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의 유산 VivaVivo (비바비보) 1
시오도어 테일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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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삶의 가르침, 티모시에게 배우다]

요즘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최고로 꼽을 만한 책을 만났다. 첫 페이지를 펴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으면서 마음을 온통 빼앗겨버린 책이었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제목에 표지 그림을 보고는 표류하면서 뭔가 배우는 정도의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표류에 관한 이야기라면 [십오소년 표류기]나 [로빈손 크루소]를 떠올리기 쉽다. 문명의 혜택에서 표류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연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지 그 끈질긴 생명력을 분명 이 책도 담고 있다 . 그러나 더 진한 감동을 선사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섬에 표류한 티모시라는 흑인노인과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백인 소년 필립이 서로 이해하고 동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이다.

대부분의 백인들이 그렇듯 필립도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전쟁을 피해서 탔던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필립은 엄마도 잃고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서 눈까지 멀게 된다. 그런 필립이 기댈 사람이라는 오직 흑인노인 티모시뿐이었다. 티모시에 대한 적대감은 흑인에게 가지고 있던 바로 그것이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원인도 없이 백인들이 흑인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백인의 편견. 그러나 티모시는 그런 필립의 눈이 되어주고 섬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가르친다. 얼마만큼 무인도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티모시는 필립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도록 한 것이다. 큰 폭풍이 밀려오고 말라리아를 앓아 쇠약해질대로 약해진 티모시는 결국 필립의 곁을 떠난다.  혼자 남은 필립은 티모시의 가르침대로 혼자서 삶을 준비하는 장면은 곳곳에 티모시의 흔적을 느끼면서 가슴 한 편을 아리게 만든다.  다행히 필립은 구조되고 3차례 수술로 시력을 되찾게 된다. 그렇게 부모의 곁으로 돌아가 안정된 삶을 찾은 필립은 더 이상 예전의 어린 필립이 아니었다. 한층 성숙하고 삶을 대하는 겸허한 태도와 차별없이 인간을 대하는 예의를 배운 부쩍 성장한 소년이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필립이 티모시를 향해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에 함께 매료된다 .당시 이 책이 나올 무렵은 흑인인권 운동이 절정에 달했을 때라고 한다. 지금보다 훨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소설임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차별없는 인간에 대한 대우와 더불어 티모시의 가르침으로 살아남아서 성장하는 필립의 모습에 감동을 받게 됨은 똑같을 것 같다.

뜨인돌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 VivaVivo(살아 있는 삶)의 첫 작품 [티모시의 유산]은 앞으로의 이 시리즈물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 되었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삶의 생동감을 줄 수 있는 수작들로 채워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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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먹는 요정 미래그림책 65
아나 후안 글 그림, 이정민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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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작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은 아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 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게 일반적이다. 이 어두움을 거두고 옅은 달빛을 비추게 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요정을 소개하고 싶다. 바로 밤을 먹는 요정이다.

책의 표지에는 다소 익살스러운 모습의 삐에로를 연상시키는 요정이 그려져있다. 긴 꼬리가 늘어져 방울이 달린 모자에 빨간 뾰족코를 달고 뭔가를 열심히 먹고 있는 요정은 정말 사랑스럽다. 에즈라 잭 키즈 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일러스트와 내용에 거는 기대가 자뭇 컸다.

달님을 따라다니면서 밤을 먹는 요정이 있다고 한다. 빨간 코에 조금 오동통한 요정은 까만 밤이라면 뭐든 좋다. 특히나 별사탕이 박혀있는 맑고 까만밤은 요정이 제일 좋아하는 밤이란다. 요정이 밤을 먹는다는 설정에 아이들은 밤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진다. 어둡고 무서운 밤대신 까만 밤이 있어야 요정의 먹을 거리가 생기는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조금 통통해졌다는 달님의 말에 밤을 먹지 않기로 한 요정. 그 때문에 밤이 지속되고 해님도 달님도 기운을 잃고 모두 추위에 떨게 된다. 이윽고 아이들은 밤의 요정을 찾아 나서고 내~ 침묵을 지키던 밤의 요정이 입을 여는 순간? 하~ 맛있고 달콤한 밤 하늘의 별님 하나가 입으로 들어가고 만다. 그리곤 밤을 먹지 않겠다는 약속을 까맣게 잊고 열심히 밤을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그 후로 밤의 요정은 밤의 맛을 잊지 않기위해서 맑은 밤하늘을 한줌씩 담고 다닌다고 한다.

어두운 밤하늘에는 이렇게 밤을 먹는 귀여운 요정이 있다고 하는데 이제 밤 하늘을 쳐다보는 아이들은 무서움 대신 이 요정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줄 내용만큼이나 책의 일러스트는 정말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런 그림동화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싶다. 요정이 먹어치우던 별사탕이 박힌 까만 밤하늘을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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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가 싫어! 미래그림책 62
리타 마샬 지음, 유정화 옮김, 에티엔 들레세르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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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우리 아이 이야기]

이 책을 보는 순간 바로 우리 아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6살난 둘째는 책을 읽어주면 좋아하긴 하지만 책을 읽는 순간까지 이런 저런 주변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멋진 장난감과 재미난 만화영화가 책을 읽으러 가는 길에 산재해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막상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 두리번 거리던 아이는 어느새 엄마가 읽어주는 책에 코를 파묻고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곤 한다. 그것은 모든 아이들의 공통점이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책보다는 한 번 읽은 책을 더 반가워하고 자꾸 읽어달라고 하는 것 역시 그 책을 읽은 느낌을 안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외면하다가도 책을 읽고나면 책읽기 싫다는 말이 쏙 들어가고 대신 "엄마 ,이것도 읽어줘"라면서 책장의 책을 한아름 안고 오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책속의 꼬마와 똑같다.

이 책에서도 책읽기를 싫다고 하던 아이가 책 속의 장면 하나하를 경험하면서 무관심에서 서서히 호기심을 드러내고 책의 다양한 상상력에 맛을 들이는 과정이 나온다. 아이들이 책읽기 싫어라고 하는 말을 그대로 수긍하는 어른들이 있다면 그건 어른들의 잘못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책을 읽을 준비가 되어있지만 책읽기 전의 많은 유혹에 가는 과정이 더딜뿐..늘 책을 가까이 하고 읽어주는 환경만 주어진다면 "난 책이 좋아~"라는 말을 곧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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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행복이 뭐예요? 미래그림책 63
이자벨라 치안치아룰로.다니엘라 치안치아룰로 지음, 윤혜정 옮김, 비르기트 안토니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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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로 옆에 있잖니.]

손자와 할아버지의 관계는 아빠와 아들의 관계보다 더 이해의 폭이 넓을 수도 있다. 한 세대를 건넌 시간의 차이만큼 할아버지는 연륜과 여유로움을 갖게 되고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한 손자에게 너그러이 말해 줄 인자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책 속에 나오는 할아버지와 손자. 먼 허공을 향한 호기심 많은 눈의 손자를 내려다 보는 할아버지의 표정에는 그 모든 호기심에 답을 해주고자 하는 사랑이 묻어난다. 손자의 모든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해주던 할아버지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난제를 만났다.

바로 "행복이 뭐에요?"라는 물음.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오랜 세월을 산 할아버지에게도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쉽지는 않았다. 할아버지가 행복을 모른다기 보다는 그  수없이 많은 소소한 행복의 순간들을 손자에게 가르쳐주기 쉽지 않아서이겠지. 곁에 있으면서도 모를 수 있고, 때로는 수 만가지 이름을 갖기도 하고...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행복이라는 녀석이 바로 내 옆구리에 붙어 있어도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는 사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그 이야기면서 동시에 여유로움을 갖고 행복을 들여다보라고 어른들에게도 말하는 것 같다. 바로 곁에서 늘 함께 하는 행복한 순간들을 놓치지 말고 감사하면서 사는 마음이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란다. "얘야, 바로 옆에 있잖니. 행복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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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된 연어
김숙분 지음, 이상훈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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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자연으로...]

연어는 죽을 때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찾아간다는 회귀본능때문에 이야기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강가에서 치어로 태어났을 때 그 곁에는 부모의 흔적도 없다. 단지 생명의 탄생. 그것으로 만족하면서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바다를 향해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는 성장하면 다시 자신이 태어난 강가의 냄새를 더듬어 거슬러 올라오고 알을 낳고 그 알을 보호하다가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단지 자신이 태어난 그 곳을 향해 간다는 사실에만 염두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연어 역시 마지막에는 숲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좀더 각인시켜준다.

[숲이 된 연어] 연어가 어미 연어의 몸속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결국의 숲의 품에서 태어난 것이고 마지막 순간 알을 낳고 죽음을 맞이하여 다시 그 몸이 썩어 숲의 거름이 되면서 숲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생의 처음과 끝을 숲의 품에서 함께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주는 느낌은 연어의 회귀는 결국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것은 단지 연어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통용되는 말임을 느끼게 된다.

너무도 많은 편리함 속에 안위를 누리고 있는 우리들은 조금은 쉼의 박자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자연을 음미하고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이 됨을 느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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