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신화여행 - 신화, 끝없는 이야기를 창조하다
강정식 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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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신화, 낮설지만 흥미롭다]

 

신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그리스로마신화. 교육의  힘은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배웠던 신화, 수업시간에 자주 거론되고 필독서로 읽기도 했던 것은 분명 우리의 신화가 아닌 서양의 신화로 대표되는 그리스로마신화였다.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신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그것이 되고 말았으니 얼마나 무서운가? 핑계라고 해도 어린 시절의 교육이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건 분명하다. 

 

이번에 접하게 된 아시아 신화여행은 기존 서양 신화에 익숙해져 있던 스스로에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화에 대해서 새롭게 접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시아신화는 아직까지 많이 낯설다. 낯설다는 의미는 그만큼 접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아시아에 어떤 신화가 있는지 그에 대한 궁금증으로 먼저 책에 다가가도 무방하지 않겠다.

 

이 책은 2015년 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되었던 '신화와 예술 맥놀이-신화, 끝없는 이야기를 창조하다'의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 한 것이라고 한다. 강좌에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책의 강의별로 질의 응답을 하는 코너가 있어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읽으면서 함께 참여하는 기분이었다.

 

신화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까? 지금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화에 나타난 신들 역시 인간의 면모를 가지고 있고 다시 말해서 신화는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의 바람이 신화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역사에서 단군신화를 배우면서 지어낸 이야기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서로 토론했던 기억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신화가 아닌 전설로 격하 하려 했다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이후 우리 신화에 대한 연구도 미비했던 것도 사실인 듯하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그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관에서 신화를 논하는게 불필요한 일이 아님을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신화가 북방계신화의 영역으로 분류된 것은 일본역사학자들의 움직임이었다고 한다. 주로 바다를 통한 이야기가 담긴 남방계신화를 강조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다양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

 

여하튼 이 책에서는 아시아의 신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기점으로 일본이나, 필리핀, 인도 등의 신화를 접할 수 있다. 낯설지만 그렇기 때문에 신비감을 갖게 되는 아시아 신화의 스토리를 모티브로 탄생한 것이 <지옥의 묵시록>이나 <인터스텔라>같은 작품이라면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소설과 연관하여 설명하는 신화 이야기도 있어서 더 흥미롭다. 아시아신화 가운데 남방계신화에 집중하는 타당성에 대해서는 좀더 이해가 필요하지만 분명 우리를 둘러싼 아시아신화에 대해서 좀더 관심을 가지고 달라지고 유연한 시각으로 우리 역사와 연관된 의미를 풀어가는 노력은 분명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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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밤새 읽는 중국사
김희영 지음 / 청아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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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를 한눈에>

 

가깝고도 먼 나라는 우리나라의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을 일컬을 때 많이 쓰는 말이다. 반도라는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일본에게는 대륙으로 향하는 교두보가 되기에 늘 전쟁에 시달리고 중국에게는 거대한 강대국이기 때문에 문화적 정치적 영향과 간섭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악수가 얽혀있기에 먼 나라이기도 한 두 나라, 그 중에서 중국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역사적으로 중국과 상당부분 서로 얽혀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국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그 과정에서 우리것으로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은 학교 국사ㅅ간에 선생님으로부터 수없이 들은 이야기이다. 주체성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적 강관고리가 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사에 비해서 취약한 중국사를 한번 훑어보는 것은 한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세계 인류 문명 4대 발상지 중의 하나인 황하문명에서 시작된 중국의 문명은 수많은 왕조를 거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고대 문명 발상부터 시작해서 은나라 주나라를 거쳐 수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중국 왕조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 왕조가 오랜 세월 집권을 하는게 보통인데 우리나라의 역사에 비해서 중국은 수많은 왕조가 단명을 했다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거대한 땅덩어리를 통치하는데 그만큼 어려움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단일민족을 과시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는 한족으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한족 뿐아니라 위구르족, 티베트족 등 무려 50여개나 되는 종족이 한데 어우러진 나라이다. 이러한 이유도 한 왕조가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거대한 땅덩어리이기에 통치에 어려움을 겪었다는게 가장 크지만 말이다. 

 시대별로 정리된 중국사를 접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역시 진시황제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움을 주는 듯하다. 사진자료와 함께 설명이 되어 있어서 보는 재미가 함께 있다. 중간중간 즐어있는 지도 자료 역시 당시 나라의 위치나 변해가는 세력을 알아보기에 좋다.

 

중국에서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한족은 변방의 모든 나라를 오랑캐라고 표현하는 화이사상에 젖어 있었는데 이를 단박에 뒤집어 엎은 이가 유명한 징키츠칸이다. 중국이 처음으로 오랑캐라 일컫는 변방국 몽골족에 중국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경험이 되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중화 사상에 물들어 있던 중국에게 커다란 패배감을 안겨준 테무친의 초상화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강력한 군주력을 가지고 있었던 중국 최초의 통일국인 진시황제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그의 절대적인 권력과 다음 세력에 대한 경계가 가져왔던 진시황릉과 거대한 병마용갱은 가히 압권이었다. 중국의 변화무쌍한 권력의 변천에 당시의 한반도 정세는 어땠을까 절로 궁금해진다. 이 책에서는 한국사와의 연결고리는 찾기 힘들고 전적으로 중국사에 국한해서 기술하고 있는 점이 장점이면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기는 하다.

거대한 대륙의 변화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이미 예견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사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미온적이었던 중국의 태도는 서구열강의 침략에 서서히 무너지는 형태를 보이게 된다. 중화민국이 성립되는 과정까지 순차적으로 기술되기 때문에 중국사를 정리할 기회가 확실히 된다.

중국을 이루는 50여 개의 민족의 대립과 협력, 지금도 중국의 소수민족은 자유를 위해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만 중국은 또다른 거대한 모습으로 자신의 위세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을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하는 것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중국의 과거사를 통해서 중국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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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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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4초에 벌어지는 기적같은 이야기>

 

표지의 그림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을 오랜만에 만난 거 같다. 피시볼이라고 하면 어향을 뜻하는데 표지 속의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는 어항은 묘하게 아파트를 담고 있다. 피시볼에 아파트가 담긴 건지 아니면 피시볼을 통해서 아파트를 보게 되는건지 나름대로의 상상을 해보면서 책장을 폈다.

 

목차를 보면서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55라는 챕터의 수도 그렇지만 챕터에 달린 제목이 정말 특이하고 길었기 때문이다. 챕터의 단적인 이야기, 혹은 어떤 상황을 문장으로 나타내는 듯해서 목차만 읽어도 뭔가 이야기가 될 것 같은 묘한 분위기였다.

 

 

 챕터1이 가장 인상적이다. '인생의 본질과 그 밖의 모든 것이 밝혀지다'. 인생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상자가 있다. 바로 그 상자는 종이에 글씨를 써 모은 상자도 아니고 바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1976년에 지어진 세빌 온 록시라는 아파트를 뜻한다. 이 아파트에 인생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것을 말하기 전에 우리는 이 아파트 27층 베란다의 피시볼에 살고 있는 금붕어 이언의 추락소식부터 접하게 된다. 27층에서 1층까지 추락하는데 고작 4초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이언이 탈출을 감행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30분 가량 이전에 시작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확인을 받고자 인생과 그 밖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상자인 '세빌 온 록시'로 향하는 여인이 있다. 케이티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인 코너에게 무언가 확인하고자 아파트로 향한다. 사랑? 그것만은 원한는 케이티가 알게 된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엄청난 바람둥이라는 사실이다. 케이티는 사랑대신 이별을 택하게 되고 오히려 바람둥이는 육체만 탐닉하던 여러 여자와의 만남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케이티라고 확신하는 순간 이별을 맞게 된다. 이 두 사람과 주변 여자들이 얽히는 과정에서 자신의 속내와 감정을 담아내는 표현들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아파트에는 케이티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왕따를 당해서 하는 수 없이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소년이 동거남의 아이를 임신해서 혼자 아이를 낳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을 맞게 되어 아파트  자신의 집에만 박혀 사는 은둔형 칩거녀의 집 문을 두드리면서 세 사람이 함께 만나게 되는 설정은 또 어떤가? 아이는? 기막히게도 119에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니~또한 전화통화를 하게 되는 사람 역시 아파트의 인물과 연관성을 갖고 있어서 인연이라는 단어를 툭 하고 내뱉게 된다. 이 외에도 아름다움을 추구해서 여장을 하는 남자와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외로움에 줄기장창 일만 하는 아파트 수리공의 만남은 또 어떠한가?

 

이별을 생각하는 그 순간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또 다른 만남과 사랑이 시작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듯이 알 수 없는 인연으로 모든 것이 얽히면서 돌아간다. 그래서 세빌 온 록시라는 아파트를 '인생과 그 밖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상자'라고 한 표현에 수긍을 하게 된다.

 

금붕어 이언이 27층 아파트에서 추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4초, 이언에게 가장 짜릿하고 중요한 순간이듯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중요한 인생이 한데 어우러지는 관계를 보면서 4초만에 벌어지는 기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생은 길고 긴 듯하지만 모든 것은 순간의 연속, 그리고 그 순간이 모여서 결국 인생이 되니 말이다. 이런 인생의 기적을 보여준 금붕어 이언이 기억하는 것은 찰나. 자신이 자유를 향해 탈출=추락 하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음에도 그 순간이 얼마나 짜릿할까? 마지막 이언이 추락지점이 어딘가를 알게 되면 배꼽을 잡고 웃게 되지만 그렇기에 인생이지 싶은 생각마져 든다. 처음 알게 된 작가 브래들리 소머의 기발한 생각으로 펼쳐진 피시볼,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책장의 마지막 장에서 예전에 보았던 독자 엽서를 발견했다. 예전에는 이런 엽서를 적어서 출판사로 보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sns등 매체의 발달로 이런 건 쏙 들어간지 오래다. 그런데 다시금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글자 책의 서정이 다시금 느껴진다. 그래서 피시볼 속에 담긴 요 옆서도 한컷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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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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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과 제목을 보는 순간 제일 먼저 드는 이미지는 단절감이다. 각각의 틀에 갇혀서 서로 소통되지 않는 가족의 이미기자 삽화에서도 바로 드러나는 듯했다. 책의 띠지 역시 "모두 나가 주세요, 혼자 있고 싶어요."라는 문구에서 단절된 가족의 이야기라는 걸 확신하게 된다. 제목처럼 이야기 속의 가족은 '세상에 어쩌다 이런 가족'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한 흔하지 않은 다소 막장 분위기가 느껴지는 가족 구성원이었다.

우선 작가에 대해서 살펴보니 작가의 작품 중에서 아주 익숙한 작품이 있다. [김종욱 찾기]가 바로 작가의 작품이라니~~영화로 연극으로 유명한 작품의 원작이 있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나로써는 처음 접하는 전아리 작가의 작품인데 인물별로 챕터를 설정해서 그 사람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개개인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잘 나가는 상류사회의 집안의 콩가루 같은 면모를 한꺼번에 맛본 작품이라고 해야겠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였지만 가족같지 않은 가족.

사업가로 명성을 날리는 아버지와 미술에 관심이 있고 우아함을 유지하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잘 자란 두 딸. 딱 여기까지만 보면 남들에게 훌륭한 가족으로써의 조건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 사는 것은 것모습만 보고는 알 수가 없다. 다 보통 사람처럼 잘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곪아 있는 나름의 상처가 있는 법이다. 이 가족에게도 이러한 곪은 상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시작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냉냉하고 대화라고는 없던 가정에 풍파를 던진 건 큰딸이다. 자신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되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상황을 알린다. 명성있는 아버지나 우아한 기품을 유지하는 어머니 , 자유분방하게 사는 둘째 딸, 모두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갈까 머리를 맞대로 사건을 해결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들의 행동은 조금 의아했다. 지금까지 서로의 일상을 살고 단절되었다고 해도 이쯤 되면 서로 상의라는 것도 할법한데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회피하거나 해결하려고 했다.

가족이라면 가장 중요한게 대화가 아닐까 싶다. 대화라는 것 없이 눈빛으로만 서로 이해한다는거 , 가족이기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거 모두 힘겨운 말이다. 이 가족의 경우도 우아한 금수저 가족이라는 설정을 유지하면서 살다가 큰딸의 일을 계기로 나중에는 병원에서 고성방가를 하면서 싸우는 장면이 오히려 속이 뻥 뚫리고 제대로 속을 드러낸 거 같아서 시원하기까지 하다. 진작 이랬어야지. 때로는 소리도 지르고 그러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가족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한데 말이다. 혈연으로 묶였다고 해서 가족이 되기는 하는데 단란한 가족은 그냥 되는게 아닌 거 같다. 이런 가족이 어디 있어?라고 하면서도 사람들이 사는 속사정은 모르기때문에 혹시도 있을지 모를 이런 막장 가족을 보면서 가족이라고 다 그냥 가족이 되는게 아닌가 보다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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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대신 세계일주 - 대한민국 미친 고3, 702일간 세계를 떠돌다
박웅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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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세상을 향한 선택, 멋지다>

 

제목 한번 근사하다. 수능대신에 세계일주를 택했단다.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택한 당당한 소년은 마추픽주를 마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집에도 수험생이 있기에 이 제목이 전혀 남의 일같지 않게 다가왔다. 대입을 향해서 열심히 정진하고 있지만 이 시기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 이때의 미래는 단지 대학 하나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답답하고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더 갈증이 나고 할 때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간다는 것, 명문대를 간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확답을 받아놓은 것처럼 여겨진다. 좋은 대학은 좋은 직장, 보장된 미래를 받아놓은 것처럼 여겨져서 전 국민이 대학을 향해서 돌진하는 느낌이다. 사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 말이다. 중요한 건 살면서 꼭 맞게 되는 좌절의 순간에 어떻게 일어설 수 있는가 하는 단단함과 유연함을 배워야 하는데 말이다.

 

 수능을 앞두고 과감하게 세계여행을 떠난 너는 누구냐? 책을 펼치면서 제일 먼저 한 말인 듯하다.

그 배짱과 계기가 너무도 궁금하고 그 과정 역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날의 무모한 선택은 젊기에 가능하다고 하는데 말이다.

 

스무 살...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는 건 참 많은 의미가 담긴 듯하다. 20대가 다르고 30대가 다르고 그리고 40대는 더더욱 다르고 말이다.

박웅이 세계일주를 떠난  시기는 단 몇달이 아니다. 2년 가까이 되는 702일이라는 시간을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을 여행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집이 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당연히 따라왔다. 그러나 책을 읽다가 보면 박웅이라는 친구가 어떻게 여행경비를 벌면서 여행을 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글꼭지 가운데 금수저라는 글이 있다. 역시나 나처럼 혹시 금수저가 아닐까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을 향해서 한 꼭지 내어놓은 것 같다.

 

정말 베낭 하나 달랑 메고 떠난 세계일주의 시작은 카카두 국립공원에서 부터 시작된다.

무슨 국립공원? 호주의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립공원에서 청소부 일부터 시작했단단. 붉은 개미와 친구가 되어 가면서 외딴 국립공원에서 일을 하다 보니 돈 쓸 곳도 없고 오로지 인터넷 비용 하나만 지불하면서 돈을 모아서 시작된 세계 여행. 중간중간 돈이 떨어지면 돈을 벌어서 또 여행을 계속하는것..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을 박웅이라는 친구가 해나간 것이다.

 

보통 여행을 한다고 하면 여행지에서 본 아름다운 광경에 대해서 읊고 어떻게 여행지를 가야 좋은지에 대해서 쓰는게 보통이다. 우리도 일정정도의 목적을 가지고 여행서를 읽기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많은 책을 고른다. 그러나 이 책을 저자 박웅을 통해서 젊은 여행자의 눈으로 본 세계, 그리고 그 무엇에도 국한되지 않고 떠나는 여행의 자유로움을 그저 느낄 뿐이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의외였다. 쿠바를 서슴없이 말하는 그,

이미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의 천국이라고 하는 쿠바.

그러나 우리에게는 너무도 멀고 낯설고 조금은 무서운 나라로 인식되는데 그곳에서 저자 박웅이 느낀 것은 편안함이었는가 보다.

 

내가 읽었던 웬만한  여행에세이 중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담긴 책으로 손꼽을 만하다.

젊은 친구, 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그의 열망도 담겨서 그런지 세상을 보고 배우고 느낀 것에 대해서 풀어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스쳐지나갈 만한 것에 대한 고찰, 그리고  소소한 것에 대해서 바라보는 이방인의 시선도 어색하거나 작위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한국 땅을 밟으면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모습과 책표지에서 보였던 마추픽추를 바라보던 그 모습이 참 오래 기억에 남는다. 대입에 매진하는 아이들도 그들만의 열정으로 인생을 나아가고 있지만 이렇게 또 다른 모습으로 생의 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는 모습이 멋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세상에 대한 경험을 늘리고 늘려서 머지않아 박웅 군의 소설을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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