강자에 의한 원치않는 변화를 겪어야만 하는 것이 세상의 모습이다.

눈표범은 비밀의 계곡을 침략한 군인들의 꿈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위협하여 계곡에서 쫓아내지만 비밀 계곡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을 이어갈 다음의 눈표범이 필요함을 느낀다. 비밀계곡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어린 눈표범이 되어가는 계곡의 소년을 보면서 이런 신화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약한 힘이지만 자신들을 지켜가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눈표범의 이야기는 지금 지구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분쟁을 돌이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