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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행복한 이야기 - 좋은책어린이그림책, 세계창작 04
캐럴 앤 더피 지음, 제인 레이 그림, 서애경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치르치리와 미치르의 파랑새이다.
곁에 파랑새를 두고도 온 세상을 찾아 헤매는 모습은 곁에 행복을 두고도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같기에 말이다. 그렇게 곁에 있으면서도 모르는 우리의 행복에 또 한번의 또닥임을 주는 동화 한 편을 만나서 소개하고 싶다. 행복이 곁에 있음을 가르쳐 주는 것 외에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소중한 교훈은 곁에 있는 행복 역시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 간다는 것을 말해주기에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행복이 아닌 능동적인 행복을 만들어내고 받아들이는 의지를 일깨워 준다.
행복보따리에서 행복한 이야기를 밤하늘에 뿌리는 육손이 아가씨 조는 어디에서도 엿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이다. 처음에 육손이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내 고개를 갸우뚱했다.
"엄마, 조는 왜? 육손이야? 우리처럼 다섯 손가락이면 안돼?"
왜일까? 분명 작가는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는 조를 육손이로 만든 필연적인 이유가 있으련만 쉽게 이해는 되지 않았다. 그러다 아이와 함께 찾은 이유는 더 많은 손가락으로 더 많은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육손이 아가씨 조가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다가 마녀를 만나서 행복 보따리를 빼앗기고 모든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에 울면서 두려움에 떠는 순간은 책을 읽어주는 엄마나 아이 모두에게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마녀의 입에서 나오는 초록색 침이 조의 얼굴에 튀는 것도 끔찍하다고 책을 닦는 아이처럼 나도 마녀의 입에서 나오는 그 초록색 침이 얼마나 무섭고 싫던지... 울다 지친 조가 꿈 속에서 발견한 황금펜이 곁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밤하늘에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써나가는 순간은 꿈인가? 정말인가?하는 호기심으로 조의 이야기를 지켜보게 된다. 조가 밤하늘에 쓴 글처럼 마녀는 불타 없어지고 조는 다시 행복 보따리를 찾아서 아이들에게 행복한 이야기를 나눠주러 바삐 길을 떠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조가 떨어뜨린 그 황금펜으로 작가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준다고 하는데.. 조금은 무섭고 긴장되었던 조의 이야기가 행복한 결말로 끝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면서 또한 작가가 주웠다는 그 황금펜에 대한 호기심이 일게 된다. 정말로 이런 펜이 있냐는 아이의 질문에 당연히 엄마인 나는 그 황금펜이 네 주위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테니 꼭 찾아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달라는 당부도 했다.
사실 처음 책을 읽으면서는 재미보다는 약간의 두려움이 아이의 마음을 많이 지배했다. 마녀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졌을까? 혹은 육손이라는 조의 캐릭터가 낯설었을까? 그러나 이 책은 한 번 보다는 두 세번 읽을수록 맛이 나는 책이다. 그림도 하나하나 세심히 살피고 조가 밤하늘에 풀어놓는 이야기를 찾아서 읽어보기도 하고 무엇보다 황금펜에 대한 호기심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아이들은 점점 더 큰 희망을 갖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쉽지 않은 명제를 마음 속에 한 글자씩 세겨넣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