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면 떠 올리게 될 두가지

여왕 기젤라 ㅣ 풀빛 그림 아이 36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7년 3월

아이들의 그림책을 읽게 된 건 순전히 내 아이들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이들 책을 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면서 아이들의 그림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행운에 또 하나의 점을 찍어주는 정말 아름다운 그림동화 책을 만났다. 책을 펼치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 파고드는 바다의 달그림자가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더군다나 슬픈 얼굴로 댓목을 타고가는 소녀의 모습과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미어켓이 책 속내를 맡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와 일주일 동안 바닷가로 여행을 하게 된 소녀. 이런 경우 과연 아버지와 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닌 일주일을..이들이 무엇을 했는가 보다는 딸과의 여행에서 일주일 동안 조금씩 여왕 기젤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혼자 여행을 즐기던 부잣집 소녀 기젤라는 어느 섬에 표류하게 된다. 그런 기젤라가 만난 것은 말을 하는 신기한 미어캣이다. 혼자인 줄 알았는데 자신을 여왕처럼 받들어주는 동물을 만났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반가움 아닐까? 기젤라는 반가움 보다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대상이 생겼음에 만족하는 소녀였다. 지붕이 있는 집을 만들고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공연을 하고 자신이 정한 규칙대로 따라주길 바랬다. 그리고는 자신을 대접해주는 미어캣들에게 자신을 '여왕기젤라'라고 부르게 한다. 자신의 욕심대로 모든 것을 하던 기젤라는 자신의 여왕 즉위식을 위해서 특별한 옷-바로 미어캐 가죽으로 만든 수영복을 입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미어캣들은 땟목위에 그녀를 묶어 영원히 바다를 떠도는 여왕 기젤라로 만들어 준다. 기젤라는 정말 여왕이 된 것이다. 자신의 욕심으로 영원히 바다를 떠돌게 되는 여왕..

아버지가 들려주는 일주일간의 여왕 기젤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왕 기젤라의 탐욕스러움이 낳는 결과에서 배움도 얻지만 또 하나 이 책의 매력은 바닷가 여행에서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함께 듣는다는 점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나 읽어 주는 책의 잊을 수 없는 정서를 책을 덮는 순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은 여왕 기젤라의 이야기 덕분에 분명 소녀는 바다를 보는 순간이면 매번 여왕 기젤라를 떠올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릴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은 필수

말짱 친구짱 - 논리적으로 말하는 우리 아이
이혜범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2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은 필수]

말짱이라는 단어 속에서 이 책이 고리타분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아이들이 쓰는 용어를 사용할 줄 아는 분이라면 아이들 세계를 속속 알고

그 심리를 잘 이해하는 분이라는 믿음이 우선 들었다.

사실 큰 아이가 책은 많이 읽지만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움을 청하고자 하는 마음도 절반은 차지하고 있었다.

말 잘 하는 아이가 얼마나 학교에서 인기가 있고 스스로 자신감 있어하는지 잘 알고 있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표현을 잘 한다..그건 분명히 아니다.

알고 있는 것과 표현하는 것의 미묘한 차이는 구지 설명하지 않아도

경험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말하기, 표현하기에는 분명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우선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을 정해서 전달할 줄 아는 능력과

남 앞에서 부끄러움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말짱이 되기 위해 제시한 다양한 놀이 방법이 마음에 쏙 든다.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나운서 놀이는 아이들 스스로 모방을 통해서

표현력을 향상시키는 즐거운 방법이 될 거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번에도 빠지지 않는 것은 역시 논리적, 창의적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가장에서 부모에 의해 말하기 습관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사실..

평소에 이런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지 몇 번의 연습으로

하루 아침에 말짱이 된다는 것은 분명 아니라는 것도 상기하게 된다.

또 한가지 꼭 빠뜨리고 싶지 않은 것은 말을 잘 하는 것은

분명 급변화하는 세상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임에 분명하지만

이런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역시 기본은 독서가 힘이 된다는 사실!

그리고 말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부가 될 수 없기에

우리 스스로 말을 잘 하는 사람의 진심을 볼 수 있는 안목

그런 보는 눈도 기르는 것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위인들이 말하는 책의 힘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 2 - 7명의 위인들이 들려주는 특별한 독서 비법! ㅣ 세상을 바꾼 벌레들 4
김문태 지음, 이량덕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3월

1권에 이어서 만나게된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과연 이번에은 어린시절부터 책벌레로 손꼽히는 위인으로 누가 나오는가?하는 것이었다.

위인이 1인칭 화자가 되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거나 경험하는 식의 이야기 구조는 동일하다. 그러면서 책 속에서 위인이 즐겨 읽던 책을 자세히 소개해 주는 페이지까지 덤으로 읽게되는 만남도 가진다. 가장 궁금했던 소개되는 인물 부분을 말하자면  서자들의 친구였던 정조대왕, 이황, 황진이와 연관되어 더 유명해진 서경덕, 뉴턴, 벤자민 프랭크린, 처칠, 중학 시절 가장 좋아했던 헤르만 헤세 이렇게 총 7명이 등장한다.

각자 자신의 책과 친밀해지게 된 경험담을 들려주고 독서에 대해서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생각을 소개한다. 처음에 등장하는 정조대왕 부분에서는 역시 사도세자의 죽음이 등장했다. 아버지의 부재와 신하들의 위협 속에서 자신을 추스릴 수 있는 부분으로 정조가 책을 그렇게 파고 들었음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 그리고 정조의 독서비법으로 소개된 '독서기'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독서록 정도가 될 것이다. 정조는 자신이 읽었던 책 제모과 지은이, 간단한 감상, 인상적인 부분 등을 기록하고 다시 보면서 기억을 더듬고 반성하고 했다는데 독서록의 필요성을 그대로 보여주어 인상적이었다.

책속에 등장하는 7명의 독서비법을 살짝 소개하면 정조 대왕은 독서시를 작성하는 것, 이황은 바른 자세로 집중해서 읽는 것, 서경덕은  책 속에 담긴 사물의 이치를 배우고자 했고, 뉴턴은 체계적인 독서단계와 목록을 정하고 독서를 하고, 플랭클린은 항상 의문이 많았기에 자신의 생각노트나 소감문을 작성하고 처칠은 여러번 반복해서 암기하듯 읽고, 헤세는 마음에 드는 책부터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독서비법이라고 말한다.

여러 위인들이 말해주는 독서 비법은 다양하지만 이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역시 독서의 중요함과 그 필요성이다. 독서가 길러주는 삶의 지혜를 부인할 사람이 있겠는가? 아이들이 책을 통해서 독서의 즐거움과 필요성을 동시에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역경의 세월은 바로 우리 어머니의 삶

둥글이 누나 ㅣ 사계절 아동문고 65
권영상 지음, 허구 그림 / 사계절 / 2007년 4월

둥글이 누나? 표지나 제목만으로는 그다지 흡입력이 있는 책은 아니었다.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궁금해하기 보다는 일련의 책들에서 보았듯이 상투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내용은 아닐까 반신반의 하면서 대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 온 누나 ,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어머니의 병환으로 집안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큰 누나 둥글이는 이미 여러 소설 속에서 많이 보아왔던 캐릭터이다. 그다지 새롭지 않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둥글이 누나라는 캐릭터가 내게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은 순종적이고 무조건적인 자신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둥글이 누나는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병으로 집안을 꾸려 나가면서 자신이 서야 할 위치와 해야 할 일을 강한 어조와 야무진 행동으로 헤쳐나가는 여인이었다. 배우지 못했거나 혹은 집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남자 형제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그런 캐릭터가 아닌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악역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좋다고도 할 수 없으면서 둥글이네 가족에 빌붙어 논밭을 팔아주거나 병원의 다리를 놓아주면서 술값을 뜯는 바가지 아저씨, 이외에 아버지의 죽음으로 삶의 희망을 잃고 절망하는 둥글이 누나의 동생인 상구, 이 책의 화자로써 이 집안의 마지막 희망같은 의미로 여겨지는 인물 상해가 소설을 이끄는 주된 인물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상해가 '가족'이라는 글로 상을 받고 어린 호두나무를 받아서 키우면서 내일의 희망을 꿈꾸는 장면은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이 책이 둥글이네 가족의 온갖 역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음에도 마직막에는 내일을 향한 희망으로 삶을 헤쳐나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희망을 품고 있다가도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가는 매 순간이 안타깝고 아쉬웠기에 마지막의 희망을 품은 둥글이네 가족에게 더 기운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의 삶이 고되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가족이 있고 내일이 있기에 삶의 순간순간을 절망적으로 살아가지 않아야 함을 이들 가족을 통해서 엿보게 된다. 우리에게 그런 삶을 가르쳐 준 사람은 역경의 세월을 고스란히 거쳐온 우리의 둥글이 누나 ,바로 우리 부모님의 세대임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그들의 고통의 절반은 타인의 책임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가장 먼저 떠 오른 것은 세계화라고 부르짖는 것에 대한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반감이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세계화 되고 함께 사는 사회에 발맞추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그 세계화라는 이름 속에서 가장 멍들고 있는 나라들은 강대국을 제외한 대다수의 나라이면 신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나라들을 적잖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사람의 세상 살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얼까? 자아실현? 그것도 가장 기본이 되는 의식주가 해결이 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가장 기본은 역시 먹고 사는 문제이다.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내 식탁이 누군가에 의해서 지배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빼앗겨 버렸다면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는가? 그런데 그 문제가 보여지지 않는 국제사회 속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 참 어처구니 없다.

기아로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에게 원조나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뿌려지는 먹거리가 그들의 순간적인 배고픔은 해결하는 구원의 손길이 될 지도 모르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한 그들에게 이런 배고픔의 순환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최대한 약소국을 존중하고 그들이 살아갈 길을 헤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국의 이익을 취할 강대국이 없다는 것이 이런 비극을 낳는 가장 큰 원인이다. 자국의 이익을 취하는 것은 기본이기는 하지만 그 도가 항상 지나치고 이외의 국가를 배려하지 않음이 우리 지구를 배고프게 하는것이다.

이익이 되지 않으면 협상을 할 수 없고 이익이 되지 않을면 남는 의식을 섞도록 내버려 둘 지언정 원조라는 손길도 쉽사리 뻗지 않는 강대국의 모습에 환멸이 느껴진다. 솔직히 이런 구조적인 모순을 읽으면서 작게는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봉사라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가? 장애인 단체나 고아원 등에 기부 행위를 하는 사람 조차 사실 찾아 보기 힘들다. 가장 큰 이유는 나와는 상관없음이고 한 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번거로움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것이 강대국 간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우선은 이런 비판을 하면서 나의 모습, 내 이웃의 모습에서 주변을 돌보는 손길이 너무 미흡하다는 반성도 해보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든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는데 있다. 단순 원조가 아닌 이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헤치지 않고 자국 스스로 일어서려는 지도자들의 각성으로 허덕이는 국민들을 살려야 할 것이다. 얼마전에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이제 미국이라는 큰 시장을 얻었다.라는 환호를 보내기 보다는 그 미국시장에 잠식될 우리 시장과 우리 농산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안다. 그건 우리도 알고 있는 위험스러움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기아에 허덕이는 이들의 고통의 절반은 본인이 아닌 타인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인정하면서 스스로가 아닌 전 세계의 인식의 변화로 기아속에서 이들의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