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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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표류, 그러나 유쾌하게]

 

 

사실 작품을 읽을 때 누가 썼는지에 대해서도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처음 지은이가 배우 신동욱이라고 해서 정말?하는 마음이었다. 관심있게 보던 배우였기 때문에 그를 방송에서 못본 5년의 세월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복합통증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걸려서 군복무는 물론 배우로써의 모든 활동을 접어야했던 그의 인생은 흡사 영화 속에나 나올 만한 상황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그가 글을 썼다니 내용이나 문체 모든게 궁금했다.

 

책과 더불어 얼마 전에 그가 5년만에 출연한 방송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대학로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짧은 강연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가 말하는 인생의 표류, 고독한 시간에 대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슴 절절히 느껴졌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남는 기억은 삶에 대해서 철저하게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책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스스로 우주 덕후라고 칭하는 작가는 우주에 대한 책에 꽂혀서 수없이 많은 책을 읽엇다고 하는데 책속에서 우주에 대한 그의 박학다식함과 상상력은 마음껏 발휘되고 있다. 주인공인 잘 나가는 그룹의 ceo 맥 매커천은 사랑하는 아내이자 이론 물리학자인 김안나와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소행성. 맥은 소행성을 포획하기 위해 우주로 나서는데 뜻하지 않게 우주에 표류하게 된다.

 

우주에 표류하는 상황에서 외로움과 싸우면서  좌절하는 대신 그가 보여주는 기상천외한 상황과 상상들이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태도에 기인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인생에서 원치않게 표류하게 된다면...난 과연 어떻게 그 외로움을 극복하고 삶에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우주에 표류한 5년이 세월이 결코 자신의 인생에서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그의 소설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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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두근거려요 - 소심한 여행자의 사심가득 일본여행기
쏠트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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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기자기한 여행기라니~~>

 

비행기 타고 여행가 본 적이 언제더라~~해외여행을 꿈꾸면서 늘 여행서를 뒤적이고는 있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인이랍니다. 나이가 들 수록 먼 이야기가 아닌가 울쩍해지는 요즘인데 여행서를 읽으면서 이렇게 재미있고 기분 좋아지니는 처음이네요.

[어쩐지 두근거려요]라는 제목처럼 나도 두근거리게 되네요.

 

 

표지가 너무 이쁘고 아기자기해서 이게 책인가 싶었어요.

연말이라서 사실 이쁜 다이어리도 많이 나오잖아요. 다이어리만큼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서 눈길이 가는 [어쩐지 두근거려요]는 소심한 여행자의 사심가득 일본여행기랍니다.

책의 띠지가 띠지라고 하기도 힘들만큼 이쁜~띠지를 벗기고 나면 오려서 붙여야 할 것 같은 그림이 잔뜩 그려진 본 표지가 나오네요.

그리고 책 속에는 표지에 그려진 그림 스티커가 두 장이나 들어 있어요. 아~이게 뭐지?

이 정도 되니 저자가 누군지 참 궁금해집니다.

 

저자는 작고 귀여운 것을 모르나 정리할 능력이 없다고 스스로 말하면서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블로그에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자질구레한 것을 찾는 재미로 시작된 일본여행이 한번 두번 늘어나 글을 올리고 네이버 포스트 스타 에디터로 자리매김을 한 솔트라고 하네요. 솔트? 소금? 이렇게 오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친절한 설명까지 해주고 있어요. solo tripper의 줄임말 솔트라고 절대 소금이 아니라고 말이에요^^

디자이너로 광고회사에 근무한 이력탓인지 글을 읽는데 시선을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는 듯 해요. 센스도 넘치고 말이죠. 고한 지식을 나열한다거나 욕심을 내지 않고 소소하게 자신의 톤으로 아기자기한 여행기를 전하는데 함께 여행하는 듯 미소가 지어지고 기분이 좋아지네요.

저자의 실력은 삽화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답니다.

솔트의 일본 유랑 전도를 보면 어디를 다녔는지 알겠죠?

작가 스스로 도쿄에 머문 날이 이렇게 많았는지 모르겠다더니 도쿄에서는 정말 많은 곳을 다녔네요.

책을 읽으면서 삽화와 카툰을 보는 재미가 있답니다.

특히 작가와 더불어 강아지 한마리가 계속 나오는데 바로 쿠마에요. 스스로 개집사라고 부르는데

함께 살고 있는 쿠마를 등장시켜 더욱 재미를 주고 있네요.

챕터 1부터 먹거리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시간이 나면 과자사냥을 나간다더니

일본에서도 먹거리 탐방이 1순위를 차지하는데 왜 이렇게 좋죠?^^

일본은 아기자기한 걸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신오사카 역의 먹거리부터 소개하는데 역에서도 이렇게 이쁜 도시락을 파는지 감탄하게 되네요.

라멘 초보 도전자에 대한 팁도 살짝 알려준답니다. 쏠트의 일본 먹거리 탐방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챕터 1이 뚝 끝나서 아쉬울 정도에요.

 

챕터 2에서는 낯선 잠자리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렇게 챕터가 바뀌는 부분에서 전면에 그려진 그림도 참 이쁘네요.

그림에서 저 숲속에 숨어있는 토토로들이 보이시나요?

정말 아이들과 읽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난 삽화가 곳곳에 숨어 있네요.

 

그 중에서도 쿄토의 잠자리가 탐나더라구요. 얼마전에 가을 단풍을 만끽하고 옷 이웃의 블로그를 보면서 교토의 철학의 길을 산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길의 모습도 나오더라구요.

일본의 잠자리에 대해서도 그림과 사진, 카툰으로 접하게 되어서 어느때보다 눈이 호강하면서 즐겁게 읽었답니다.

 

여행에 대한 글을 읽을 때 자꾸 정보에 치중하게 되어서 아쉽기도 한데 이 책에서는 정보도 전달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아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코스 중심으로 풀어놓기 보다는 주제별로 묶어서 소개하기 때문에 오랜동안 일본 여행을 하면서 짜임새 있게 정리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귀여운 그림과 카툰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도 되는 건가요?

읽으면서 미소짓게 되고 피식 웃음도 나와서 저자의 다른 책도 이런 느낌이라면 당장 읽어버고 싶어지더라구요. 두려움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혹은 떠나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분 좋은 대리만족의 시간을 전달해주는 책이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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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연암 답사 프로젝트 - 물음표와 느낌표로 떠나는 열하일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도서, 2016년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겨울방학 청소년 추천도서 선정
김태빈 지음 / 레드우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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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의 루트를 따라 떠나는 답사 여행>

 

학창시절 누구나 연암 박지원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있다. <허생전>이나 <호질> 같은 작품은 어린이들의 동화책에서도 자주 찾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연암 박지원의 이러한 작품이 실린 책이 바로 <열하일기>이다. <열하일기>는 기행문이면서 동시에 당시 세태를 꼬집는 문학작품도 함께 실린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동안 어른들을 위한 열하일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는데 <열하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읽고 이해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는 듯하다.

 

 

아무리 좋아도 읽지 않으면 보물이 되지 못하는 법이기에 좀더 쉽게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번에 <청소년을 위한 연암 답사 프로젝트>라는 책이 나와서 너무 반가웠다.

우선 이 책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청소년들이 읽기 쉽게 풀어쓴 책이 아니다. 그대로 쓴 책이 아니라 연암의 루트를 따라서 답사를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니 연암을 따라 청소년들과 함께 그 길을 걷는다고 하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열하일기를 좀더 잘 이해시킬까 하는 고민을 했던 저자의 약력이 그 마음을 이해하게 한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저자였기에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여러차례를 현장 답사를 통해 아이들과 실제적인 루트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교과서 속의 교육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배우는 답사를 제대로 했다고 하겠다.

 

재미난 것은 이 책을 보면서 연암 박지원이 정조 시대에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열하일기에도 작은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한 작가가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러한 발견은 그만큼 열하일기에 대한 상당한 연구를 했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연암은 당시에 가지 못했지만 오늘날에는 가볼 수 있는 장소도 있다. 그러한 장소를 더 흥미롭게 소개하는 저자의 상기된 표정이 책속에 역력하게 드러난다. 

만변 연암을 갔지만 지금은 가지 못하는 곳도 있다. 북한과의 왕래가 없는 한 가볼 수 없는 장소가 되어버린 곳에 대한 아쉬움이 무척 크다.  

한곳씩 답사를 마칠 때마다 '답사를 위한 마침표'라는 코너를 통해서 답사한 장소를 열하일기에서 찾아본다거나 혹은 제시어를 주고 열하일기에서 찾기 등의 재미난 활동이 마음에 든다. 물론 답사 포인트도 직접 답사를 떠난 사람들, 책을 읽으면서 간접 답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킨다. 

 

 

책속의 부록이라고 할 수 있는 연암의 연경, 북경, 열하 답사 지도도 들어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함께 보면서 따라가는 길을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200년이 지난 지금 열하일기를 들고 답사를 해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랄 뿐이다. 꼼꼼한 연암의 메모 습관과 노력 때문에 당대 청나라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까지 쓰인다는 열하일기의 우수성을 우리만 너무 모르는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과 물음표와 느낌표를 안고 답사를 떠나는 프로젝트 정말 마음에 든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청소년을 위한 항일독립두쟁사'라고 한다. 이 작품 역시 출간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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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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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엄마가 바라본 나이 40의 인생이야기>

 

 

사노 요코라고 하는 것보다 고양이 엄마라고  하면 더 기억을 잘 하려나? 그저 내게는 <100만 번 산 고양이>라는 작품 덕분에 사노 요코를 고양이 엄마라고 기억하게 되었다. 사노 요코를 생각하면 고양이에 대한 그림동화가 많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처음에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서 그림보다 글에 더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수천번 다시 태어나고 죽어도 자기가 만족하는 삶을 살기 힘든데 결국 그걸 끝맺게 해주었던 사랑의 힘을 어찌 기억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사실 내가 사노 요코에 대해서 아는 건 여기까지였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고양이가 나오는 사노 요코의 그림동화까지. 그러나 이번에 처음으로 사노 요코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그동안 수필집을 많이 냈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되었다. 제목이 유명해서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는게 뭐라고><죽는게 뭐라고>모두 사노 요코의 작품이었다.

모두 나이가 지긋한 독거노인이 되어서 지었던 수필이라면 이번 작품은 사노 요코가 40이 되어서 처음으로 쓴 처녀수필이라고 한다. 이전까지는 창작 작품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 작품은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로 자기 생각과 주변의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 것이다. 과연 내가 알고 있는 동화 작가 사노 요코의 중년은 어땠을까 사뭇 궁금해졌다.

 

어린시절의 기억부터 40이 된 그때까지 사노 요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소녀가 때로는 정말 내가 작품 속에서 만나 사노 요코인가 싶을 정도로 당돌하기도 하고 짓궂기도 하다.

 

어린시절 식물원에서 본 꽃들에게 말을 거는 사노 요키를 바라보는 건 참 흥미로웠다. 내 기억에 어렸을 때 꽃은 그저 "와~~이쁘다"그게 다였다. 그런데 사노 요키는 장미는 수다스럽다고 하고 세븐틴은 가련하다고 한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이 엿보여 피식 웃음이 난다. 꽃을 가득 모으게 된 일화 그리고 작은 꽃에서 찾은 타지에서의 조국에 대한 그리움까지...

 

마흔이면 난 정직하게 나의 일상을 털어놓을까 생각해 본다. 사노 요코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 계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큼 구박이  심하고 짜증이 심했던 엄마, 그리고 인텔리지만 어딘지 차가운 아빠, 그리고 너무 일찍 곁을 떠난 오빠... 고양이 엄마라고 생각되었던 사노 요코 역시 어린 시절 고양이를 괴롭힌 적도 있었구나..

 

이런 일상을 접하면서 내가 알던 동화 속의 사노 요코는 정말 단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 속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들을 수는 있었지만 작가를 다 알 수는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그녀의 단편적인 삶의 기억을 통해서 그녀의 삶을 다 알수는 없지만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어렴풋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꾸밈없이 속을 털어놓는 그녀의 스타일이 너무도 마음에 든다.

 

 

 

이야기 중간 중간 나오는 삽화는 내가 알고 있는 사노 요코를 다시 만나게 해준다. 고양이와 함께 등장하는 어린 소녀. 고양이가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는 참 중요한 가보다.

 

사실 알고 보니 이 책의 원제는 11번째에 있는 에피소드 <내 고양이들아 용서해줘>였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아주 큰 비중이 아닐지라도 삽화와 더불어 나쁘지 않은 제목이다. 책 속에 왜 그렇게 고양이가 많이 들어가 있는지 더 이해가 되니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제목도 나쁘지 않다 .사실 더 마음에 든다.  그녀의 나이 40이라는 지점에서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가 더 서정적으로 느껴지기에 말이다.

 

거칠지만 솔직하게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노 요코, 그녀의 첫 에세이를 읽고 나니 그녀의 다른 수필도 읽고 싶어진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입담이 강하고 솔직한 작가라는데 살짝 공감이 갈 것도 같고 말이다. 쿨하게 인생의 마지막까지 받아들이면서 삶을 즐기다 간 그녀의 인생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  수필 한 권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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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이 가득한 책장 라임 청소년 문학 23
조 코터릴 지음, 이보미 옮김 / 라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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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를 보면 정말 레몬처럼 상큼한 이야기가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다. 책장에 고리타분한 책들이 가득한게 아니라 레몬이 가득하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책 표지에 있는 두 소녀는 나무위의 집에 앉아서 책과 레몬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보고 있으니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책속의 주인공 칼립소는 표지에서 보았던 두 소녀 중의 하나일 게다. 그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래서 책 속에 빠져사는 아이. 좋은 걸까? 책을 좋아하는 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칼립소가 너무나 책 속의 세상에만 빠져서 산다는 것이다.  전학을 온 메이라는 친구가 먼저 칼립소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걸때 칼립소는 오히려 당황한다. 그만큼 아이들과 교류가 없었기에 어찌할 바를 모른셈이다.

 

칼립소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소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길래 학교에서 친구 하나 없이 외톨이가 되어서 책 속의 자기세상에만 빠져서 사는 아이가 되었을까? 칼립소처럼 칼립소의 아빠 역시 글을 쓰는데 몰두해 있다 .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일처럼 말이다. 이 부녀에게 뭔가 평범하지 않을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엄마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칼립소에게는 엄마가 없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 그리고 엄마의 부재 속에서 부녀가 찾은 방법을 책속에 빠져 사는 것이었다.

 

그런 칼립소는 자신의 문제를 전혀 모른다. 그러나 친구 메이를 통해서 평범한 메이의 가정을 접하고 그러면서 자신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가장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공간인 엄마의 서재를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책으로 가득한 엄마의 추억이 가득한 그 공간을 말이다. 그런데 엄마의 서재에는 책 대신 레몬만 가득할 뿐이다. 도대체 왜?

 

 대신 레몬을 채워둘 곳이 없어서 엄마의 책을 창고로 보내고 아빠는 레몬을 채웠을 뿐이라고 하는데 칼립소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엄마의 분신이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결국 아빠와 칼립소는 주위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닫힌 마음을 치료하는데 한걸음 나아가게 된다.

 

사실 누구나 다 평범하게 살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가정사가 있기 마련이다. 칼립소 역시 자신은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상처받는게 두려워서 주위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지냈던 것이다. 때로는 자신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혼자서는 살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 못하면 결국 외로움의 나락에서 괴로움을 견뎌야 한다는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레몬이 가득한 책장은 엄마의 부재로 인해 닫힌 마음으로 살았던 부녀에게 이웃과의 교류를 통해서 한걸음 세상으로 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기에 어둡지 않은 결말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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