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사랑을 담아 크는 아이들

고마워요, 선생님! ㅣ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37
엘리자베스 발라드 지음, 송언 옮김, 미리엄 로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5월

학창시절을 거친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나는 선생님 한 분 정도는 마음에 담고 있을 것이다. 나도 가장 생각나는 선생님..하면 떠오르는 분이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이었던 국어 선생님이 바로 그 분이다. 선생님이 생각나는 이유는 공부를 잘 가르쳐서도 멋진 외모때문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친절하셔서도 아니다. 그 분이 가장 내 마음을 잘 헤아려 주셨고 그 닫혀진 마음을 문을 가장 활짝 열게 해준 분이기 때문이다.

새학기를 맞은 톰슨 선생님은 누구나처럼 모두를 똑같이 대하겠다는 말을 하지만 실은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더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싫은 아이도 있다. 그건 인간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갖는 감정 중의 하나일 지도 모른다. 그런 톰슨 선생님에게 테디는 마음이 끌리지 않는 학생이었다.

묵묵히 교사의 일 중의 하나처럼 테디의 생활기록부가 펼쳐지면서 단 몇 줄로 테디의 4년간의 기록이 나타난다.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결국 3학년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후로 아버지도 테디에게 무관심 하다는 내용이다. 단 몇 줄로 정리된 생활기록부를 보는데 왜 이렇게도 마음이 아프던지..그 기록을 보고 선생님은 과연 테디를 다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건 톰슨 선생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마도 생활기록부로 아이들을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는 모든 선생님들의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들의 멋진 포장 속에 덕지덕지 포장된 테디의 선물은 싸구려 향수에 낡은 싸구려 팔찌였다. 그 선물에 아이들은 키득거렸지만 톰슨 선생님은 선생님 이라는 이유로 멋지다는 한 마디를 남긴다. 실은 톰슨 선생은 이 말에 별다른 감정을 실지 않았지만 그 말을 들은 테디에게는 아니었다. 테디는 선생님의 그 말을 너무도 진심어리게 따뜻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선생님에게 엄마 냄새가 나요. 엄마 팔찌가 잘 어울려요. 제 선물 기쁘게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톰슨 선생님 역시 뉘우침의 눈물을 흘리 수 밖에 없었다. 이 후로 톰슨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 달라졌고 그 사랑과 관심을 받은 아이들은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선생님을 그렇게 변화시켰던 테디는 때마다 선생님께 소식을 알리고 자신의 결혼식에 부모님의 빈자리를 선생님께 부탁한다. 선생님께 보내는 그 안부와 감사의 편지들을 읽으면서 가슴 한 구석이 얼마나 따뜻해지던지 모른다. 사랑과 진심은 배움에 있는 모든 아이들의 감동시키고 분명 변화시킨다. 그리고 사랑에 감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준다. 그 아이들의 성장 이면에는 따뜻한 스승의 가르침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동화였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리운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려 보게 된다.

기초부터 고급까지 드로잉의 모든 것

스케치 쉽게 하기 - 기초 드로잉 -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배운다! ㅣ 스케치 쉽게 하기 2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4월

와우~~책을 본 첫마디가 그거였다. 정말 딱 기다리던 기초 드로잉에 대한 모든 것이 실린 책이다.

얼마 전에 아이와 함께 루브르전에 다녀와서 아이는 화집에 빠져서 지낸다. 그 화가의 그림을 흉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그림을 옆에 놓고 흉내를 내는데 그게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아이에게 연필로 사물을 그리는 것부터 해보라고 했는데 마땅한 책이 없어서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림에 기초 과정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정말 딱 맞는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기초 드로잉을 위해서 선긋기부터 시작해서 명암 넣는 방법까지 단계적으로 연습하고 나중에는 정물, 인물, 풍경까지 드로잉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더 맛깔 스러운 것은 이 책을 이론서이면서 동시에 연습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책의 절반은 드로잉의 이론을 책의 절반은 기초 드로잉 연습장으로 구성되었다. 기초 드로잉 연습장은 마음껏 자신의 연습장으로 사용하면서 제시된 드로잉을 충분히 연습할 수 있겠다. 어른부터 그림에 관심있는 아이들까지 그림 초보생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맛깔스러운 책이다.

구니 버드처럼 나를 표현하기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 ㅣ 동화 보물창고 5
로이스 로리 지음, 미디 토마스 그림, 이금이.이어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엄마, 나도 구니 버드처럼 이야기하고 싶어."

책을 읽은 딸아이가 제일 먼저 한 말이다. 구니 버드는 아주 멋진 상상력을 가진 아이같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최고하고 엄지를 추켜세운다.

구니 버드가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했길래 책장을 덮자마자 아이는 구니 버드처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할까? 구니 버드가 전학 온 첫 날부터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이야기 전에 복장으로도 충분했다. 잠옷에 카우보이 신을 신고 자신을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아이이니 가운데 앉고 싶다고 하니 분명 평범하지는 않은 아이이다.

남들에게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아이 구니 버드는 멋진 이야기 솜씨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속을 가만 살펴보면 이 꼬마 숙녀는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아이이다. 자신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고 먼 곳에서 이야기를 끌어오거나 무지막지한 상상력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에 약간의 말놀이?를 섞고 마치 거짓인 듯한 진실의 상상력으로 이야기의 활기를 불어넣는 소녀이다. 그래서 구니 버드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니 버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도 선생님도 그리고 책을 읽던 사람들도 모두 구니 버드에게 빠져든다. 그리고 마지막에서처럼 구니 버드 대신에 이야기의 주인공이 자신이 되어서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구니 버드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는 방법, 이야기의 소재를 찾는 방법만 알려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의미있는 가르침도 전해준 것 같다. 아이가 구니 버드처럼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는 말일 수도 있다. 천천히 아이가 마음껏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펼치는 이야기를 열심히 귀담아 들어주어야 겠다.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생생한 역사

제암리를 아십니까 ㅣ 책읽는 가족 53
장경선 지음, 류충렬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일본은 결코 우리 역사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나라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 가장 큰 상처를 주고 아직까지 그 상처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는 커녕 발뺌을 하면서 자신의 정당함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국제적인 이해관계상 그들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문화적인 교류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말할 때 일본의 과거의 잘못을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라고 당부하게 된다.

역사는 그렇다. 지금의 현재를 거슬러 올라가서 바라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거울. 그 거울을 통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힘과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조상의 발자취를 기억하기 위함일 것이다. 제암리에 대한 이야기도 역사 교과서에서 한 줄 정도 들은 기억이 아련하다. 그러나 그 실체를 알지 못했던 나였기에 실은 이 책을 접하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앞섰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피비릿내 나는 만행이 그대로 숨쉬고 있는 제암리..3.1운동 이후 제암리 교회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불을 지르면서 젖먹이 아기의 목숨까지 앗아가면서 일본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너무도 치밀하게 우리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서 치밀하고 참혹한 짓을 서슴지 않고 했다. 제암리에서 죽은 원혼들은 바로 그런 일본의 교활한 수책의 희생양이었다. 일본인 소년의 눈에 비친 우리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시각이 아닌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점을 소설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우리 역사를 바로 알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아이와 함께 읽을 역사책을 관심있게 보아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아이에게 주려는 것은 우리 역사의 지식적인 측면에 너무 국한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역사란 지식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그 숨결을 다 전해지지 않음을 확실히 알았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우리 역사를 받아들여야 아이에게 올바른 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아기가 된 할아버지 ㅣ 책읽는 가족 52
문영숙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2월

실로 오랜만에 책을 보면서 실컷 울었던 것 같다.  작가의 경험담에서 나온 살아있는 이야기는 실은 우리 주변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나의 이야기였기 때문일까?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있다는 것은 그 가족 모두에게 더 할 수 없는 고통이 된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말이 남의 말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나의 부모님에 대한 걱정은 물론이고 나 또한 그런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더 내 일같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치매 시아버지를 극진하게 모시는 찬우 엄마 같은 사람이 이 시대에 얼마나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급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아픈 시어른을 모시고 극진하게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조금의 여유라도 있다면 모두 요양원으로 모시지 집에서 치매환자를 보살 피기 힘들다고 한다.  가족들도 몰라주는 힘든 마음에 찬우 엄마는 가출을 하기도 하지만 요양원으로 모신 시아버지를 다시 모시고 돌아오는 그런 사람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수 많은 인연 속에서 결혼을 통해서 맺어진 가족이라는 인연의 끈을 무던히 쥐어 잡고 시아버지를 모시는 찬우 엄마의 모습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사실 이 책을 보면서는 치매로 인해서 힘들어 하는 가족의 모습과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꾸 현실 속에서의 내 모습을 투영시켜 보게 된다. 나라면 할 수 있을까? 내 부모님, 시부모님이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 혹은 내가 원치않는 병에 걸린다면 내 아이들은 어떨까? 수도 없이 가정을 하면서 책을 읽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수 많은 생각과 눈물을 흘리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고 작가가 가장 하고 싶어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결국 그것은 가족애가 아닐까? 모든 것을 견디고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가끔 "엄마~"라고 부르면서 뛰어오는 아이를 보고 "아~엄마, 그래 나는 엄마였지"라는 자각을 하듯 책을 통해서 가족이라는 단어가 아닌 내 곁에 살아 숨쉬는 "가족"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