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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원치않는 국가의 정치적 압박이 예술가의 삶에 미치는 영향>
촛불의 힘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그동안 그렇지 않다라고 했던 일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는 것이 많았다. 그 중의 하나가 문화계에 있었던 블랙리스트.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정치권력을 쥐는데 방해가 되는 문화인들을 리스트로 작성해서 불이익을 주는 일이 오늘날에도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분노를 했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분노도 상대적으로 더 높아졌던게 사실이다.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은 지금의 블랙리스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치적 억압 상태를 겪은 암울한 시대를 산 예술가의 불안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유명하게 된 맨부커상, 그 상을 2011년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받은 줄리언 반스의 두 번째 소설. 사실 개인적으로 맨부커 수상작을 읽으면서 독특한 구성이나 서술 방식이 읽기 좀 어렵기는 하지만 분명 깊이 있는 작품이 많은 듯하다. 줄리언 반스의 작품도 개인적으로는 읽기 쉽지는 않지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가로 생각하고 있다.
<시대의 소음> 그것이 의미하는게 무엇일까? 스탈린과 흐루쇼프가 지배하던 시대를 살았던 소련의 음악가 쇼스타코비치. 그가 음악을 한다는 것에도 정치적 억압이 따랐던 때였다. 쇼스타코비치가 제일 싫어했던 소음, 그 소음에 맞서 음악을 했지만 실은 그가 살았던 소련의 시대의 소음이 더 큰 장애가 되었다는 것은 책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소설의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 설정도 얼마나 섬뜩한지 .. 쇼스타코비치가 19세에 첫 교향곡으로 전세계의 명성을 얻고 인생의 가장 암울했던 일이 일어나는 시기가 1936년 1948년 1960년 정확하게 12년 주기로 찾아왔단다. 그 해의 사건을 하나씩 다루고 있는 것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인생에 대한 연구를 작가는 얼마나 많이 했을까? 그가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소설을 쓰는데 가장 큰 흐름은 두려움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예술을 하고 싶지만 소련의 감시와 탄압, 언제 갑자기 붙들려 갈 지 모르는 불안감이 많이 느껴졌다.
시대를 살면서 그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타협과 묵언, 그리고 회피. 어느 것이든 우리는 선택이라는 걸 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소설 속에서 택한 쇼스타코비치의 선택이 어떤 것이든 그의 최종 선택은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타협이든 왜곡이든 모든 것을 감수하고 망명대신 소련에서 살면서 그가 두려움을 동반하고 살면서 만들었던 음악의 가치에 대해서 우리가 어느정도까지 말할 수 있을까 문득 자문해보게 된다. 쇼스타코비치가 시대의 소음에 맞서는 방식은 화려하지도 용감하지도 않았지만 단 하나 음악밖에 없었던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